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 시선이 일순 스윽 그들을 지나쳤다. 마치 보지 못한 듯이.뒤에 사람들에게서 간신히 벗어난 소지한이 곁에 오자 무진이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 강진성과 송아연은 이 바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 두 사람이 오늘 참석할 수 있었죠?”소지한이 해명했다.“강진성의 아버지, 강명기가 암암리에 미국에서 투자회사를 세웠는데, 이번에 우리 영화에도 투자했어요.”소지한 역시 강씨 집안 내의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지금 소지한은 당연히 무진, 성연과 같은 편에 서 있다.한 마디로, 강무진의 오촌 아저씨 강명기가 자신에게 맞선다고 해도 상관없었다.그러니 강무진에게 약간의 정보를 흘린다 해도 무방할 터.그 정보를 들은 무진은 순식간에 마음이 불편해졌다.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정말 없는 곳이 없다.강씨 집안의 규칙 중 하나, 강씨 집안 구성원 누구든 사사로이 회사를 차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집안의 자금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기에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그래서 WS그룹 본부에서는 자금이 흩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예 이런 상황을 막아버린 것이다.무진은 두 오촌 아저씨들이 집안의 규칙을 모르고 그랬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다.강씨 집안의 법을 알면서도 어긴 것이다.어찌 되었든 해외에서 몇 년이나 유배되다시피 떠돌아 놓고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예전에 두 사람을 내보낼 수 있었다. 만약 저들이 지나치게 나온다면 무진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무진과 성연만 저들을 본 게 아니라, 강진성과 송아연도 이쪽을 쳐다보았다.뭇 별 위에 뜬 달처럼 떠받들어지는 성연을 본 송아연의 눈에 달갑지 않은 빛이 어렸다.지금 송성연이 가지고 있는 것들 모두 원래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송성연, 저 촌뜨기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지?’‘어떻게 감히?’‘지금 난 강진성을 잡았어. 걱정할 것 없어. 이제 나도 곧 큰 소리 칠 수 있어.’그러나 이곳에서 무진을 만날 줄은 몰랐던 강진성의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 무진은 소지한에게 들은 정보를 할머니 안금여에게 알리고 함께 대책을 강구했다.다음날, 안금여는 강씨 집안 사람들을 모두 고택으로 불렀다.본가, 방계 할 것 없이 강씨 집안에 속한 이는 모두 참석하게 했다.지금 강씨 집안 최고 어른인 안금여의 발언권이 가장 세다.통지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사람이 도착했다.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도 모두 참석했다.사람들이 모두 참석한 것을 확인한 무진은 할머니 안금여의 곁에 다가선 채 냉엄한 얼굴로 선포했다.“좋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사적으로 몰래 회사를 세웠습니다. 하루 빨리 정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을 시에 제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절 탓하지 마십시오! 강씨 집안의 규칙은 여러분들 모두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되는 겁니다!”무진이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똑똑히 말했다.몇몇 사람들은 예의 무진을 주시하며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기 시작했다.도대체 간도 크게 감히 몰래 회사를 세운 이가 누군지 추측하고 있는 중이다.이것은 강씨 집안의 금기, 즉 강씨 집안 선조들이 세운 규칙을 깨트린 행위가 아닌가?그래서 간이 부은 당사자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중이었다.그러나 그때 그 당사자인 강명기가 단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무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군. 회사를 차린 사람, 바로 나야.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냐? 나는 회사 강씨 집안의 자금을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설마 집안 때문에 평생 내 사업도 할 수 없단 말이야?”자신임을 인정하는 강명기의 말에 실내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사적으로 회사를 세우는 것은 WS그룹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지금이야 강씨 집안의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다지만 이후의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만약 강명기가 자신의 회사를 위해 강씨 집안에서의 위치를 이용하고자 마음먹는다면, 그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이다.회사의 실적, 이윤은 모두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강명기가 입에 사정을 두지 않자, 무진이 분노를 터트리며 말했다.“그럼 설명해 보세요. 아저씨가 규칙을 알면서도 어겼다는 겁니까? 이건 절대 어느 누구도 말로 끝낼 문제가 아닙니다. 강씨 집안 조상 대대로 내려온 규칙입니다. 아저씨는 지금 이 규칙을 깨뜨리려고 작정하신 겁니까?”무진은 진짜 무지무지하게 화가 났다.강명기는 지금 자신의 권위에 반발할 뿐만 아니라, 큰 집의 권위에도 반발하고 있었다.안금여의 뒤에 선조들을 모신 위패가 있었다. 강씨 집안의 조상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역무도한 말을 한다는 것은 강씨 집안 조상들에 대한 불충이었다.비록 무진이 개의치 않는다 해도, 강씨 집안은 언제나 예의를 지켜 온 가문이었다.강명기가 놀랍게도 강씨 집안의 위신은 생각지도 않은 채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무진을 겁내지 않는 강명기가 바로 무진을 마주한 채 고함을 쳤다.“굳이 그래야 한다면 앞으로 모두 각자 알아서 성공하면 돼. 무슨 둘째, 셋째 일가야. 사실 모두 네들 큰집 천하면서. 네 그 자리, 우리가 앉는 거 고려해 본 적 있기나 해?”강명기의 목적은 아주 명확했다. 바로 강씨 집안 실권자라는 신분을 향해 돌진하는 것.하지만 지금 저들은 회사를 차지하기도 전에 회사를 더럽히고 있다.만약 저들이 회사를 맡게 된다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게 틀림없다.큰 집과 둘째, 셋째 일가는 오랫동안 자리를 놓고 싸우다 이렇게 사이가 나빠졌다.이제 그 갈등이 강명기에 의해 낱낱이 드러나며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안금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뒤에 세워진 위패들을 가리키며 차가운 음성으로 일갈했다.“강명기, 네 눈으로 보거라. 지금 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똑똑히 보고 말해!”“네에, 알겠습니다.”기세당당한 음성으로 답한 강명기가 느릿한 동작으로 안금여 옆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그런 강명기의 모습에 안금여는 정말이지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다.
무진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강명기의 말에 담긴 협박을 무진은 바로 알아들었다.그러나 무진은 끝끝내 화를 참았다. 강명기의 뜻대로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 무진이 바로 대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아저씨는 강씨 집안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강명기의 속셈을 무진이 어떻게 모르겠는가?만약 강명기에게 사적으로 세운 회사를 계속 운영하게 한다면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따라할 게 분명하다.이렇게 되면 WS그룹은 앞으로 혼란스러워지고 말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가 아니더라도 집안 어른들이 제 욕심대로 하려 할 게 뻔하다.무진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다.그래서 더 강명기 형제의 뜻대로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저들이 뭘 어떻게 하든 무진은 개의치 않는다.회사 안에 둘째, 셋째 일가 사람만 없어도, 무진이 지내기가 한결 수월할 터.상황이 좀 이상하게 흘러감을 느낀 안금여와 강운경이 성연을 바라보았다. 성연이 무진의 감정을 좀 가라앉혀 주기를 바라며.방금 무진의 발언은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다.둘째, 셋째 일가가 보유한 주식이 만만치 않다. 저들은 분명 주식을 외부인의 손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때가 되면 둘째, 셋째 일가가 다시 높은 가격으로 위협하면, 그 역시 무진에게는 아주 번거로운 일이다.성연과 무진의 시선이 마주쳤다.하지만 성연은 꼼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진의 행동을 지지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이 염려하는 상황은 무진이 이미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또 무진에게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리라 믿었다.둘째, 셋째 일가는, 만약 이번에 저들을 순순히 풀어준다면, 무진의 약점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저들이 더 심하게 나올 게 분명하다.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더 물러나서는 안되는 것이다.강명기 생각에 무진의 태도는 다소 뜻밖이었다.그러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강명기 또한 바로 강명재와 다른 둘째, 셋째 일가 구성원들에게 선언했다.“오늘부터 우리는 강씨 집안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강명기의 태도를 본
한 바탕 시위를 끝낸 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분히 자리를 떴다.무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제자리에 선 채 꼼짝하지 않았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추호도 동요하지 않았다.금세 고택의 거실이 텅텅 비었다.머리만 아파 온 안금여가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물었다.“무진아, 이 국면을 수습할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게야? 강명기는 진짜 행동에 나설 것처럼 보이는구나. 내가 걱정하는 건 저들이 아니야. 바로 저들이 쥐고 있는 강씨 집안의 주식이 적지 않다는 거지. 만일 주식으로 나쁜 장난이라도 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저들 수중의 주식을 회수할 방책을 강구해야만 해.”무진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어차피 저들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떨어져 나가는 게 훨씬 나아요. 무슨 문제가 생기던 제가 대처할 수 있으니, 할머니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게요.”무진의 말에도 안금여는 여전히 염려 가득한 모습이다.둘째, 셋째 일가가 WS그룹의 경영권을 노린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그런데 어떻게 그리 쉽게 포기한다는 말인가?그러니 강명기의 반응은 정말이지 몹시 이상했다. 안금여는 저들에게 또 다른 목적이 있지나 않은 지 걱정스럽다.성연이 할머니 안금여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나지막한 음성으로 위로했다.“할머니, 무진씨가 이렇게 했을 때에는 분명히 상응하는 대비책이 있을 거예요. 할머니는요, 그저 집에서 푹 요양하시면 돼요. 회사 일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강운경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엄마. 성연이 말이 맞아요. 일이 생기면 무진이가 해결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젊은 우리가 맡아서 할게요.”“나는 그저 걱정이 돼서 그래. 저 놈들, 분명히 무진에게 독수를 뻗칠 거야. 또 어떻게 운이 좋아 매번 피할 수 있겠어?” 한평생 살만큼 산 안금여는 그저 이 아이들의 미래가 염려될 뿐이다.“할머니, 제가 이미 사람을
강명기와 강명재의 일을 처리하기가 까다롭다는 사실을 성연도 잘 알고 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성연은 무진을 위해 조사했다. 둘째, 셋째 일가 모두 강씨 집안이라는 이름 하에 북성에서 그 위세를 떨칠 수 있었다.자신들의 개인 회사도 이제 막 개설했을 뿐이다.그런데 어디서 그렇게 큰 능력이 있어 강씨 집안을 떠나라면 떠나겠다고 하는 걸까?분명 고약한 냄새가 난다.성연은 서한기에게 이 일에 대한 진상 조사를 맡겼다.금세 조사 결과를 보낸 서한기는 그날 저녁에 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진이 야근을 하느라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기에 마음을 놓은 성연은 은밀한 장소를 찾은 후에 전화를 받았다.서한기가 보고하며 말했다.“강명기와 강명재가 이렇게 배짱을 부리는 건 저들이 유럽의 MS 가문과 접촉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MS 가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검은 것, 흰 것 가릴 것 없이 전세계에 걸쳐 투자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자산 규모가 상당히 큰 까닭에 누구도 MS 가문에 반기를 들 수 없어요.”유럽의 MS 가문이라면, 성연도 들은 적이 있다.유럽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결코 작지 않았다.성연은 과거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MS가문의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있었다.그들 중 몇몇은 확실히 능력이 있었다.하지만 성연은 한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의문을 서한기에게 말했다.“내가 알기로,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 능력이 그저 그런 정도에 불과해. 그런데 어떻게 MS가문이라는 탄탄한 줄을 잡을 수 있었지?”서한기가 바로 설명했다.“저들과 접촉한 사람은 MS 가문 핵심 인물 중 한 명의 사위인 미스터 제이슨이었어요. 예전부터 국내 시장에 투자하려고 했던 미스터 제이슨이 저들을 찾은 거고요. 강명기가 개인적으로 차린 회사에 미스터 제이슨의 지분이 엄청납니다.”“강명기 수완이 그리 대단한 줄은 몰랐었네. 그런 대어를 낚았으니 당장 강씨 집안을 나가려는 게지.” 성연이 냉소를 지었다.이 강씨 집안은 하나같이 다
“조사한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서 나에게 보내.” 기왕 강명기와 얼굴을 붉힌 이상, 인정사정 볼 것 없다.무진이 두 집안 어른을 괴롭혀 쫓아냈다고 외부에서 생각하지 않게 해야 했다.그에 대한 증거가 있었다. 바로 강명기와 강명재의 잘못이 먼저라는 것.무진이 마지막에 어떤 결정을 내렸건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곧이어 서한기가 보낸 자료를 받았다.자료를 받은 성연은 유럽 L기업의 대표 임병태에게 연락해서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무진과 약속을 정해 만나서 자료를 전해주게 했다.무진은 머리가 좋으니 자료를 본다면 자연히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것이다.L기업의 대표 임병태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신분에 이미 적응했다.사태에 대응하는 것도 순조로웠다. 이제 강무진과 직접 대면해도 티를 내지 않을 자신이 충분했다.L기업 측 사람은 무진에게 중요한 협업 파트너였다.지난번 L기업의 투자로 무진은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또 성연을 중간다리로 해서 소개를 받았기에 L기업 대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무진.그런데 L기업 대표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그를 만나기 위해 무진은 전달받은 장소로 향했다.무진이 도착했을 때 L기업 대표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L기업 대표 임병태 또한 성연의 수하 중 하나였다.사교적인 성격으로 대인 관계에서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임 대표님, 갑자기 보자고 하시다니, 무슨 일 생겼습니까?” 임병태에게 말하는 무진의 태도가 상당히 부드럽다.임병태는 직접 무진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며 천천히 말했다.“강 대표님, 한 숨 돌리고 말씀 나누시죠.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우선 차부터 한 모금 마신 다음에 이야기하시죠.”임병태의 말에 무진도 성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후에 다시 임병태를 쳐다보았다.임병태는 WS그룹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무진은 임병태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자신의 이익은 임병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자료를 건네어 받은 무진은 즉시 할머니 안금여, 고모 강운경과 상의했다.자신들은 이미 증거를 가지고 있다. 강명기와 강명재 측에서 어떤 핑계를 대든 겁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무진이 가지고 온 증거를 본 안금여는 크게 안심했다.“이번에, 설마 우리가 강명기를 핍박했다고 생각하지는 사람은 없겠지?”강명기는 그 소동을 일으킨 후에 여론을 이용해서 이쪽을 공격할 생각이라는 것을 안금여는 눈치챘다.그러나 이제 강명기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 셈이다.“무진이 방법이 괜찮은 같아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저들이니까 회사 일에 그리 열심일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회사를 떠나게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저들도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저들 뜻대로 된 거죠.” 강운경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강운경은 강명기, 강명재 사촌 오빠에 대해 별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 집안 사람들이기에 이렇게까지 되는 것은 정말이지 그닥 반갑지 않았다.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늘 큰 집이 자신들을 핍박한다고 여긴다.그러나 저들이 분수에 맞게 일을 제대로 하면 큰 집에서는 저들에게 충분할 만큼의 보상을 해주었다.도대체 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큰집이 저들에게 잘 못한다고 생각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사실 저들 마음에 차기 위해서는 자신들에게 권력과 지위를 주어야 할 터.무진과 안금여, 강운경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어 상의한 결과, 이 증거들을 이용해서 강명기와 강명재를 공격하기로 했다. 그런 동시에 자연스럽게 저들에게서 주식을 양도받을 수도 있을 터이다.무진은 바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주주총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여기저기로 갈팡질팡했다.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고민 중이었다. 만약 강명기와 강명재가 완전히 회사에서 나간다면 과거 강명재와 강명기에게 줄을 섰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회사에 계속 남아야 하는지, 아니면 강명기와 강명재를 따라 가야 하는지.강명기와 강명재는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