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동 비서님이 확실히 조사하면 알겠지만 이건 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 분명해.’‘HS제약 제약은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았어. 누군가 그런 일을 저지른 건 소남 씨가 T 그룹에 머물고 있어서야. 평소에는 본부장 한 명이 이곳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으니까’‘그래서 겁 없이 그런 일을 저지른 거야…….’‘소남 씨가 이 곳에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회사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야. 이번 일로 자신의 이익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동
원아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채소와 생선을 샀다.알렉세이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생선 요리를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생선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인 헨리가 생각나 고기를 구입했다. 시간이 있으니 죽을 끓여 가져다줄 계획이었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보온병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입구에 도착하니 헨리를 달래는 도우미 이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헨리 도련님, 두 입 밖에 안 드셨어요. 조금만 더 드세요.”도우미 이모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괜찮습니다.” 소남은 수저를 받아 들고 보온병을 열어 죽을 그릇에 죽을 따랐다.“오늘 여기에 올 시간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정시에 퇴근해서 헨리에게 주려고 죽을 만들었어요.” 원아가 대답했다.“네.”소남은 가볍게 대답하며 죽을 한 숟가락 떠 먹은 뒤 다른 반찬도 먹었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헨리가 아빠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빠, 누나가 만든 죽 맛있죠?” “맛있어.” 소남은 죽 한 그릇을 다 먹은 뒤 남아 있던 것도 그릇에 따랐다. 원아는 그가 죽을 잘 먹는 것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가 올
‘이 사람은 누구지?’소남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자 주슬미가 얼른 자신을 소개했다. “헨리 아버님, 바쁘신 분이 병원에서 아이를 돌보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네.” 그는 별다른 설명없이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순간 주슬미는 당황했다. 오늘 진아를 데리러 갔다가 유치원 선생님이 헨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듣고는 자세히 물어봤다. 그래서 헨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전에 행사장에서 문소남을 봤을 때, 그녀는 그에게 첫눈에 반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문소남이 떠난 뒤, 주슬미도 보온병과 과일바구니를 챙겨 들고 진아의 손을 잡고 병실을 나섰다. 도우미 이모가 헨리에게 물었다. “헨리 도련님, 제가 방금 그렇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뭐라고 하진 않겠죠?” 헨리는 고개를 저었다.“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빠는 방금 그 아줌마 같은 사람들을 진짜 싫어하거든요. 정말 잘 하셨어요. 오히려 우리 아빠가 아주머니 월급을 올려줘야 할 거예요!”헨리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은 끊임없이 있었다. 그래서 별로 이상하게 생각되지도 않았다.‘다 우리 아빠 때문이야! 우리 아빠가 매력이
문소남은 가짜 원아인 로라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보고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내 아이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로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을 멈추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아무 일도 없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아무리 봐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렇다면 누군가가 헨리를 구했다는 뜻이다.‘헨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염초설 밖에 없어.’‘염초설 역시 공포의 섬 사람이고 세 아이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 그 여
에런이 얼른 앞으로 나가 가짜 원아의 어깨를 눌렀다. 그 틈에 데릭이 로라의 가슴에 주사를 꽂고 진정제를 놓았다.이번에는 바로 심장 정맥 주사를 맞았다. 이전보다 약효가 빨랐는지 그녀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데릭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소남을 바라봤다. “보스, 오래 못 버틸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소남은 얼굴이 창백한 가짜 원아를 바라보았다. 원아와 똑같은 얼굴이지만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소남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이 여자가
원아는 안드레이가 심비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자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안드레이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아직은 소남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알겠어요.” 원아의 대답을 들은 안드레이가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통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니 오늘 안드레이는 자신보다 훨씬 더 말이 많았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니 안드레이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가짜 원아의 실종 때문인 것 같았다. 문소남은 공포의 섬에 잠시 있었지만 마트베이가 수십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직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