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잠결에 휴대폰의 진동을 느꼈다. 혹시라도 휴대폰을 누가 가져가거나 해 문자나 정보를 보게 될까 봐 걱정돼서 잠이 들어도 진동이 울리거나 소리가 나면 금방 일어났다. 원아는 핸드폰을 열어 이연이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새벽에 문자를 보낸 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원아는 이연의 문자에 얼른 답장했다.[아직 안자요. 이연 씨는 왜 아직도 자지 않고 있어요?]잠시 후, 이연에게서 답장이 왔다.[잠이 안 와서요. 혹시 초설 씨랑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지금 시간 돼요?]원아는 문자를 보자마자 일어나
이연은 옷가지와 물건들을 챙겨온 ‘초설’을 보며 눈이 빨개졌다.‘초설 씨는 내가 걱정돼서 이렇게 짐을 다 싸가지고 왔나 봐…….’원아는 이연이 내켜하지 않는 줄 알고 다시 말했다.“불편하면 제가 옆방을 잡고 이야기할 때 만 제가 이연 씨방으로 올게요. 하지만 지금 제가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이 없어서 이연 씨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그녀가 정중히 부탁했다. 이번에는 이연의 도움이 필요했다.이틀 후면 약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소남의 부하가 따라다니면 어려울지 몰랐다. 이연이 얼른 대답했다.“아니에요. 초설
이연은 한결 편안해진 목소리로 말했다.“초설 씨, 이런 마사지는 어디서 배웠어요?”“독학했어요. 어때요? 괜찮아요?” 원아는 이연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하루 친구를 더 편안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연이 어젯밤 말한 대로 송현욱은 이연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송현욱이 오늘 이 곳을 찾아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편해요! 초설 씨, 너무 대단해요! 학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음식도, 일도 잘하는데, 마사지까지 이렇게 훌륭하다니요! 초설 씨와 결혼하는 남자는 정말 행복할 거예요.”이연은 그녀를 칭
원아는 현욱이 문을 ‘쾅’소리가 나게 닫고 들어가자 화가 나 문을 차려고 했다. 하지만. 소남이 보고 있어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애써 진정하고 돌아서니 벽에 기대어 있는 소남이 눈에 들어왔다.“문 대표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녀는 금세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혹시 염 교수가 거짓말을 했는지 확인하러 왔어요.”소남이 말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아까와는 완전히 달랐다.이연을 위해 나설 때는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전의 원아는 이연이 나쁜 일을 당하자 자기가 질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냈다. 지금의 ‘염초설’
소남은 현욱이 이연을 위해 했던 일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반면, ‘염초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내기에서는 그녀가 반드시 질 운명이나 다름없었다.원아는 자신만만한 소남의 모습에 자신이 그가 놓은 덫에 걸린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만약 내가 지게 되면, 소남 씨는 나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공포의 섬의 비밀을 다 털어놓으라고 할까?’이런 생각이 들자 자신이 충동적으로 승낙한 것이 너무 후회됐다.그때, 문이 열리며 현욱이 잔뜩 화가 난 채 걸어 나왔다.원아는 그를 보고 깜짝 놀라 안 쪽을 들여다보았
이연이 욕실에 들어간 지 얼마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원아는 문을 열기 전에 신중하게 바깥의 상황을 살폈다. 혹시라도 송현욱이 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밖에는 음식을 배달하는 직원이 서 있었다. 그녀는 얼른 문을 열었다. 음식을 받은 후, 원아는 직원에게 아이스팩 두 개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연의 부은 눈을 마사지하기 위해서였다. “고객님, 아이스팩은 카트 안에 있습니다.”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원아는 눈썹을 찌푸리고 카트를 자세히 살폈다. 정말 아이스팩 두 개가 담겨 있었다.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게 어떻
이연은 피부관리사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그 티야였어.’‘근데 티야가 예뻐? 내가 보기엔 그렇게 예쁘지 않아 보이던데.’‘티야는 옷차림만 화려해. 자신의 결점을 잘 가리는 것뿐이야. 걸을 때도 예뻐 보이려고 일부러 조심스럽게 걷던데.’‘무엇보다 티야는 돈이 많아서 예쁘게 보이도록 꾸민 것뿐이야. 화장을 지우면 다를지도 몰라.’피부관리사는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고객님은 티야 선생님과 아는 사이인가요?”“유명하신 분이니 누구나 다 알 거예요.” 이연은 ‘초설’과 눈빛을 교환
이연은 밀크티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밀크티 가게 쪽으로 향했다.아직 피부관리샵에 있던 에마는 티야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색이 무척 어두웠다.“티야 선생님…….”에마는 작은 소리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를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티야는 이연과 ‘염초설’이 떠나자 직원에게 물었다.“방금 이 두 사람 내 옆방에 있었어요?”“네, 티야 선생님.”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장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녀는 속으로 방음 시설을 다시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티야는 심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