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는 무진의 침울한 눈빛에 그대로 패해서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그는 억지로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이 상황은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도 풀 수 없습니다. 추세에 따라 약효가 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허신미가 직접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키다리가 성연에게 먹인 약은 약효가 가장 강하고 가장 빨리 효과가 드러난다.무진은 그 뜻이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약효가 발작하면 도움을 받아야 풀 수 있어.’무진은 바로 걸어가서 몸을 숙여 성연을 품에 안았다.손건호의 앞에 이르자 지시를 내렸다.“저 두 사람은 가두고 내가 처리할때까지 기다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이 떠나는 것을 본 방미정이 바로 쫓아갔다.“무진 씨, 무진 씨. 내 설명을 들어 봐, 내 설명을 들어,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야.” 방미정은 만약 자신이 말하지 않는다면, 아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무진이 직접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성연이 그의 마음속에 그렇게 큰 자리를 차지할 줄은 더욱 생각지도 못했다.발걸음을 멈춘 무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방미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기왕 방미정이 해명하고 싶다면, 그녀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어차피 무진 자신은 믿지 않을 것이다.‘만약 방미정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면, 아마 그만두지 않을 거야.’방미정은 목을 움츠린 후 천천히 말했다.“내가 이렇게 한 것은 바로 너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내가 너의 약혼녀인데, 왜 그녀를 재빨리 약혼녀가 되게 했어? 너는 내 거야.”말하면서 방미정은 마음속으로 좀 억울함을 느꼈다.‘그래. 분명히 강무진은 내 것이어야 하는데, 왜 다른 사람과 함께 있겠어?’‘무진 씨의 모든 애정은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해.’“방미정 씨, 나는 우리 결혼이 이미 몇 년 전에 취소되었고, 게다가 결혼을 하더라도 당신과는 함께 있지 않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어!” 무진은 방미정을 혐오스럽게 바라보았다.그는 방미정이 자신을 좋아해서 성연
성연은 줄곧 괴로움을 호소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그러나 무진의 대답은 성연을 아주 상쾌하게 했다.‘이제 방미정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셈이지?’그러나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하자 성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이게 무슨 일이야?’‘난 중독되지 않았는데?’‘하지만 지금 깨어나면 설명도 잘 할 수 없고 드러나기 쉬워.’‘만약 무진이 알고 내가 분명히 그들의 올가미를 알고 또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면, 무진은 틀림없이 화를 낼 거야.’‘지난번에 무진은 내가 제멋대로 주장하는 것을 싫어했어.’‘위험한 일이 있는데 그에게 가서 처리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이야.’‘사실 나는 아무 일도 없는데.’길에서 무진은 한시도 지체하지 못했다.급히 성연을 데리고 5성급 호텔에 도착했다.이곳은 WS 그룹 산하의 호텔이다. 무진은 오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 조치해 두었다.그래서 아무 수속 없이 성연을 바로 데려갈 수 있었다.또 사장이 그곳에서 길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사장은 아주 성실하고 무진의 신분이 중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설령 무진이 지금 품에 한 사람을 안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감히 함부로 보지 못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무진은 성연을 가볍게 침대 위에 놓았다.성연이 누워 있는데 욕실에서 쏴 하는 물소리까지 들렸다.무진이 욕조에 물을 받고 있었다확실히 이 최음제와 발정제가 발작하면 찬 얼음물로 씻으면 좀 완화될 수 있다.성연은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아무 일도 없는 사람을 찬물을 담그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이다.지금이 여름이라서 다행이다. 지금이 겨울이라면 더욱 큰일일 것이다.‘이 겨울에 욕조에서 찬물에 몸을 담근다면 아무 일이 없어도 사고가 날 거야.’무진은 찬물을 넣은 것이 아니라 종업원에게 얼음을 좀 가져오게 했다.이 상황에 대해 무진은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머릿속에 저장된 상식으로 하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물이 거의 찬 것을 무진이 보았을 때 누군가
욕조 안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다. 무진은 성연을 안고 욕조에 넣었다.욕조에 들어가는 순간 성연은 하마터면 몸을 부르르 떨 뻔했다.‘무진 씨가 얼마나 얼음을 넣은 거야?’‘왜 그렇게 추워?’‘이건 고의로 나를 얼려 죽일 작정 아니야?’성연을 들여보낸 후, 무진은 성연의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성연의 이마를 쓰다듬다가 성연이 열이 날까 봐 또 성연의 손을 잡고 갑자기 입속으로 중얼중얼 말했다.“만약 정말 일이 생기면 그것도 내가 주동적인것이 아니야. 나는 너를 위하고 너를 구하는 거야. 나를 탓해서는 안 돼.”성연은 그야말로 무진 때문에 웃겼다.성연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그녀는 왜 무진이 그렇게 좋은 체질이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을까?결국 잠시 생각한 성연은 그래도 빨리 깨어났다.‘만약 다시 깨어나지 않는다면, 아마 이 물에 잠겨서 병이 날 거야.’그래서 성연은 느릿느릿 눈을 떴다.어리둥절한 척하기 시작했고, 무진이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일부러 놀라서 묻는 척했다.“어떻게 여기에 있어?”성연이 깨어난 것을 본 무진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세심하게 살피며 물었다.“기분이 어때?”“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머리가 좀 어지러워. 도대체 왜 그래? 나는 방미정, 허신미와 술을 마시지 않았어?”그 두 사람을 언급하자 무진의 표정이 곧 가라앉았다.“그 두 사람은 좋은 인간이 아니야.”무진은 사건의 경위를 성연에게 알렸다.성연은 놀라서 입을 막았다.“그 두 사람이 나에게 사과하러 오지 않았어? 그럴 리가?”무진은 성연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너 스스로 기억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솔하게 믿어서는 안 돼. 알겠어?”성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인 뒤 분개하며 말했다.“나는 그 두 사람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았어.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내게 사과하는 줄 알았어.”사실 성연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무진의 앞에서는 숨겨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무진이 내가 속였다는 것을 알지
무진이 내뱉는 말과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성연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었다. 무진이 잠시 룸을 나가자 그제야 성연은 잠시 숨을 돌릴 여유를 얻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연의 볼이 돌연 새빨개졌다.성연과 무진의 마음은 이미 서로 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진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했음도 잘 알고 있다.무진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한 적이 없다. 바로 이 점이 성연이 무진을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한편, 어느 호텔.비서 손건호가 키다리를 결박한 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무진이 도착했다.무진은 손건호가 끌어다 놓은 의자에 앉은 후 키다리를 심문하기 시작했다.“내 약혼녀에게 미혼약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어.”성연은 깨어날 때 정신이 아주 또렷한 상태였다.분명 강한 미혼약을 먹은 것 같은데 키다리가 말한 것 같은 강한 환각 증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키다리가 중얼중얼하며 말했다.“말도 안 돼. 주입한 약 양이 많았는데...”혼자 중얼거리던 키다리는 무진의 눈빛이 순간에 차갑게 가라앉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무진이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지금 약 가지고 있나?”“조금 남아 있긴 한데 뭘 어쩌시려고요?” 혹여 무진이 자신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키다리는 협조적으로 나왔다.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직접 이 약 먹어 봐.”순간 키다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며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안, 안돼요. 사장님, 제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허신미 그 나쁜 년이 시켜서 했을 뿐이에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만약 사장님 약혼녀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꿈도 꾸지 않았을 거예요.”키다리가 연신 머리를 땅에 박으며 호소했지만, 무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음 같은 시선으로 쳐다보기만 했다.키다리 저 놈 역시 나쁜 놈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허신미, 방정미와 작당해서 약을 타지 않았을 테지.키다리는 약을 먹지 않으면 그 결과가 더 처참해질 것임을 알았다.결국 키다리는 후덜
비록 성연이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검사를 시행했다. WS그룹 산하 병원의 원장이 직접 성연의 검사를 진행했다.한 시간 후에 모든 검사가 끝났다.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피를 뽑고 하는 이런 일련의 검사 과정을 거치며 성연은 머리가 흔들리며 눈앞이 어지러웠다.눈앞의 결과지를 보며 성연이 뽀로통한 음성으로 말했다.“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굳이 데리고 와서는...”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자, 손건호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작은 사모님, 이렇게 검사를 해야 보스께서 조금이라도 안심하십니다. 보스께서 얼마나 사모님을 걱정하셨는지 모르시죠?”손건호의 말에 성연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자신도 알고 있다. 무진이 얼마나 자신을 생각하는지.그렇지 않았다면 저 많은 사람들을 시켜서 자신의 뒤를 따르게 하지 않았을 테지.다음부터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무진의 반응까지 고려해서 심사숙고해야 할 터.그렇지 않으면 그때 가서 자신만 낭패를 당하고 말 테니까.성연에게 진짜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 함께 병원을 나온 세 사람은 허신미와 방미정을 가둬 둔 곳으로 향했다.성연을 데리고 가기 전에 무진은 손건호에게 두 사람을 가두고 감시하게 했었다.지금 그 두 사람은 원래 성연과 만나 식사하던 곳에 갇혀 외부와는 일절 연락할 수 없었다.방미정과 허신미는 무진의 서슬에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게다가 같이 온 성연이 자신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자신들의 기억에 송성연은 절대 만만한 여자애가 아니었다.사과를 한다고 불러 내 음식에 약을 타서 자신의 평판을 망가뜨리려 한 자신들의 계획을 알게 된 송성연이 자신들을 용서할 리가 없었다.방미정은 지난번과 같은 고통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또한 강무진 앞에서 조금이라도 체면을 지키고 싶었다.애초부터 강무진이 좋아한 사람이 자신
곧이어 소식을 들은 방미정의 부모가 들어왔다.룸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방미정의 볼에 난 따귀 흔적을 보았다. 순간 속이 쓰린 듯 두 사람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금세 자신들의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방미정의 모친은 무진과 성연의 면전에서 욕설을 퍼부츠며 연신 방미정의 따귀를 때렸다.“이 불효막심한 년 같으니, 이제 귀국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이런 짓을 저질러? 정말이지 우리 방씨 집안 망신을 네가 다 시키고 있어? 맞아 죽어야 해. 죽도록 맞아야 앞으로는 이런 짓거리를 감히 못하지!”자신의 딸인데,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하지만 하필이면 죄를 지은 대상이 강씨 집안이었다.반드시 강무진에게 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끝나지 않을 것이다.방미정의 부친도 옆에서 노발대발 소리를 질렀다.“평소 내가 너에게 그렇게 가르쳤더냐? 그동안 배운 것들을 설마 모두 잊은 게야? 어떻게 이런 몹쓸 짓을 일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내가 그동안 너를 정말 잘못 키웠다.”방미정의 아버지, 어머니 두 사람이 합심으로 방미정을 비난하며 방 안이 소란스러웠다.사실 이렇게 먼저 난리를 쳐서 딸 방미정을 지키려는 두 사람의 속내에서 나온 고육책이었다.금이야 옥이야 하며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 하나밖에 없는 자신들의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찌한다는 말인가?그러나 딸 방미정이 이미 일을 저질러 사고를 쳤으니 강무진의 화를 누그러뜨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방미정의 부모 두 사람은 거의 비슷하게 딸을 때린 후, 조심스럽게 무진에게 사정했다.“강 대표, 보게나. 우리 딸이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 우리가 이미 야단칠 만큼 쳤으니, 저도 제가 잘못한 줄 알았을 게야. 데리고 가서 더 엄하게 훈계하면 앞으로는 절대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게야.”방미정의 모친도 같이 작은 소리로 사정했다.“무진아, 어릴 때부터 미정이와 같이 자란 정을 봐 다오. 우리 두 늙은이의 체면을 좀 세워주는 셈치고 미정이에게
방미정의 부모가 딸을 데려가려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허신미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방미정에게 말했다.“미정아, 나도 데려가 줘. 나 혼자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나도 너와 같이 나가고 싶어. 나를 데려가 줘, 날 살려줘.”강씨 집안과 방씨 집안은 대대로 교분을 유지해 왔다.그럼에도 방미정이 이렇게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두 집안 간의 계약도 취소되었다.허신미는 자신의 말로는 이보다 더 좋지 않을 게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여기에 계속 남아 있는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방미정은 아무 말 없이 냉담한 시선으로 허신미를 힐끗 본 뒤에 그냥 가버렸다.그러자 허신미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음속 일말의 희망도 꺼져 버렸다.‘왜 방미정이 날 구하려 들지 않는 거야?’‘분명히 난 방미정의 복수를 돕기 위해 이 일을 벌였는데?’성연이 옆에서 냉소했다.“이게 너네들 우정이야?”방미정과 허신미 두 사람의 사이가 엄청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위기 상황이 닥치자 바로 각자 살 길을 찾았다.방미정은 허신미의 생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아마 지금 두 사람은 각자 서로를 원망하고 있을 테지.’성연의 말에 자극을 받은 허신미는 속에서 방미정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 올랐다. 바닥에 주저앉아 방미정을 향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방미정, 넌 진짜 사람도 아니야. 예전에 내가 몇 번이나 저를 대신해서 화풀이해 줬는데, 모두 다 잊어버려? 날 이용만 해 먹고는 구할 생각은 없이 그냥 가? 하, 방미정!”예전 일을 생각하던 허신미는 방미정의 꼭두각시가 되어 놀아난 자신이 바보였음을 깨달았다.무슨 일만 생기면 방미정은 항상 자신을 불렀다.그러나 자신에게 일이 있을 때면 방미정은 오만 핑계를 댔다.지금 딱 바로 방미정의 진면목이 드러난 셈이다.정말이지 사람을 잘못 만난 것이다. 무슨 저 따위를 친구라고 사귄 것인지!무진이 냉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허신미에게 말했다.“앞으로 너는 북성에 있는 모든 야간 업장
‘허신미,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허신미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무진의 처벌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무진과 성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나려 문을 나서던 허신미.그러나 미처 문을 나서기도 전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바로 체포되고 말았다.“허신미 씨, 허신미 씨가 운영하는 야간 업소에서 불법 행위가 여러 건 적발되었습니다. 지금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먼저 고지한 후에 허신미의 손에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경찰에게 꽉 붙잡힌 상황에서도 허신미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그런 일 없어요. 난 잘못한 것 없다고요. 이것 놔요. 이것 놓으라고요.”경찰 두 명이 바로 허신미를 양쪽에서 붙잡은 채 데려갔다. 곧이어 울부짖는 음성도 차츰 문밖으로 사라졌다.드디어 허신미는 자신의 죄과를 받았다.그녀가 운영하던 야간 업소들에서 모종의 밀거래들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그러나 자신도 이익을 챙기고 싶은 속셈에 허신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다.그 정도로 큰 야간 업소를 운영할 정도라면 허신미의 손도 절대 깨끗하다 할 수는 없으리라.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허신미는 결국 자신이 지은 죄에 응당한 벌을 받게 될 터이다.남을 해치는 행위는 역시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며 성연은 다소 의아스러움을 느꼈다.허신미가 사라진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성연이 물었다.“무진 씨가 한 거예요?”무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경찰에 증거만 조금 제공했을 뿐이야.”무진의 말을 듣고 성연이 웃음을 터트렸다.“정말 몰라뵈었군요, 강 대표님. 원래 이렇게 노련하고 용의주도하셨나요?”처음엔 무진이 허신미를 가볍게 놓아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후반부가 하이라이트로 허신미가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다.“너를 해치려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그냥 놓아줄 수 없어.” 무진의 눈동자에 짙고 강렬한 빛이 번쩍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