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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작가: 류한나
고은서는 고은혜를 어디서부터 반박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네 마음속에선 원지훈이 괜찮은 사람이야?”

‘원지훈 조건으로 고씨 집안 기사가 되려고 해도 어림없는데 괜찮다고?’

고은혜는 고은서의 말투가 약간 거슬렸다.

“당연히 곽승재랑은 비교가 안 되지. 그런데 곽승재보다 더 출중한 사람이 원래 얼마 되지도 않잖아. 게다가 원지훈 집안도 사업하는 집안이고 또 본인도 요즘 창업하고 있는데 회사 규모도 나쁘지 않고 머리고 꽤 영리하고. 누가 알아, 언젠가는 우리 MQ까지 넘어서는 존재가 될지.”

고은서는 절대 그가 MQ를 넘어서는 일이 없다고, 그의 회사가 곧 망한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원지훈 조건은 그렇다고 쳐. 그런데 결혼 상대를 찾을 때는 적어도 상대방이 널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고려해 봐야 할 거 아니야. 조건만 보고 인품을 안 보는 건 아니지 않아?”

고은혜는 입을 삐죽거리며 반박했다.

“전에 귀걸이 사건도 나한테 설명했어. 친구가 자신을 속인 거래, 원지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그리고 너한테 보낸 문자도 그저 내에 관해 알고 싶어서 그런 거래. 게다가 나 지금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또 원지훈은 내가 원하는 거라면 다 해주고 사람 달랠 줄도 아는데 왜 애인으로 알맞지 않다는 거야? 성아연도 나한테 이런 남자가 쥐락펴락하기 쉽다고 나한테 어울린다고 했어.”

“성아연?”

고은서는 중점을 잡아냈다.

“언제 성아연이랑 친해진 거야?”

고은혜는 고은서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네가 성아연이랑 절친인 건 알겠는데 내가 성아연이랑 친해지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고은서가 답했다.

“이젠 절친이 아니야. 그보다 어떻게 연락이 닿은 거야? 성아연이 너한테 먼저 연락했어?”

고은혜는 전미자 할머니 생신날에 MQ가 큰 합작을 이뤄낸 게 성아연 아버지 성동욱 덕분이라고 이실직고했다.

“엄마가 성씨 집안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성아연을 우리 집에 여러 번 초대했었어. 저번에 마침 나도 집에 있어서 자연스레 내 카톡 추가해서 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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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 알았어. 우리 엄마보다 잔소리가 더 심하네.”고은혜는 기분이 금세 풀렸는지 고은서의 말의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기뻐하며 방문을 나섰다.고은서는 고은혜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은혜가 나한테 먼저 말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러고 보니 원지훈과 만날 때도 된 것 같네.’고은서는 원지훈에게 귀국했다고 톡을 보냈다.그러자 내일 오후에 만나자고 칼답이 왔다.폰을 내려놓고 답답해서 바람도 쐴 겸 베란다에 있는 리클라이너에 누우려고 할 때 옆방 베란다에 서 있는 곽승재를 발견했다.그는 고은서가 사준 잠옷을 입고 회사 일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통화를 마친 후 그도 베란다에 있는 고은서를 발견했다.두 사람은 서로 한참 마주 보고 있었다.“고은서, 내가 아까 했던 말 잘 생각해봤어?”밤하늘 아래에 서 있는 곽승재는 여느 때보다 더 매력적이었다.고은서는 담담하게 말했다.“전에 M에서 말했다시피 난 당신에게 더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당신이 나한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든 내가 이혼하려는 결정은 변치 않을 거야.”곽승재는 아무 말 없이 한참 서 있다가 방으로 돌아갔다.고은서도 저녁 바람을 좀 쐬다가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이튿날, 그녀가 일어났을 때 곽승재는 이미 이른 아침부터 나갔고 고은혜도 학교로 갔다.아침을 먹고 고준석과 함께 아침 운동까지 하고 방으로 돌아가 폰을 확인하니 박지연한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개였다.‘뭐가 이리 급한 거지?’고은서가 박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은서, 너 지금 어디야?”박지연의 목소리가 꽤 심각해 보였다.고은서도 따라 긴장해졌는데 갑자기 전에 했던 건강검진이 떠올랐다.“왜 그래? 내 위에 문제라도 생겼어?”박지연이 답했다.“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고은서는 더 긴장되었다.“먼저 알려줘. 그렇지 않으면 나 긴장해서 운전도 못 해.”“위에는 아무 문제 없어.”“다행이다. 다른 병은 더 쉽게 이겨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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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연이 말했다.“곽승재가 백유미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약간의 미흡한 점이 있긴 했는데 육현석은 이 사이에 오해가 존재한다고 했어. 게다가 곽승재가 아직도 널 좋아하는 건 확실하잖아. 그러니까 만약 이혼하려는 의사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해도 난 네 선택을 존중해.”고은서는 더 어리둥절했다.“지연아, 할 말이 있다고 날 불러 내놓고 할 말이 고작 그거야? 내가 왜 이혼하려고 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잘 알고 있는데 네가 이혼할 염원이 그렇게 강렬했으면 왜 피임조치도 하지 않았냐고.”박지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고 싶어서 했다고 해도 피임조치는 왜 안 한 건데?’고은서는 오리무중에 빠졌다.“피임조치?”박지연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고은서,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너 임신했어!”“임신?!”고은서가 소리 지르면서 놀라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머리에 있던 물방울들이 이리저리 튕겼다.옆방에 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는지 물건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밖에 있던 미용사가 황급히 들어와서 고은서에게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손님, 얼른 다시 누우세요. 그렇지 않으면 손님 옷이 다 젖을 수가 있어요.”고은서는 박지연의 말에 머리가 멍해져 다른 사람의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미용사가 멍하니 앉아있는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면서 조심스레 물었다.“손님, 괜찮으세요?”“수건 저한테 주시고 나가보세요.”박지연이 수건으로 머리를 싸고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미용사에게 말했다.미용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박지연에게 건네주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박지연은 고은서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고은서, 좋아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놀라서 그러는 거야?”고은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서 물었다.“지연아, 확실해? 나 진짜 임신했어?”박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응. 오전에 네 진단서 가지러 갔는데 다른 곳에는 별문제가 없고 임신했다고 쓰여져 있던데.”“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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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비긴   제3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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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바로 그때, 서연정이 곽승연이 고은서를 보고싶어 한다면서 본가로 와줄 수 없냐면서 연락이 왔다.그날 이후로 곽승연의 상태가 좋았다가 나빴다 했는데 모처럼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를 거절할 리가 없었다.곽승재는 의외로 고은서가 제인 제약에서 나올 때까지 그녀한테 말을 걸지도 않았고 미팅이 끝난 이후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다.아직 시간이 많았기에 고은서는 송민아를 먼저 회사로 데려다주기로 했다.“고은서, 곽승재가 아직도 너한테 미련 남아 있어 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고서야 제인 제약 같은 프로젝트에 직접 나설 필요가 없잖아.”송민아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그래?”“그렇다니까.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앉아있으면서도 네가 발언하러 올라갈 때부터 너한테서 시선을 뗀 적이 없다니까. 엄청 미련 담긴 눈빛으로 널 바라보고 있었어. 엄숙한 자리만 아니었으면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민시후한테 보내주는 건데.”고은서는 어이없다는 눈길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두 사람 사이 안 좋은 거 알잖아. 그만 약 올려.”“약 올리다니? 민시후한테 약간의 압력을 주려는 것뿐이야. 그렇지 않으면 종일 자신밖에 모르면서 거만하게 군다니까. 잠깐만. 그러니까 너 지금 두 사람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야?”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에 함께 어머니 묘에 다녀왔어.”송민아는 멈칫하더니 자세를 바꾸며 등을 좌석에 붙이면서 말을 이어갔다.“아줌마가 거의 사십 세가 되어서 민시후를 낳아서 엄청 이뻐했거든. 아줌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나도 장례식에 갔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민시후가 슬퍼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전엔 누구한테도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 너한테 주동적으로 알려줬다는 건 널 신임하고 있다는 뜻일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너처럼 힘든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길 다 하고 그러는 거야?”송민아는 피식 웃으면서 답

  • 어게인, 비긴   제725화

    응접실에 있는 곽승재를 본 송민아는 고은서를 힐끗 보았다.그러나 고은서는 그녀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민시후가 전에 곽승재가 융자에 관한 일을 직접 책임질 거라고 했는데 사실이었네.’곽승재는 제인 제약 응접실에서도 분망하게 주민기가 건네주는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고 매니저님, 오셨어요? 회의실 이미 다 준비되었으니까 먼저 들어가 계세요.”제인 제약의 직원이 고은서한테 인사하며 말했다.곽승재도 고 매니저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아직 근무 상태에 빠져 있어서인지 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차마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은서를 본 그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녹아내리는 듯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 고 매니저님.”주민기가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다시 삼키고 제인 제약 직원을 따라 그녀를 고 매니저라고 불렀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송민아를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고은서 씨!”문을 들어서려던 순간 여시은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고은서는 송민아를 먼저 회의실로 들여보내고 의아해하며 여시은을 향해 물었다.“시은 씨도 제인 제약 프로젝트에 참여했나요?”여시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저 이런 방면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어요. 그저 아빠가 곧 GS그룹이랑 협력하게 되는데 미리 곽 대표님 곁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해서 따라온 것뿐이에요.”여시은이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저도 어쩔 수 없이 서류를 작성해서 곽 대표님한테 봐달라고 했는데 오후에 시간이 없으시다고 하는 바람에 직접 이곳으로 가져온 거예요.”‘민시후가 전에 여씨 가문이랑 GS그룹이 협력한다고 알려줬었는데 순리롭게 진행된 모양이네.’“곽승재 저기 있으니까 얼른 가봐요.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고은서가 웃으면서 말했다.“은서 씨, 혹시 토요일에 시간 되나요? 제가 해성에서 집을 마련해서 토요일에 집들이하려고 하는데 은서 씨도 초대하고

  • 어게인, 비긴   제724화

    민시후는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경고하는데 날 넘보지 마. 나 당신 매부가 될 생각 없어. 그리고 얼른 고은서한테 나랑 송민아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약혼도 그저 해본 소리라고 설명해줘.”“그만해.”고은서가 민시후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녀는 단 한 번도 그와 송민아 사이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아마 송민아가 그에게 미련이 남아있을까 봐 이런 말을 하는 듯했다.민시후는 고은서의 꾸지람 소리에도 화내지 않고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알겠어. 네 말 들을게. 안 말하면 되지?”방금전까지만 해도 껄렁대던 그가 갑자기 처음 보는 온순한 모습으로 변하는 바람에 송민아와 송민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고은서도 할 말을 잃었다.저녁 식사는 예상 밖으로 평화롭게 끝났다.민시후는 시도 때도 없이 남친처럼 고은서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도중에 민시후는 손 씻으러 룸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고 송민아도 마침 웨이터를 부르러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룸 안에 송민준과 고은서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송민준은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은서 씨, 시후가 여자애한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은 저도 처음이에요. 은서 씨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것 같네요.”고은서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혹시 민아 때문에 지금까지 사귀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민아가 내려놓겠다고 말한 이상 더는 시후한테 집착하지 않을 거예요. 비록 고집이 세긴 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애예요.”“민아 때문이 아니에요. 그저 민시후랑 더 깊이 알아가려고 그러는 거예요.”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마침 민시후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중단되었다.“송 대표님, 요즘 해성에서 사업한다고 들었는데 이젠 해성으로 들어오려고 결정 내린 거야?”민시후가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그저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어서 시도해보려 한 것뿐이야. 해성으로 들어오려거든 아직 너무 이르잖아.”송민준이 웃으면서 답했다.고

  • 어게인, 비긴   제723화

    다름 아닌 송민준과 송민아였다.송민아는 예전의 부잣집 아가씨 모습과 달리 간단한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직장 여성의 기품이 느껴졌다.옆에 있는 송민준은 맞춤 제작 정장을 입고 아주 담담한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만 보아도 상위자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고은서를 본 송민아는 약간 의아해하긴 했지만 먼저 그녀를 향해 인사했다.“은서야, 너도 여기 밥 먹으러 온 거야?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그러게 말이야.”고은서가 나긋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반면 민시후는 성가시다는 듯 물었다.“오빠 따라온 거 아니거든요. 우리 오빠가 밥 사준대서 온 것뿐이에요.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요.”송민아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시후야, 내가 고른 곳이야. 민아랑 상관없어.”송민준이 옆에서 설명했다.민시후는 콧방귀를 뀌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랜만이에요, 은서 씨.”송민준이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인사했다.고은서도 예의 바르게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오랜만입니다, 민준 씨.”“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괜찮으시다면 같이 식사할까요?”송민준이 먼저 요청을 보냈다.“오빠, 그냥 우리끼리 먹어.”송민아는 민시후가 병원에 있을 때 고은서가 매일 찾아가서 함께 시간 보낼 정도로 두 사람이 가까이 지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행여나 민시후가 자신이 일부러 쫓아온 거라고 오해라도 할까 봐 황급히 송민준을 막았다.송민아의 생각을 단번에 알아본 고은서가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여기서 만난 데다가 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 같이 식사해요.”민시후는 두 사람과 같이 밥 먹기 싫었지만 고은서가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레스토랑에 들어간 후 네 사람은 웨이터를 따라 한 룸으로 들어갔다.송민준은 매너 있게 메뉴판을 고은서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은서 씨가 좋아하는 메뉴로 주문하세요.”“저는 다 괜찮으니까 민준 씨가 하세요.”

  • 어게인, 비긴   제722화

    아침은 홍콩식 딤섬집에서 먹기로 했다.민시후가 미리 예약해놓은 덕분에 자리에 앉자마자 각종 딤섬이 오르기 시작했다.고은서는 그중에서 새우만두를 맛보았는데 아주 맛있었다.반면 민시후는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고은서가 그를 재촉했다.“빨리 먹어. 조금 이따 투자 은행 직원들이랑 미팅해야 하잖아.”“비서한테 미팅을 내일로 미루라고 말해두었어.”민시후가 그녀에게 군만두를 집어주면서 말했다.“왜?”고은서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백씨 집안 기업에 엄중한 문제가 생겼잖아. 네가 원지훈한테 알려줬던 그 프로젝트가 망하는 바람에 백씨 집안 기업이 곧 파산하게 생겼어. 그 말인즉슨 지금이야말로 백씨 집안 기업을 우리 것으로 만들기 딱 좋은 타이밍이란 뜻이지.”‘벌써 파산한다고? 곽현수가 뒤에서 계속 도와주고 있는 거로 아는데. 게다가 그 프로젝트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백유미는 가만있었단 말이야?’고은서는 약간 의아해했다.“아침에 소식 전해 들었는데 웬일인지 백유미가 어젯밤에 손가락 하나가 단절되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가 우연하게 임신한 지 두 주일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대.”‘백유미가 임신했다고? 두 주일이라면 T국에 있을 때 그 남자들이 한 짓인가?’그녀의 의문을 알아본 민시후가 말을 이어갔다.“백유미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범가온이 기어코 원지훈 애라면서 죽어도 그 애를 낳아야 한다고 고집부리고 있대.”고은서는 놀라움을 머금지 못했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야? 백유미가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약을 썼는데 그 애가 성하겠어? 애가 성하다고 해도 꼭 원지훈 애라는 보장은 없잖아. 게다가 두 사람 사촌 오누이 아니야?’“친척 관계로 따지면 사촌 오누이가 맞는데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혈연관계도 존재하지 않아. 그래서 범가온이 더 악을 쓰고 고집부리는 거야.”“그런데 전에는 범가온이 원지훈 일 때문에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지 않았어? 백유미가 범가온 말을 들어줄 리가 없잖아.”고은서가 물었다.“곽승재가 했다는 확실한

  • 어게인, 비긴   제721화

    얼마 후, 병실에서는 귀가 째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그러나 정신병원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자극을 받은 환자들이 유사한 소리를 내곤 했다.오늘 밤은 유달리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이튿날.고은서는 칫솔하고 세수를 마치자마자 민시후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곧 아파트 밑에 도착하니까 함께 아침 먹으러 가자고 내려오라는 전화였다.옆에서 듣고 있던 박지연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누가 들으면 두 사람이 서로 못 본 지 몇 년은 되는 줄 알겠어.”고은서는 그녀를 쏘아보면서 답했다.“어제 집 들어오면서 다 들었거든. 육현석이랑 통화하고 있었지?”그러나 박지연은 아주 태연하게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데. 별다른 의미가 없어. 그보다 삼촌 생신 쇠주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은 왜 안 알려주는 거야?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어제 곽승재 때문에 기분을 망친 데다가 박지연이 육현석이 한창 즐겁게 통화하고 있는 바람에 그녀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미처 말해주지 못하고 씻자마자 잠에 들었다.그래서 이 기회에 박지연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얘기해줬다.“곽승재는 밥 안 먹고 갔단 말이야?”박지연의 물음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쌤통이야.”박지연이 콧방귀를 뀌면서 속 시원하다는 듯 말했다.“네가 민시후한테 더 잘해주니까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서 참지 못하고 먼저 간 게 분명해. 그런데 사실 민시후도 곽승재보다 못한 곳은 없잖아. 그럼 삼촌이랑 숙모도 더는 곽승재랑 재결합하라고 너한테 조르지 않겠네.”“아마 말해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잔소리가 전보다 많이 뜸해졌어.”고은서는 무언갈 떠올린 듯 말을 보태었다.“그런데 어제 외숙모가 민시후에 관해 많이 묻던데 조금 이따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둬야겠어.”“삼촌이랑 숙모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다들 거리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니까. 그런데 민시후가 껄렁대는 것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네 삼촌

  • 어게인, 비긴   제720화

    곽승재는 점차 인내심이 바닥났다.“변명 그만해. 어쩔 수 없었다고? 어쩔 수 없어서 우리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귀국한 거야? 전에도 몇 번이고 너한테 돈 주면서 일해달라고 부탁한 거 이미 다 알고 있어. 그런데 T국에서 있었던 일은 우리 아버지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잖아. 심지어 네가 이런 일을 꾸몄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잖아!”곽현수를 공범으로 끌어들이려던 백유미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곽승재가 사건이 터지자마자 자신의 아버지부터 조사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T국에서 있었던 납치 사건을 주도한 사람 너 말고 대체 누가 더 있는 거야?”곽승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백유미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을 확인하자마자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조사해 보았는데 출저를 찾을 수가 없었다.당사자 백유미에게 캐물어도 끝까지 부인하는 바람에 배후에 대체 누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정상인이라면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죄를 씻어내려고 하겠는데 백유미는 처음부터 단연코 거절해버렸다.그 덕분에 곽승재는 백유미 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고은서를 해치려 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곽현수가 백유미를 도우려 한다고 해도 사실상 그녀를 감옥으로 보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배후에 있는 사람을 끄집어내지 않고서는 그는 도무지 시름을 놓을 수가 없었다.“숨긴다고 소용없어. 고은서를 납치할 때 녹음되었던 파일들이 유출된 이상 넌 이미 희생양이 된 셈이야. 그 누구도 널 구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지.”백유미는 곽승재가 한 말들이 다 사실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T국에 들어서자부터 원지훈의 배신으로 시작해서 갑자기 나타난 곽승재까지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그녀의 정체와 계획도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원지훈을 죽이고 자살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했는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관건적인 시각에 녹음 파일까지 유출되었다.모든 책임을 그녀와 원지훈한테 덮어씌우려는 것이 뻔했다.백유미에게는

  • 어게인, 비긴   제719화

    백유미는 사실 범가온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곽승재가 범가온을 위해 나서주지만 않았더라면 백유미는 애초에 그녀를 T국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그러나 백유미는 그가 정신질환 감정까지 도와주면서 범가온을 자신과 같은 정신병원에 들여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백승엽이 간병인을 고용했다고 해도 범가온은 시도 때도 없이 그녀 앞에 나타나 욕설을 퍼부으며 심할 때는 미친 듯이 그녀를 때리기도 했다.전에 고은서 일 때문에 몇 번이고 곽현수한테 도움을 청했는데 형사 처벌을 피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그 이상은 도우려고 해도 곽승재가 오랫동안 GS그룹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바람에 함부로 그와 맞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백유미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협조하지 않는 한 곽승재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걸 며칠 동안 깊이 깨달았으니까 말이다.“승재야, 내가 모든 걸 다 털어놓기 전에 몇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백유미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곽승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들어줄 생각 없어.”곽승재가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그런데 물어보지 않고서 차마 내가 알고 있는 걸 제대로 털어놓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그냥 범가온 손에 죽게 내버려 둬. 대신 넌 누가 고은서를 해치려 하는지 영원히 모르게 될 거야.”백유미는 용기가 생긴 듯 턱을 빳빳이 치켜올리면서 비아냥거리는 듯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대체 뭔데?”곽승재가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백유미는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애원하는 말투로 물었다.“왜 T국에서 날 구한 거야? 날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됐었잖아.”곽승재는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저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널 구하려던 게 아니었어. 나도 지금 무척 후회하고 있어.”곽승재가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백유미는 그가 진심으로 후회하며 지금이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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