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숙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우정희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장인숙은 핸드폰을 들어 자신이 아는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그녀는 대략적인 시세를 들을 수 있었다. 정희도 전화 너머로 들리는 시세를 들었다. 그 가격은 소남이 제시한 가격보다 훨씬 낮았다. ‘문소남이 장인숙과 사이가 좋지는 않다고는 해도, 그래도 엄마라고 많이 챙겨주려고 하네.’ ‘그렇지 않았으면, 굳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장인숙은 자신이 들은 시세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장인숙은 의심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아니에요!” 정희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지금 문 대표님은 저를 정말 싫어하시잖아요. 저도 이분을 만나는 게 무서워요.”장인숙은 정희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래. 정희가 전에 소남을 꼬신 일을 실패한 이후로, 소남이가 정희를 얼마나 싫어하게 되었는지 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일단 생각해 볼게. 어차피 며칠 시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 며칠 동안은 그냥 본가에서 지낼 거야. 아? 네 방도 준비하라고 김 집사한테 이미 말해 뒀다. 그리고 너! 밤에는 절대
“이 국, 문 대표님께 드리려고 하시는 건가요? 제가 대신 가져다드릴까요?” 정희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문소남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야 해.’ ‘조금이라도 나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놔야겠어.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르잖아.’ ‘국을 전해주면 잠깐이라도 문소남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고’‘만약 기회가 된다면, 장인숙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어차피 장인숙과 문소남의 사이도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으니, 더 나빠져도 상관없지.’
“네, 그 방도 괜찮습니다. 집사님, 사실 전 아무 곳이 든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정희는 전에 묵었던 객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방이라는 말에 눈이 반짝였다. 그 방은 인테리어도 최고였고, 가구도 최고급이었다. 그녀가 여기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여기에 있는 모든 객실 중에서 그 방이 가장 호화로운 방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김 집사가 손짓하며 안내했다. 정희는 잠시 서재 쪽을 돌아본 후, 김 집사를 따라갔다. 김 집사는 가정부에게 방을 정리하도록 한 후, 정희에게 말했다.
“할머니, 저희는 안 피곤해요. 오히려 운전을 한 아빠가 더 피곤하시죠. 그리고 집에 일만 없었다면 아빠가 이렇게 서둘러 올 필요도 없었을 거예요.” 훈아가 일부러 모른 척하며, 태연하게 뼈 있는 말을 했다. 장인숙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순간 굳어졌다. 아이들이야 의도 없이 한 말일 수 있지만, 그 말들이 장인숙에게는 꽤나 거슬렸다. 장인숙은 아이들의 말을 크게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자신이 너무 속 좁아 보일 테니까. 게다가 소남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인숙이 소남을 걱정하
이 이야기를 듣자, 예성은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기부 행사 생각이 났다.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소남에게 물었다. “형, 이번에도 보육원에 기부할 거예요?” “응, 여전히 보육원에 기부할 거다.” 소남은 대답했다. T그룹은 매년 보육원에 물품을 기부하는 선행을 해오고 있었다. “그럼, 형 저도 참여할게요. 우리 송희가 안 입는 옷들도 많이 있으니까, 그 옷들도 보육원에 아이들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성은 기뻐하며 말했다. 문씨 가문에서 기부하는 물품은 항상 모두 새것이었다.“아빠!” 송희는
“왜 못 입는 옷이라고 그러는 거니? 둘째도 낳아야 하는 데 올해 꼭 둘째 낳아! 송희 혼자면 얼마나 쓸쓸하겠니? 동생이 있어야 같이 놀 수도 있고 더 즐겁게 놀 거 아니니.”채은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예성에게 둘째를 재촉했다. 문현만은 자손이 많은 것을 좋아했다. 소남과 원아가 한꺼번에 셋을 낳았을 때 문현만은 그만큼 기뻐했으니, 채은서도 예성과 하늘이 좀 더 노력해서 둘째를 낳기를 바랐다. 이렇게 해야 문씨 가문도 장인숙 쪽과 유산 문제에서 경쟁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엄마...” 예성은 난감했다.
이때 하늘이 늦게 식사 자리에 합류했지만, 이미 둘째에 관한 이야기는 끝난 상태였다. 하늘은 송희의 얼굴빛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송희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송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젓가락을 잡은 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자신이 더 이야기하면 꾸중을 들을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문현만은 집사에게 말했다. “김 집사, 이제 음식을 올리라고 하게.” “예, 알겠습니다...” 김 집사는 잠시 망설였다. 문씨 가문의 가족들은 다 자리에 앉았지만, 한 사람이 더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