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연의 명성은 두 사람이 WS그룹에 있을 때부터 진즉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문제였다. ‘소지연이라면 분명 강무진의 유능한 수하일 텐데, 어떻게 미스터 제이슨과 함께 있는 거지?’한 차례의 흥분이 지나간 다음, 두 사람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의심이 가득 들어찼다.고혹적인 분위기의 소지연은 일거수일투족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소지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두 분, 의심스러우실 줄 알아요. 하지만 나는 당분간만 당신들과 손잡을 뿐입니다. 내 목표는 송성연 하나니까요. 나는 그 여자가 몹시 싫어요.”강무진과 오래된 관계인 소지연이 강무진을 배신할 일은 절대 없다.그러나 지금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부득이 미스터 제이슨과 내기를 하게 되었다.동시에 미스터 제이슨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조건으로 제시하자, 소지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북성으로 돌아왔다.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강무진의 약혼녀가 될 수 있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할 생각이다.과연 강무진의 곁에 설 자격이 있는지도 포함해서.소지연은 강무진을 도울 능력이 있는 자신만이 강무진과 나란히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름도 모를 여자가 난데없이 나타난 것. 그러니 소지연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자신이 그 긴 시간 동안 때를 기다린 것은 결코 다른 여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누가 됐든, 내가 돌아왔으니 얌전히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을 걸!’소지연의 말을 들은 강일헌과 강진성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여자들끼리의 전쟁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바로 질투.소지연의 목적은 강무진이 분명했다.강진성은 속으로 좀 떨떠름했다. ‘이런 대단한 미인이 어째서 강무진 같은 병신 xx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야?’‘아, 아깝네.’강일헌이 얼른 소지연의 말에 반응하며 맞장구를 쳤다.“소지연 씨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손을 잡기로 한 이상 친구와 마찬가지죠. 북성에 머무시는 동안 성심껏 소지연 씨를
공항 근처의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미스터 제이슨과 헤어진 소지연은 곧장 WS그룹으로 달려갔다.건물 꼭대기 층 대표 이사실로 가서 무진을 찾았다.소지연을 본 무진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이렇게 빨리? 왜 미리 말 안 했어? 그럼 공항에 마중 나가라고 지시했을 텐데.”소지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가볍게 웃었다.“무진 오빠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귀찮게 해요?”무진도 소지연을 따라 픽 웃었다.몇 마디 인사말을 가볍게 나눈 두 사람은 바로 업무에 관한 주제로 넘어갔다.소지연은 무진에게 해외 지사의 실적에 대해 보고했다.소지연의 관리에 따라 해외 지사의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매 중요한 단계마다 소지연의 관리 능력이 빛을 발휘하였다.무진은 유능한 수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상관이었다. 무진이 소지연을 칭찬하며 말했다.“잘했어. 너에게 지사를 맡기는 게 탁월한 선택이었군.”애초에 소지연의 과감한 추진력과 시장의 흐름에 민감한 감각이 마음에 들었었다.지금의 이런 실적은 무진의 예상을 이미 초월한 것이다.무진의 칭찬에 소지연이 겸손하게 대답했다.“오빠가 잘 키워준 거죠. 무진 오빠가 아니었으면 제가 무슨 능력으로 이렇게 잘할 수 있었겠어요?”지극히 겸손한 말이었다. 만약 소지연에게 능력이 없었다면 무진이 그처럼 중요한 직책을 그녀에게 맡기지도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원래부터 뛰어난 인재였던 소지연은 무진의 조련에 힘입어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젊은 나이에 중책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소지연은 무진이 눈치 채지 않도록 슬쩍 무진의 옆모습을 응시했다.바라보는 두 눈에 짙은 애정이 담긴 빛이 스쳐갔다.금세 다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온 소지연.가방에서 고급 포장지에 둘러싸인 고가의 시계를 꺼냈다.명품 시계 브랜드의 한정판인지라 시장에 몇 나오지 않은 것이어서 소지연 또한 구하기 위해 꽤나 애를 썼었다.“이 시계,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거예요. 처음 보는 순간부터 오빠에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선물로 준비했어요.” 소
사무실을 나가던 소지연이 고개를 돌린 채 물었다.“무진 오빠 곧 결혼할 거라면서요? 나 아직 예비 신부 얼굴도 못 봤어요.”정말 성연이 궁금하기라도 한 듯이 소지연의 두 눈에는 짙은 호기심을 담고 있었다.사실은 얼마나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는 지는 그녀 자신만 알고 있을 뿐이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나중에 두 사람 소개시켜 줄게.”무진은 소지연과 성연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의 성격은 어떤 면에서 아주 닮았다.자신과 소지연이 가까운 관계인만큼 두 사람을 한 번 만나게 할 때이기도 했다.소지연은 활짝 웃으며 마치 옆집 여동생이 오빠와 새언니를 동경하는 듯한 모습을 가장했다.사실 무진에게 있어서 소지연은 확실히 옆집 여동생 같은 존재가 맞았다.소지연은 정말 무진과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었다.오래도록 함께해 온 두 집안의 관계는 그 만큼 예사롭지 않았다. 소지연은 대학 졸업 후에 무진의 회사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업무들을 익혀나갔다.그리고 마침내 유럽 지사로 파견되어 실적을 쌓기 시작한 것.세상 물정도 모르던 여자아이가 이제 전략을 세울 줄도 아는 강한 여성으로 자랐다. 그만큼 소지연의 능력은 뛰어났다.“돌아가서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안부 전해 줘. 내일 식사 자리에 좋은 술 한 병 가져다 드리고 사죄 드리겠다는 말씀도 대신 전해 주고.” 강씨 집안과 소씨 집안은 대를 이어 친교를 맺어온 사이.예전에 무진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소씨 집안 부모님과의 관계도 아주 좋았었다.무진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겉으로는 두 집안의 교류가 뜸한 듯했으나 보이지 않는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무진이 어려울 때면 소씨 집안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너무 오랫동안 찾아 뵙지 못한 것은 확실히 무진 자신의 잘못이었다.“무진 오빠가 찾아 뵈면 두 분 모두 기뻐하실 거예요. 예전에 오빠 집안 내 둘째, 셋째 일가와의 일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통화할 때 언급하신 적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오
저녁에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던 성연.한창 하고 있던 게임이 중간에 끊겼다. 짜증이 났지만 발신자 표시를 본 성연의 얼굴에 경악에 가까운 표정이 떠올랐다.거기에 기대하지 못했던 기쁨도 다소 섞여 있었다.성연은 게임은 내팽개치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휴대폰 너머에서 아주 매력적인 남자 음성이 들렸다. 성연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상대방이 말했다.“공항에 좀 늦었더니 두 세 시간 여유가 생겼어. 비행기를 바꿔 타고 북성으로 날아갈 거야. 이 틈에 얼굴이나 보자.”성연이 생각해도 확실히 서로 얼굴을 본 지 오래되었다.서로 바빠서 도무지 자리를 함께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성연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따가 내가 갈게. 나를 속이는 거 아니지?”도시 농담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이 사람의 성격으로 봐서 아마 자신을 속이는 건 아닐 것이다.“서로 얼굴 본 지 이렇게 오래 되었는데, 내가 너를 속일 이유가 뭐야?” 상대방의 말투에서 어쩔 수 없이 가벼운 웃음기가 희미하게 묻어났다.성연이 주먹을 쥐고서 한 대 치는 동작을 취하며 말했다.“넌 감히 나를 못 속여. 만약 감히 나를 속인다면 어디로 가든지 쫓아가서 단단히 혼구멍을 내 줄 거야.”성연의 말에 휴대폰 저편의 사람이 더 크게 웃었다. “아이고, 바라는 바네요.”흥 가볍게 콧방귀를 뀌는 성연의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이로써 이 사람의 전화를 성연이 얼마나 반가워하는 지 알 수 있었다.성연은 창가로 가서 바깥 하늘을 잠시 쳐다보았다. 아직 시간이 있는 줄 알았으나 이미 밤이 깊었다.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시간이 두세 시간밖에 없다고 했다.그런데도 일부러 자신에게 전화를 한 것.누가 뭐라 하든, 성연은 꼭 가서 만나야 했다.그래서 성연도 승낙하려 했지만, 미처 성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상대편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여기서 너 기다릴 테니, 나 바람 맞히지 마.”성연이 휴대폰을 향해 눈을 흘겼다.“내가 바람이나 맞히는 사람
성연은 가는 내내 운전 속도를 높여 밤 10시 좀 넘어 공항에 도착했다.휴대폰으로 들어온 메시지에 따라 공항 VIP 실로 향했다.성연이 VIP실로 들어서자, 몸매며 얼굴이며 모두 연예인 보다 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유니버설 트레이드 컴퍼니의 대표 고정재.성연의 오랜 친구다.고정재를 본 성연이 눈썹을 휙 치켜세우고는 앞으로 걸어가 고정재의 어깨를 두드렸다.“진짜 이런 일이 다 있네. 공사다망하신 사람이 먼저 만나자고 하다니 너무 황송할 지경이야.”고정재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말했다.“그만 놀려. 바쁜 일만 아니면 난들 너희들과 종일 같이 어울리고 싶지 않겠어?”“됐네요, 됐네요. 대표님이 우리와 같을 수야 없지.” 성연이 저리 가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고정재, 이 인간의 시간은 1분 1초가 수십 억 원에 맞먹을 정도니, 성연도 감히 그의 시간을 헛되게 할 수 없었다.만약 고정재에게 자신들과 같이 놀게 한다면, 어찌 정당한 일이라고 하겠는가?고정재의 얼굴이 다소 진지해지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성연아, 너 요즘 잘 지내고 있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 다 알고 있어. 너 진짜 유럽으로 유학 갈 생각이야?”평소 무척이나 바쁜 고정재이지만, 성연에 관한 일만큼은 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유럽은 그의 세력 근거지라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성연이 정말 그곳에 간다면 더 자주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성연을 돌보는 것도 괜찮고.성연은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부인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유럽으로 오기만 해. 필요한 모든 것들 미리 다 준비해 놓을 테니. 그냥 가방 들고 입학만 하면 되게 말이야.” 성연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재.하지만 성연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바로 거절했다.“필요 없어.”성연은 남들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과 고정재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어찌 되었든 사람
고정재는 소장하고 있던 향수 한 병을 꺼냈다. 향수는 꽤나 볼륨감 있게 투각을 한 단향목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파스텔 블루의 향수가 케이스 밖으로 보일락말락 하는 것이 무척 예뻤다.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정재의 손에 들린 향수를 보는 성연의 눈에 기쁨이 넘쳤다.성연이 이 향수가 무척 마음에 든 것이 분명했다.고정재가 성연에게 말했다.“이건 네 스승님이 그 해에 남기셨던 배합법에 따라 만든 거야. 사적으로 따로 연구해서 만들라고 회사에 시켰어. 한 번 뿌려 봐. 만약 이 제품이 진짜 생산된다면 유럽의 다른 어떤 명품 향수보다 더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해. 나도 이 향수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는데, 결국 똑같이 만족스럽게는 만들지 못 했어.”그래서 고학중의 제자인 성연이에게서 분명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찾아온 터였다.물론 성연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지만.고정재가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성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건 향수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케이스에서 꺼낸 향수를 코끝에 대고 향을 맡던 성연은 확실히 스승님이 남긴 배합표에 따라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은은하면서도 예스러운 한약 향이 아주 살짝 묻어났지만, 다른 향에 둘러싸여 일반인이라면 맡기 어려웠다.일반 향수보다 더 묵직한 베이스노트가 느껴졌다.그러나 이 향은 다른 사람들이 연구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오직 성연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미세한 향 몇 개가 섞여 있음을.성연의 진지한 모습을 본 고정재가 말했다.“알아내기 힘들면 억지로 안 해도 돼. 이 향수는 내가 너에게 주는 거야. 천천히 연구해도 돼. 서두를 필요 없어. 물론 연구할 생각 없으면 안 해도 돼. 다만 이 향수, 시장성이 있다고 봐. 만들어 내면 분명 히트할 거야.”“내가 열심히 연구해 볼게.” 성연은 사실 고학중의 제자일 뿐이다.자신은 스승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능력을 이어받았을 뿐이다.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을
성연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무진은 서재에서 서류들을 보느라 여전히 바빴다.서재를 지나가던 성연은 서재에 아직 불이 켜진 것을 보았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성연은 오후에 만들어 두었던 약선탕을 다시 데워서 무진에게 들고 갔다.“이렇게 오래 일했으니 이제 뜨끈한 탕을 좀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해요.” 여름이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옷도 가볍게 입은 무진이 일에 빠져 있다 보면 냉기가 몸 안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그러다 무진이 병이라도 날까 성연은 걱정스러웠다.“어, 왔네?” 무진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무진이 성연의 손에 들려 있던 약선탕을 받아 들고 순식간에 다 마셨다.무진은 성연이 늦은 시간에 만나러 나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지 않았다. 오히려 성연이 먼저 설명했다.“여러 해 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빠 만나고 왔으니, 오해하지 말아요.”“오해 안 해.”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무진은 속으로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가 기억하기에, 송종철과 진미선이 결혼해서 낳은 첫아이가 성연인데, 어디에서 오빠가 툭 튀어나온 건가 싶었다.성연이 자란 시골 마을의 다른 집 아들이라면 더 이해가 안 된다.마을 사람들의 배경이야 너무나 평범해서, 어떤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어떻게 성연과 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마을의 이웃집 오빠도 아니라면, 또 어디에서 튀어나온 걸까?”무진의 마음속에 의혹이 겹겹으로 쌓였지만, 성연이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성연이 오빠라고 부르면 당연히 오빠겠지. 단지 내가 모르고 있을 뿐.’무진이 그에 대해서는 별말 하지 않았다.“돌아왔으니 푹 쉬어.” “무진 씨는 아직 안 잘 거예요?” 성연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예전에는 늘 무진과 같이 잠이 들었다.그러나 지금 무진이 업무로 바빠지면서 잠 드는 시간도 늦어지고 있었다.어쩌면 무진이 침실에 들어왔을 것이다. 자신이 깨지 않고 자는 사이에 다시 또 일어나 나
이튿날, 소지연이 직접 성연을 만나러 찾아왔다.바쁜 무진 대신 성연이 문을 열고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문이 열리며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차림의 미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여자의 위기감에 성연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그러나 소지연은 아주 친근한 태도로 말했다.“당신이 무진 오빠 약혼녀죠? 저는 소지연이라고 해요. 무진 오빠와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사이예요.”무진과 친구 같은 사이라는 말을 듣고 성연은 경계심을 늦추었다.그러나 무진에게서 이런 이성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그래서 갑자기 나타난 친구에게 성연은 아주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성연이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송성연입니다.”소지연은 위에서 아래로 성연을 힐끗 훑어보았다.젖비린내 나는 어린 여자애였다. 자신의 눈에는 별로 도전할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자신이 나선다면 송성연의 몫이 있기나 할까?소지연은 활짝 웃으며 성연을 쳐다보았다. 성연이 소지연을 손님으로 집안에 들였다.소지연이 핸드백을 성연에게 건넸다.“새언니를 처음 만나는데,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지 몰라 가방을 하나 골라봤어요. 내 생각엔 분명히 새언니 마음에 들 거예요.”성연은 한 번 쓰윽 훑어보니, 손바닥 만한 핸드백이 명품 브랜드 못지않게 무척 비싼 가격이었다.소지연은 얼굴이 예쁠 뿐 아니라 씀씀이도 무척이나 대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성연은 망설이며 받지 못했다.옆으로 다가온 무진이 입을 열었다.“괜찮아, 내 사람이야. 지연이가 너에게 선물하는 거니 받아 둬.”무진이 말한 이상 성연도 거절하기 어려워 핸드백을 받았다.“감사합니다.”그러나 무진이 자기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다.이로부터 알 수 있는 바, 소지연이 무진의 심중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분명 낮지 않을 터.성연이 방에 핸드백을 가져다 두고 다시 내려오니, 무진과 소지연이 마침 소파에서 웃고 떠드는 게 눈에 들어왔다.소지연을 대하는 무진의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