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운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부끄러운 꼴이 되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뭐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구는 거야? 대단해봤자 간병인일 뿐이야. 감히 날 무시해? 우리 대관이 형이 깨어나서 이연에게 배상금을 받고 나서 네가 내 여자가 되고 싶다고 해도 내가 싫다!”소남은 원아가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비록 이 병실은 방음이 매우 잘 되어 있었지만, 바깥의 대화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방금 무슨 소리죠?”그가 물었다.원아가 설명했다.“반대편 병동에 연이 씨 오빠한테 맞아서 입원한 분이 있거든요, 연이 씨가 그 피해자분을
“별거 아니에요. 고질병이에요.” 원아도 사윤처럼 경험이 많은 의사 앞에서 완전히 괜찮다고 말하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른 핑계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검사를 도와드릴까요?” 사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요, 그냥 고질병이에요. 제가 잘 아는데, 이러다 말아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원아는 거절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사윤 앞에서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허리의 문제를 간파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교수님도 의학에 대해 잘 아시니 스스로의 몸에 대해서 잘 아시겠지만, 치료를
소남이 계속 말했다.옆에 있는 원아는 들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소남 씨는 말이 많지 않지만, 한 번 독설을 시작하면 정말 날카롭게 가장 아픈 곳을 찌르네.’지금의 사윤이 그 좋은 예다.“그만해요. 제가 어젯밤에 못 잔 것도 다 형님 때문이잖아요? 아, 진짜! 얼른 혈압이나 재요.”사윤은 짜증을 내며 옆에 있던 혈압계를 집어 들고 소남의 팔에 묶으려 했다.그의 행동을 보고도 소남은 차분하게 말했다.“내 혈압은 정상이야.”“형님 말하는 걸 보니 전혀 정상 같지 않아요. 형님 머릿속 혈전이 신경을 압박해서
‘이번 프로젝트를 다 마치면 나도 의학에 대해 좀 공부해야겠군. 그래야 나중에 원아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원아는 소파에 앉아 계속 서류를 번역하고 있었다. 어느 자세로 앉아도 허리의 상처가 아팠다.‘아무래도 오늘 기회를 봐서 별장에 한 번 가야 할 것 같아.’그녀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줄곧 기다리니 드디어 저녁이 되어서야 기회가 왔다.도우미 오현자가 도시락을 가지고 왔을 때 세 아이도 따라왔다.아이들은 원아가 아빠를 돌보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엄마가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지 않았
“재밌지 않아.” 소남은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 헨리가 자기 아들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이 아이를 지금 당장 병실에서 쫓아냈을 것이다.헨리는 자신과 원아 사이에 태어난 아이이니 참아야 한다!그리고 원아도 여기에 있으니. 예전부터 그녀는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에 찬성하지 않았다. 학부모가 아이를 폭력적으로 교육하여 아이를 다치게 했다는 뉴스를 보면 한참 동안 한숨을 쉬었다.헨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른처럼 소남을 교육했다.“재밌지 않으면 아빠, 앞으로 술을 줄여요. 더 이상 그러지 마세요. 오늘 저희가 일어났을 때
소남은 크레파스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헨리 이 녀석, 일부러 준비한 거지? 오늘은 내 깁스가 알록달록하게 물드는 것을 도저히 피할 수가 없겠군.’소남은 어쩔 수 없이 체념한 채 아이들이 그의 깁스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줄곧 얌전하던 훈아조차도 검은색 크레파스를 들어 깁스 위에 ‘아빠 빨리 나으세요!’라고 썼다.소남은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도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그는 아이들에게 엄격하지만 항상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원아는 한쪽에 서서 아이들이 소남의 깁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
아이들이 떠난 후 병실은 평온을 되찾았다.소남은 고개를 숙여 화려한 색깔로 물든 깁스를 보며 물었다. “이거 지울 수 있나요?”원아는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대표님?” “이거 지울 수 있느냐고요.”소남이 물었다.“아마도 안 될 것 같아요. 석고에 색이 묻으면 잘 안 지워져요.” 원아는 솔직히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깁스를 한 상태로 지워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기본적으로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소남은 다시 서류 파일을 들고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동 비서님에게 느슨한 바지 몇 벌을 준비해 달라고 했습
“아니요.” 소남의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여자 얼굴 좀 바뀌었다고 자기가 누구인지 진짜 잊어버린 거야? 우리 둘 부부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어?’‘내 몸도 진작 다 봤으면서 왜 남을 부르려고.’원아는 소남의 어두워진 표정을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었다.소남은 딱딱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휠체어 하나 갖다 줘요. 새것으로요.”“네.” 원아는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와 간호사실에 가서 새 휠체어를 달라고 했다.VIP 병실이기 때문에 이곳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거의 재벌 집안의 사람이나 유명 정치인 집안의 사람이라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