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효는 손바닥에 전신의 힘을 실어 때렸다.소지연의 얼굴이 곧바로 부어올랐다.극심한 통증이 밀려오자 그제야 소지연은 정신을 차렸다.몸을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려고 했다.그러나 몸을 움직이는 순간 위장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그리고 바로 고개를 기울이며 웩웩거렸다.이상효는 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공기 중에 알코올과 시큼한 냄새가 가득 차서 정말 참기 어려웠다.화가 치솟은 이상효는 소지연이 이 자리에서 당장 사라졌음 좋겠다 싶었다.소지연을 바라보는 눈에서 곧 불이 날 것만 같았다.‘내가 이런 골칫덩어리를 마누라로 얻은 거야?’분노를 참지 못한 이상효가 핸드폰을 꺼내서 소지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이리로 와 보세요! 우리 이씨 가문에서는 대단하신 당신네 소씨 가문의 따님을 모실 수가 없군요!”이상효의 전화를 받은 소지연의 부모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결혼식장에서 돌아왔던 소지연의 부모가 황급히 다시 이씨 가문 저택으로 달려갔다.소지연의 부모가 이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이상효와 소지연은 이미 거실에 나와 있었다.이상효는 절대로 아까 그곳에서 악취를 맡고 싶지 않았다.소지연의 부모는 딸의 빰이 부었다는 걸 한눈에 볼 수 있었다.뽀얀 얼굴에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소지연의 모친이 가슴 아픈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이미 반쯤 술이 깬 소지연은 자신이 한 일을 떠올리고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소파에 앉은 이상효는 턱을 치켜들고 소지연의 부모를 바라보았다.“이 결혼, 나는 하지 않을 겁니다. 내일 떠날 거니까 당신네 딸 소지연 씨는 당신들이 데리고 돌아가세요! 나는 더 이상 이 여자를 보고 싶지 않아요.”이상효의 말은 소씨 가문의 마지막 희망마저 철저하게 박살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더 이상 소지연의 얼굴에 난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소지연의 부친이 바로 용서를 빌었다.“이보게, 부부 사이의 싸움은 모두 칼로 물 베기 아닌가. 무
이상효의 지나친 요구에 소지연의 부모는 바로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그들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치면 모두 백 살이 넘는다. 이상효가 자신들에게 무릎을 꿇기를 요구한다고 해서 그 정도 감당해 내지 못하겠는가?그러나 이상효와 같은 부잣집 도련님은 이른바 도덕심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소지연이 계속 다른 남자를 입에 담으면서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이상효의 체면을 땅에 짓밟아 버린 것이나 매한가지였다.이상효가 요구에도 소지연의 부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꼼짝하지 않았다.이상효의 안색이 가라앉았다.“무릎을 꿇고 싶지 않다는 거죠! 됐어요, 당신네 소씨 가문의 기개가 높다는 것을 알았으니, 내 생각을 바꾸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이상효는 소파에서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다.소지연의 부모는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거의 무릎을 꿇을 듯한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본 소지연은 가슴이 아팠다.이상효의 곁으로 기어가서 이상효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소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말했다.“상효 씨, 제가 무릎을 꿇을게요. 제가 무릎을 꿇겠어요!”소지연은 한 걸음 한 걸음 칼날 위를 걷고 있는 심정이었다.두 다리를 모은 채 이상효의 앞에 무릎을 꿇은 소지연의 눈에서 연신 눈물이 쏟아졌다.그녀의 마음은 짙은 원한과 굴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앞에 있는 이상효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그러나 머리가 희끗희끗한 부모를 돌아본 소지연은 쉰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이상효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상효 씨, 내가 잘못했어요. 이씨 가문에서 나를 쫓아내지 말아주세요. 앞으로는 아내의 역할을 잘 해내겠습니다.”소지연이 직접 태도를 취하면서 다짐을 하자 그제야 이상효의 마음도 많이 수그러들었다.그는 다시 앞으로 나가서 소지연을 일으켜 세웠다.“당신도 참, 결국 이렇게 될 일인데 진작 이런 각오를 가졌으면 좋았잖아?”마음속으로 반감을 품은 채 혐오감을 느꼈지만, 소지연은 이상효의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
일렬로 쭉 뻗은 건물이 구름 속으로 우뚝 솟아 있다.은백색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빌딩 내의 창문 앞에 서서 맞은편 빌딩을 바라보고 있다.‘저기가 바로 WS그룹의 본사.’안진검은 WS그룹 맞은편에 위치한 이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서 자신이 말했던 창업을 준비했다.물론 이는 모두 위장이다.그의 목표는 당연히 MS 가문에서 내린 지시, 즉 WS그룹을 파괴하라는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안진검은 창 앞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빈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리자 안진검은 정신을 차렸다.힐끗 돌아본 핸드폰 화면에는 특수한 번호가 떠 있었다.적호가 건 전화였다.[오웬은 이미 죽었어!] 적호의 음산하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을 들은 안진검은 속으로 기뻐했다.‘며칠 동안 지지부진하더니 겨우 마음에 드는 일이 하나 있군.’“다른 사람한테 들키진 않았어? 미행은?” 안진검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MS 가문의 세력은 유럽 전역에 퍼져 있었다.그리고 오웬은 칠장로가 가장 총애하는 아들이 아닌가.오웬이 별안간 비참한 죽음을 당했으니 MS 가문에서 절대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미행하고 추격하는 놈들도 꽤 됐지만, 내가 다 따돌렸어. 가면을 써서 얼굴을 완전히 감춘 나를 그들은 전혀 못 알아봤어. 신분만 바꾸면 돼.]적호가 담담하게 설명했다.안진검은 속으로 흥분감을 느끼며 호쾌하게 말했다.“곧 백억을 쏴 줄 테니까, 잠시 유럽에서 휴식하며 재정비하도록 해. 내가 더 많은 리스트를 보내줄 테니.”적호는 아무런 대꾸 없이 안진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안진검이 막 전화를 끊는 순간에 곧장 또 다른 전화가 들어왔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안진검의 양부, 일장였다.그가 전화한 목적도 오웬의 일 때문이었다.[오웬이 죽었어. 네가 요 몇 년 동안 오웬으로부터 억압받았다는 것도 알아. 이번에야 말로 너에게 좋은 기회야. 네가 WS그룹을 전복시키기만 하면 가문에서는 틀림없이 너를 크게 들어 사용할 거야!]안진검은 마음속으로 역시 오
대표실에 앉아 업무를 하던 무진이 고개를 돌려 맞은편 빌딩을 쳐다보았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내내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데스크 위의 전화가 울리며 무진의 정신이 돌아왔다.[보스, 적호가 유럽에서 MS 가문 칠장로의 아들 오웬을 죽였습니다. 이 일로 유럽이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적호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신분을 숨겨서인지 아무도 그의 소행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약 무진이 사람을 보내서 계속 주시하지 않았더라면, 이 일이 적호의 소행임을 그들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적호의 행동으로 해서 이 일 전체가 모호해졌어.’‘도대체 누가 적호에게 지시를 내린 거지?’‘설마 적호가 나를 노린 게 MS 가문과 상관이 없단 말인가?’‘그런데 MS가문에서 사주한 거라면 왜 도리어 MS가문의 사람을 죽인 거지?’‘아니면 저들 사이에 내분이라도 생긴 건가?’무진이 묵직한 음성으로 지시를 내렸다.“계속 주시하면서 무슨 소식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해. 만약 자신이 있다면 적호를 생포하고, 자신 없으면 그냥 없애 버려.”어쨌든 적호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 남아 있으면 안되었다.그가 살아 있는 한 무진과 성연의 안전은 늘 위협받게 될 테니까.[예.]수하에게 지시를 내린 무진이 전화를 끊었다.적호의 위협이 사라지자 무진의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졌다.적호가 북성을 떠났다는 사실은 성연의 외출 금지가 해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이제 성연은 언제 어디든 외출할 수 있게 된 것.불현듯 마음이 내킨 성연이 차를 몰고 무진의 회사로 찾아왔다.그룹 빌딩 일층에 차를 세운 성연이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맞혀 봐요?”성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에서 음산한 기운을 모두 걷어낸 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어디인데?”“맞혀보라니까요.” 성연이 애교를 부렸다.“모르겠는데? 그냥 얘기해 주면 안돼?” 무진의 입
조수경은 두 사람의 차가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며 이를 갈았다.‘나는 지금 무진 씨를 만날 수도 없건만.’‘송성연은 어떻게 저렇게 쉽게 불러낼 수 있는 거지?’‘도대체 송성연의 어디가 좋다는 거야!’조수경은 이렇게 앉아서 무진의 처분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계속 이러면 무진 씨가 나를 거들떠보기나 하겠어?’저녁에 퇴근한 조수경은 또 다시 많은 선물과 건강기능식품을 사서 고택으로 찾아갔다.집사는 바로 안으로 들이는 대신 조수경의 방문을 먼저 안금여에게 보고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이 고개를 돌려 서로 쳐다보았다.그날 밤의 일에 대해 나중에야 알게 된 두 사람.정말이지 조수경이 무진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하마터면 무진과 성연 사이에 오해가 생길 뻔했던 것.조수경을 쉽게 믿었던 안금여는 마음속으로 성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수경에서 고택 외부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주었다.옛 친구의 체면을 고려해서 안금여는 그래도 조수경이 계속 회사에 남아있게 해서 체면을 세워주었다.조수경이 방문했다는 말에 안금여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됐어, 가서 한번 만나 봐야겠어.”강운경이 안금여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회사에서부터 화를 참고 왔던 조수경은 자신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자 더 화가 났다.‘이전에는 이 집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거절당하다니!’안금여와 강운경이 나타나자 조수경은 억지로 눈물 몇 방울을 쥐어짜내며 불쌍한 척 쇼를 하기 시작했다.“할머니, 고모, 제가 잘못한 거 알고 있어요. 용서해 주세요. 두 분이 정말 보고 싶었어요.”부드럽고 여리여리한 외모의 조수경의 두 눈은 촉촉하면서 약간 충혈되어 있어서, 보는 사람이 더 동정심을 갖게 했다.안금여는 조수경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원래 여린 마음을 가진데다가 지금 조수경이 보이는 모습에 더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안금여는 강씨 가문의 입장 또한 잊지 않았다.안금여 또한 차마 조수경에게 심한 말
조수경은 바로 손민철을 찾아갔다.두 사람은 커피숍에서 만났다.칸막이가 쳐진 룸에서 손민철은 조수경을 껴안고 뺨에 키스를 했다.“왜 그래, 우리 자기, 겨우 며칠 못 봤을 뿐인데 내가 보고 싶었어?”“나도 보고 싶었어요.” 조수경이 당당하게 대답했다.손민철의 표정이 일순 흐려졌다. 자신이 보고싶었다고 조수경이 자신의 입으로 처음 시인한 것이다.손민철이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말을 하면서 조수경에게 입을 맞추었다.조수경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의 목을 껴안고 고개를 들어 키스를 받아들였다.키스를 마친 두 사람은 모두 숨소리가 거칠어졌다.부족하다고 느낀 손민철은 다시 키스하고 싶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면서 가로막았다.“민철 씨에게 할 말이 있어.”손민철은 키스하려던 동작을 멈추고 물었다.“무슨 일인데?”“내가 더 큰 성과를 올리게 해 줘요. 지금으로서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해!”조수경의 눈에 모질고 포악한 기색이 번쩍였다.‘내가 높은 자리에 오른다면, 무진 씨가 나를 다시 보게 될 거야.’손민철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그러지.”그러고는 조수경의 손을 더듬거리면서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무조건 나와 같이 있어야 해!”농담하듯이 웃는 조수경의 표정에는 이전의 내키지 않아 하던 모습은 전혀 없었다.“그래.”“밤은 짧아. 지금 가자!” 손민철은 한시도 기다릴 수 없었다.다급한 모습으로 조수경을 이끌고 호텔로 가서 방을 잡았다.객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조수경을 벽에다 밀어붙인 채 격렬하게 키스를 했다.조수경의 옷을 벗기려던 순간, 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잡고 말했다.“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아요. 오늘 밤은 충분히 기니까 천천히 즐겨요.”손민철은 애가 타면서도 속으로는 동시에 조수경이 자신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감마저 가지고 있었다.천천히 객실 안으로 들어선 조수경이 와인 한 병과 잔 두 개를 들고 나왔다.베란다로 나가 앉은 조수경이 손민철에게 손을 흔들었
“정말요?”“비행기 시간을 알려주면, 제가 그 시간에 마중 나갈게요.”전화를 받다가 의자에서 일어선 성연의 음성에 기쁨이 철철 넘쳐 흘렀다.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던 무진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폰 건너편 음성이 남자 같은데...’무진이 무의식 중에 한마디를 꺼냈다.“누구?”성연이 재빨리 대답했다.“사형인데 벌서 북성으로 오는 중이라고 하네요. 나보고 마중나와 달라는데, 무진 씨도 같이 갈래요?”마음이 좀 불편해진 무진이 미간을 찡그렸다.‘그 자식은 왜 또 튀어나오는 거야? 사형이면 사형답게 행동해아지. 왜 자꾸 성연에게 들러붙는 거야?’성연이 혼자 목현수를 마중 나간다면 당연히 마음이 놓이지 않을 터.잠시 고민하던 무진이 이내 대답했다.“음, 내가 같이 가지.”“무진 씨 일은 안 바빠요? 바쁘면 나 혼자 가도 돼요.”그냥 공항으로 사람을 마중하러 가는 것이니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고 성연은 생각했다.무진이 바쁜 시간을 짜내 가면서 자신과 함께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괜찮아, 내가 같이 갈게.” 무진이 노트북을 닫았다.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따라 일어섰다.“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우리가 공항에 도착하면 딱 맞을 거예요. 가요.”무진이 성연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북성의 공항.비행기 도착 시간보다 먼저 공항에 도착한 성현과 무진. 목현수가 탑승한 비행기는 아직 착륙하기 전이었다.두 사람은 함께 대합실에서 목현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목말라?” 무진이 물었다.“괜찮아요.” 성연이 고개를 저었다. 무진이 움직이는 순간, 성연은 그가 물을 사러 간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무진의 팔을 잡아당겼다.“귀찮게 갈 필요 없어요.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사형이 곧 도착할 거예요.”무진이 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 “그래.”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하던 성연이 투덜거렸다“나올 때가 됐는데...”성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국 게이트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다시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하니 바로 목현수가
“너네 A국의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진작부터 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현수 씨한테 데리고 가달라고 졸랐죠. 첫 번 째로 성연 씨를 보러 온 거예요.” 미스 샤넬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어떤 의미에서는, 목현수가 자신을 A국으로 데려온 것 자체가 자신을 인정한 거라고 생각하는 미스 샤넬.미스 샤넬이 따라온 걸 본 무진은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성연의 허리에 감겨 있던 팔이 아무 내색 없이 슬그머니 풀렸다.미스 샤넬과 성연이 다정한 모습으로 앞장서 걸었다.목현수와 무진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서로를 싫어하는 두 사람은 누구 할 것 없이 입을 열지 않았다.공항 밖을 나온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준비한 차량에 탑승했다.무진은 목현수와 미스 샤넬을 아주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음식점으로 데려갔다.북성에서 아주 유명한 음식점인 이 곳은 언제나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하지만 이곳의 VIP고객인 무진은 얼굴을 보이자마자 곧바로 특실을 준비해 주었다.음식점의 총지배인이 직접 메뉴판을 가져와서 무진 일행의 주문을 받았다.살짝 허리를 숙인 채 아주 정중한 자세로 지배인이 말했다.“강 대표님, 최근 저희가 아주 참신한 신 메뉴 하나를 선보였는데, 평이 아주 좋습니다. 한번 맛보시겠습니까?”“이곳의 특선 메뉴들을 하나씩 내오세요.”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지배인이 만면에 희색을 띠면서 말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가서 준비하겠습니다.”특실 안에는 성연과 무진이 나란히 앉고, 그 맞은편에 샤넬과 목현수가 나란히 앉았다.북성이 처음이라 연신 두리번거리던 미스 샤넬은 흥분한 음성으로 말했다.“이게 바로 A국 스타일? 정말 예뻐요. 유럽과는 정말 다르군요.”“미스 샤넬, 여기가 마음에 들면 자주 오세요.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해요. 특히 미스 샤넬 같이 아름다운 외국 여성에게는 더요.” 성연이 미스 샤넬에게 차를 한 잔 따라 주며 놀리듯이 말했다.성연의 칭찬에 미스 샤넬은 좀 쑥스러운 표정을
사람들 속에서는 다른 두 쌍의 신랑 신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그들은 강씨 가문의 청첩장만 받았을 뿐 다른 사람들도 함께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은 몰랐다.그러나 이것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다른 두 커플의 용모 수준도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강 대표 부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면 도대체 어떤 신분일까?”“역시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친구가 되는 거야.”“저 커플들의 사이 좋은 모습, 이거야말로 이 결혼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야. 정말 부럽네.”“...”모두의 표정에는 축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세 커플의 용모와 기질이 더 막상막하여서, 정말 대단한 시각적 향연이었다.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래함과 유채연, 그리고 목현수와 미스 샤넬이 누군지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누군가는 몰래 그들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도 했다.아는 사람이 있는지 보려고.갑자기 군중 속에서 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알았어, 드디어 알았어.”흥분한 모습을 보고, 같이 온 사람이 대뜸 물었다.“뭘 알았다는 거야?”“단상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그 사람이 되물었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눈총을 주면서 무례하게 말했다.“지금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겁니까? 저 사람들의 신분을 알았다면, 우리가 쓸데없이 여기서 의논할 필요가 있겠어요?”“왼쪽에 있는 전통 혼레복을 입은 남자는 그래함입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그래함이 누구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성 사람들이다.그래서 이름을 말해도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은 채 미스 샤넬 쪽을 가리키면서 계속 말했다.“저 분은 샤넬 가문의 큰아가씨예요. 세상에, 내가 살면서 결국 이런 대단한 장면을 볼 수 있다니. 저 사람들은 모두 최상류층 중에서도 가장 대단한 사람들이에요.”그 사람이 반만 말하자, 다른 사람들은 정말 초조해 죽을 지경이었다.모두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검색했고, 곧 두
그들의 결혼식은 북성에서 가장 큰 5성급 호텔에서 거행되었다.식장의 장식에는 모두 가장 신선한 장미만 사용했다.홍색과 청색이 교차되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게 보였다.여기 들어온 사람들이 마치 잘못 들어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식장 바깥에는 더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고급차들은 이미 도로의 양 옆에 주차했다.이 결혼식이 얼마나 성대한지 알 수 있었다.결혼식장 안은 더욱 사람들로 북적댔다.상류층 명사들, 패션계의 명인, 연예계의 정상급 스타들을 비롯해서 수많은 거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이런 사람들은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접촉할 수도 없을 것이다.만약 운이 좋아서 안에 들어올 수 있다면, 평생 가장 대단한 눈요기를 하게 될 것이다.북성에서 이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여기로 왔다.물론 가장 주목되는 초점은 그래도 세 쌍의 신랑 신부들이었다.미남미녀의 조합은 사람들을 눈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사람들은 단지 성연과 무진만 알고 있다.그래함과 유채연, 목현수와 미스 샤넬도 함께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은 몰랐다.목현수 쪽은 진작에 결혼하기로 결정했다.그래함과 유채연의 결혼은 그래함이 급하게 유채연을 찾아서 결정한 것이다세 쌍이 결혼하게 되면 좀 시끌벅적할 것이다.그리고 그래함도 빨리 유채연과 평온한 가정을 갖고 싶어했다.성연은 무진에게 그래함과 유채연의 결혼 준비를 해 주도록 당부했다.무진은 결혼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서둘러 웨딩드레스와 양복을 만들게 했다.세 명의 신부가 단상에 올라섰는데,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다른 두 신랑도 재계의 쟁쟁한 인물이라서 이 결혼식은 정말 볼 만했다.세 쌍의 신랑 신부 모두 행복이 가득한 얼굴이었다.성연과 무진은 줄곧 손깍지를 하고 있었다.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오늘 사람이 정말 많아요.”성연은 자신이 무진의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북성에서 누구의 결혼식이 이렇게 초점이 될 수 있겠어?’‘강씨 가문을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곧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이 다가왔다.분장실에 앉은 성연은 이미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무진은 관례대로 검은색의 양복을 입고 있었다.하지만 수트의 어두운 무늬 때문에 더욱 질감이 두드러져서 고급스럽게 보였다.성연의 흰색 웨딩드레스와 어우러져서 아주 클래식한 조합을 이루었다.거울 속의 성연을 보는 무진의 눈빛에는 미모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놀라고 매혹됐다는 게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성연아, 너 오늘 정말 예뻐.”성연은 무진이 이렇게 빤히 쳐다보자 좀 불편했다.“그만 좀 보면 안 돼요?”“내 마누라를 내가 안 보고 누굴 보겠어?” 무진은 성연의 손을 꼭 잡았다.성연의 화장을 도와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두 사람을 보면서 웃었다.그들의 은근한 눈빛 때문에 성연은 더욱 난처했다.“빨리 손을 놔요.” 원래 성연은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왜 그런지 갈수록 성연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싫어.” 무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성연의 앞에서 억지를 부렸다.이 정도는 그래도 가벼운 편이다.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 무진은 성연을 품에 꼭 안았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무진에게는 방법이 없으니 그저 모른 척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삐걱'.분장실 문이 다시 열렸다.강운경의 부축을 받으면서 안금여가 들어왔다.성연을 본 안금여도 감탄하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오늘 정말 예쁘구나.”평소에 성연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을 거의 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아주 편하게 있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꾸미니 효과가 더 두드러진 것이다.“할머니...”성연은 원망하듯이 대답했다.만약에 얼굴에 그렇게 두껍게 화장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얼굴이 벌써 빨갛게 달아올랐을 거라고 생각했다.“무진이가 또 여기서 방해하는 거 아니야?” 안금여는 무진을 보면서 눈을 부릅떴다.“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 마누라를 보는 게 어떻게 방해가 될 수 있겠어요?”“낯가죽도 두껍구나!” 안금여가 웃으면서 놀렸다.그리고 손목의 시계
임박한 결혼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되었고 약간의 세부적인 사항만 검토하면 된다.오히려 모두 한가해졌다.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연락을 받았다.두 사람도 여행에서 돌아온다는 것이다.성연은 바로 두 사람을 마중하러 나갔다.‘바로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방을 마련해 주면 돼.’‘마침 결혼식도 곧 다가오니까, 두 사람과 좀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야.’“성연아.” 유채연이 먼저 성연에게 손을 흔들었다.가까이 다가간 성연은 유채연이 이전에 시골에서 봤을 때보다 피부도 많이 하얗게 변했고 섬세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아.’‘게다가 언니는 더 예뻐졌어.’‘이제 채연 언니는 예전의 낙심했던 모습에서 벗어나서 화사한 모습으로 변했어.’‘한 사람의 생활 환경이 이렇게 많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두 사람에게 다가간 성연이 말했다.“채연 언니, 정말 예뻐요. 사형은 정말 횡재한 거예요.”“넌 신부잖아. 너야말로 가장 아름답지.” 예전이라면 유채연은 입도 열지 못한 채 감히 대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은 먼저 성연을 칭찬하기까지 했다.유채연의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성연이 유채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언니, 그래함 사형이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으면, 내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줄까요?”성연은 놀리면서 그래함의 표정을 바라보았다.역시나 그 말을 들은 그래함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얼른 성연의 곁에서 유채연을 빼앗더니, 유채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성연아, 채연이한테 이상한 걸 가르치면 안 돼.”‘저 모습은 진짜로 내가 그렇게 할까 봐 정말 화가 난 모습인데?’성연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래함이 진짜 화를 내는 걸 본 유채연이 오히려 그래함에게 푸념을 했다.“성연이는 농담한 건데, 왜 그래?”그래함은 바로 사과했다.“미안해. 그저 네 생각만 하다가 성연이가 이런 농담을 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했어.”유채연이 점점 예뻐지는 걸 본 그래함은
반지는 특별한 조각 기법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아주 특수한 빈티지 무늬도 들어 있었다.‘복잡하고 다양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보기 싫다는 건 전혀 아니야.’‘오히려 고급스럽고 정교해 보여.’성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무진이 물었다.“마음에 들어?”“맘에 들어요.” 성연은 반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이 반지는 정말 나를 놀라게 만들었어.’“이 반지는 양 사장님이 만드신 거야.” 무진이 이어서 말했다.성연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충격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양 사장님이 하신 거예요?”‘이렇게 전위적이고 예쁜 반지를 반백이 넘은 노인이 만들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거야.’“양 사장님을 가볍게 봐선 안 돼. 양 사장님의 공예 솜씨와 미적 감각은 예전에 북성에서 유명했어. 양 사장님이 할아버지 친구가 아니었다면, 우리 반지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지도 몰라.” 무진은 양 사장님에게 관직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양 사장님은 승낙하지 않으셨지.’무진도 한번 말이나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양 사장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서 갔다.양 사장은 뜻밖에도 흔쾌하게 승낙하면서 자신이 주는 결혼 선물이라고 말했다.성연은 정말 진심으로 탄복하게 되었다.“양 사장님 솜씨는 정말 대단하세요.”“집에 돌아가면 이 반지는 잘 넣어 둬. 결혼식 날 쓸 거니까.” 성연이 잊어버릴까 봐 무진이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 성연은 반지를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었다.성연이 이 반지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지와 웨딩드레스도 모두 준비되었다.이어서 성연은 결혼식에 쓸 디저트와 음식 메뉴를 정하기 위해서, 안금여와 강운경과 함께 나갔다.성연도 열심히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골랐다.‘우리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을 책임지는 거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아.’그러나 나갔다 돌아온 뒤에 성연은 더욱 피곤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은 여전히 흥이 넘쳤다.‘두 분은 도대체 어디서 힘이 나는지 정말 모르겠어.’집에 도착하자 하인이 바로 차
무진은 조수석에 앉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무진은 성연이 그렇게 피곤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하지만 결혼식이 곧 다가오고 있어서, 무슨 일이든지 진행 속도를 올려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번거로운 일들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결혼식에 맞출 수 없게 될 것이다.“피곤하면 잠깐 자. 도착하면 깨울게.”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뒤, 무진은 뒷좌석의 담요로 성연의 몸을 덮어주었다.성연은 무진에 대해서 몸과 마음을 다해서 믿고 있었다.무진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바로 눈을 감았다.무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온통 애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성연은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귓가에 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연아, 자기야, 일어나.”천천히 눈을 뜬 성연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장식이 아주 고풍스러운 한 가게 앞이었다.‘골동품 가게 같기도 한데.’성연은 의문이 들었지만 묻지 않고서 무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가게에 들어서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나이가 들었지만 아주 활기찬 모습이었다.“양 사장님.” 무진이 크게 외쳤다.“어, 왔어?” 무진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양 사장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성연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지만, 무진이 한 대로 ‘양 사장님’이라고 말했다.“너희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양 사장은 두 사람을 보면서 무척 좋아했다.뒷짐을 지고 안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네가 부탁한 건 내가 이미 다 만들어 놨어. 네 덕분에 이 늙은이도 이렇게 좋은 일에 끼게 됐으니까, 나도 만족이야.”성연은 옆의 장식을 차분하게 살폈다.‘이 작은 골동품 가게는 정말 숨은 보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어.’‘안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값진 골동품이야.’‘심지어 어떤 건 단 하나밖에 없어.’성연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본 무진이 웃으며 설명했다.“양 사장님은 이런 물건들을 만지는 걸 좋아하셔.
결혼식을 앞두고 강씨 가문의 저택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안금여, 강운경, 조승호 등은 매일 숨 돌릴 새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그들 세 사람은 전체 과정을 주시하면서 모든 걸 준비했다.미스 샤넬의 제안 때문에 세 사람의 부담이 더 가중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세 사람은 바빠도 마음은 정말 즐거웠다.결혼식은 정말 경사스러운 큰일이다.원래는 결혼식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당연히 나이 어린 성연이 내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하지만 지금 성연은 자신의 의견은 제시하지 않은 채 여전히 친구와 함께 있었다.원래는 본인들이 잘 처리해야 했지만, 젊은 자신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안금여에게 전권을 맡긴 것이다.성연도 무척 바빴다.요 며칠 동안 청첩장을 고르는 걸 도왔고, 호텔 결혼식장도 골라야 했다.또한 직접 식장을 둘러봐야 해서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녀야 했다.모처럼 하루를 쉬게 되자 성연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거실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거기에는 무진도 있었다.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던 성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는 영역 본능이 아주 강해서 보통은 쉽사리 사람들을 여기 오게 하지 않아.’‘하물며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낯선 사람들인데.’“이분들은...” 성연에게 다가온 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이쪽은 해외의 유명 브랜드 J의 디자인 팀이야. 이분들에게 여기 오셔서 당신의 사이즈를 재고,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달라고 부탁드렸어.”“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성연은 북성에도 웨딩드레스 숍이 그렇게나 많다고 생각했다.‘입어보고 맞으면 되는 건데.’‘무진 씨는 매일 일하느라 바쁜데, 나 대신에 이런 것까지도 신경을 썼어.’“평생 단 한 번의 일인데 당연히 당신에게 가장 좋은 걸 해 줘야지. 이분들이 디자인하는 웨딩드레스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거야. 어서 가 봐.” 무진은 성연을 디자인 팀에게 맡겼다.사람들이 성연
세 사람이 탄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성연은 이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계속 왔다갔다했다.무사히 나타난 무진의 모습을 보고서야 성연은 비로소 완전히 긴장을 풀 수 있었다.성연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자, 무진은 바로 두 팔을 벌려서 달려오는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두 사람의 체온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주위를 달콤하게 가득 채웠다.뒤에서 걸어오는 목현수와 미스 샤넬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공항에서 출할하자, 미스 미스 샤넬과 목현수는 먼저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성연과 무진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상황에서 헤어졌으니 두 사람은 지금 할 말이 많을 거야.’무진도 굳이 계속 붙잡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차를 마련해 주고서 성연과 함께 차에 올랐다.차 안에서 성연과 무진은 계속 손깍지를 끼고 있었다.“이번엔 어땠어요? 다친 데는 없어요?”무진이 MS 가문을 상대하러 갔을 때부터 성연은 줄곧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계속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이다.“다친 데는 없어. 샤넬 가문에서 정보를 제공해 준 덕분이었어. 그 장로들은 회의를 하느라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아서 수월했어. MS 가문의 여러 거점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 우리 쪽 사람들이 MS 가문 사람들을 깨끗이 처리할 수 있었어.” 무진은 성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성연은 그제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MS 가문이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떠돌았지.’‘게다가 그들의 수단도 극단적이라고 했어.’ 성연은 무진이 정말 위험에 부딪치게 될까 봐 걱정했다.‘다행히도 일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어.’‘그런데...’“샤넬 가문의 사람들이 왜 우리를 도운 거예요?” 성연은 자신들과 미스 샤넬과의 관계도 사실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보를 제공하면 MS 가문과 적이 되는 셈이야.’‘이건 가문이 걸린 일이야.’‘일반적이라면 쉽게 돕지 못해.’무진은 미스 샤넬의 오빠
유럽을 떠날 때는 무진 혼자가 아니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이 함께 무진의 전용기에 앉아 있었다.미스 샤넬은 목현수와 나란히 앉았고, 무진은 두 사람의 앞에 앉았다.전용기는 상당히 넓었고 각종 주스와 뷔페식으로 먹을 거리도 있다.목현수의 팔을 꼭 껴안은 채, 미스 샤넬은 목현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현수 씨, 우리도 A국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려요. 강 대표님과 성연 씨하고 함께요.”“그래, 하지만 강 대표에게 괜찮은지 물어봐야지.” 목현수는 고개를 기울인 채 미스 샤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스 샤넬은 자신이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은 결국 인생의 대사인데, 무진 씨가 다른 사람이 자신들과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무진은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미스 샤넬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강 대표님, 저와 현수 씨 결혼식을 강 대표님 결혼식과 함께 진행해도 괜찮을까요?”“그럼요. 두 분이 저희와 함께 결혼식을 올린다면 성연이도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좀 시끌벅적하겠네요.” 무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인생에 단 한 번인 결혼이기에 무진은 성연에게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강 대표님은 성연 씨한테 정말 잘해 주시네요.” 미스 샤넬은 좀 부러웠다.‘무슨 일이 발생하든 무슨 일을 제기하든, 강무진은 항상 송성연을 제일 먼저 생각해.’‘이런 사랑은 정말 아름다워.’“성연이는 오직 한 명이니까요. 제가 성연이에게 잘해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잘해 주겠어요.”말을 하는 무진의 눈빛에는 한없는 부드러움이 떠올랐다.미스 샤넬은 팔을 문질렀다. ‘강무진 같은 사람은 겉으로는 쌀쌀맞아 보이지만.’‘일단 흥분하면 정말 사람 잡을 거야.’미스 샤넬이 또 뭔가 말을 하려는데 어깨 위에 갑자기 팔이 놓였다.“이런 유형의 남자에게 특히 설레는 거야?”“응, 그래요.” 미스 샤넬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대답한 미스 샤넬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목현수의 눈빛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