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성연에게서 명함을 받은 든 후에 중얼거렸다.“안진검? 들어본 것 같은데.”“아는 사람이에요?” 성연이 놀라면서 물었다.‘만약 무진 씨가 정말 안진검 씨를 알고 있다면, 진짜 신기한 우연인 걸.’“직접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이런 이름의 뛰어난 투자자가 있는데, 외국에서 유학했고 또 수재라고 말이야.”안진검이라는 사람의 이력이 정말 대단했기 때문에, 무진은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하지만 안진검은 내내 서북지역에서 사업을 하지 않았었나?’‘어떻게 갑자기 북성에 왔지?’‘어쨌든 이런저런 일로 성연이 도움을 받았다니, 운이 좋았어.’무진이 성연을 향해 놀리듯이 말했다.“잘생겼어? 영웅이 아름다운 여성을 구한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상황인데 말이야.”성연이 재빨리 대답했다.“그래도 우리 강 대표님만큼 멋지지는 않지요.”성연의 칭찬에 무진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소파에 몸을 기댄 두 사람. 성연은 무진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다.‘무진 씨는 평상시에는 차가운 표정인데 얼굴 피부는 정말 부드러워.’‘피부에 모공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매끄럽고 말이야.’‘그리고 평소에 피부관리를 거의 하지 않는 데도 이런 효과를 내다니, 윽!’‘정말 질투 나!’속으로 부러워하던 성연이 무진의 얼굴을 만지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자, 곧바로 무진의 볼이 빨개졌다.새하얀 피부에 붉은 자국이 아주 뚜렷하게 남았다.무진은 아무 말없이 성연의 허리를 감싼 채, 성연이 자신의 얼굴을 멋대로 주무르도록 내버려 두었다.무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성연은 마음이 아파왔다.무진의 볼을 만지면서 물었다.“아파요?”“아니.”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성연이 살짝 코웃음을 쳤다.“무진 씨의 이 피부는 왜 두부처럼 빚을 수 없을까요.”무진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송성연,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오겠다 이거지?’무진을 밀치고 일어선 성연은 바닥에 떨어진 쇼핑백에서 간식
조수경의 성과는 나날이 상승했다.부서 내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회사에 온 지 한 달 만에 사업부 부팀장 자리에 오른 사람은 조수경이 처음이었다.하지만 처음에 의기양양하던 조수경은 최근에 와서야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자신이 회사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는 것!요 몇 차례, 서류를 제출하러 가거나 또 다른 일로 강무진을 찾아 가거나 매번 비서 손건호에 의해 가로막혔다.예전에는 전혀 이렇지 않았다.‘송성연이 돌아왔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무진 씨가 다시 나를 피하는 거야.’몹시 화가 난 조수경의 마음에 성연을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모든 것이 송성연 때문에 틀어졌어.’‘송성연이 돌아오지만 않았더라면, 모든 게 계획에 어긋나지 않았을 텐데!’‘그러나 지금은 안 돼. 강무진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서는 안 돼.’‘지금은 잘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강무진에게서 다시 신뢰를 받아야 해.’조수경이 필사적으로 자신의 성과를 쌓은 것은 오로지 강무진이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기 위해서였다.조수경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오늘 저녁에는 중요한 고객을 만나러 가야 했다.화장을 고친 조수경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마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약속 장소는 고급 레스토랑 내의 룸.만나자마자 조수경은 애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황 사장님, 안녕하세요, WS그룹을 대표해서 합작 논의를 위해 나온 조수경이라고 해요.”조수경을 보는 순간, 황사장의 눈에 야릇한 빛이 어렸다.그러나 겉으로는 세련되고 진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사했다.“안녕하십니까, 조수경 씨.”“이 부분에 대해 제가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저희의 대략적인 계획은...”조수경은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편이다.이 자리에 나오기 전에 이미 많은 조사를 했기에 이 프로젝트를 따낼 자신이 있었다.한참을 설명한 조수경, 프로젝트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미 설명을 끝냈다고 생각했다.“황 사장님, 사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조수경은 WS그룹에서 나온 만큼 황 사장이 어느 정도 조심하기를 바랐다.의자에 눕듯이 기대 앉은 황사장이 희롱하듯이 말했다.“WS그룹의 힘은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냥 당신들과 합작하고 싶지는 않아.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합작을 원한다면...”말을 마친 황 사장의 눈빛이 조수경의 가슴 부근으로 향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했다.당연히 조수경도 황 사장의 의도를 알아들었다.황 사장에게 이 프로젝트는 대단하거나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미 부서 동료들에게 큰 소리를 치고 나온 조수경은 반드시 따내야만 했다.‘만약 내가 이렇게 실패하고 돌아간다면, 그 인간들이 뒤에서 나를 얼마나 씹어댈 지...’‘그러니까 이 프로젝트, 내가 꼭 따내야만 해!’조수경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표정을 거두고 미소를 지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황 사장님, 이번 일은 제가 잘 몰라서 그랬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에, 황 사장님께서 너무 이렇게 대놓고 나오시면 제가 좀 부담스럽죠. 천천히 진행해야 하지 않겠어요? 황 사장님은 아직 저한테 아무런 성의도 보여주지 않으셨잖아요.”반짝반짝 빛나는 조수경의 눈빛에 황 사장은 결국 완전히 넋이 나갔다.조수경의 말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한 황 사장이 그녀의 비위를 맞추면서 말했다.“조수경 씨 같은 미인은 당연히 이런 간단한 것은 신경 쓰지 않겠지. 내 성의를 보여 주지. 조수경 씨는 어떤 백을 좋아하나...”속으로는 째려보면서도 겉으로는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조수경. 그리고 애교 넘치는 모습으로 황 사장에게 살짝 몸을 기댔다.“저는 루이비통을 좋아하는데... 그건 왜 물으세요, 황 사장님?”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일부러 머리 빈 여자의 모습으로 가장했다.황 사장이 손사래를 치면서 두말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우리 당장 백 사러 가지!”말을 끝낸 황 사장은 바로 조수경의 허리를 껴안았다.조수경은 마음속으로 황 사장의 행동에 대해 극도로 혐오감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경제인 모임 며칠 뒤에 마침내 시간을 낸 진혜선은 무진과 성연을 방문하러 엠파이어 하우스로 왔다.초인종이 울린 뒤 집사가 진혜선을 데리고 들어왔을 때, 성연은 손에 간식 한 봉지를 든 채 책상다리를 하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진혜선이 집에 나타난 순간, 황급히 간식 봉지를 한쪽에 내려놓은 성연이 다소 난처한 듯이 소파에서 일어섰다.“혜선언니, 오시면서 왜 저희에게 알려주지 않으셨어요?”진혜선은 오늘 흰색의 꽃무늬 원피스에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있어서, 온화하면서도 늠름한 자태를 더했다.그에 비해 간단하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성연은 간식을 뜯으면서 TV를 보고 있었으니, 딱 봐도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였다.난처해진 성연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진혜선의 앞에서는 매번 낭패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시원하게 웃은 진혜선은 오히려 성연이 진정성이 있고 아주 귀엽다고 느꼈다.“여기 올 때를 골라야 하나? 일찍 오려고 했는데 계속 시간이 없었어.”성연은 바로 다가가서 진혜선을 맞이했다.“언니, 우선 앉으세요. 무진 씨는 위에 있어요. 제가 가서 내려오라고 할게요.”진혜선이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성연은 벌써 2층으로 달려갔다.곧 성연을 따라서 무진이 내려왔다.진혜선을 보는 무진의 눈빛에는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혜선아, 오늘 어떻게 시간을 냈어?”“바쁜 일이 끝나서 와 본 거야. 성연아,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진혜선은 선물 상자를 건네주었다.스킨케어 화장품 세트였다. 성연은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바로 알아보았다.이것은 유명한 라메르 클래식 선물 세트로, 가격도 아주 비싸다.돈이 문제가 아니라 진혜선이 정성껏 고른 것이 분명해서 성의가 대단했다.성연은 물건을 받지 않고 좀 쑥스러워했다.“혜선 언니, 그냥 오면 되는데 또 뭐 하러 물건을 사 오셨어요?”“괜찮아. 그냥 받으면 돼.” 진혜선은 단호하게 선물세트를 성연의 손에 넣어주었다.성연은 한동안 망설이면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좀 느긋하게 있어. 간단히 얘기만 할 거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진혜선은 마치 큰 언니처럼 부드러운 어투로 성연의 긴장이 풀리게 해 주었다.성연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면서, 자신의 좁은 생각으로 혜선의 넓은 마음을 헤아리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꼈다.‘진혜선은 호의로 나를 보러 왔어. 내가 멋대로 추측해서 진혜선을 푸대접해서는 안 돼.’“혜선 언니, 어떻게 아프리카에 갈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가고 싶어하지 않잖아요.” 성연은 교묘하게 화제를 돌렸다. 이는 또한 성연이 줄곧 품고 있던 의문이기도 했다.“우리 집의 상황을 무진이가 좀 얘기했어야 되는데... 우리 집에서 나 말고는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가서 정말 아프리카 그곳에만 있는 자원을 이용한 사업 기회를 발견하게 됐어. 5년 동안 허탕을 친 건 아니야.” 진혜선의 표정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집안 형편이 남들보다 못한 걸 조금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다.자신의 능력으로 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이다.진혜선의 성취는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언니, 정말 대단해요.” 성연 주변의 걸출한 인물들은 기업에서 전략을 세우는 사람들로 모두 남성들이다.진혜선은 성연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이는 바로 외모는 예쁘더라도 재능에 의지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본보기였다.“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계속 노력할 거야.”‘진혜선의 눈빛에는 다른 잡다한 생각은 전혀 없이 미래를 향한 야심만 확고해.’‘가슴 속에 큰 계획을 품고 있어서, 누구도 진혜선의 행보를 막을 수 없을 거야.’이는 성연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으로 진혜선에 대한 인식이기도 했다.“더 좋아질 거예요.” 성연은 시간은 결국 노력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믿는다.진혜선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이제 다른 얘기 좀 하자.”“언니는 평소에 어떤 스킨케어 제품을 쓰세요? 피부가 너무 좋아 보여요.” 성연은 진혜선을 부러워하며 바라보았다.“내가 쓰는 게 바로 라메르야. 그렇지 않으면
진혜선은 성연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두 사람이 오랜 친구처럼 함께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이 좋은 자매처럼 정이 돈독해졌다.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진혜선이 시간을 보고는 소파에서 일어섰다.“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네. 나는 돌아가야겠어.”성연도 일어섰지만 아직도 여운이 좀 남아서 아쉽게 느껴졌다.아쉬워하면서 진혜선을 바라보고 말했다.“혜선 언니, 괜찮으시면 오늘 밤에 저희 집에서 지내세요.”진혜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너희 젊은 부부를 방해하지 않을게.”성연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진혜선을 배웅해 주었다.진혜선은 차에 앉아서 차창문을 천천히 내렸다.미간에 무거운 기운을 띠고 말했다.“무진이 때문에 소씨 가문이 몰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지연을 조심해야 해. 그 여자는 만만하지 않아.”소지연의 악랄함은 성연이 깊이 체험했었다.몇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방식을 사용했었다.진혜선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언니가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심할게요.” 성연은 감사를 표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무진이가 없더라도 나를 찾으면 돼.” 진혜선의 이 말도 진심이다.“알겠어요.” 성연이 대답했다.“그럼 혜선 언니, 조심해서 운전하세요.”“바이, 또 보자.” 진혜선은 성연에게 손을 흔들면서 바로 떠났다.무진이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는 진혜선이 막 떠난 뒤였다.무진이 조금만 일찍 왔다면 진혜선을 볼 수 있었기에 성연은 놀려주려고 했다.그런데 오늘 밤 무진의 안색이 이상하게 좀 좋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이 다가가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왜 그래요?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무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말이 끝나자 무진은 곧장 서재로 갔다.그의 표정은 절대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아니다.무진이 자신에게 말하길 원치 않아서, 순간 성연도 어쩔 수가 없었다.무진이 지금 무척 난감한 일이 있지만 자신과 이야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층에서 대략 반 시간 정도 기다렸던 성연은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무진이 평온한 상태로 돌아올 시간이 충분해지자, 차를 한 잔 우려낸 성연은 서재로 가져가 무진의 앞에 놓았다.의자에 드러누워 있던 무진의 안색은 불빛을 받아서 약간 어두워 보였다.“도대체 왜 그래요. 나한테도 말할 수 없어요?” 성연은 무진의 맞은편에 앉았다.미간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일어나 앉은 무진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차의 향기가 코를 가득 채우자 마음을 탁 트이면서 상쾌해졌다.차의 향에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용이 있다.적호를 잡지 못해서 초조하게 근심하던 그의 마음도 안정이 된 것 같았다.“사실 별다른 게 아니라 바로 적호의 일이야. 며칠 동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서 어느 구석으로 숨었는지 모르겠어.” 이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진 씨는 회사도 관리해야 하니까, 적호의 일은 우선 아랫사람에게 맡기세요. 소식이 있으면 당연히 보고할 거예요. 무진 씨가 모든 일을 직접 할 필요는 없어요. 매일 그렇게 피곤한데 몸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요?” 성연은 자신이 도울 수 없는 걸 아쉬워했다.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바빴다가 성연의 부드럽게 속삭이는 위로를 듣자, 무진의 무거웠던 마음도 적당하게 누그러졌다.“괜찮아. 적호의 실력은 무시할 수 없어. 그의 존재가 계속 위협이 되니까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는 게 좋아.”“그래도 주의하고 적당히 쉬어요.” 무진의 뒤로 간 성연이 무진의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성연은 혈도에 정통했기에 적당히 힘을 줘서 무진의 피로를 잘 풀어주었다.무진이 의자에 다시 기댄 채 무진은 편안하게 실눈을 떴다.몇 분 후, 무진이 됐다고 하면서 성연의 손을 잡았다.“손 아프지?”성연은 고개를 저었다.“겨우 몇 분밖에 안 됐는데 피곤하지 않아요. 내가 다시 안마를 해 주면 내일은 좀 편할 거예요.”“아니야, 이리 와, 내가 충전되게 안아 줘.” 무진이 손을
똑똑똑-노크 소리가 나면서 공기 중의 끈적끈적한 분위기도 사라졌다.달콤한 포옹과 키스에 빠져 있던 두 사람은 꿈에서 깨어난 듯 동작을 멈췄다.성연의 반응은 특히 컸다.무진의 품에서 바로 벗어나서 머리를 다듬고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리가 들린 문을 쳐다보는 무진의 눈에 짜증이 스쳤다. ‘노크한 놈, 뭔가 중요한 일이었야 할 거야.’“들어와.” 무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전혀 욕망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이 허스키했다.손건호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그러나 이번에 보고하러 온 일은 확실히 아주 중요했다.손건호는 성연도 같이 있는 것을 보자, 망설이는 표정으로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눈을 치켜 뜨면서 손건호를 힐끗 본 무진은, 정말 일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진지해졌다.“괜찮으니까 그냥 말해.”무진이 지시하자 손건호는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바로 말했다.“보스, 소지연이 이씨 가문의 차남과 곧 결혼하게 된다고 이씨 가문에서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정확한 정보야? 소지연이 확실해?”“혹시 동명이인 아니야?”“확실합니다. 저희 쪽에서 이미 몰래 조사했는데 그 소지연이 확실합니다.”손건호의 분명하다는 대답에 무진이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이씨 가문은 북성에서도 이름난 가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차남은 그저 주색에 빠져 놀기로 유명한 부잣집 도련님에 불과했다.‘소지연이 그런 사람과 결혼하다니.’소지연을 그렇게 오랫동안 알았기에, 무진은 자신이 소지연에 대해 그래도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씨 가문의 차남과 같은 그런 남자가 소지연의 마음에 들리는 절대 없었을 텐데.’“이씨 가문에서 청첩장을 보냈어? 그럼 소씨 가문은? 그쪽의 반응은?”무진이 계속 물었다.손건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소씨 가문에서는 반응이 없습니다.”무진의 손끝이 데스크 위를 가볍게 두드리자, 데스크 위에서 리드미컬한 소리가 났다.이것은 무진이 생각할 때 흔히 취하는 동작이다.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