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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다

당황한 안금여가 뒤로 물러섰고, 강명재는 흡사 이성을 잃은 사람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순간, 성연 역시 당황했다.

성연은 소매자락을 더듬어 숨겨두었던 은침 하나를 빼냈다. 동시에 할머니 안금여의 앞을 막아선 채 강명재의 오른쪽 허벅지 혈자리에 침을 찔러 넣었다.

순간 다리에 마비 증세가 온 강명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성연을 쳐다보았다.

여태 성연을 얕잡아 보았었는데, 놀랍게도 이런 수완을 지니고 있었다.

‘은침을 사용할 줄이야.’

조그마한 은침의 위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순식간에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은침을 사용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혈자리를 찾는 것이다. 강명재는 요 몇 년간 해외에서 적지 않게 보았다.

성연은 이렇게 한 번 찌르는 것으로 정확하게 자신의 혈자리를 찾아 내었다. 여간한 공력이 아니면 이렇게 할 수 없을 터.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강무진의 약혼녀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니.

자신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할 정도였다.

강명재가 성연을 쳐다보며 입을 벌렸지만 한마디도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다.

이런 돌발 상황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안금여는 처음에는 성연이 자신을 보호하다 다칠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연이 바로 강명재를 쓰러뜨린 것이다.

깜짝 놀란 안금여가 성연을 바라보았다.

성연이 뒤를 돌아보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이걸 봤으니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테지만, 성연은 후회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긴박했던 상황이었다. 강명재가 할머니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 그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머니 안금여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분명 더 후회할 테니까.

은침을 놓는 의술이야,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오늘 할머니가 다치셨다면 쉽게 낫기는 힘드셨을 것이다.

양쪽 상황을 저울질했을 때,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이 그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할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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