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성연이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았지만,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검사를 시행했다. WS그룹 산하 병원의 원장이 직접 성연의 검사를 진행했다.한 시간 후에 모든 검사가 끝났다.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피를 뽑고 하는 이런 일련의 검사 과정을 거치며 성연은 머리가 흔들리며 눈앞이 어지러웠다.눈앞의 결과지를 보며 성연이 뽀로통한 음성으로 말했다.“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굳이 데리고 와서는...”무진이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자, 손건호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작은 사모님, 이렇게 검사를 해야 보스께서 조금이라도 안심하십니다. 보스께서 얼마나 사모님을 걱정하셨는지 모르시죠?”손건호의 말에 성연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자신도 알고 있다. 무진이 얼마나 자신을 생각하는지.그렇지 않았다면 저 많은 사람들을 시켜서 자신의 뒤를 따르게 하지 않았을 테지.다음부터는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무진의 반응까지 고려해서 심사숙고해야 할 터.그렇지 않으면 그때 가서 자신만 낭패를 당하고 말 테니까.성연에게 진짜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 함께 병원을 나온 세 사람은 허신미와 방미정을 가둬 둔 곳으로 향했다.성연을 데리고 가기 전에 무진은 손건호에게 두 사람을 가두고 감시하게 했었다.지금 그 두 사람은 원래 성연과 만나 식사하던 곳에 갇혀 외부와는 일절 연락할 수 없었다.방미정과 허신미는 무진의 서슬에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게다가 같이 온 성연이 자신들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 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자신들의 기억에 송성연은 절대 만만한 여자애가 아니었다.사과를 한다고 불러 내 음식에 약을 타서 자신의 평판을 망가뜨리려 한 자신들의 계획을 알게 된 송성연이 자신들을 용서할 리가 없었다.방미정은 지난번과 같은 고통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또한 강무진 앞에서 조금이라도 체면을 지키고 싶었다.애초부터 강무진이 좋아한 사람이 자신
곧이어 소식을 들은 방미정의 부모가 들어왔다.룸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방미정의 볼에 난 따귀 흔적을 보았다. 순간 속이 쓰린 듯 두 사람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금세 자신들의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방미정의 모친은 무진과 성연의 면전에서 욕설을 퍼부츠며 연신 방미정의 따귀를 때렸다.“이 불효막심한 년 같으니, 이제 귀국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이런 짓을 저질러? 정말이지 우리 방씨 집안 망신을 네가 다 시키고 있어? 맞아 죽어야 해. 죽도록 맞아야 앞으로는 이런 짓거리를 감히 못하지!”자신의 딸인데,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하지만 하필이면 죄를 지은 대상이 강씨 집안이었다.반드시 강무진에게 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끝나지 않을 것이다.방미정의 부친도 옆에서 노발대발 소리를 질렀다.“평소 내가 너에게 그렇게 가르쳤더냐? 그동안 배운 것들을 설마 모두 잊은 게야? 어떻게 이런 몹쓸 짓을 일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내가 그동안 너를 정말 잘못 키웠다.”방미정의 아버지, 어머니 두 사람이 합심으로 방미정을 비난하며 방 안이 소란스러웠다.사실 이렇게 먼저 난리를 쳐서 딸 방미정을 지키려는 두 사람의 속내에서 나온 고육책이었다.금이야 옥이야 하며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 하나밖에 없는 자신들의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어찌한다는 말인가?그러나 딸 방미정이 이미 일을 저질러 사고를 쳤으니 강무진의 화를 누그러뜨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방미정의 부모 두 사람은 거의 비슷하게 딸을 때린 후, 조심스럽게 무진에게 사정했다.“강 대표, 보게나. 우리 딸이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 우리가 이미 야단칠 만큼 쳤으니, 저도 제가 잘못한 줄 알았을 게야. 데리고 가서 더 엄하게 훈계하면 앞으로는 절대 두 번 다시 오늘 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게야.”방미정의 모친도 같이 작은 소리로 사정했다.“무진아, 어릴 때부터 미정이와 같이 자란 정을 봐 다오. 우리 두 늙은이의 체면을 좀 세워주는 셈치고 미정이에게
방미정의 부모가 딸을 데려가려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허신미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방미정에게 말했다.“미정아, 나도 데려가 줘. 나 혼자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나도 너와 같이 나가고 싶어. 나를 데려가 줘, 날 살려줘.”강씨 집안과 방씨 집안은 대대로 교분을 유지해 왔다.그럼에도 방미정이 이렇게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을 뿐만 아니라 두 집안 간의 계약도 취소되었다.허신미는 자신의 말로는 이보다 더 좋지 않을 게 분명하다는 것을 알았다.여기에 계속 남아 있는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방미정은 아무 말 없이 냉담한 시선으로 허신미를 힐끗 본 뒤에 그냥 가버렸다.그러자 허신미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음속 일말의 희망도 꺼져 버렸다.‘왜 방미정이 날 구하려 들지 않는 거야?’‘분명히 난 방미정의 복수를 돕기 위해 이 일을 벌였는데?’성연이 옆에서 냉소했다.“이게 너네들 우정이야?”방미정과 허신미 두 사람의 사이가 엄청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위기 상황이 닥치자 바로 각자 살 길을 찾았다.방미정은 허신미의 생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아마 지금 두 사람은 각자 서로를 원망하고 있을 테지.’성연의 말에 자극을 받은 허신미는 속에서 방미정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 올랐다. 바닥에 주저앉아 방미정을 향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방미정, 넌 진짜 사람도 아니야. 예전에 내가 몇 번이나 저를 대신해서 화풀이해 줬는데, 모두 다 잊어버려? 날 이용만 해 먹고는 구할 생각은 없이 그냥 가? 하, 방미정!”예전 일을 생각하던 허신미는 방미정의 꼭두각시가 되어 놀아난 자신이 바보였음을 깨달았다.무슨 일만 생기면 방미정은 항상 자신을 불렀다.그러나 자신에게 일이 있을 때면 방미정은 오만 핑계를 댔다.지금 딱 바로 방미정의 진면목이 드러난 셈이다.정말이지 사람을 잘못 만난 것이다. 무슨 저 따위를 친구라고 사귄 것인지!무진이 냉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허신미에게 말했다.“앞으로 너는 북성에 있는 모든 야간 업장
‘허신미,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허신미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무진의 처벌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무진과 성연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나려 문을 나서던 허신미.그러나 미처 문을 나서기도 전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에게 바로 체포되고 말았다.“허신미 씨, 허신미 씨가 운영하는 야간 업소에서 불법 행위가 여러 건 적발되었습니다. 지금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먼저 고지한 후에 허신미의 손에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경찰에게 꽉 붙잡힌 상황에서도 허신미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그런 일 없어요. 난 잘못한 것 없다고요. 이것 놔요. 이것 놓으라고요.”경찰 두 명이 바로 허신미를 양쪽에서 붙잡은 채 데려갔다. 곧이어 울부짖는 음성도 차츰 문밖으로 사라졌다.드디어 허신미는 자신의 죄과를 받았다.그녀가 운영하던 야간 업소들에서 모종의 밀거래들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그러나 자신도 이익을 챙기고 싶은 속셈에 허신미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다.그 정도로 큰 야간 업소를 운영할 정도라면 허신미의 손도 절대 깨끗하다 할 수는 없으리라.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허신미는 결국 자신이 지은 죄에 응당한 벌을 받게 될 터이다.남을 해치는 행위는 역시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며 성연은 다소 의아스러움을 느꼈다.허신미가 사라진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성연이 물었다.“무진 씨가 한 거예요?”무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경찰에 증거만 조금 제공했을 뿐이야.”무진의 말을 듣고 성연이 웃음을 터트렸다.“정말 몰라뵈었군요, 강 대표님. 원래 이렇게 노련하고 용의주도하셨나요?”처음엔 무진이 허신미를 가볍게 놓아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후반부가 하이라이트로 허신미가 완전히 절망에 빠지게 만들었다.“너를 해치려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그냥 놓아줄 수 없어.” 무진의 눈동자에 짙고 강렬한 빛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영화가 대박이 난 소지한이 성연과 무진에게 초대장을 보냈다.성연과 함께 영화 축하연을 열기로 무진과 약속했던 터였다.초대장을 받은 성연은 마음이 꽤나 복잡했다.성연은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게 제일 싫었다.그런 곳에서는 다들 입으로 아부성의 가식적인 말들만 내뱉을 뿐이다.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성연이 가장 절망한 순간은 메이크업이다, 헤어스타일링이다, 드레스를 고른다 하는 그런 시간들이다.그냥 하루라는 시간을 완전 낭비할 뿐이다.이렇게 낭비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며 노는 게 더 즐거울 텐데 말이다.그러나 소지한은 자신의 절친이니, 성연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은 성연의 입에서 장탄식이 새어 나왔다.거실로 나오던 무진의 눈에 얼굴을 온통 찡그린 채 우울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성연이 보였다.성연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왜 저런 모습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무진이 성연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소지한 씨 초대장, 받았지?”성연이 무기력하게 고개만 끄덕였다.그런 성연의 모습이 말할 나위 없이 귀엽게만 보이는 무진.무진이 손가락으로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 마. 모두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것 없어.”“네, 고마워요.” 성연이 무진의 팔을 껴안으며 대답했다.무진의 안목이야 최상급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을 터.‘무진 씨가 대신 골라준다면야 내가 낑낑대며 고른 것보다 훨씬 낫겠지.’오후가 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가 찾아와 성연을 위해 스타일링하기 시작했다.무진의 스타일링은 비교적 간단했다. 슈트를 걸친 후, 가볍게 헤어스타일만 살짝 손봤을 뿐인데도 무지 멋있다.원체 옷걸이가 좋은 무진인지라 뭘 입어도 폼이 난다.저녁 약속 시간, 무진과 성연이 도착하자 축하연도 막 시작되었다.이번 축하연에는 영화 스텝들뿐만 아니라, 유명 작가, 사진작가, 기자들도 모두 참석했다.무진과 성연이 파티장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모아졌다.화이
무진의 시선이 일순 스윽 그들을 지나쳤다. 마치 보지 못한 듯이.뒤에 사람들에게서 간신히 벗어난 소지한이 곁에 오자 무진이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 강진성과 송아연은 이 바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 두 사람이 오늘 참석할 수 있었죠?”소지한이 해명했다.“강진성의 아버지, 강명기가 암암리에 미국에서 투자회사를 세웠는데, 이번에 우리 영화에도 투자했어요.”소지한 역시 강씨 집안 내의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지금 소지한은 당연히 무진, 성연과 같은 편에 서 있다.한 마디로, 강무진의 오촌 아저씨 강명기가 자신에게 맞선다고 해도 상관없었다.그러니 강무진에게 약간의 정보를 흘린다 해도 무방할 터.그 정보를 들은 무진은 순식간에 마음이 불편해졌다.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정말 없는 곳이 없다.강씨 집안의 규칙 중 하나, 강씨 집안 구성원 누구든 사사로이 회사를 차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집안의 자금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기에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그래서 WS그룹 본부에서는 자금이 흩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이런 상황을 막아버린 것이다.무진은 두 오촌 아저씨들이 집안의 규칙을 모르고 그랬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강씨 집안의 법을 알면서도 어긴 것이다.어찌 되었든 해외에서 몇 년이나 유배되다시피 떠돌아 놓고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예전에 두 사람을 내보낼 수 있었다. 만약 저들이 지나치게 나온다면 무진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무진과 성연만 저들을 본 게 아니라, 강진성과 송아연도 이쪽을 쳐다보았다.뭇 별 위에 뜬 달처럼 떠받들어지는 성연을 본 송아연의 눈에 달갑지 않은 빛이 어렸다.지금 송성연이 가지고 있는 것들 모두 원래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송성연, 저 촌뜨기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지?’‘어떻게 감히?’‘지금 난 강진성을 잡았어. 걱정할 것 없어. 이제 나도 곧 큰 소리 칠 수 있어.’그러나 이곳에서 무진을 만날 줄은 몰랐던 강진성의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 무진은 소지한에게 들은 정보를 할머니 안금여에게 알리고 함께 대책을 강구했다.다음날, 안금여는 강씨 집안 사람들을 모두 고택으로 불렀다.본가, 방계 할 것 없이 강씨 집안에 속한 이는 모두 참석하게 했다.지금 강씨 집안 최고 어른인 안금여의 발언권이 가장 세다.통지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사람이 도착했다.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도 모두 참석했다.사람들이 모두 참석한 것을 확인한 무진은 할머니 안금여의 곁에 다가선 채 냉엄한 얼굴로 선포했다.“좋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사적으로 몰래 회사를 세웠습니다. 하루 빨리 정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시에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절 탓하지 마십시오! 강씨 집안의 규칙은 여러분들 모두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되는 겁니다!”무진이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똑똑히 말했다.몇몇 사람들은 예의 무진을 주시하며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기 시작했다.도대체 간도 크게 감히 몰래 회사를 세운 이가 누군지 추측하고 있는 중이다.이것은 강씨 집안의 금기, 즉 강씨 집안 선조들이 세운 규칙을 깨트린 행위가 아닌가?그래서 간이 부은 당사자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이었다.그러나 그때 그 당사자인 강명기가 단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무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군. 회사를 차린 사람, 바로 나야.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냐? 나는 회사 강씨 집안의 자금을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설마 집안 때문에 평생 내 사업도 할 수 없단 말이야?”자신임을 인정하는 강명기의 말에 실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사적으로 회사를 세우는 것은 WS그룹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지금이야 강씨 집안의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다지만 이후의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만약 강명기가 자신의 회사를 위해 강씨 집안에서의 위치를 이용하고자 마음먹는다면, 그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이다.회사의 실적, 이윤은 모두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강명기가 입에 사정을 두지 않자, 무진이 분노를 터트리며 말했다.“그럼 설명해 보세요. 아저씨가 규칙을 알면서도 어겼다는 겁니까? 이건 절대 어느 누구도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닙니다. 강씨 집안 조상 대대로 내려온 규칙입니다. 아저씨는 지금 이 규칙을 깨뜨리려고 작정하신 겁니까?”무진은 진짜 무지무지하게 화가 났다.강명기는 지금 자신의 권위에 반발할 뿐만 아니라, 큰 집의 권위에도 반발하고 있었다.안금여의 뒤에 선조들을 모신 위패가 있었다. 강씨 집안의 조상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역무도한 말을 한다는 것은 강씨 집안 조상들에 대한 불충이었다.비록 무진이 개의치 않는다 해도, 강씨 집안은 언제나 예의를 지켜 온 가문이었다.강명기가 놀랍게도 강씨 집안의 위신은 생각지도 않은 채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무진을 겁내지 않는 강명기가 바로 무진을 마주한 채 고함을 쳤다.“굳이 그래야 한다면 앞으로 모두 각자 알아서 성공하면 돼. 무슨 둘째, 셋째 일가야. 사실 모두 네들 큰집 천하면서. 네 그 자리, 우리가 앉는 거 고려해 본 적 있기나 해?”강명기의 목적은 아주 명확했다. 바로 강씨 집안 실권자라는 신분을 향해 돌진하는 것.하지만 지금 저들은 회사를 차지하기도 전에 회사를 더럽히고 있다.만약 저들이 회사를 맡게 된다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게 틀림없다.큰 집과 둘째, 셋째 일가는 오랫동안 자리를 놓고 싸우다 이렇게 사이가 나빠졌다.이제 그 갈등이 강명기에 의해 낱낱이 드러나며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안금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뒤에 세워진 위패들을 가리키며 차가운 음성으로 일갈했다.“강명기, 네 눈으로 보거라. 지금 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똑똑히 보고 말해!”“네에, 알겠습니다.”기세당당한 음성으로 답한 강명기가 느릿한 동작으로 안금여 옆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런 강명기의 모습에 안금여는 정말이지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다.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