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주방에서 음식에 약을 탔던 키다리가 들어왔다.송성연의 모습을 보고 비쩍 마른 키다리가 군침을 삼키며 눈이 가늘어졌다.성연은 아주 예쁘게 생겼다. 불빛 아래에 있는 얼굴은 콜라겐 덩어리가 가득 찬 듯 불면 터질 것처럼 너무 예뻤다.키다리는 송성연을 보고 눈도 한 번 돌리지 않았다.남자가 들어오는 것을 본 허신미가 바로 맞이했다.“헤이, 키다리 오빠, 오빠 약 효과가 너무 좋아.”이번에 이 키다리 오빠의 약이 없었다면 허신미는 이처럼 빨리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이 약은 효과가 빨라서 송성연을 빨리 쓰러뜨렸어.’송성연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그러나 허신미의 말에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이 반응은 아니야. 이 약은 미약이지만 사람을 혼미하게 하지는 않아.”‘만약 약효가 발작했다면 송성연은 지금 옷을 벗어 제치고 있어야 해. 조용히 여기에 기대어 있는 게 아니라.’허신미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쨌든 지금 쟤는 움직일 수 없어. 키다리 오빠가 놀고 싶으면 괜찮아.”‘누군가가 송성연을 망칠 수만 있다면 동영상을 녹화할 거야.’송성연을 망치고 나면 그들은 강무진에게 파일을 전송하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그에게 방미정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할 거야.’방미정은 옆에서 허신미를 끌어당겼다.“좀 봐 줘. 얘 강무진의 약혼녀야. 다른 사람이 데리고 놀다가 죽게 하지는 마.”방미정은 방금 북성에 돌아왔지만 알아낸 정보는 적지 않았다.상류 사회에서는 모두 알고 있다. 강씨 집안 사람들 모두 송성연을 좋아한다는 걸.‘지난번에는 송성연의 생일파티를 열고 신분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어.’‘이를 통해서 송성연이 강씨 집안에서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위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지금은 상관없지만, 그때 가서 강씨 집안에서 추궁을 하면, 아마 끝에는 책임을 져야 할 거야.’“뭐가 무서워? 아직 결혼식도 안 올려서 아무것도 아니야. 스캔들이 나기만 하면 강씨 집안에서 어떻게 이런 약혼녀를 데리고 있겠
책상에 엎드린 성연은 그들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저 두 사람이 정말 교활한 마음씨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인간성이라고는 조금도 없어.’‘저들이 진짜 내게 손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어.’성연이 막 일어나서 저 두 사람에게 겁을 주려고 할 때였다.성연이 막 눈을 뜨려는 순간, 문밖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룸의 문을 누군가 발로 차서 열었다.손건호가 이미 사람을 데리고 돌진해 들어왔다.성연의 앞으로 달려간 손건호가 친절하게 물었다.“사모님, 사모님, 정신 차리세요. 괜찮으세요?”말하면서도 계속 성연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무진이 데려온 사람이 키다리를 붙잡고 한바탕 때렸다.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방미정과 허신미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하지 못해 놀랐다.그러나 방미정은 손건호가 무진의 비서라는 건 알고 있었다.예전 강무진의 곁을 떠날 때, 손건호가 이미 무진의 곁에 있었다.무진의 유능한 비서로.방미정은 옆에서 입을 열려고 했다.“손 비서, 너는 나와 무진 씨와의 관계를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이렇게 하면 내가 무진 씨 앞에 가서 말할 때 어떻게 설명할 거야?”그녀는 손건호가 자신의 신분을 의식해서 놓아줄 거라고 도박하는 심정으로 말했다.손건호는 방미정의 말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 냉소를 지었다.“방미정씨, 나는 보스의 지시만 듣습니다. 당신은 내가 왜 여기에 나타난 줄 압니까? 당연히 보스가 지시하셨지요. 독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보스가 마음에 두신 분을 건드렸는데, 당신을 가만 놔둘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방미정은 손건호의 말에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만약 강무진이 자신이 벌인 이 일을 정말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무진씨가 정말 송성연 때문에 내게 벌을 주는 건 아니겠지?’어쨌든 두 사람은 오랫동안 정혼 관계였던 사이다.그러나 지난번 성연을 세심하게 보살피던 무진의 모습이 시시각각 머릿속에서 떠올랐다.창백해진 안색의
손건호의 전화를 받은 무진은 성연이 약에 중독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바로 격노하면서 안색은 비할 데 없이 어두워졌다.엠파이어 하우스에 있던 무진은 손건호가 말한 그 주소로 당장 달려갔다.룸에 도착한 무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미정을 바라보았다.무진이 이렇게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방미정은 처음 보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변명했다.“무진 씨. 내가 아니야. 이건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단지 변명일 뿐이다.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니 전혀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방미정이 한 일에 대해서 무진은 마음속으로 판결도 내렸다.무진은 말없이 허신미를 보았다.어렴풋이 이 여자가 북성에 와서 적지 않은 야간업소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 야간 업소를 운영하는 수단이 당연히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무진과 눈을 마주친 허신미는 바로 차디찬 눈길에 몸이 얼어붙는 듯했다.‘소문이 진짜였어.’‘강무진, 역시 그렇게 만만한 인물이 아니야.’야간 업소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많은 거물들을 보았다.그러나 처음 보고 바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강무진을 제외하고.그만큼 무진에게서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허신미는 무진을 보는 순간 마음속으로 남몰래 후회하기 시작했다.‘이 남자의 마지노선과 위력에 도전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무진은 혼수상태에 빠진 성연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들은 뭘 먹였어?”마치 칼날처럼 예리한 그의 눈빛이 방미정과 허신미를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허신미와 방미정은 목을 움츠린 채 감히 보지도 못했다.무진이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르기에 그녀들은 너무나 무서웠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너희들 입을 지 않겠다? 그럼 데리고 가서 천천히 입을 열게 해야지, 내 수하들에게는 너희 입을 열 방법이 많을 거야!”키다리는 방금 너
키다리는 무진의 침울한 눈빛에 그대로 패해서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그는 억지로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상황은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도 풀 수 없습니다. 추세에 따라 약효가 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허신미가 직접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키다리가 성연에게 먹인 약은 약효가 가장 강하고 가장 빨리 효과가 드러난다.무진은 그 뜻이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약효가 발작하면 도움을 받아야 풀 수 있어.’무진은 바로 걸어가서 몸을 숙여 성연을 품에 안았다.손건호의 앞에 이르자 지시를 내렸다.“저 두 사람은 가두고 내가 처리할때까지 기다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이 떠나는 것을 본 방미정이 바로 쫓아갔다.“무진 씨, 무진 씨. 내 설명을 들어 봐, 내 설명을 들어,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야.” 방미정은 만약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아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무진이 직접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성연이 그의 마음속에 그렇게 큰 자리를 차지할 줄은 더욱 생각지도 못했다.발걸음을 멈춘 무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방미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기왕 방미정이 해명하고 싶다면, 그녀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어차피 무진 자신은 믿지 않을 것이다.‘만약 방미정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면, 아마 그만두지 않을 거야.’방미정은 목을 움츠린 후 천천히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것은 바로 너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내가 너의 약혼녀인데, 왜 그녀를 재빨리 약혼녀가 되게 했어? 너는 내 거야.”말하면서 방미정은 마음속으로 좀 억울함을 느꼈다.‘그래. 분명히 강무진은 내 것이어야 하는데, 왜 다른 사람과 함께 있겠어?’‘무진 씨의 모든 애정은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해.’“방미정 씨, 나는 우리 결혼이 이미 몇 년 전에 취소되었고, 게다가 결혼을 하더라도 당신과는 함께 있지 않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어!” 무진은 방미정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그는 방미정이 자신을 좋아해서 성연
성연은 줄곧 괴로움을 호소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그러나 무진의 대답은 성연을 아주 상쾌하게 했다.‘이제 방미정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셈이지?’그러나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하자 성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이게 무슨 일이야?’‘난 중독되지 않았는데?’‘하지만 지금 깨어나면 설명도 잘 할 수 없고 드러나기 쉬워.’‘만약 무진이 알고 내가 분명히 그들의 올가미를 알고 또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면, 무진은 틀림없이 화를 낼 거야.’‘지난번에 무진은 내가 제멋대로 주장하는 것을 싫어했어.’‘위험한 일이 있는데 그에게 가서 처리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이야.’‘사실 나는 아무 일도 없는데.’길에서 무진은 한시도 지체하지 못했다.급히 성연을 데리고 5성급 호텔에 도착했다.이곳은 WS 그룹 산하의 호텔이다. 무진은 오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 조치해 두었다.그래서 아무 수속 없이 성연을 바로 데려갈 수 있었다.또 사장이 그곳에서 길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사장은 아주 성실하고 무진의 신분이 중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설령 무진이 지금 품에 한 사람을 안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감히 함부로 보지 못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무진은 성연을 가볍게 침대 위에 놓았다.성연이 누워 있는데 욕실에서 쏴 하는 물소리까지 들렸다.무진이 욕조에 물을 받고 있었다확실히 이 최음제와 발정제가 발작하면 찬 얼음물로 씻으면 좀 완화될 수 있다.성연은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아무 일도 없는 사람을 찬물을 담그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이다.지금이 여름이라서 다행이다. 지금이 겨울이라면 더욱 큰일일 것이다.‘이 겨울에 욕조에서 찬물에 몸을 담근다면 아무 일이 없어도 사고가 날 거야.’무진은 찬물을 넣은 것이 아니라 종업원에게 얼음을 좀 가져오게 했다.이 상황에 대해 무진은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머릿속에 저장된 상식으로 하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물이 거의 찬 것을 무진이 보았을 때 누군가
욕조 안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다. 무진은 성연을 안고 욕조에 넣었다.욕조에 들어가는 순간 성연은 하마터면 몸을 부르르 떨 뻔했다.‘무진 씨가 얼마나 얼음을 넣은 거야?’‘왜 그렇게 추워?’‘이건 고의로 나를 얼려 죽일 작정 아니야?’성연을 들여보낸 후, 무진은 성연의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성연의 이마를 쓰다듬다가 성연이 열이 날까 봐 또 성연의 손을 잡고 갑자기 입속으로 중얼중얼 말했다.“만약 정말 일이 생기면 그것도 내가 주동적인것이 아니야. 나는 너를 위하고 너를 구하는 거야. 나를 탓해서는 안 돼.”성연은 그야말로 무진 때문에 웃겼다.성연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그녀는 왜 무진이 그렇게 좋은 체질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을까?결국 잠시 생각한 성연은 그래도 빨리 깨어났다.‘만약 다시 깨어나지 않는다면, 아마 이 물에 잠겨서 병이 날 거야.’그래서 성연은 느릿느릿 눈을 떴다.어리둥절한 척하기 시작했고, 무진이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일부러 놀라서 묻는 척했다.“어떻게 여기에 있어?”성연이 깨어난 것을 본 무진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세심하게 살피며 물었다.“기분이 어때?”“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머리가 좀 어지러워. 도대체 왜 그래? 나는 방미정, 허신미와 술을 마시지 않았어?”그 두 사람을 언급하자 무진의 표정이 곧 가라앉았다.“그 두 사람은 좋은 인간이 아니야.”무진은 사건의 경위를 성연에게 알렸다.성연은 놀라서 입을 막았다.“그 두 사람이 나에게 사과하러 오지 않았어? 그럴 리가?”무진은 성연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너 스스로 기억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솔하게 믿어서는 안 돼. 알겠어?”성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인 뒤 분개하며 말했다.“나는 그 두 사람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어.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내게 사과하는 줄 알았어.”사실 성연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무진의 앞에서는 숨겨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무진이 내가 속였다는 것을 알지
무진이 내뱉는 말과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성연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었다. 무진이 잠시 룸을 나가자 그제야 성연은 잠시 숨을 돌릴 여유를 얻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연의 볼이 돌연 새빨개졌다.성연과 무진의 마음은 이미 서로 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진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했음도 잘 알고 있다.무진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한 적이 없다. 바로 이 점이 성연이 무진을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한편, 어느 호텔.비서 손건호가 키다리를 결박한 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무진이 도착했다.무진은 손건호가 끌어다 놓은 의자에 앉은 후 키다리를 심문하기 시작했다.“내 약혼녀에게 미혼약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어.”성연은 깨어날 때 정신이 아주 또렷한 상태였다.분명 강한 미혼약을 먹은 것 같은데 키다리가 말한 것 같은 강한 환각 증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키다리가 중얼중얼하며 말했다.“말도 안 돼. 주입한 약 양이 많았는데...”혼자 중얼거리던 키다리는 무진의 눈빛이 순간에 차갑게 가라앉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무진이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지금 약 가지고 있나?”“조금 남아 있긴 한데 뭘 어쩌시려고요?” 혹여 무진이 자신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키다리는 협조적으로 나왔다.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직접 이 약 먹어 봐.”순간 키다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며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안, 안돼요. 사장님,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허신미 그 나쁜 년이 시켜서 했을 뿐이에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만약 사장님 약혼녀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꿈도 꾸지 않았을 거예요.”키다리가 연신 머리를 땅에 박으며 호소했지만, 무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음 같은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했다.키다리 저 놈 역시 나쁜 놈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허신미, 방정미와 작당해서 약을 타지 않았을 테지.키다리는 약을 먹지 않으면 그 결과가 더 처참해질 것임을 알았다.결국 키다리는 후덜
비록 성연이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검사를 시행했다. WS그룹 산하 병원의 원장이 직접 성연의 검사를 진행했다.한 시간 후에 모든 검사가 끝났다.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피를 뽑고 하는 이런 일련의 검사 과정을 거치며 성연은 머리가 흔들리며 눈앞이 어지러웠다.눈앞의 결과지를 보며 성연이 뽀로통한 음성으로 말했다.“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굳이 데리고 와서는...”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자, 손건호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작은 사모님, 이렇게 검사를 해야 보스께서 조금이라도 안심하십니다. 보스께서 얼마나 사모님을 걱정하셨는지 모르시죠?”손건호의 말에 성연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자신도 알고 있다. 무진이 얼마나 자신을 생각하는지.그렇지 않았다면 저 많은 사람들을 시켜서 자신의 뒤를 따르게 하지 않았을 테지.다음부터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무진의 반응까지 고려해서 심사숙고해야 할 터.그렇지 않으면 그때 가서 자신만 낭패를 당하고 말 테니까.성연에게 진짜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 함께 병원을 나온 세 사람은 허신미와 방미정을 가둬 둔 곳으로 향했다.성연을 데리고 가기 전에 무진은 손건호에게 두 사람을 가두고 감시하게 했었다.지금 그 두 사람은 원래 성연과 만나 식사하던 곳에 갇혀 외부와는 일절 연락할 수 없었다.방미정과 허신미는 무진의 서슬에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게다가 같이 온 성연이 자신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자신들의 기억에 송성연은 절대 만만한 여자애가 아니었다.사과를 한다고 불러 내 음식에 약을 타서 자신의 평판을 망가뜨리려 한 자신들의 계획을 알게 된 송성연이 자신들을 용서할 리가 없었다.방미정은 지난번과 같은 고통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또한 강무진 앞에서 조금이라도 체면을 지키고 싶었다.애초부터 강무진이 좋아한 사람이 자신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