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느긋하게 있어. 간단히 얘기만 할 거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진혜선은 마치 큰 언니처럼 부드러운 어투로 성연의 긴장이 풀리게 해 주었다.성연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면서, 자신의 좁은 생각으로 혜선의 넓은 마음을 헤아리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느꼈다.‘진혜선은 호의로 나를 보러 왔어. 내가 멋대로 추측해서 진혜선을 푸대접해서는 안 돼.’“혜선 언니, 어떻게 아프리카에 갈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가고 싶어하지 않잖아요.” 성연은 교묘하게 화제를 돌렸다. 이는 또한 성연이 줄곧 품고 있던 의문이기도 했다.“우리 집의 상황을 무진이가 좀 얘기했어야 되는데... 우리 집에서 나 말고는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가서 정말 아프리카 그곳에만 있는 자원을 이용한 사업 기회를 발견하게 됐어. 5년 동안 허탕을 친 건 아니야.” 진혜선의 표정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집안 형편이 남들보다 못한 걸 조금도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다.자신의 능력으로 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이다.진혜선의 성취는 다른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언니, 정말 대단해요.” 성연 주변의 걸출한 인물들은 기업에서 전략을 세우는 사람들로 모두 남성들이다.진혜선은 성연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이는 바로 외모는 예쁘더라도 재능에 의지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본보기였다.“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계속 노력할 거야.”‘진혜선의 눈빛에는 다른 잡다한 생각은 전혀 없이 미래를 향한 야심만 확고해.’‘가슴 속에 큰 계획을 품고 있어서, 누구도 진혜선의 행보를 막을 수 없을 거야.’이는 성연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으로 진혜선에 대한 인식이기도 했다.“더 좋아질 거예요.” 성연은 시간은 결국 노력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믿는다.진혜선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이제 다른 얘기 좀 하자.”“언니는 평소에 어떤 스킨케어 제품을 쓰세요? 피부가 너무 좋아 보여요.” 성연은 진혜선을 부러워하며 바라보았다.“내가 쓰는 게 바로 라메르야. 그렇지 않으면
진혜선은 성연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두 사람이 오랜 친구처럼 함께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이 좋은 자매처럼 정이 돈독해졌다.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진혜선이 시간을 보고는 소파에서 일어섰다.“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네. 나는 돌아가야겠어.”성연도 일어섰지만 아직도 여운이 좀 남아서 아쉽게 느껴졌다.아쉬워하면서 진혜선을 바라보고 말했다.“혜선 언니, 괜찮으시면 오늘 밤에 저희 집에서 지내세요.”진혜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너희 젊은 부부를 방해하지 않을게.”성연은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진혜선을 배웅해 주었다.진혜선은 차에 앉아서 차창문을 천천히 내렸다.미간에 무거운 기운을 띠고 말했다.“무진이 때문에 소씨 가문이 몰락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지연을 조심해야 해. 그 여자는 만만하지 않아.”소지연의 악랄함은 성연이 깊이 체험했었다.몇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방식을 사용했었다.진혜선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언니가 신경을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심할게요.” 성연은 감사를 표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무진이가 없더라도 나를 찾으면 돼.” 진혜선의 이 말도 진심이다.“알겠어요.” 성연이 대답했다.“그럼 혜선 언니, 조심해서 운전하세요.”“바이, 또 보자.” 진혜선은 성연에게 손을 흔들면서 바로 떠났다.무진이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는 진혜선이 막 떠난 뒤였다.무진이 조금만 일찍 왔다면 진혜선을 볼 수 있었기에 성연은 놀려주려고 했다.그런데 오늘 밤 무진의 안색이 이상하게 좀 좋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이 다가가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왜 그래요?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무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말이 끝나자 무진은 곧장 서재로 갔다.그의 표정은 절대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아니다.무진이 자신에게 말하길 원치 않아서, 순간 성연도 어쩔 수가 없었다.무진이 지금 무척 난감한 일이 있지만 자신과 이야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층에서 대략 반 시간 정도 기다렸던 성연은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무진이 평온한 상태로 돌아올 시간이 충분해지자, 차를 한 잔 우려낸 성연은 서재로 가져가 무진의 앞에 놓았다.의자에 드러누워 있던 무진의 안색은 불빛을 받아서 약간 어두워 보였다.“도대체 왜 그래요. 나한테도 말할 수 없어요?” 성연은 무진의 맞은편에 앉았다.미간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일어나 앉은 무진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차의 향기가 코를 가득 채우자 마음을 탁 트이면서 상쾌해졌다.차의 향에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작용이 있다.적호를 잡지 못해서 초조하게 근심하던 그의 마음도 안정이 된 것 같았다.“사실 별다른 게 아니라 바로 적호의 일이야. 며칠 동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서 어느 구석으로 숨었는지 모르겠어.” 이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진 씨는 회사도 관리해야 하니까, 적호의 일은 우선 아랫사람에게 맡기세요. 소식이 있으면 당연히 보고할 거예요. 무진 씨가 모든 일을 직접 할 필요는 없어요. 매일 그렇게 피곤한데 몸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요?” 성연은 자신이 도울 수 없는 걸 아쉬워했다.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바빴다가 성연의 부드럽게 속삭이는 위로를 듣자, 무진의 무거웠던 마음도 적당하게 누그러졌다.“괜찮아. 적호의 실력은 무시할 수 없어. 그의 존재가 계속 위협이 되니까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는 게 좋아.”“그래도 주의하고 적당히 쉬어요.” 무진의 뒤로 간 성연이 무진의 어깨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성연은 혈도에 정통했기에 적당히 힘을 줘서 무진의 피로를 잘 풀어주었다.무진이 의자에 다시 기댄 채 무진은 편안하게 실눈을 떴다.몇 분 후, 무진이 됐다고 하면서 성연의 손을 잡았다.“손 아프지?”성연은 고개를 저었다.“겨우 몇 분밖에 안 됐는데 피곤하지 않아요. 내가 다시 안마를 해 주면 내일은 좀 편할 거예요.”“아니야, 이리 와, 내가 충전되게 안아 줘.” 무진이 손을
똑똑똑-노크 소리가 나면서 공기 중의 끈적끈적한 분위기도 사라졌다.달콤한 포옹과 키스에 빠져 있던 두 사람은 꿈에서 깨어난 듯 동작을 멈췄다.성연의 반응은 특히 컸다.무진의 품에서 바로 벗어나서 머리를 다듬고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리가 들린 문을 쳐다보는 무진의 눈에 짜증이 스쳤다. ‘노크한 놈, 뭔가 중요한 일이었야 할 거야.’“들어와.” 무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전혀 욕망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이 허스키했다.손건호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그러나 이번에 보고하러 온 일은 확실히 아주 중요했다.손건호는 성연도 같이 있는 것을 보자, 망설이는 표정으로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눈을 치켜 뜨면서 손건호를 힐끗 본 무진은, 정말 일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진지해졌다.“괜찮으니까 그냥 말해.”무진이 지시하자 손건호는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바로 말했다.“보스, 소지연이 이씨 가문의 차남과 곧 결혼하게 된다고 이씨 가문에서 청첩장을 보내왔습니다.”“정확한 정보야? 소지연이 확실해?”“혹시 동명이인 아니야?”“확실합니다. 저희 쪽에서 이미 몰래 조사했는데 그 소지연이 확실합니다.”손건호의 분명하다는 대답에 무진이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이씨 가문은 북성에서도 이름난 가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차남은 그저 주색에 빠져 놀기로 유명한 부잣집 도련님에 불과했다.‘소지연이 그런 사람과 결혼하다니.’소지연을 그렇게 오랫동안 알았기에, 무진은 자신이 소지연에 대해 그래도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이씨 가문의 차남과 같은 그런 남자가 소지연의 마음에 들리는 절대 없었을 텐데.’“이씨 가문에서 청첩장을 보냈어? 그럼 소씨 가문은? 그쪽의 반응은?”무진이 계속 물었다.손건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소씨 가문에서는 반응이 없습니다.”무진의 손끝이 데스크 위를 가볍게 두드리자, 데스크 위에서 리드미컬한 소리가 났다.이것은 무진이 생각할 때 흔히 취하는 동작이다.
소지연은 부모님이 뜻밖에도 이씨 가문과의 혼사를 승낙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서러운 마음에 눈이 빨개지도록 내내 눈물을 흘렸다.소지연의 눈에는 이씨 가문의 차남과 같은 사람은 건달이나 다름이 없었다.‘예전에는 그런 사람을 보기만 해도 혐오했는데, 지금은...’‘나를 아끼는 부모님이 이런 사람과 결혼하게 하다니, 날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야?’소지연의 모친은 소지연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생활은 날로 궁핍해져서 정말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었다.소지연의 부친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굳센 얼굴이 최근의 일로 인해서 이미 많이 초췌해졌다.부친이 느린 목소리로 소지연을 달랬다.“지금 소씨 가문은 이미 끝났어. 오직 너만이 소씨 가문을 구할 수 있어. 네가 시집가지 않고 시종 강무진이 꺼리게 된다면, 우리 소씨 가문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을 거야. 나는 정말...”그는 또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의 소씨 가문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이다.모친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너희 아버지 말이 맞아. 게다가 이씨 가문도 나쁘지 않아. 또 명성이 자자한 가문인 데다가, 이상효 그 사람도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야.”원래 계속 속으로 참고 있던 소지연은 모친의 말에 완전히 폭발했다!“이상효 같은 사람이 아주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럼 어떤 사람이 나쁜 거야? 이상효는 그저 술이나 퍼 마시면서 계집질과 도박에도 정통한데, 바로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는 놈팽이야. 그자의 침대에서 같이 잤던 여자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그가 병도 있는지 누가 알겠어? 그 자식은 바로 쓰레기야. 내가 그런 자에게 시집가서 잘 살겠어?”소지연이 모친에게 고함을 지르자, 소지연의 모친은 딸의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어려서부터 애지중지 아꼈던 딸이 어떻게 아깝지 않겠는가?소지연은 잘못을 저질러서 하마터면 소씨 가문을 파산시킬 뻔했지만, 부부는 소지연을 별로 나무라지 않았다.만약 궁지에 몰리지 않았더라면, 부모는
소지연의 부모는 소지연이 줄곧 눈이 높고 도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씨 가문마저 이렇게 초라해졌으니 소지연의 오만한 기개를 꺾을 수도 없었다.이전에 소지연의 부친은 그의 딸은 이래야 하고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패배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조건이 안 돼.’‘소씨 가문은 이전과 달라졌어.’소지연의 부친이 몸을 수그린 채 소지연을 잘 타일렀다.“지연아, 너는 아버지의 뜻을 다르게 생각하지 말거라. 네가 무능한 남편을 선택하게 한 건 너에게는 좋은 일이야. 이후에 너는 이씨 가문의 권세를 이용해서 주먹을 휘두를 수 있어. 어차피 네가 뭘 하든 이상효의 그 아무것도 모르는 허수아비는 알 수 없어.”부친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소지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희망을 본 부친이 더욱 열심히 설득하기 시작했다.“우리 가문이 이 지경까지 전락했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그리고 강무진이 네게 했던 그 행동들도 달갑지 않을 거야. 지금 이상효에게 시집가서 이씨 가문의 부인이 되는 것이 바로 너의 유일한 기회야.”“너는 매우 총명하니까 아버지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야. 만약 네가 정말 강무진의 지금의 약혼녀, 그 시골 촌닭에게 머리를 눌리고도 달갑게 받아들인다면, 내가 말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거라. 너 자신이 가고 싶은 길, 너 자신의 마음은 애비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이 이씨 집안에 시집갈 것인지 잘 생각해 보거라. 만약 네가 기어코 죽어도 시집가고 싶지 않다면, 내가 이씨 가문에 거절하러 가마.”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기에 소지연의 부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굳히고 소지연 자신의 선택을 기다렸다.송성연을 언급하자, 소지연은 두 손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손끝이 살갗을 찔렀는데도 느끼지 못했다.증오가 이미 소지연을 집어삼킨 것이다.소지연에게 달갑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달갑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그녀는 꿈에서라도 송성연을 좌절하게 만들고 재를 뿌리고 싶었다.‘아버지의 말도 맞아.’‘
두 집안은 바로 소지연이 승낙하기만 기다렸다.소지연이 더 이상 고집하지 않자 소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왔다.그리고 또 이상효가 직접 소씨 집안을 방문했다.이상효는 이전에 소지연을 본 적이 없었다.집에서 그에게 준비해 준 여자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어차피 집안의 장식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놀기를 좋아하는데,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건들건들 소씨 집안을 방문했던 이상효는 소지연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원래는 집에서 고리타분한 여자를 자신의 신부로 준비한 줄만 알았다.그런데 이런 미인일 줄이야!이상효는 침을 삼키며 멍하니 소지연의 곁으로 다가갔다.“지연 씨?”소지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상효의 여자를 탐하는 표정은 정말 메스꺼웠다.그러나 자신의 미색이 마음에 들었으니 오히려 호구이기도 했다.소씨 가문은 소지연이 갑자기 후회할까 봐 필사적으로 옆에서 눈치를 주었다.소지연도 그다지 열렬하게 표현하지 못했지만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요, 내가 바로 소지연이에요.”소지연의 차가운 표정에 대해서 이상효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전혀 사양하지 않고 바로 소지연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미인이잖아, 성질이 좀 있어야 제맛이지.’소지연의 몸이 굳어지면서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다음 계획을 생각하면서 소지연은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지연 씨, 나하고 결혼하면 내가 잘해줄게. 그거 알아? 당신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어.” 말하면서 이상효는 소지연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소지연은 내색하지 않고 이상효의 손을 피하면서 마음속으로는 하찮게 여기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첫눈에 반했다고, 듣기 좋게 말하긴 하지만, 내 얼굴을 보고 회가 동했을 뿐이야!’‘만약 내가 못생겼다면, 이상효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갔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미모는 내 마지막 자본이야.’소지연은 눈빛을 빛내면서 이상효에게 말했다.“이제 당신에게 시집가면 나는 바로 당신의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내가 억울하지 않게 해
소지연은 시종일관 이상효에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이상효 같은 사람은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엄청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먼저 매달리게 해야 해.’이상효는 홀딱 빠진 눈빛으로 내내 소지연을 둘러싸고 맴돌았다.많은 미녀들을 봤다고 자부하던 이상효는 소지연을 보고서는 천하 절색이란 말을 실감했다.미인에 대한 이상효의 저항력은 거의 제로나 마찬가지.무엇보다 소지연의 외모와 몸매는 가히 최고였다.소씨 가문에서는 이제 더 이상 고용인도 부리지 못할 형편이라, 모두 내보냈다.소지연의 모친이 직접 두 사람 앞에 차를 내놓았다.“이상효 씨, 있다가 우리 집에서 같이 식사하고 가시겠어요?” 소지연의 모친이 형식적으로 물어보았다.“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지연 씨하고 얘기를 좀 나누겠습니다.” 이상효는 지금 자기 집에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아, 그래요, 그럼. 나는 식사 준비하러 갈 테니 여기서 지연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부엌으로 피한 소지연의 모친은 이상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좀 살 것 같았다.소지연의 모습은 그야말로 자신의 심장을 칼로 찌르는 듯한 표정이었다!거실에 앉아 있던 소지연은, 모친이 뜻밖에도 먼저 나서서 이상효를 식사에 초대하는 말을 듣고 순간 아연실색했다.그리고 화가 났다. 자신은 눈앞의 이 남자가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면서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고 있건만.‘그런데 이 남자가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같을 밥을 먹는다고? 얼마나 더 얼굴 맞대고 있어야 하는 거야?’“화장실에 좀 다녀올게요.” 소지연은 핑계를 대고 부엌으로 가서 모친을 찾았다.눈썹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모친에게 물었다.“엄마, 어떻게 저 남자한테 같이 밥을 먹자고 할 수 있어? 내가 지금 힘든 거 안 보여?”이상효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간신히 참는 소지연이었다.“지연아, 직접 찾아온 이상효 군을 우리가 냉대해서야 되겠니? 만약 그랬다는 얘기라도 전해지면 앞으로 이씨 가문에서 네가 어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
무진과 성연은 방금 집에 돌아왔다.성연이 떠나지 않았다는 소식이 조수경의 귀에 전해졌다.이 소식을 듣고 조수경은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다.원래는 송성연이 떠나면 다시 강무진에게 제대로 사과할 생각이었다.그리고 안금여와 강운경이 좋게 말해 주도록 유도해서 다시 무진의 신임을 얻는 것이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어.’‘송성연이 저기에 떡하니 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어.’송성연이 없다면 조수경은 불쌍한 척 가장해서, 저들이 자신을 측은하게 여기고 동정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할 수 없게 됐어.’조수경은 송성연을 혼내 주기 위해서 심사숙고했다.그렇지 않으면, 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사실 강씨 가문에서 나온 뒤 조수경의 생활은 힘들지 않았다.지금 살고 있는 곳도 큰 빌라였다.‘마음이 울적해.’‘이런 고급 빌라에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조수경이 꿈꾸는 것은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어 높임 받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그래서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한참을 생각한 끝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바로 손민철.조수경은 북성에 친척도 친구도 없다.어쩌면 지금 곳곳에서 무진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다른 사람을 부르는 건 아주 불편해.’‘오직 손민철만 가능해. 내가 손민철과 접촉하는 건 누구도 절대 생각하지 못할 거야.’결국 조수경이 이전에 가졌던 손민철에 대한 공포감이 이미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었다.조수경은 바로 호텔로 갔다.호텔에 도착한 뒤 손민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 있어요?” 조수경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매혹적이다.조수경에 푹 빠져 있던 손민철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설사 지금 일이 있다 해도 즉시 내팽개칠 터였다![있어, 당연히 시간이 있지. 우리 자기가 어쩐 일이야?]“나는 호텔에 있어, 당신... 올래?” 조수경은 일부러 말을 길게 끌었다.[가야지! 주소를 보내줘.] 손민철이 얼른 말했다.조수경이 먼저 자신을 찾는 건 정말 아주
휴대폰 화면을 넘기며 탑승을 준비하고 있던 성연.전세기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막 뉴스를 검색하던 화면 위에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관한 속보가 떴다.성연은 얼른 기사를 찾아 읽었다.역시 학교 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지금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 머무를 수 없다는, 그리고 당분간 휴교한다는 내용이었다.기사를 확인한 성연이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설마 나보고 북성에 남으라는 하늘의 계시인 걸까?’‘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니 여기에 남아야지.’‘무진 씨가 다시 한번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그럼 이번 기회에 못 이기는 척 결혼을 할 수도 있어.’그때 쫓아온 무진도 성연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초조하게 유럽 학교의 상황을 설명했다.“지금 유럽 쪽은 너무 위험해. 위험이 지나가고 학교의 일을 잘 해결되고 난 후에 다시 가도록 해.”성연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내가 국내에 남아서 무진 씨를 많이 돌봐야겠네요.”무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눈에는 미소가 짙게 어려 있었다.성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봐, 하늘도 우리 이별을 허락하지 않는 거야.”“그건 그래요.” 성연은 무진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이제 집으로 가자, 응?” 무진이 성연의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우리 집으로 가요.”‘이제 유럽도 못 가는데 집에 가는 것 말고 또 어디를 갈 수 있겠어?’그동안의 우울한 분위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돌아가는 길에 무진의 눈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그만큼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성연도 아주 홀가분한 마음이었다.‘어차피 뜻밖의 사고인 이상, 순리 대로 따르는 거야.’성연은 무진과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무진 씨의 사람됨은 믿을 수 있어.’‘그리고 무진 씨 곁에는 여자가 너무 많아.’성연도 일찌감치 무진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무진 씨를 기웃거리지 않을 거야!’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