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제 말은, 환자분의 몸에는 뚜렷한 상처와 몸의 내부 출혈이 없기 때문에 똑바로 앉으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그래서 네 말은 내가 꾀병을 부렸다는 거잖아.” 송재훈의 여전히 트집을 잡았다.윤수정은 아들이 이러는 것을 보고, 분명히 방금 현욱과의 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 화풀이를 하려는 걸 알고 얼른 저지했다.“자, 재훈아, 간호사 선생님도 그런 뜻이 아니야. 목 마르니? 물 한 잔 따라줄게.”송재훈은 자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저기,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몸이 안 좋으시면 바로 벨을 누르시면 됩니다
잠시 침묵하던 송재훈은 윤수정을 믿기로 결심했다. 윤수정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송현욱보다 송재훈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아오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인 송상철은 줄곧 송현욱을 편애하고 있었기에 송재훈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인 윤수정뿐이었다.결국, 송재훈은 과거에 자신이 한 일을 전부 윤수정에게 털어놓아야 했다. 모든 것을 들은 윤수정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재훈아, 정말 어리석구나.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니!” “여기 누워 있지만 않았더라면 더한 짓도 했을 거예요. 그랬으면 문소남이랑 송현욱이 알
“천만에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요? 저녁이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요.”서두인 교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도움을 받았으니, 밥이라도 한 번 사야 하는데...’ “괜찮습니다, 일이 바빠서요. 회사 출입 카드 좀 빌려주시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원아가 말했다. 이곳은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안드레이는 원아에게 이곳의 보안 시스템을 알아낼 기회를 주었지만, 동시에 이곳에서는 어떠한 내부 자료도 빼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했다. ‘여기서 일하지도 않고,
[초설 씨! 정말 왜 이래요! 또 날 놀리는 거죠!] 이연의 말은 투정섞인 말투였지만 그 사이로 연애 중인 여자의 아양이 섞여 있었다. [괜히 핑계를 대지 말아요. 초설 씨의 마음속에 내가 없어서 병원에 데리러 오지 않은 거예요.]“제가 만약 연이 씨를 데리러 갔다면 연이 씨와 송 대표님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는 게 됐을 걸요?” 원아는 이연의 말투를 들으며 이연과 송현욱 둘 사이에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연의 말투가 이렇게 달콤하지 않을 것이다.이연의 말속에 달콤함이 띠고 있
식당에 들어서자 그녀는 이연의 이름을 알리고 웨이터에게 안내를 받아 룸으로 향했다.식사 장소가 주소은의 집에서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룸의 문을 열자 이연과 소은이 이미 안에 앉아 있었다.원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연이 웃으며 말했다.“초설 씨, 늦었네요. 이따가 늦은 벌로 벌주해야 해요.”“벌주는 별거 아닌데 왜 늦었냐고 묻지도 않았어요?” 원아는 웃으며 의자를 밀치고 앉았다.“왜요?” 이연은 원아의 말을 따라 메뉴를 건네주었다.원아는 받아서 두 친구가 주문한 음식을 한 번 본 후에 닫고 말했다.“더는 추가할 게
한숨을 쉬던 원아가 내쉬는 숨결에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입김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택시가 멈출 수 없는 곳이었기에, 원아가 택시를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핸드폰 벨이 울리자, 옛 추억에 잠겼던 원아가 깜짝 놀라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냈다.생소한 번호였다. ‘누구지?’눈살을 찌푸린 원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염초설 씨?] 수화기 너머에서 도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아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상대방의 그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종업원이 주스를 들고 오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주스를 받아 든 원아는 계속해서 윤수정이 오기를 기다렸다. ...원아에 의해 두 번이나 전화가 끊긴 윤수정이 화가 나서 또 한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이내 자신이 차단당했음을 깨달았고, 어둡고 침착한 얼굴로 5만 원짜리 지폐를 책상에 올려놓은 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윤수정이 차량에 올랐다. ‘더는 염초설을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재훈이를 생각하면...’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아낸 윤수정이 원아가 말해준 주소를 기사에게 알려주었다.30
컵에 든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원아가 윤수정의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경찰관이 저를 상대하기를 꺼린다는 거죠? 저는 조사에 협조했을 뿐이에요. 제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 원아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이 여자, 연이한테 악독한 말을 퍼부었던 사람이야. 어떻게 하면 연이를 대신해서 복수해 주지?’“CCTV가 있는데, 뻔뻔하게 증거가 없다는 말을 지껄이다니, 우리 아들을 다치게 한 사람, 너 맞잖아! 너만 아니었으면 내 아들이 지금 병상에 누워있지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