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한을 이제 다 놀렸다고 생각한 성연은 본론으로 돌아갔다.“소지한 씨는 지금 정말 연예계에서 은퇴한 거예요?”소지한이 머리를 끄덕였다.“아직 몇 군데는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 처리를 해야 하지만. 다른 건 이미 다 처리했어요.”“좋아하면서 왜 계속 하지 않는 거예요?” 성연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소지한이 대답했다.“스타는 젊음과 매력을 무기로 돈을 벌지만 유통기한이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나 나름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어요. 가장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남기는 것도 나쁠 건 없지요.”성연은 알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성연은 소지한의 콘서트에서 울부짖던 팬들을 떠올렸다.‘그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데도 소지한이 이렇게 은퇴한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좀 아쉽네.’소지한이 무진에게 시선을 돌렸다.“강 대표님, 사업과 관련해서 제가 좀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네, 말씀하세요.”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지금 해외무역 쪽으로 발을 들여놓아도 되겠습니까? 해외무역 방면에 생각이 있습니다.”소지한 역시 시장 조사를 해 본 결과, 시장성이 상당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겉으로 아무리 좋아 보여도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더 잘 알 수는 없는 법.그래서 자신이 실패하기를 바라지 않는 강무진에게 제일 먼저 확인해 보고 싶었다.앞에 있는 강무진은 산전수전 다 겪은 최고의 스승이 분명했다.무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지금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물론 아프리카나 중동 일부 국가들 같은 경우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고려하는 게 타당할 겁니다.”아무런 근거 없이 무작정 조언해 줄 수는 없었기에 확답은 일단 유보해 둔 채.‘지금 보기에는 아주 좋아 보여도, 시장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다음 순간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투자한다고 해서 반드시 큰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고.’한번 그 길로 빠지면 한동안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꽤 높았다.‘역시 신중한 게 상책이야.’“강 대표님은
두 사람은 대화가 아주 잘 통했다.옆에 있던 성연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두 사람, 뭐 마실래요? 제가 커피를 좀 뽑아 올게요.”무진이 먼저 성연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놓았다.“나는 다 괜찮아. 네가 원하는 걸로 가져다줘.”무진은 성연이 심심해할까 염려가 되었다.소지한도 옆에서 총알같이 대답했다.“저도 강 대표님과 같이요.”성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카운터로 다가갔다.성연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던 무진이 고개를 돌려 소지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회를 포착한 듯이 다그쳐 묻기 시작했다.“소지한 씨, 혹시 목현수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습니까?”소지한은 강무진이 왜 갑자기 목현수의 이름을 언급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그러나 조금 전 자신의 사업에 대해 무진이 기탄없이 조언해 준 걸 생각해서 소지한 역시 사실대로 말했다.“목현수에 대해서라면 잘 압니다. 왜 그러십니까? 강 대표님.”자신과 목현수의 사이를 말할라치면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가야 한다.“목현수 씨를 본 적이 있습니까?” 목현수라는 인물을 언급하면서부터 무진의 표정이 짐짓 굳어졌다.달리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무진의 기운이 싸늘하게 변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다시 성연을 떠올리던 소지한은 바로 간파했다. ‘이건 강무진이 목현수를 무척 의식하고 있다는 건데, 음, 연적이 될까 걱정하는 거지?그러나 목현수가 아주 강력한 상대인 건 분명했다. 성연의 마음속에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만난 적이 있긴 한데, 강 대표님은 어떤 부분에 대해 알고 싶으신가요?” 소지한이 물었다.“성연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알고 싶어요.” 무진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목현수라는 인물의 존재를 알고 돌아온 후, 무진 역시 목현수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묵서한에 대한 것들은 대부분 최고의 보안등급으로 여겨져, 일부 기본적인 자료들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이른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소지한은 곧 입을 열어 목현수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말했다.“목현수는 아주 대단한 사람입니다. 성연이의 사형인데, 놀라운 의술을 가졌죠. 그런데 성연의 스승이 목현수를 사문에서 쫓아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사정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묵현수는 예전부터 한결같이 암암리에 성연을 보호하고 있어요.”애초에 목현수가 사문을 떠났을 때, 상심한 성연이 한동안 자신을 찾아와서 울며불며 하소연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얘기는 강무진 앞에서 할 필요가 없지.’성연이에게 있어서 목현수가 아주 좋은 사형인 것은 확실하다.자초지종을 듣고 난 무진은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목현수가 유럽에 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지난 시간, 무엇보다 자신이 아직 성연과 만나지 않았을 때에도 그는 계속 성연의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무진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졌다.성연이에 충분히 잘해 주지도 못했다.성연의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보다 더 오랜 시간 성연과 함께 했다. 심지어 자신은 성연이 위험할 때 옆에서 지켜보며 보호할 방법이 없었다.무진의 안색이 점점 침중해지자, 소지한은 속으로 기억을 떠올려 봤다.‘설마 내가 두 사람을 비교하는 말을 한 건 아니겠지?’이런 것들이 무진에게 있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지한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소지한은 자신이 한 말들 때문에 성연과 무진의 관계에 영향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소지한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강 대표님,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마세요. 성연 씨가 진짜 강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제일 중요한 거죠.”무진은 소지한의 말을 듣고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커피를 뽑아 돌아온 성연의 눈에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이 들어왔다.‘분위기가 어째 상당히 진지한 것 같은데?’성연은 무진과 소지한의 테이블 위에 커피를 올려놓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뭐가 그렇게 심각해 보여요?”소지한은 해명하고 나섰다.“
“어디예요?” 호텔 로비에 선 여자가 수상쩍은 모습으로 부지런히 주변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301호야, 올라와.” 휴대폰 건너편에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어둠 속에 묻혀 있던 신형이 걸어나왔다. 바로 조수경이다.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해서 얼굴을 철저하게 가린 상태.위층으로 올라간 조수경은 모자를 벗어 손에 들었다.똑, 똑, 똑.301호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 문이 열렸다.그리고 조수경을 안으로 홱 끌어당기더니 곧바로 얼굴을 덮치며 입술을 부딪혀왔다.남자의 목을 반쯤 껴안은 조수경이 손으로 살짝 밀어내는 제스처를 취했다. 거부하는 듯하면서도 적극 입을 맞추는 태도였다.키스를 끝낸 후, 조수경이 손가락으로 남자의 이마를 살짝 짚으며 따졌다.“왜 이렇게 조급하게 굴어요?”조수경을 끌어안고 있는 손민철의 두 눈에 정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그러는 넌?”조수경이 코웃음을 치며 먼저 키스를 시작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비로소 잠잠해진 두 사람.손끝에 담배를 끼운 채 침대보드에 기댄 손민철. 사람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작은 새처럼 조수경이 손민철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지난번에 말했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조수경의 손끝이 손민철의 가슴을 따라 가볍게 미끄러졌다.손민철이 끙 하는 신음소리를 내더니 몸을 돌려 조수경의 몸 위로 올라갔다.“오늘 밤 나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지?”조수경이 간드러지게 웃자 눈이 가느다랗게 접혔다.“당연히 당신이 그리웠기 때문이죠.”손민철이 조수경의 입술을 깊이 베어 물었다.“내가 널 도울 거야.”적극적인 조수경 앞에서 손민철은 저항 능력이 전혀 없었다.“역시 우리 민철 씨가 진짜 남자야.” 조수경은 능동적으로 손민철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눈에는 혐오의 기색이 떠올랐다 사라졌다.송성연이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손민철에게 이런 부탁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송성연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 언제든지 강씨 집안과 WS그룹에서 자신을 쫓아낼 수 있었다.지금
며칠 동안 조사를 진행했지만, 손건호는 이상한 정황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사실대로 보스 무진에게 보고했지만, 여전히 수상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무진이 말했다.“계속 관찰해 봐.”손건호가 나간 뒤, 대표실 밖에서 다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들어온 사람은 사업부 팀장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조수경이 따라 들어왔다.“대표님, 여기 저희 팀의 실적 보고서입니다.” 사업부 팀장이 관련 서류를 무진의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이런 현저한 실적이 있으면, 팀장의 말에 힘이 많이 실렸다.의심의 여지없이 조수경의 실적이 가장 높았다.혼자서 사업부의 실적을 이렇게 끌어올린 것이다.“훌륭하군요.” 무진이 보고서를 잠시 훑은 후에 데스크 위에 내려놓았다.사업부 팀장이 두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그렇습니다, 대표님. 조수경 씨의 업무 능력은 저희 모두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일개 직원으로 그냥 두기에는 실력을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말씀하세요.”사업부 팀장은 슬쩍 조수경을 돌아본 후에 다시 말했다.“제 생각에는 조수경 씨를 끌어올려서 이 팀의 부팀장으로 삼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밑의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도 될 수 있을 겁니다. 조수경 씨의 실력이면 모두들 승복할 겁니다.”조수경의 마음은 당연히 즐거웠다.승진, 자신이 강무진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표면적으로는 계속 사양하면서 아울러 상당히 난감하다는 태도를 취했다.“대표님, 팀장님, 저는 진짜 그 직책을 감당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회사에 들어온 지도 얼마되지 않고요. 부팀장 자리는 경력이 더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조수경의 겸손한 모습을 보면서 팀장은 속으로 조수경이 더 마음에 들었다.‘조수경, 나이는 어리지만 교만하지도 성급하지도 않아.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게 분명해.’팀장은 무진에게 더 강력하게 조수경을 추
무진은 잠시 한가한 틈을 빌어 성연과 내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산과 들로 쫓아다니면서.북성의 명소들과 주변의 놀이 기구들은 빠짐없이 모두 즐겼다.오늘 두 사람이 찾아온 곳은 한 고성.고성과 현지인들의 복식과 장신구는 농후한 고전 느낌을 간직하고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나무로 지어진 집들과 글자를 새긴 상점 입구의 간판들은 이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고풍스럽고 신비한 환경을 더욱 음미하게 했다.성연은 이런 곳에 처음 와서인지 아주 신기했다.마음속으로 아주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수천 년 이어진 우리 문화는 광대하고 심오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건 너무 적어.’“먹을래?” 귓가에 매력적인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자, 무진이 밝고 선명한 색의 탕후루 두 개를 들고서 그녀 앞에 놓았다.설탕 시럽을 듬뿍 바른 탕후루는 햇빛 아래서 매혹적인 광택을 빛내고 있었다.성연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먹을래요!”그녀는 한 손에 하나씩 탕후루를 쥐었다. 무진은 시시때때로 냅킨으로 성연의 입술 주위에 묻은 설탕 얼룩을 닦아주었다.성연이 두 번째 탕후루를 먹으면서 무진의 입가에 탕후루 꼬치를 갖다 대었다.“아주 맛있어요.”성연의 빛나는 눈동자에 담긴 기대감에 무진은 차마 거절하지 못한 채 달짝지근해 보이는 탕후루를 힐끗 쳐다보았다.한 알을 먹은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주 맛있네.”“그렇죠?” 성연은 탕후루를 다시 그의 앞에 내밀었다. “더 먹을래요?”고개를 저은 무진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작게 헛기침을 내뱉었다.“너 먹어.”무진을 보지 않은 채 몸을 돌린 성연은 다시 눈앞에 나타난 다른 새로운 것들에 빠져들었다.그 틈을 탄 무진이 한 번에 물을 반 병이나 비운 뒤에야 입안에 남은 달짝지근한 느낌을 씻을 수 있었다.“무진 씨, 자, 우리 사진 한 장 찍어요.” 일찌감치 탕후루를 다 먹어 치운 성연이 한쪽에 세워진 벽 앞에 섰다.벽에는 목을 맞댄 원앙 두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휴대폰을 꺼낸 무진이 성연의 사진을
성현과 무진의 뒤를 쫓던 인물은 고성 주변을 빠르게 누비고 있었다.이리저리 여러 차례 뱅뱅 돈 후에 사람들의 추적을 피해 한 찻집으로 들어왔다.찻집 안의 룸에는 훤칠한 체구의 남자가 꽃을 조각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차를 따르는 동작은 막힘이 없이 아주 자연스러웠다.“미스터 안, 두 사람을 바로 없애 버릴까?” 말하는 남자의 얼굴에는 턱에서 광대뼈까지 죽 그어진 칼자국이 있었고, 입에서 나오는 말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안진검은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동작으로 맞은편의 남자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가볍게 보지 말고 계속 추적해.”적호의 온몸에서 살기가 넘쳐났다. 혈관 내에서는 피에 굶주린 흥분감이 흘러넘쳤다.그러나 일격에 죽이는 건 결코 안진검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안진검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금방 도로 토해냈다.“퉤퉤퉤, 이건 뭐야, 쓰고 떫은 이런 걸 어떻게 좋아하는지 모르겠군.”안진검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차를 음미하면서 중시하는 건 인내심이야. 오직 한 겹 한 겹 음미해 나가야만 차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지. 한번에 들이켜는 건 좋은 차를 낭비하는 것에 불과해. 우리 계획도 이와 같은 이치야. 그물을 넓게 펼쳐야 큰 물고기를 낚을 수 있듯이.”안진검의 품위 넘치는 말을 듣던 적호가 바로 손사래를 쳤다.“그래, 당신 말 대로 할 테니 계획이 있으면 얼른 말해. 나는 이미 기다릴 수 없을 지경이야.”“당신이 칼에 피를 공급하는 건 알고 있어. 기회가 있으면 통쾌하게 죽이게 해줄게.” 안진검은 잔에 든 차를 한 번에 다 마셨다.허허 웃는 적호의 눈에 핏발이 섰다.고성 주변의 오래된 마을은 북성에서 가깝지는 않았다.무진과 성연은 현지의 호텔에 바로 투숙했다.“오늘 우리를 미행하던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성연은 침대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생각에 잠긴 듯했다.“프로였어.” 무진이 눈썹 앞머리를 치켜 세웠다.“그럼 당장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성연의
밤의 장막이 내리자, 고성 안에서는 고개만 들면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볼 수 있었다.빽빽하게 빛나는 별들이 고성을 별빛으로 감싸면서 고성에 신비한 베일을 덧입혔다.성연은 식당 위쪽에 있어서 고성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둔치 옆에는 초롱이 걸려 있었고, 때때로 유람선이 물길을 천천히 가로질렀다.이런 평온하고 한적한 생활 스타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성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저녁을 다 먹은 뒤, 무진은 성연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둔치를 따라 산책했다.한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100% 수공예 노점들이 늘어져 있었다.종이우산과 여우 가면, 그리고 수제 자수를 놓은 향주머니도 보였다.성연은 붉은색 향주머니 두 개를 들어올렸다. 잉어 두 마리를 아주 정교하게 수를 놓은 향주머니는 생동감이 넘쳤다.향주머니를 산 성연은 무진에게 하나를 건넸다.“자, 우리 두 사람 각자 하나씩 가져요. 잃어버리면 안 돼요.”성연이 정식으로 무진에게 선물을 한 것은 이게 처음이다.하찮은 물건이지만 성연의 정성을 가득 담고 있었다.“그래.”무진은 향주머니를 양복의 안주머니에 넣어서 소중하게 지니겠다는 뜻을 표시했다.무진의 팔을 잡은 성연의 입꼬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그들은 식당에서 호텔까지 걸어갔다.어두컴컴한 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성연은 무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평생 이렇게 지내면 좋겠어요.”“네가 바로 내 평생이야.” 다소 썰렁한 목소리였지만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고 정중하게 약속했다.코가 시큰거리자 성연이 무진의 팔을 콕 찔렀다.“왜 갑자기 그렇게 말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거예요?”“난 진심이야.”성연의 어깨를 붙잡은 무진. 아득할 정도로 깊고 검은 무진의 눈동자가 성연의 눈을 똑바로 비추었다.잠시 멍해 있던 성연은 점차 그의 눈에 비친 표정에 이끌리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두 사람은 온 하늘의 별빛 아래에 서 있었다.서로의 신념이 지척에 있었고 분위기도 딱 맞았다.무진이 천천히 다가왔
성연은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다.지금 발버둥친다 해도 이 두 남자와 싸울 수 없을 것 같았다.‘정신을 가다듬으면서 때를 기다려야 해.’성연은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검은 양복의 두 사람이 앞에서 운전하는 틈을 타서 또 계속해서 은침을 두 번 찔렀다.성연의 볼은 빨개진 데다가 온몸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두 남자는 성연이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줄 알고 전혀 주의하지 않았다.성연은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막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남자 중 한 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깜짝 놀란 성연이 얼른 핸드폰을 숨기고 실신한 척 가장했다.“형님, 안 깼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힐끗 보던 남자가 또 고개를 돌리면서 투덜댔다.형님이라는 남자가 쏘아붙였다“왜 걱정이 안 되겠어? 너는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은 거야?”그는 항상 조수경의 말을 기억했다.‘그 여자도 후회하겠지.’‘온종일 정신병자처럼 굴었으니 말이야.’“돈을 못 받아도... 시원하게 한번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말을 하던 남자는 성연의 얼굴을 보다가 침을 흘릴 뻔했다.또 다른 남자도 보는 걸 좋아했지만.그러나 그렇게 줏대 없이 처신한다면, 자기 부하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부하의 머리를 때렸다.“돈이 없어서 먹을 것도 없는 놈이 아직도 그런 말을 할 마음이 들어?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돈을 받으면 끝나는 거야.”“형님, 혹시 저 여자가 싫으세요?” 뒷자리의 성연을 가리키는 부하의 눈에서는 욕망이 뚜렷했다.형님이라는 남자는 힐끗 한 번 보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생각이 나지, 왜 생각이 안 나겠어.”그 남자도 아직까지 이렇게 어린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엇다.성연은 얼굴도 예쁘고 피부가 뽀얗기 때문에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그럼 끝난 거 아니에요? 형님, 저 여자 좀 보세요. 피부가 그렇게 뽀샤시하니 누르면 붉은 자국이 남을 거예요.” 남자가 말하면서 코를 훌쩍거리기도 했다.“
성연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 약이 이미 성연의 이성을 점차 잠식했어도.여전히 조수경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조수경이 좋은 마음으로 내게 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멍청하게 왔어. 정말 멍청하게!’성연은 마음속의 그 뜨거운 느낌을 미친 듯이 억누르고 있었다.심장이 불타는 듯 온몸이 뜨거워서 해소하고 싶었다.그러나 하필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만약 정말 끌려간다면 결과가 어떨지 짐작이 가.’성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하고 싶었다.그러나 전혀 힘도 쓰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엎드린 채, 그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비록 성연의 마음은 달갑지 않았지만,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끌려서 카페에서 나왔다.성연은 발버둥칠 힘도 없어서 자신이 끌려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조수경도 따라 나갔다.그리고 두 사람이 성연을 허름한 미니버스에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조수경이 또 그들 뒤에서 말했다.“당신들이 이 일을 끝내면 보수를 두 배로 줄 테니, 절대 사고가 나면 안 돼요. 만약 그렇게 되면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요!”자신도 몇 번이나 성연과 무진을 해치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돌아왔다.‘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송성연의 운이 그렇게 좋다는 건 믿을 수 없어.’성연을 붙잡고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두 사람.머릿속에는 미인과 뒹굴려는 생각뿐이다.어떻게 조수경이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내버려 두겠는가?두 사람은 믿으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걱정 말아요, 걱정 마. 일은 틀림없이 될 겁니다. 이 여자도 이렇게 되었는데, 우리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일이 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조수경은 은근히 불안했다.“반드시 잘 할 거라고 약속하세요.”조수경의 이 말은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왔다.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은 원래 출발하려고 했다.‘이곳은 비록 외진 곳이지만 사람이 지나다
성연은 은침으로 두 번 찔렀으니까 적어도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어지럽고 무기력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어쩔 방법이 없었다.마음 깊은 곳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모호해지면서 단지 카타르시스를 찾아 자신의 모든 욕망을 털어놓고 싶을 뿐이다.조수경은 성연이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며 자신을 깨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이제 다 됐어’조수경은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성연의 낭패한 모습을 감상했다.‘평소에 송성연은 나를 볼 때 도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지금은 왜 거드름을 피우지 못하는 거야?’조수경은 계속 일부러 물었다.“성연 씨, 성연 씨, 정말 괜찮아요?”성연은 이제 대답할 힘도 없었다.자신이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서 가까스로 몸의 반응을 억제했다.성연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엎드려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사실 그래도 정신이 약간은 남아 있엇다.하지만 조수경은 성연이 이미 잠들었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참을 수 없어.’바로 일어서서 성연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빨리 이 여자를 옮겨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고 당신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요”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여전히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했다.“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체 높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말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의 사람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면 안 돼.’‘작은 돈 때문에 엮이게 된다면 정말 가치가 없어.’조수경은 상관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허튼소리를 했다.“이 여자의 차림새를 봐요. 어디 부자 같아 보여요? 바로 학생인데, 내가 여기로 약속을 정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을 거예요.”방금 조수경이 성연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들도 내용을 똑똑히 듣지 못했다.조수경은 이들에게 여자를 데리고 놀라고 하면서 돈도 많이 주겠다고 했
사실 성연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기에 조수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순간 이미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조수경이 자신이 마신 레모네이드에 약을 넣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이 약은 너무 독해서, 순식간에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현기증이 났다.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온몸에서 열이 나면서, 옷을 찢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여기가 카페이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성연은 이것이 무슨 약인지 단번에 알아맞혔다.‘조수경이 나를 초대한 게 바로 이 개떡같은 약을 먹이기 위해서라는 걸 미처 몰랐어.’지금 성연은 조수경을 찢어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원래 조수경은 좀 깨닫게 될 줄 알았어.’‘조수경이 결국 이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내게 약을 먹이면 무진 씨가 분노가 폭발할 텐데 두렵지 않은 거야?’‘다른 건 몰라도, 이 위기를 견뎌낸다면 절대 조수경을 용서하지 않겠어!’단호하게 은침을 부러뜨려서 성연은 자신의 허벅지 혈을 찔렀다.간신히 정신이 좀 돌아와서 그나마 겨우 버틸 수 있었다.성연의 볼이 붉어지는 걸 본 조수경은 약효가 곧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 일부러 물었다.“아이고, 성연 씨, 왜 그래요? 어디 아픈 데 있어요? 안색이 좀 이상한데요?”성연은 이를 악물고 맞은편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자 정말 밟아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웠다.‘조수경,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뒷감당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건 아니겠지?’그러나 성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수경을 끝장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조수경이 또 이어서 자신에게 무슨 수단을 쓸 지 알 수 없었다.성연은 잠시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덥네요.”성연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조수경에게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송성연, 너의 모든 반응은 얼굴에 드러나 있어.’조수경
성연은 조수경의 계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이 약은 확실히 무색무취해서, 은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성연은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레모네이드를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컵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바로 조수경에게 말했다.“당신이 떠나기를 원한다니까, 일단 당신을 믿겠어요. 오늘은 당신도 어떤 심리적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성연은 자신이 조수경을 용서하고 싶은 것도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러나 이렇게 말해서 조수경의 양심이 괜찮을 수 있다면 한마디 해도 될 것이다.그리고 성연은 자신의 직감을 믿었다. 조수경이 고의로 그랬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하지만 조수경이 이미 사직하려고 하는 이상, 앞으로 무진과 만나는 일이 없다는 걸 증명한다면 자신이 굳이 언쟁을 벌일 일도 없을 것이다.“성연 씨. 내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은 정말 미안했을 거예요.” 조수경은 정말 감동한 듯 성연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러나 성연의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소리 없이 성연의 뒤쪽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성연이 중독되어 약효가 나타나면 데려가려고 기다렸다.두 사람이 앉은 곳은 성연의 시선에서 사각지대여서, 성연은 전혀 보지 못했다.“그렇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곳을 떠나도 당신의 집에 잘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도 힘드실 거예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조수경은 무슨 무서운 일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추태를 부렸다는 걸 깨닫고 해명했다.“성연 씨, 정말 숨기지 않겠어요. 누군가 줄곧 나를 귀찮게 하고 있어요. 내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그 사람 때문이에요. 만약 내가 돌아간다면 결국 좋은 날이 없을 거예요.”“나는 조수경 씨의 성격이면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 생각은요?”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다.사실 조금만 조사하면 조수경이 말한 게
엠파이어 하우스 부근의 한 커피숍 안.성연이 도착했을 때, 조수경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성연을 본 조수경이 바로 손을 흔들었다.“성연 씨, 여기에요.”성연은 다가가서 조수경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슨 일인지 솔직히 얘기하세요.”예쁘게 차려 입은 성연을 보자 조수경의 눈에서 또 한바탕 질투가 났다.‘약혼자가 있는데도 누구한테 보여주고 꼬시려고 이렇게 치장하고 나온 거야?’‘강씨 집안이 아니라면, 송성연 이 촌닭은 평생 이런 명품도 입을 수 없겠지.’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성연을 전혀 쓸모없는 사람으로 폄하했다.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조수경이 가식적으로 성연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성연 씨,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오해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날 밤에 나는 정말 무진 오빠를 부축하면서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제가 무진 오빠를 부축하고 돌아가자고 했지만, 오빠는 기어이 거기가 자기 방이라고 말했어요. 바로... 당신이 봤던 모습으로 변했어요. 사실 나와 무진 오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성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나는 여전히 당신이 무진 씨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겠어요.”“당연히 무진 오빠하고 거리를 둘 거예요. 저는 곧 회사를 떠날 거예요. 사직서는 이미 작성했어요.”조수경은 사직서를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성연은 반신반의하면서 결코 조수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사직서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그래서 성연이 할 수 없이 말했다.“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겠어요.”조수경은 이를 악물었다.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속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래도 조급해선 안 돼. 결국 방법이 있을 거야.’성연이 믿지 않는 걸 본 조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슬픈 눈빛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더욱 믿게끔 행동했다.성연이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조수경 씨, 뭘 마시고 싶으세요?”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이날 성연은 다시 조수경의 전화를 받았다.성연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수경의 표정과 태도를 모두 똑똑히 보았다.‘그럴듯하게 꾸몄지만 무슨 그럴 필요가 있겠어?’그러나 마침 심심하기도 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조수경이 또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두고 봐야지.’전화를 받은 성연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성연이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안 조수경이 먼저 말했다.[성연 씨,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 도시를 떠날 거예요. 이것으로 나는 정말 성연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어요.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성연씨 당신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거예요.]‘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결코 농담이 아닐 거야.’성연은 조수경의 말을 약간은 믿었지만 완전히 다 믿지는 않았다.‘조수경 이 여자는 너무 잘 꾸미고 간교한 수작도 잘 부려.’ 성연은 반드시 방비하면서 조수경을 쉽게 믿지 말아야 했다.“조수경 씨가 무슨 결정을 내리든 당신의 생각이니, 외부인인 제가 간섭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진 씨의 약혼녀인 제가 당신에게 무진 씨와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는 것도 제 권리입니다.”성연은 담담하게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조수경에게 무슨 감정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았다.전화기 맞은편의 조수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살에 박혔지만 아픔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나 오늘의 목적을 생각하고 조수경은 참았다.조수경이 약간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저는 무진 오빠를 오빠처럼 생각했을 뿐이에요. 집에 일이 생기자 할머니, 고모, 그리고 무진 오빠가 제게 그렇게 잘해 준 건데 성연 씨가 오해한 거예요. 성연 씨를 만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불쾌하게 헤어졌다.성연은 조수경을 만나도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느꼈다.원래는 조수경을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성연의 심리를 간파한 듯이 조수경이 바로 입을 열고 강조했다.[저는 지금 바로 성연 씨 집 근처에 있어요. 여기서 성연 씨를 기다리고
한바탕 격렬했던 정사가 끝난 후, 조수경은 이 약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은 후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오직 본능만 남았던 것이다.그동안 조수경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손민철은 조수경의 이런 행동에 더욱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조수경의 어깨를 껴안고 말했다.“필요하다면 더 큰 프로젝트를 줄게. WS그룹에서의 당신의 지위가 더 확고하게 될 거야.”조수경은 원래 한번 시험해 보려는 마음이었다.뜻밖에도 손민철이 여기 온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약을 구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이 약이야 말로 조수경이 오늘 손민철을 만난 목적이었다.다만 손민철의 말은 의외의 놀라움을 주었다.지금 손민철은 확실히 조수경에게 적지 않은 이익을 안겨주었다.WS그룹에서 조수경의 지위는 한층 더 높아졌다.만약 머리를 굴려서 손민철이 기꺼이 자신을 힘껏 돕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조수경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댄 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당신은 내게 정말 잘해 줘.”그런데 당신은 언제 돌아가서 나하고 결혼할 거야? 지금 아버지가 하루 종일 나를 재촉하고 있어.” 손민철은 단지 투정하는 듯이 말했지만, 조수경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조수경은 손민철을 보면서 애교를 부렸다.“우리는 지금도 좋지 않아?”“하지만 정하면 더 좋지. 우리 둘은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어, 설마 당신은 그러고 싶지 않은 거야?” 손민철은 조수경을 떠보았다.조수경은 지금 어쨌든 손민철이라는 이 조력자를 잃을 수 없다.그래서 손민철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지금 우리의 큰 계획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결혼은 성공한 뒤에 다시 이야기해. 만약 강무진이 우리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를 WS그룹에 남겨두겠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순전히 동정 때문에 나를 받아들였는데, 나는 이 보호막을 잃고 싶지 않아”손민철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기본적으로 조수경이 말하는 대로 하는 것일뿐.지
오늘 조수경은 청순한 재스민 같은 평소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오늘은 빨간색의 깊은 브이넥 원피스를 입었는데, 원래 겉에 숄을 하나 더 걸쳤다.방금 문을 열러 나올 때에 숄은 이미 벗어버린 뒤.조수경은 또 손민철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나 오늘 예뻐?”“아름다워, 너는 언제나 가장 아름다워.” 손민철은 이미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조급해?”“너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어? 매번 나를 이렇게 유혹하는데.” 손민철이 다가가서 조수경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조수경은 거부하지 않고 손민철의 목을 껴안았다.“오늘 어쩐 일이야? 웬일로 나를 찾을 마음이 생겼어?” 손민철은 정말 어렵게 조수경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느꼈다.“일이 없으면 당신을 찾을 수 없어?” 조수경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손민철이 넋을 잃게 만들었다.손민철이 좀 더 진도를 나가려고 하자, 조수경이 손을 붙잡고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손민철의 눈은 이미 욕망으로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지금 막히자 더 짜증이 났다.“왜 그래? 나를 오라고 해놓고 나를 가지고 놀려는 거야?”조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당신, 지금 나한테 그런 나쁜 말투로 말한 거야?”그리고 눈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상황을 파악한 손민철이 얼른 구슬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당신이 내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조수경 잠시 생각했다.‘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손민철을 수중에 꽉 쥐지 못했을 거야.’‘지금 이 시점에서는 모든 자원을 이용해야 해.’‘그럼 바로 손민철부터야.’“나는 당신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 늘 그런 식이면 전혀 새로운 게 없잖아.”“어떻게 놀고 싶은데?” 손민철도 물론 자극적으로 즐기고 싶었지만, 매번 조수경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지금 조수경이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