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이 막무가내 모자를 보고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했다.“지금 당장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10분 후에 가져다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말이 끝나자 의사는 간호사와 병실을 떠났다.이와 동시에 송재훈의 약혼녀 손수련이 허둥지둥 걸어 들어와 병상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의아해 하더니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 되어 병상 옆으로 다가가 송재훈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재훈 씨, 아파서 입원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송재훈은 손수련을 보지 않고 이연을 보고
만약 현욱이 틀리지 않았다면, 송상철은 이제 그 서류의 진위를 조사할 것이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이연은 현욱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현욱은 세심하게 이연을 보호하며 층수를 누른 후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그녀를 안전하게 보호했다.“송재훈 얘기는 그만하고, 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 이연은 고개를 들어 현욱의 턱을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밤새 그는 병원에서 자신을 돌보았고 생활용품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부스스해 이전의 깔끔한 이미지와는 좀 다르지만, 오히려 좀 섹시하고 나른해 보였다.“난 괜찮아.”
“환자분, 제 말은, 환자분의 몸에는 뚜렷한 상처와 몸의 내부 출혈이 없기 때문에 똑바로 앉으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그래서 네 말은 내가 꾀병을 부렸다는 거잖아.” 송재훈의 여전히 트집을 잡았다.윤수정은 아들이 이러는 것을 보고, 분명히 방금 현욱과의 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 화풀이를 하려는 걸 알고 얼른 저지했다.“자, 재훈아, 간호사 선생님도 그런 뜻이 아니야. 목 마르니? 물 한 잔 따라줄게.”송재훈은 자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저기,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몸이 안 좋으시면 바로 벨을 누르시면 됩니다
잠시 침묵하던 송재훈은 윤수정을 믿기로 결심했다. 윤수정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송현욱보다 송재훈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아오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인 송상철은 줄곧 송현욱을 편애하고 있었기에 송재훈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인 윤수정뿐이었다.결국, 송재훈은 과거에 자신이 한 일을 전부 윤수정에게 털어놓아야 했다. 모든 것을 들은 윤수정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재훈아, 정말 어리석구나.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니!” “여기 누워 있지만 않았더라면 더한 짓도 했을 거예요. 그랬으면 문소남이랑 송현욱이 알
“천만에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요? 저녁이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요.”서두인 교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도움을 받았으니, 밥이라도 한 번 사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일이 바빠서요. 회사 출입 카드 좀 빌려주시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원아가 말했다. 이곳은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안드레이는 원아에게 이곳의 보안 시스템을 알아낼 기회를 주었지만, 동시에 이곳에서는 어떠한 내부 자료도 빼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했다. ‘여기서 일하지도 않고,
[초설 씨! 정말 왜 이래요! 또 날 놀리는 거죠!] 이연의 말은 투정섞인 말투였지만 그 사이로 연애 중인 여자의 아양이 섞여 있었다. [괜히 핑계를 대지 말아요. 초설 씨의 마음속에 내가 없어서 병원에 데리러 오지 않은 거예요.]“제가 만약 연이 씨를 데리러 갔다면 연이 씨와 송 대표님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는 게 됐을 걸요?” 원아는 이연의 말투를 들으며 이연과 송현욱 둘 사이에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연의 말투가 이렇게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이연의 말속에 달콤함이 띠고 있
식당에 들어서자 그녀는 이연의 이름을 알리고 웨이터에게 안내를 받아 룸으로 향했다.식사 장소가 주소은의 집에서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룸의 문을 열자 이연과 소은이 이미 안에 앉아 있었다.원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연이 웃으며 말했다.“초설 씨, 늦었네요. 이따가 늦은 벌로 벌주해야 해요.”“벌주는 별거 아닌데 왜 늦었냐고 묻지도 않았어요?” 원아는 웃으며 의자를 밀치고 앉았다.“왜요?” 이연은 원아의 말을 따라 메뉴를 건네주었다.원아는 받아서 두 친구가 주문한 음식을 한 번 본 후에 닫고 말했다.“더는 추가할 게
한숨을 쉬던 원아가 내쉬는 숨결에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택시가 멈출 수 없는 곳이었기에, 원아가 택시를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핸드폰 벨이 울리자, 옛 추억에 잠겼던 원아가 깜짝 놀라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냈다.생소한 번호였다. ‘누구지?’눈살을 찌푸린 원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염초설 씨?] 수화기 너머에서 도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아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상대방의 그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