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들은 무진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변을 에워싸듯이 보호하면서, 동시에 적호를 공격했다.뒤에 선 무진은 적호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기회를 엿보았다.몇 몇이 적호와 뒤엉켜 싸웠다.고요한 복도에 근육이 부딪치는 소리들로 가득하다.이들은 조직에서 선발된 최정예 요원들이다.그러나 이들의 연합 공격에도 적호는 여유가 넘쳤다. 심지어 무진의 수하들이 점점 뒤로 밀려나는 상황.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적호가 너무 강하군. 수하들은 적호의 반격을 전혀 못 받아내고 있어.’‘퍽’손건호가 돌려차기로 적호의 가슴을 걷어찼다.온몸이 뒤로 물러나면서 벽에 부딪친 적호가 윽, 하고 침음성을 냈다.‘바로 지금이야!’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내달린 무진이 적호에게 다시 한 번 발길질을 날렸다.맹렬한 무진의 공격에 좁은 구석으로 내몰린 적호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두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방어하기에 급급한 적호는 무진의 반격에 맞설 여력이 전혀 없었다.무진은 전력을 다해 적호를 공격했다.수하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두 무진을 뒤따라서 적호를 바로 생포할 준비를 했다.적호가 처음으로 이렇게 패색을 드러내자 무진이 그를 바짝 쪼였다.적호 또한 자신이 이렇게 낭패스러운 일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이미 주변 환경에 아주 익숙해진 적호.‘지금은 더 이상 남을 수 없게 된 게 분명해.’무진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계단 모퉁이로 물러났다.마지막 힘을 다해 반격하자 무진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탄 적호가 과감하게 몸을 돌려 2층 계단 입구로 숨었다.순간 적호의 모습이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쫓아!”적호가 모습을 감추자 무진의 싸늘한 음성이 빠르게 울렸다.수하들은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서 적호를 추적했다.그들은 꼭대기 층에서 적호를 따라잡았다.전체 층수는 다른 층에 비해 비교적 높아서 맨 위층까지 꼬박 6층이다.적호는 다음 순간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무진의 수하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그들
적호는 도망쳤지만, 그렇다고 무진이 포기한 건 아니었다.적호에 대한 추적은 계속되고 있었다.지난번에 성연과 함께 놀러 가면서 무진의 업무 시간을 많이 뺐었다.회사 대표실 데스크 위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다른 사람들이 결정할 수 없는 많은 서류들이 무진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회사는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무진도 며칠 동안 한가한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온 후부터 바빠진 업무로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회사의 일이 쉴 틈이 없어서, 무진은 자연히 성연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저 성연이 집에서 잘 지내기만을 바랄 수밖에.성연은 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집에만 있자, 곧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그러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무진을 볼 때마다 성연은 철 좀 들어, 라고 자신을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줄곧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무진인데, 성연이 신경 쓰이게 할 수는 없었다.무진이 저렇게 피곤한데도 서재의 불빛이 밤새도록 밝게 켜져 있는 걸 보는 성연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무진이 저녁에 돌아왔을 때, 성연이 직접 몸에 좋은 보양식을 하나 만들었다.“무진 씨,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거예요? 회사에 쓸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성연은 무진의 책상 위에 보양식을 올려놓았다.그녀의 말투는 약간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무진이 수저를 잘 잡을 수 있게 세심하게 도와주었다.“따뜻할 때 빨리 드세요. 모두 무진 씨 몸에 좋은 거예요.”“아랫사람에게 맡기고 좀 쉬어요.” 무진은 국물을 그대로 들이켰다.성연이 무진의 어깨를 껴안았다.“나는 집에 이렇게 있으면서 진작에 충분히 쉬었어요. 무진 씨는 자신의 몸을 전혀 아낄 줄 몰라요.”무진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계획으로야 줄곧 성연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매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조금만 시간을 내면 성연 혼자 있게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적호가 등장함으로
성연이 백화점에 거의 다 왔을 때, 갑자기 타이어가 미끄러지면서 차가 통제력을 잃었다.급히 핸들을 잡고 차의 방향을 제어하면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끼익!차가 가드레일에 부딪히기 직전에 성연은 아슬아슬하게 차를 멈출 수 있었다.바로 차에서 내린 성연은 눈썹을 찌푸렸다.‘차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거야?’‘내가 돌아온 다음에 처음 운전했는데, 설마 누가 차에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성연은 허리를 굽히고 차 곳곳을 둘러보았다.그제서야 오른쪽 타이어가 움푹 들어갔고 바퀴에 압정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느 빌어먹을 놈이 압정을 길에 놔 둔 거야?’‘다행히 이 구간에 차가 별로 없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거야.’차가 이렇게 멈춘 데다가 근처에는 정비소도 없어서 성연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빵빵” 클랙슨 소리가 성연의 귓가에 울렸다.벤틀리 한 대가 서서히 다가왔다.성연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벤틀리의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아가씨, 도움이 필요한가요?”성연은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정비소에서 오는 사람을 기다리면 됩니다. 감사합니다.”성연은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가 쑥스러웠다.말없이 성연의 앞에 차를 세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정장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남자는 온화한 분위기에 아주 점잖아 보였다.남자가 몸을 숙여 성연의 차량을 살펴보았다.그리고 곧바로 몸을 일으킨 남자가 말했다.“아가씨, 차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군요.”난처해진 성연이 어색하게 대답했다.“맞아요, 언제 압정에 찔렸는지 모르겠어요.”“차에 스페어 타이어는 있겠지요? 타이어 교체해 본 적이 있어요.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해 드릴까요? 이 구간은 최근에 개통되어서, 러시아워에는 차량이 많습니다. 여기에 차를 세워두는 건 별로 안전하지 않아요.”성연은 우호적인 남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오늘 한시가 바쁘다 보니 타이어를 교체하고 빨리 갈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러시아워에 묶여 멍청하게 도로 위에서
그렇다. 이렇게 성연을 도와 타이어를 교체하는 일은 오래 전에 이미 계획되었던 것.성연을 도와준 이 남자, 바로 안진검이다.전혀 경계하지 않는 성연의 모습을 보며 안진검은 만족했다. ‘이런 방식으로 송성연에게 접근할 수 있다니 다행이군.’‘앞서 오웬과 제이슨이 너무 멍청했어. 내가 적이오, 하는 식으로 광고해대며 나타났으니, 당연히 강무진에게 깨끗이 당한 거지.’지금 강무진이 적호를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안진검은 무진이 그저 잘나가는 사업가의 신분만은 아닐 거라고 판단했다.‘어쩌면 강무진에게는 또 다른 신분이 있을지도 몰라.’‘구체적으로 어떤 신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그래서 안진검은 직접 성연에게 접근해서 알아볼 작정이었다.‘어쩌면 송성연을 통해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어린 여자애들은 사람을 쉽게 믿기 마련이지.’펑크 난 타이어는 빠르게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되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습을 지켜본 성연이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오늘 정말 폐를 끼쳤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아주 매끈하고 잘생긴 용모를 가진 안진검은.처음 보면 절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친근하고 호감이 가는 스타일.자신을 돕는 모습에 준수한 외모까지, 성연은 당연히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할 터.안진검의 머리속이 온통 나쁜 생각들 채워져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알 수 없을 터.안진검의 오늘 목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그는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이 가볍게 성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고맙다는 인사를 말로만 하는 겁니까?”그 말에 성연의 눈에 좀 아연한 기색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재빨리 대답했다.“죄송해요. 타이어 교체가 얼마나 하는지 생각 못했어요. 그리고 인건비도요. 제가 모두 드릴게요.”‘남자의 모습을 봐서, 돈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아.’‘그렇다고 아무 대가 없이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지.’성연이 진짜 휴대폰을 꺼낸 금방이라도 계좌이체를 하려는 듯한 모습에, 안
백화점과 그리 멀지 않았던 터라 두 사람은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안진검은 이미 슈트 상의를 다시 걸쳐 흰 와이셔츠에 묻은 얼룩을 가렸다.손바닥에 까만 기름 자국이 조금 남아 있어 좀 거슬렸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듯 성큼성큼 백화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리고 분위기도 괜찮고 보통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커피숍을 선택했다.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하자, 안진검은 신사답게 성연에게 먼저 의자를 권한 다음에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이런 세심한 매너와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자신이 아주 친절한 사람임을 보여주었다.일부러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이 커피숍을 고른 까닭은 성연의 지갑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성연이 돈이 있든 없든, 이렇게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안진검의 행동은 상대방에게 아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홀에 사람이 많아서 안진검이 불편해할까 봐 성연은 종업원에게 자리를 룸으로 바꿔달라고 했다.안진검은 좀 놀라면서도 흔쾌히 따라갔다.룸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성연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선생님이 주문하세요.”그리고 안진검에게 메뉴판을 건넸다.안진검은 사양하지 않고 블루마운틴을 주문했고, 성연은 과일주스 한 잔을 주문했다.“저를 도와주셨는데, 저는 아직 성함도 모르네요.”“저는 안진검이라고 합니다.”말을 하면서 안진검은 안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성연이 받은 명함을 들고 속으로 읽었다.‘안진검.’‘이 남자의 이름이구나.’성연도 자신을 소개했다.“안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송성연이라고 합니다.”“송성연 씨는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군요. 아주 듣기 좋은 이름이에요.”안진검이 좀 과장해서 말했다.“고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궁금해진 성연이 물었다.“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적당히 생활할 정도입니다.”안진검은 아주 겸손하게 대답했다.안진검의 옷차림을 살펴본 성연은 이 남자가 그저 겸손하게
시계를 본 안진검은 시간이 거진 됐다고 느꼈다.적당한 정도에서 그만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30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커피도 마침 다 마셨던 터.의자에서 일어선 안진검은 우아한 동작으로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송성연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볼일이 남아있어서 먼저 가 봐야겠군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만나지요.”성연도 따라서 일어섰다.“안 선생님,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안진검은 밖으로 나가서 바로 벤틀리에 올라 그곳을 떠났다.성연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안진검, 저 사람에게서 보이는 것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아주 교양이 있는 남자야.’‘성공한 사람이지.’안진검은 아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그러나 성연이 인정하는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은 바로 강무진.성연의 마음속에서 무진의 지위는 절대 흔들릴 수가 없었다.어쨌건 간에 성연도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소지한, 심재환, 그래함 씨 같은 사람들...‘모두 명성이 자자한, 정말 대단한 인물들이지만.’남은 주스를 다 마신 성연은 계산을 마친 뒤에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간식을 샀다.무진이 왜 자신에게 외출하지 못하게 했는지 잘 알고 있는 성연.‘방금 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했어.’‘내가 안 보이면 무진 씨가 걱정할 거야.’성연은 간식과 필요한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성연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껴안았다.청신한 향이 코 안을 가득 채웠다.성연은 얌전히 안긴 채 깜짝 놀란 듯이 물었다.“오늘 바쁘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퇴근했어요.”무진은 그녀의 손에 든 쇼핑백을 받아 한쪽으로 던지고 바로 성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성연이 부드럽게 무진의 목을 감싸 안았다.“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지 않았어? 내 말을 안 들은 거야?”성연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무진 씨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잖아요. 나가서 먹을 걸 좀 사 왔어요.”“말을 안 들었으니 벌을 받아야 해.” 무진이 성연
무진은 성연에게서 명함을 받은 든 후에 중얼거렸다.“안진검? 들어본 것 같은데.”“아는 사람이에요?” 성연이 놀라면서 물었다.‘만약 무진 씨가 정말 안진검 씨를 알고 있다면, 진짜 신기한 우연인 걸.’“직접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이런 이름의 뛰어난 투자자가 있는데, 외국에서 유학했고 또 수재라고 말이야.”안진검이라는 사람의 이력이 정말 대단했기 때문에, 무진은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하지만 안진검은 내내 서북지역에서 사업을 하지 않았었나?’‘어떻게 갑자기 북성에 왔지?’‘어쨌든 이런저런 일로 성연이 도움을 받았다니, 운이 좋았어.’무진이 성연을 향해 놀리듯이 말했다.“잘생겼어? 영웅이 아름다운 여성을 구한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황인데 말이야.”성연이 재빨리 대답했다.“그래도 우리 강 대표님만큼 멋지지는 않지요.”성연의 칭찬에 무진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소파에 몸을 기댄 두 사람. 성연은 무진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다.‘무진 씨는 평상시에는 차가운 표정인데 얼굴 피부는 정말 부드러워.’‘피부에 모공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매끄럽고 말이야.’‘그리고 평소에 피부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 데도 이런 효과를 내다니, 윽!’‘정말 질투 나!’속으로 부러워하던 성연이 무진의 얼굴을 만지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자, 곧바로 무진의 볼이 빨개졌다.새하얀 피부에 붉은 자국이 아주 뚜렷하게 남았다.무진은 아무 말없이 성연의 허리를 감싼 채, 성연이 자신의 얼굴을 멋대로 주무르도록 내버려 두었다.무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성연은 마음이 아파왔다.무진의 볼을 만지면서 물었다.“아파요?”“아니.”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성연이 살짝 코웃음을 쳤다.“무진 씨의 이 피부는 왜 두부처럼 빚을 수 없을까요.”무진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송성연,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겠다 이거지?’무진을 밀치고 일어선 성연은 바닥에 떨어진 쇼핑백에서 간식
조수경의 성과는 나날이 상승했다.부서 내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회사에 온 지 한 달 만에 사업부 부팀장 자리에 오른 사람은 조수경이 처음이었다.하지만 처음에 의기양양하던 조수경은 최근에 와서야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자신이 회사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는 것!요 몇 차례, 서류를 제출하러 가거나 또 다른 일로 강무진을 찾아 가거나 매번 비서 손건호에 의해 가로막혔다.예전에는 전혀 이렇지 않았다.‘송성연이 돌아왔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무진 씨가 다시 나를 피하는 거야.’몹시 화가 난 조수경의 마음에 성연을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모든 것이 송성연 때문에 틀어졌어.’‘송성연이 돌아오지만 않았더라면, 모든 게 계획에 어긋나지 않았을 텐데!’‘그러나 지금은 안 돼. 강무진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서는 안 돼.’‘지금은 잘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강무진에게서 다시 신뢰를 받아야 해.’조수경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쌓은 것은 오로지 강무진이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기 위해서였다.조수경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고객을 만나러 가야 했다.화장을 고친 조수경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마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약속 장소는 고급 레스토랑 내의 룸.만나자마자 조수경은 애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황 사장님, 안녕하세요, WS그룹을 대표해서 합작 논의를 위해 나온 조수경이라고 해요.”조수경을 보는 순간, 황사장의 눈에 야릇한 빛이 어렸다.그러나 겉으로는 세련되고 진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사했다.“안녕하십니까, 조수경 씨.”“이 부분에 대해 제가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저희의 대략적인 계획은...”조수경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편이다.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이미 많은 조사를 했기에 이 프로젝트를 따낼 자신이 있었다.한참을 설명한 조수경, 프로젝트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을 끝냈다고 생각했다.“황 사장님, 사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성연은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다.지금 발버둥친다 해도 이 두 남자와 싸울 수 없을 것 같았다.‘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해.’성연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검은 양복의 두 사람이 앞에서 운전하는 틈을 타서 또 계속해서 은침을 두 번 찔렀다.성연의 볼은 빨개진 데다가 온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두 남자는 성연이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고 전혀 주의하지 않았다.성연은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남자 중 한 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깜짝 놀란 성연이 얼른 핸드폰을 숨기고 실신한 척 가장했다.“형님, 안 깼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힐끗 보던 남자가 또 고개를 돌리면서 투덜댔다.형님이라는 남자가 쏘아붙였다“왜 걱정이 안 되겠어? 너는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항상 조수경의 말을 기억했다.‘그 여자도 후회하겠지.’‘온종일 정신병자처럼 굴었으니 말이야.’“돈을 못 받아도... 시원하게 한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말을 하던 남자는 성연의 얼굴을 보다가 침을 흘릴 뻔했다.또 다른 남자도 보는 걸 좋아했지만.그러나 그렇게 줏대 없이 처신한다면, 자기 부하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부하의 머리를 때렸다.“돈이 없어서 먹을 것도 없는 놈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할 마음이 들어?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돈을 받으면 끝나는 거야.”“형님, 혹시 저 여자가 싫으세요?” 뒷자리의 성연을 가리키는 부하의 눈에서는 욕망이 뚜렷했다.형님이라는 남자는 힐끗 한 번 보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생각이 나지, 왜 생각이 안 나겠어.”그 남자도 아직까지 이렇게 어린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엇다.성연은 얼굴도 예쁘고 피부가 뽀얗기 때문에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그럼 끝난 거 아니에요? 형님, 저 여자 좀 보세요. 피부가 그렇게 뽀샤시하니 누르면 붉은 자국이 남을 거예요.” 남자가 말하면서 코를 훌쩍거리기도 했다.“
성연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 약이 이미 성연의 이성을 점차 잠식했어도.여전히 조수경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조수경이 좋은 마음으로 내게 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멍청하게 왔어. 정말 멍청하게!’성연은 마음속의 그 뜨거운 느낌을 미친 듯이 억누르고 있었다.심장이 불타는 듯 온몸이 뜨거워서 해소하고 싶었다.그러나 하필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만약 정말 끌려간다면 결과가 어떨지 짐작이 가.’성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고 싶었다.그러나 전혀 힘도 쓰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그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비록 성연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지만,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끌려서 카페에서 나왔다.성연은 발버둥칠 힘도 없어서 자신이 끌려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조수경도 따라 나갔다.그리고 두 사람이 성연을 허름한 미니버스에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조수경이 또 그들 뒤에서 말했다.“당신들이 이 일을 끝내면 보수를 두 배로 줄 테니,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돼요. 만약 그렇게 되면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요!”자신도 몇 번이나 성연과 무진을 해치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돌아왔다.‘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송성연의 운이 그렇게 좋다는 건 믿을 수 없어.’성연을 붙잡고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두 사람.머릿속에는 미인과 뒹굴려는 생각뿐이다.어떻게 조수경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내버려 두겠는가?두 사람은 믿으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걱정 말아요, 걱정 마. 일은 틀림없이 될 겁니다. 이 여자도 이렇게 되었는데, 우리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일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조수경은 은근히 불안했다.“반드시 잘 할 거라고 약속하세요.”조수경의 이 말은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원래 출발하려고 했다.‘이곳은 비록 외진 곳이지만 사람이 지나다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