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은 크레파스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헨리 이 녀석, 일부러 준비한 거지? 오늘은 내 깁스가 알록달록하게 물드는 것을 도저히 피할 수가 없겠군.’소남은 어쩔 수 없이 체념한 채 아이들이 그의 깁스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줄곧 얌전하던 훈아조차도 검은색 크레파스를 들어 깁스 위에 ‘아빠 빨리 나으세요!’라고 썼다.소남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도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엄격하지만 항상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원아는 한쪽에 서서 아이들이 소남의 깁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
아이들이 떠난 후 병실은 평온을 되찾았다.소남은 고개를 숙여 화려한 색깔로 물든 깁스를 보며 물었다. “이거 지울 수 있나요?”원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이거 지울 수 있느냐고요.”소남이 물었다.“아마도 안 될 것 같아요. 석고에 색이 묻으면 잘 안 지워져요.” 원아는 솔직히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깁스를 한 상태로 지워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소남은 다시 서류 파일을 들고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동 비서님에게 느슨한 바지 몇 벌을 준비해 달라고 했습
“아니요.” 소남의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여자 얼굴 좀 바뀌었다고 자기가 누구인지 진짜 잊어버린 거야? 우리 둘 부부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어?’‘내 몸도 진작 다 봤으면서 왜 남을 부르려고.’원아는 소남의 어두워진 표정을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소남은 딱딱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휠체어 하나 갖다 줘요. 새것으로요.”“네.” 원아는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와 간호사실에 가서 새 휠체어를 달라고 했다.VIP 병실이기 때문에 이곳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거의 재벌 집안의 사람이나 유명 정치인 집안의 사람이라
소남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원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신에 대한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 같았다.“얼굴이 빨개졌는데요.”그는 서슴없이 말했다.“아마도 여기 난방이 좀 센가 봐요.”원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준비한 물건을 한 번 확인하고, 빠진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바로 도망치듯 화장실을 나왔다.“대표님, 저 바로 문 밖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내가 부르면 진짜 바로 들어올 거예요?” 소남은 휠체어를 조종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원아는
그러나 소남의 두 손은 원아의 허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이 남자, 방금 이거 다 일부러 한 것 같은데...’‘우리 사이에 이 정도 거리라면 예상하지 못할 일이 아주 쉽게 생길 수 있고...’원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점점 목이 타올라 어렵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놓아주세요. 제가 일어나야 대표님도...”원아가 소남의 두 손을 치워내며 말했다. 비록 원아와 거리를 두고 싶지 않았지만, 소남은 자신이 너무 다가가면 원아가 도망칠 생각을 또 할까 봐 두려워 결국 그녀를 놔줬다. 왜냐하면 원아는 사라져 있던 3
그래서 사윤은 밤중인데도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왔다.소남은 말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사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소남의 눈빛 때문에 사윤은 마음이 조마조마해져서 원아를 흘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말했다.“교수님, 형님은 지금 퇴원할 수 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옆에서 돌봐줄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교수님이 계속 돌봐 주세요. 형님 다리는 아직도 많이 불편하니까요.”“네, 알겠습니다.” 원아는 대답하면서 소남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퇴원할 수 있다는데 소남 씨는 왜 기뻐하지
세 아이는 증조할아버지를 보고 잇달아 고개를 저었다.전에 소남은 자신이 원아와 갑자기 서로 사이가 어색해진 이유에 대해 아이들에게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단지 이번 일이 잘 처리되지 않으면 엄마가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아이들은 엄마가 떠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소남이가 무슨 일이지?” 문현만도 궁금했다. ‘소남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성공하지 못하다니 왜 이렇게 느린 거지?’“증조할아버지, 아빠도 어쩔 수 없었어요.”원원이 말했다. 이 어린 소녀가 보기엔 돌아온 원아는 많이 달라졌다.
헨리는 옆에서 그림책을 뒤적거리며 원원의 의혹에 대답했다.“큰할머니가 우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니까 그렇지.”원원은 동생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큰할머니가 자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실은 문현만과 문소남이 있기 때문에 채은서는 소남네 세 아이를 싫어해도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의 문씨 가문의 최고 권력자는 여전히 문현만이니까.“큰할머니는 우리 아빠를 건드리고 싶은 건가?” 훈아는 우주의 천체를 소개하는 어린이 책을 집어 들고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는 모습이 소남과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