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관은 손정우가 북부의 명문가 출신이라고 생각했다.만났을 때, 항상 공손하게 대하는 태도에 조금도 의심하지 못했다.그러나 사실 소정우는 강진성이 찾아낸 돈 좀 있는 집안 자식에 불과했다.성연이 레스토랑을 무사히 떠나는 모습을 강진성과 송아연이 바라보았다.송아연과 강진성은 줄곧 바로 옆 룸에서 바깥의 동정을 살폈다. 성연의 몰락을 지켜볼 생각으로.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저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성연이 소정우의 손에서 벗어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송아연은 속으로 더 놀랐다.‘분명히 모든 것을 다 안배해 두었는데, 어째서 송성연이 피한 거지?’일이 또 실패한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던 강진성은 송아연에게 바로 모든 화를 풀었다.강진성이 송아연을 향해 분을 참지 못해 소리를 질렀다.“송아연, 네가 생각한 게 무슨 묘수야? 강무진이 송성연에게 경호원을 붙여놓았을 게 뻔한데!”지금 경호원들이 나타나면서 자신들의 모든 계획이 실패했다.강진성은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를 지경이다. 아버지 앞에서 잔뜩 큰 소리를 쳐 놨는데 말이다. 결국는? ‘송아연, 정말 잘 났다.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망쳐 놓고는.’‘송아연을 믿지 말아야 했어.’‘도대체 무슨 멍청한 생각으로 이런 계획을 짠 거야?송아연은 모든 일의 진행 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눈썹을 찡그리며 뭔가 김이 새는 듯한 느낌이다.하지만 강진성은 용서할 생각 없이 계속 비난했다.“지난번에 너는 곽연철을 찾아가서 애매하게 만들어 놓더니, 이번에 또 강제 결혼을 시키려던 계획은 어떻게 되었어? 진짜, 병신 같은 게!”강진성은 진짜 송아연은 쳐다보는 것도 싫었다. 쳐다보면 자신의 눈만 더럽힐 것 같았다.차라리 다른 사람을 골랐어야 했다.송아연은 결코 좋은 파트너가 아니었다.이 일은, 송아연도 몹시 화가 났다.성연이라면 뼈에 사무칠 만큼 증오했다.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실패한 마당에 송아연이 달가울 리가 있겠는가?강진성이 옆에서 이렇게 중얼거리자 송아연도 화가
성연은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곽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제왕그룹과 왕대관의 회사 사이의 합작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까?”곽연철이 대답했다.“같이 하는 프로젝트 중에 큰 건 없고, 작은 것들만 좀 있습니다. 줄 수 있는 것들만 줍니다.”합작하는 대상은 성연에게 특별하다.그래서 왕대관 회사와의 합작을 곽연철이 직접 주시하고 있었다.성연이 가끔 상황을 물어보면 자신이 대답할 수 있도록.곽연철 자신이 주시하고 있어야 안심할 수도 있고.진미선과 왕대관은 모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다.합작을 하려면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너무 많이 주어서는 안 되고, 당연히 성연의 친엄마인 진미선에게 너무 적게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그래서 합작 프로젝트는 모두 곽연철이 직접 확인한 후에 왕대관 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다.성연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앞으로는 줄 필요 없습니다. 지금부터 왕대관 회사와의 모든 합작을 끊으세요.”성연을 무정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진미선이 너무 한 것이다.조금 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을 팔아 치우려던 진미선을 생각하면 성연은 또 다시 구역질이 올라왔다.‘세상에 어떻게 이런 엄마가 다 있어?’‘나한테 하나 주고 하나를 가져가야 한단 말이야?’성연은 때때로 자신이 가진 게 매우 많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동시에 가진 게 너무 적었다.혈육의 정에 있어서는 언제나 너무 빈곤했다. 다행히 성연은 정신이 강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만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곽연철이 즉시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자신의 보스 송성연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냉정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꽤 여린 사람이었다.만약 그렇지 않다면, 왕대관의 회사와 합작을 진행하게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듣던 곽연철은 이미 짐작했다. 분명히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생겼다고.왕대관의 회사는 정말이지 눈치가 없어서 성연의 신분을 아직 모른다.저들에게 주었던 기회가 이렇게 사라지게 되었다.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거실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성연을 보며 무진은 성연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아차렸다.그래서 무진이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오늘 나가서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안 좋아?”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진미선을 만날 때면 성연은 몰래 나갔다. 자신의 가정사로 무진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무진이 대신해 자신의 가정사들을 해결해 줄 의무가 없었다.그리고 무진에게는 머리 아픈 일들이 충분했다. 자신까지 무진을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이런 일을 알게 되면 무진도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차라리 모르는 게 나아.’성연이 잠시 멈칫하고 거꾸로 물었다.“회사 쪽은 어때요?”성연은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에서 나간 기사들을 계속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런 종적도 보지 못했다.앞서 보도된 소식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무진이 막은 게 분명했다.성연은 아직도 무진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어쨌든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 찰나에 일이 터져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다니, 성연은 무진의 몸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무진은 성연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 성연에게 말해 주었다.“이제 둘째, 셋째 일가 쪽 사람들은 강씨 집안에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게 됐어. WS그룹 주식은 한차례 매수 조정을 거쳐 지금은 내가 확실하게 손에 넣었어. 그러나 일부분을 L-W사에 넘길 생각이야. 필경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합작하고 있으니 우리 쪽에서도 성의를 좀 표시해야 해.”이번 L-W사의 전폭적인 지지로 인해 무진이 승기를 잡고 좀 더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무진은 당연히 L-W사에 고마워하고 있었다.게다가 L-W사의 대표 임병태는 무척 시원하고 솔직한 한 사람이었다. 지분을 좀 넘긴다 하더라도 괜찮을 터.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은 생각이에요.”어차피 무진이 마지막으로 지분을 넘긴 것은 자신뿐이었다.성연은 누구보다 안전했다.무진을 해치는 어떤 일도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쩌면 어떤 부분에서는
저녁에 북성남고의 교장이 성연에게 전화를 했다.성연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하자 특별히 로비를 하러 온 것이다.“송성연 학생, 이제 곧 졸업인데, 졸업 분위기를 체험하고 싶지는 않나? 남은 기간 다시 학교에 나오는 건 어떤가? 학우들이 모두 성연 학생을 보고 싶어해. 네가 학교에 남아 주기를 바라고.”성연은 북성남고 학생들에게 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저들은 그저 주견이라고는 전혀 없는 기회주의자들 같았다.성연은 그 점에 대해 이미 깊이 체험한 바 있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한 마디로 북성남고는 자신의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 못 된다는 말씀.성연은 교장의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역시 안 되겠어요. 지난번 일로 이미 학교에 폐를 많이 끼쳤어요. 저는 그냥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게 낫겠어요.”대학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데다 또 모두 성인들이다 보니 고등학교보다 성연이 활동하기 훨씬 편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성연은 고교 졸업을 건너 뛰고 바로 대학에 편입할 계획.성연의 말에 교장이 계속해서 권유했다.“폐는 무슨, 아니야, 절대 폐 끼치지 않았어!”지난 번에 성연이 학교를 그만 두고 바로 대학 진학을 하겠다고 하자, 교장은 흔쾌히 승낙했었다.그런데 왜 또 교장은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바꾼 걸까?사실 지난번 학교 게시판 사건으로 온 북성이 떠들썩했었다.북성의 상류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교장은 원래 성연이 학교에 남아 있게 되면 학생들 사이에 좋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또 학생들이 한창 학업 성과를 내야하는 기간이었기에 당연히 송성연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배제시키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그런데 그 후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북성시 부유층 집안에서 하나같이 자신들의 자녀를 북성남고에 보내려 난리가 난 것.마치 북성남고에 들어와야 상류사회 자제들을 사귈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된 듯하다.송성연의 행적은 가히 판타스틱하다고 할 정도였다.어떤 사람들은 하루 아침
강일헌과 강진성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야 했다.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세수를 한 뒤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야물지 못하고 미숙한 두 사람의 모습에 실망한 강명기는 꽤나 속이 탔다.“내 어제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오늘 아침에 중요한 일이 있으니, 일찍 자 두라고? 그런데? 너희 둘 다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거야?”강진성이 하품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버지, 무슨 일인지 말씀 안 하셨잖아요. 여태까지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적이 없는 걸요.”간이 작은 강일헌은 작은 아버지 강명기의 말에 감히 대꾸도 못했다. 그저 옆에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쓰면서 강명기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뻔뻔스럽게 말대꾸하는 자기 아들 때문에 속이 뒤집어질 지경인 강명기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 너희 둘이 미스터 제이슨을 맞이하러 나가거라. 만약 이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라!”미스터 제이슨 얘기가 나오자, 강진성은 그제야 사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흠칫 흠칫 연이어 몸을 떨어대더니 정신을 차린 강진성이 강명기에게 항의했다. “아버지, 그 말씀을 왜 어제 안 하셨어요?”미스터 제이슨은 지금 자신들이 강무진을 무너뜨리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이번 일은 절대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 미스터 제이슨과 무조건 관계를 잘 맺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강명기가 기가 차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급한 일인 걸 이제야 알겠어? 뭐 해? 얼른 서둘러 나가지 않고.”말을 끝낸 강명기는 뒷짐을 진 채 화원으로 향했다.운전기사를 미리 대기시켜 놓았으니, 두 사람은 바로 차를 타고 나가면 된다.다소 움츠러든 모습을 수습한 강일헌과 강진성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를 타고 손님을 맞이하러 공항으로 나갔다.강명기가 시간 계산을 딱 맞았다. 강일헌과 강진성이 공항에 도착한지 5분도 채 안 되어 미스터 제이슨이 탑승한 비행기가 북성 공항에 도착했다.잠시 후, 미스터 제이슨은 아름다운 미녀를 동반하고 게이트를 빠져나왔다.여성은 성숙미가
소지연의 명성은 두 사람이 WS그룹에 있을 때부터 진즉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문제였다. ‘소지연이라면 분명 강무진의 유능한 수하일 텐데, 어떻게 미스터 제이슨과 함께 있는 거지?’한 차례의 흥분이 지나간 다음, 두 사람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의심이 가득 들어찼다.고혹적인 분위기의 소지연은 일거수일투족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소지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두 분, 의심스러우실 줄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분간만 당신들과 손잡을 뿐입니다. 내 목표는 송성연 하나니까요. 나는 그 여자가 몹시 싫어요.”강무진과 오래된 관계인 소지연이 강무진을 배신할 일은 절대 없다.그러나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부득이 미스터 제이슨과 내기를 하게 되었다.동시에 미스터 제이슨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건으로 제시하자, 소지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북성으로 돌아왔다.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강무진의 약혼녀가 될 수 있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다.과연 강무진의 곁에 설 자격이 있는지도 포함해서.소지연은 강무진을 도울 능력이 있는 자신만이 강무진과 나란히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름도 모를 여자가 난데없이 나타난 것. 그러니 소지연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자신이 그 긴 시간 동안 때를 기다린 것은 결코 다른 여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누가 됐든, 내가 돌아왔으니 얌전히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을 걸!’소지연의 말을 들은 강일헌과 강진성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여자들끼리의 전쟁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바로 질투.소지연의 목적은 강무진이 분명했다.강진성은 속으로 좀 떨떠름했다. ‘이런 대단한 미인이 어째서 강무진 같은 병신 xx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야?’‘아, 아깝네.’강일헌이 얼른 소지연의 말에 반응하며 맞장구를 쳤다.“소지연 씨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손을 잡기로 한 이상 친구와 마찬가지죠. 북성에 머무시는 동안 성심껏 소지연 씨를
공항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미스터 제이슨과 헤어진 소지연은 곧장 WS그룹으로 달려갔다.건물 꼭대기 층 대표 이사실로 가서 무진을 찾았다.소지연을 본 무진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이렇게 빨리? 왜 미리 말 안 했어? 그럼 공항에 마중 나가라고 지시했을 텐데.”소지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웃었다.“무진 오빠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귀찮게 해요?”무진도 소지연을 따라 픽 웃었다.몇 마디 인사말을 가볍게 나눈 두 사람은 바로 업무에 관한 주제로 넘어갔다.소지연은 무진에게 해외 지사의 실적에 대해 보고했다.소지연의 관리에 따라 해외 지사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매 중요한 단계마다 소지연의 관리 능력이 빛을 발휘하였다.무진은 유능한 수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상관이었다. 무진이 소지연을 칭찬하며 말했다.“잘했어. 너에게 지사를 맡기는 게 탁월한 선택이었군.”애초에 소지연의 과감한 추진력과 시장의 흐름에 민감한 감각이 마음에 들었었다.지금의 이런 실적은 무진의 예상을 이미 초월한 것이다.무진의 칭찬에 소지연이 겸손하게 대답했다.“오빠가 잘 키워준 거죠. 무진 오빠가 아니었으면 제가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 잘할 수 있었겠어요?”지극히 겸손한 말이었다. 만약 소지연에게 능력이 없었다면 무진이 그처럼 중요한 직책을 그녀에게 맡기지도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원래부터 뛰어난 인재였던 소지연은 무진의 조련에 힘입어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젊은 나이에 중책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소지연은 무진이 눈치 채지 않도록 슬쩍 무진의 옆모습을 응시했다.바라보는 두 눈에 짙은 애정이 담긴 빛이 스쳐갔다.금세 다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소지연.가방에서 고급 포장지에 둘러싸인 고가의 시계를 꺼냈다.명품 시계 브랜드의 한정판인지라 시장에 몇 나오지 않은 것이어서 소지연 또한 구하기 위해 꽤나 애를 썼었다.“이 시계,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거예요. 처음 보는 순간부터 오빠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선물로 준비했어요.” 소
사무실을 나가던 소지연이 고개를 돌린 채 물었다.“무진 오빠 곧 결혼할 거라면서요? 나 아직 예비 신부 얼굴도 못 봤어요.”정말 성연이 궁금하기라도 한 듯이 소지연의 두 눈에는 짙은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사실은 얼마나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는 지는 그녀 자신만 알고 있을 뿐이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나중에 두 사람 소개시켜 줄게.”무진은 소지연과 성연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의 성격은 어떤 면에서 아주 닮았다.자신과 소지연이 가까운 관계인만큼 두 사람을 한 번 만나게 할 때이기도 했다.소지연은 활짝 웃으며 마치 옆집 여동생이 오빠와 새언니를 동경하는 듯한 모습을 가장했다.사실 무진에게 있어서 소지연은 확실히 옆집 여동생 같은 존재가 맞았다.소지연은 정말 무진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었다.오래도록 함께해 온 두 집안의 관계는 그 만큼 예사롭지 않았다. 소지연은 대학 졸업 후에 무진의 회사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업무들을 익혀나갔다.그리고 마침내 유럽 지사로 파견되어 실적을 쌓기 시작한 것.세상 물정도 모르던 여자아이가 이제 전략을 세울 줄도 아는 강한 여성으로 자랐다. 그만큼 소지연의 능력은 뛰어났다.“돌아가서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안부 전해 줘. 내일 식사 자리에 좋은 술 한 병 가져다 드리고 사죄 드리겠다는 말씀도 대신 전해 주고.” 강씨 집안과 소씨 집안은 대를 이어 친교를 맺어온 사이.예전에 무진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소씨 집안 부모님과의 관계도 아주 좋았었다.무진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겉으로는 두 집안의 교류가 뜸한 듯했으나 보이지 않는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무진이 어려울 때면 소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너무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한 것은 확실히 무진 자신의 잘못이었다.“무진 오빠가 찾아 뵈면 두 분 모두 기뻐하실 거예요. 예전에 오빠 집안 내 둘째, 셋째 일가와의 일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 언급하신 적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