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예요?” 호텔 로비에 선 여자가 수상쩍은 모습으로 부지런히 주변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301호야, 올라와.” 휴대폰 건너편에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어둠 속에 묻혀 있던 신형이 걸어나왔다. 바로 조수경이다.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해서 얼굴을 철저하게 가린 상태.위층으로 올라간 조수경은 모자를 벗어 손에 들었다.똑, 똑, 똑.301호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 문이 열렸다.그리고 조수경을 안으로 홱 끌어당기더니 곧바로 얼굴을 덮치며 입술을 부딪혀왔다.남자의 목을 반쯤 껴안은 조수경이 손으로 살짝 밀어내는 제스처를 취했다. 거부하는 듯하면서도 적극 입을 맞추는 태도였다.키스를 끝낸 후, 조수경이 손가락으로 남자의 이마를 살짝 짚으며 따졌다.“왜 이렇게 조급하게 굴어요?”조수경을 끌어안고 있는 손민철의 두 눈에 정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그러는 넌?”조수경이 코웃음을 치며 먼저 키스를 시작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비로소 잠잠해진 두 사람.손끝에 담배를 끼운 채 침대보드에 기댄 손민철. 사람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작은 새처럼 조수경이 손민철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지난번에 말했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조수경의 손끝이 손민철의 가슴을 따라 가볍게 미끄러졌다.손민철이 끙 하는 신음소리를 내더니 몸을 돌려 조수경의 몸 위로 올라갔다.“오늘 밤 나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지?”조수경이 간드러지게 웃자 눈이 가느다랗게 접혔다.“당연히 당신이 그리웠기 때문이죠.”손민철이 조수경의 입술을 깊이 베어 물었다.“내가 널 도울 거야.”적극적인 조수경 앞에서 손민철은 저항 능력이 전혀 없었다.“역시 우리 민철 씨가 진짜 남자야.” 조수경은 능동적으로 손민철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눈에는 혐오의 기색이 떠올랐다 사라졌다.송성연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손민철에게 이런 부탁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송성연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 언제든지 강씨 집안과 WS그룹에서 자신을 쫓아낼 수 있었다.지금
며칠 동안 조사를 진행했지만, 손건호는 이상한 정황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사실대로 보스 무진에게 보고했지만, 여전히 수상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무진이 말했다.“계속 관찰해 봐.”손건호가 나간 뒤, 대표실 밖에서 다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들어온 사람은 사업부 팀장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조수경이 따라 들어왔다.“대표님, 여기 저희 팀의 실적 보고서입니다.” 사업부 팀장이 관련 서류를 무진의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이런 현저한 실적이 있으면, 팀장의 말에 힘이 많이 실렸다.의심의 여지없이 조수경의 실적이 가장 높았다.혼자서 사업부의 실적을 이렇게 끌어올린 것이다.“훌륭하군요.” 무진이 보고서를 잠시 훑은 후에 데스크 위에 내려놓았다.사업부 팀장이 두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그렇습니다, 대표님. 조수경 씨의 업무 능력은 저희 모두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일개 직원으로 그냥 두기에는 실력을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말씀하세요.”사업부 팀장은 슬쩍 조수경을 돌아본 후에 다시 말했다.“제 생각에는 조수경 씨를 끌어올려서 이 팀의 부팀장으로 삼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밑의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도 될 수 있을 겁니다. 조수경 씨의 실력이면 모두들 승복할 겁니다.”조수경의 마음은 당연히 즐거웠다.승진, 자신이 강무진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표면적으로는 계속 사양하면서 아울러 상당히 난감하다는 태도를 취했다.“대표님, 팀장님, 저는 진짜 그 직책을 감당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도 얼마되지 않고요. 부팀장 자리는 경력이 더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조수경의 겸손한 모습을 보면서 팀장은 속으로 조수경이 더 마음에 들었다.‘조수경, 나이는 어리지만 교만하지도 성급하지도 않아.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게 분명해.’팀장은 무진에게 더 강력하게 조수경을 추
무진은 잠시 한가한 틈을 빌어 성연과 내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산과 들로 쫓아다니면서.북성의 명소들과 주변의 놀이 기구들은 빠짐없이 모두 즐겼다.오늘 두 사람이 찾아온 곳은 한 고성.고성과 현지인들의 복식과 장신구는 농후한 고전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나무로 지어진 집들과 글자를 새긴 상점 입구의 간판들은 이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고풍스럽고 신비한 환경을 더욱 음미하게 했다.성연은 이런 곳에 처음 와서인지 아주 신기했다.마음속으로 아주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수천 년 이어진 우리 문화는 광대하고 심오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너무 적어.’“먹을래?” 귓가에 매력적인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무진이 밝고 선명한 색의 탕후루 두 개를 들고서 그녀 앞에 놓았다.설탕 시럽을 듬뿍 바른 탕후루는 햇빛 아래서 매혹적인 광택을 빛내고 있었다.성연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먹을래요!”그녀는 한 손에 하나씩 탕후루를 쥐었다. 무진은 시시때때로 냅킨으로 성연의 입술 주위에 묻은 설탕 얼룩을 닦아주었다.성연이 두 번째 탕후루를 먹으면서 무진의 입가에 탕후루 꼬치를 갖다 대었다.“아주 맛있어요.”성연의 빛나는 눈동자에 담긴 기대감에 무진은 차마 거절하지 못한 채 달짝지근해 보이는 탕후루를 힐끗 쳐다보았다.한 알을 먹은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주 맛있네.”“그렇죠?” 성연은 탕후루를 다시 그의 앞에 내밀었다. “더 먹을래요?”고개를 저은 무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작게 헛기침을 내뱉었다.“너 먹어.”무진을 보지 않은 채 몸을 돌린 성연은 다시 눈앞에 나타난 다른 새로운 것들에 빠져들었다.그 틈을 탄 무진이 한 번에 물을 반 병이나 비운 뒤에야 입안에 남은 달짝지근한 느낌을 씻을 수 있었다.“무진 씨, 자, 우리 사진 한 장 찍어요.” 일찌감치 탕후루를 다 먹어 치운 성연이 한쪽에 세워진 벽 앞에 섰다.벽에는 목을 맞댄 원앙 두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휴대폰을 꺼낸 무진이 성연의 사진을
성현과 무진의 뒤를 쫓던 인물은 고성 주변을 빠르게 누비고 있었다.이리저리 여러 차례 뱅뱅 돈 후에 사람들의 추적을 피해 한 찻집으로 들어왔다.찻집 안의 룸에는 훤칠한 체구의 남자가 꽃을 조각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차를 따르는 동작은 막힘이 없이 아주 자연스러웠다.“미스터 안, 두 사람을 바로 없애 버릴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턱에서 광대뼈까지 죽 그어진 칼자국이 있었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안진검은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동작으로 맞은편의 남자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가볍게 보지 말고 계속 추적해.”적호의 온몸에서 살기가 넘쳐났다. 혈관 내에서는 피에 굶주린 흥분감이 흘러넘쳤다.그러나 일격에 죽이는 건 결코 안진검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안진검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금방 도로 토해냈다.“퉤퉤퉤, 이건 뭐야, 쓰고 떫은 이런 걸 어떻게 좋아하는지 모르겠군.”안진검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차를 음미하면서 중시하는 건 인내심이야. 오직 한 겹 한 겹 음미해 나가야만 차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지. 한번에 들이켜는 건 좋은 차를 낭비하는 것에 불과해. 우리 계획도 이와 같은 이치야. 그물을 넓게 펼쳐야 큰 물고기를 낚을 수 있듯이.”안진검의 품위 넘치는 말을 듣던 적호가 바로 손사래를 쳤다.“그래, 당신 말 대로 할 테니 계획이 있으면 얼른 말해. 나는 이미 기다릴 수 없을 지경이야.”“당신이 칼에 피를 공급하는 건 알고 있어. 기회가 있으면 통쾌하게 죽이게 해줄게.” 안진검은 잔에 든 차를 한 번에 다 마셨다.허허 웃는 적호의 눈에 핏발이 섰다.고성 주변의 오래된 마을은 북성에서 가깝지는 않았다.무진과 성연은 현지의 호텔에 바로 투숙했다.“오늘 우리를 미행하던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성연은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프로였어.” 무진이 눈썹 앞머리를 치켜 세웠다.“그럼 당장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성연의
밤의 장막이 내리자, 고성 안에서는 고개만 들면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볼 수 있었다.빽빽하게 빛나는 별들이 고성을 별빛으로 감싸면서 고성에 신비한 베일을 덧입혔다.성연은 식당 위쪽에 있어서 고성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둔치 옆에는 초롱이 걸려 있었고, 때때로 유람선이 물길을 천천히 가로질렀다.이런 평온하고 한적한 생활 스타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성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저녁을 다 먹은 뒤, 무진은 성연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둔치를 따라 산책했다.한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100% 수공예 노점들이 늘어져 있었다.종이우산과 여우 가면, 그리고 수제 자수를 놓은 향주머니도 보였다.성연은 붉은색 향주머니 두 개를 들어올렸다. 잉어 두 마리를 아주 정교하게 수를 놓은 향주머니는 생동감이 넘쳤다.향주머니를 산 성연은 무진에게 하나를 건넸다.“자, 우리 두 사람 각자 하나씩 가져요. 잃어버리면 안 돼요.”성연이 정식으로 무진에게 선물을 한 것은 이게 처음이다.하찮은 물건이지만 성연의 정성을 가득 담고 있었다.“그래.”무진은 향주머니를 양복의 안주머니에 넣어서 소중하게 지니겠다는 뜻을 표시했다.무진의 팔을 잡은 성연의 입꼬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그들은 식당에서 호텔까지 걸어갔다.어두컴컴한 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성연은 무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평생 이렇게 지내면 좋겠어요.”“네가 바로 내 평생이야.” 다소 썰렁한 목소리였지만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고 정중하게 약속했다.코가 시큰거리자 성연이 무진의 팔을 콕 찔렀다.“왜 갑자기 그렇게 말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거예요?”“난 진심이야.”성연의 어깨를 붙잡은 무진. 아득할 정도로 깊고 검은 무진의 눈동자가 성연의 눈을 똑바로 비추었다.잠시 멍해 있던 성연은 점차 그의 눈에 비친 표정에 이끌리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두 사람은 온 하늘의 별빛 아래에 서 있었다.서로의 신념이 지척에 있었고 분위기도 딱 맞았다.무진이 천천히 다가왔
북성으로 돌아온 무진은 잠시도 쉬지 못한 채 바로 더 많은 수하들을 모았다.이터너티의 용병들까지 모두 출동했다.이터너티는 그들 조직에만 속하는 방대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그 인맥으로 전국 구석구석까지도 침투할 수 있다.한밤중의 엠파이어 하우스. 사람들은 모두 잠들었고, 서재에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돌아온 후 잠이 들었던 성연이 깼을 때까지도 무진은 계속 쉬지 못했다.아래층에 내려간 성연은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국수를 말아 무진에게 들고 갔다.얇은 옷을 걸친 채 데스크 앞의 의자에 앉아 있는 무진. 밤을 지새운 눈에는 핏발이 서 있어 몹시 피곤해 보였다.“어떻게 그렇게 얇게 입었어요? 자기 몸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왜 몸을 아낄 줄 몰라요?” 책상 위에 국수를 놓고 돌아간 성연은 담요를 가져와서 무진의 몸을 덮었다.무진은 말없이 몸에 담요를 단단히 둘렀다.성연이 어쩌지 못하고 다시 잔소리하기도 했지만, 무진 역시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기 때문이다.성연은 국수를 테이블 위에 올린 후 앞으로 밀며 말했다.“국수가 아직 따뜻해요. 뜨거울 때 먹어요. 보니까 무진 씨 저녁도 별로 안 먹은 것 같던데, 또 이렇게 밤을 샌 거예요?”성연은 입으로는 잔소리투성이지만, 구구절절 관심과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이었다.또 무진이 너무 짜게 먹지 않도록 따뜻한 물을 한쪽에 따라주었다. ‘성연이, 말투는 날카로운 듯해도 역시 마음은 부드러워.’무진의 마음도 따뜻해져서 국수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수고했어.”가볍게 한숨을 쉰 성연이 턱을 괸 채 무진의 곁에 앉았다.“일이 진짜 그렇게 까다로워요?”“까다로운 편은 아니야. 조사해 보면 아무래도 좀 안심이 되겠지.”‘미행한 대상은 나와 성연이야.’‘목표는 우리 두 사람, 또는 두 사람 중 한 명이야.’누가 목표이든 그들은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누군지 빨리 알아내야지 좀더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성연은 확실하게 깨달았다.“내가 여기 있어 줄게요.” 성연은 무진이 스
무진은 배후에서 적호를 매수한 사람이 누구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MS 가문은 지난번 반격에 승복할 수 없는 모양이군.’제이슨과 오웬 모두 MS 가문의 중요한 인물들이었다.늘 자부심 강하던 MS 가문에서 중요 인물 두 사람이 동시에 변을 당하자, 그 분노를 속으로 삭힐 수가 없었던 게 분명했다.‘의심의 여지가 없어. 적호는 MS 가문에서 보낸 놈이 틀림없어.’무진은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성연이 걱정될 뿐.‘적호, 워낙 신출귀몰한 놈이라 조금만 방심해도 위험에 노출될 거야.’다음날, 잠시 눈을 붙인 무진은 성연과 함께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무진이 성연에게 죽을 떠준 후에 우유도 따주었다.“당분간은 집에서 지내. 공부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뭘 해도 돼. 하지만 당분간 밖은 돌아다니지 마.”적호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성연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성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진 씨도 조심해야 해요.”무진의 미간은 내내 펴질 줄을 모르는 상태다.“어제 일은...”성연이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처음엔 이것저것 캐물을 생각은 없었지만, 무진이 저러는 걸 보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싶었다.“우리를 미행하던 놈은 MS가문에서 보낸 놈이야. 지난번에 공개적으로 MS 가문을 도발했더니 지금 나를 죽일 작정을 한 것 같아.”무진이 두어 마디 말로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하지만 성연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뿐만 아니라 무진이 자신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은 사실이 긴박한 외부 상황을 더 잘 말해 주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무진 씨가 곤란한 문제에 부딪친 모양이야.’“MS가문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MS 가문에 대해 성연이 느끼는 혐오감은 절대 작지 않았다.“A국 시장을 빼앗아서 우리 WS그룹을 무너뜨리려는 거겠지.”성연이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그 사람들, 정말 꿈도 크네요!”“어쨌든 MS 가문은 상대하기 쉽지 않아. 성연이 네가 집에 있어야 내가 안심할 수 있어.”저들의 목
꽤나 힘을 쏟아 붇고 또 적지 않은 인원을 희생시킨 뒤에야 비로소 적호의 행적을 쫓을 수 있었다.무진이 직접 수하들을 데리고 적호의 임시 처소로 향했다.교외의 어느 한 별장.주위에 인적이 없을 정도로 황량한 가운데, 바로 이 별장에 나무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었다.담력이 약한 수하들은 벌써 침을 꼴깍 삼켰다.무진이 침착한 음성으로 지휘했다.“손건호, 너는 애들을 데리고 왼쪽으로 가. 나는 애들을 데리고 오른쪽으로 갈 거야. 적호를 포위한 후에 도망갈 기회를 절대 주지 마.”“예.”두 조로 나뉜 사람들이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고요하고 캄캄한 밤에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뚜렷하게 들렸다.“쾅.” 무진이 굳게 닫힌 별장 문을 걷어찼다.그 힘을 견디지 못한 문짝이 흔들리더니 다시 ‘끼긱’ 소리를 내면서 튕겨져 나갔다.수하들이 흔들거리는 문을 잡아 고정해서 무진이 들어가게 도왔다.재빨리 달려온 손건호가 무진의 곁을 지키면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했다.1층에서 2층까지 천천히 수색하였다.별장 안에서 사람이 기거했던 흔적을 어렴풋이 찾아볼 수 있었다.쓰레기통에는 엊그제 주문한 배달 음식 상자도 있었다.아무래도 적호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것 같았다.이쪽에서 들이닥치기 전에 먼저 도망쳤는지, 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달아난 뒤, 별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안팎으로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별장 내에 사람이 기거했다는 점을 알아낸 것 외에는 전혀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잔뜩 화가 난 무진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꽤 오랜 시간을 쫓아다녔는데도 결국 놓쳤어.’“보스, 이것 좀 보세요...”손건호가 손에 물건을 하나 들고서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무진이 손을 뻗어 건네받았다.그것은 총알인데 총알 위에는 호랑이 머리가 새겨져 있었다.무진의 동공이 수축했다.“이 총알, 어디서 발견했어?”“바로 저 구석방의 테이블 위에 총알이 놓여 있었습니다.”무진이 총알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쓸면서 생각에 잠겼다.‘이건
성연은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다.지금 발버둥친다 해도 이 두 남자와 싸울 수 없을 것 같았다.‘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해.’성연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검은 양복의 두 사람이 앞에서 운전하는 틈을 타서 또 계속해서 은침을 두 번 찔렀다.성연의 볼은 빨개진 데다가 온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두 남자는 성연이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고 전혀 주의하지 않았다.성연은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남자 중 한 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깜짝 놀란 성연이 얼른 핸드폰을 숨기고 실신한 척 가장했다.“형님, 안 깼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힐끗 보던 남자가 또 고개를 돌리면서 투덜댔다.형님이라는 남자가 쏘아붙였다“왜 걱정이 안 되겠어? 너는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항상 조수경의 말을 기억했다.‘그 여자도 후회하겠지.’‘온종일 정신병자처럼 굴었으니 말이야.’“돈을 못 받아도... 시원하게 한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말을 하던 남자는 성연의 얼굴을 보다가 침을 흘릴 뻔했다.또 다른 남자도 보는 걸 좋아했지만.그러나 그렇게 줏대 없이 처신한다면, 자기 부하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부하의 머리를 때렸다.“돈이 없어서 먹을 것도 없는 놈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할 마음이 들어?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돈을 받으면 끝나는 거야.”“형님, 혹시 저 여자가 싫으세요?” 뒷자리의 성연을 가리키는 부하의 눈에서는 욕망이 뚜렷했다.형님이라는 남자는 힐끗 한 번 보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생각이 나지, 왜 생각이 안 나겠어.”그 남자도 아직까지 이렇게 어린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엇다.성연은 얼굴도 예쁘고 피부가 뽀얗기 때문에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그럼 끝난 거 아니에요? 형님, 저 여자 좀 보세요. 피부가 그렇게 뽀샤시하니 누르면 붉은 자국이 남을 거예요.” 남자가 말하면서 코를 훌쩍거리기도 했다.“
성연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 약이 이미 성연의 이성을 점차 잠식했어도.여전히 조수경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조수경이 좋은 마음으로 내게 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멍청하게 왔어. 정말 멍청하게!’성연은 마음속의 그 뜨거운 느낌을 미친 듯이 억누르고 있었다.심장이 불타는 듯 온몸이 뜨거워서 해소하고 싶었다.그러나 하필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만약 정말 끌려간다면 결과가 어떨지 짐작이 가.’성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고 싶었다.그러나 전혀 힘도 쓰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그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비록 성연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지만,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끌려서 카페에서 나왔다.성연은 발버둥칠 힘도 없어서 자신이 끌려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조수경도 따라 나갔다.그리고 두 사람이 성연을 허름한 미니버스에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조수경이 또 그들 뒤에서 말했다.“당신들이 이 일을 끝내면 보수를 두 배로 줄 테니,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돼요. 만약 그렇게 되면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요!”자신도 몇 번이나 성연과 무진을 해치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돌아왔다.‘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송성연의 운이 그렇게 좋다는 건 믿을 수 없어.’성연을 붙잡고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두 사람.머릿속에는 미인과 뒹굴려는 생각뿐이다.어떻게 조수경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내버려 두겠는가?두 사람은 믿으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걱정 말아요, 걱정 마. 일은 틀림없이 될 겁니다. 이 여자도 이렇게 되었는데, 우리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일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조수경은 은근히 불안했다.“반드시 잘 할 거라고 약속하세요.”조수경의 이 말은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원래 출발하려고 했다.‘이곳은 비록 외진 곳이지만 사람이 지나다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