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가짜 원아인 로라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조롱하는 것을 보고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내 아이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로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을 멈추고는 두 눈을 부릅뜨고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아무 일도 없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아무리 봐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그렇다면 누군가가 헨리를 구했다는 뜻이다.‘헨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염초설 밖에 없어.’‘염초설 역시 공포의 섬 사람이고 세 아이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 그 여
에런이 얼른 앞으로 나가 가짜 원아의 어깨를 눌렀다. 그 틈에 데릭이 로라의 가슴에 주사를 꽂고 진정제를 놓았다.이번에는 바로 심장 정맥 주사를 맞았다. 이전보다 약효가 빨랐는지 그녀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데릭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소남을 바라봤다. “보스, 오래 못 버틸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소남은 얼굴이 창백한 가짜 원아를 바라보았다. 원아와 똑같은 얼굴이지만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뒤늦게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소남의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이 여자가
원아는 안드레이가 심비를 이용해 자신을 협박하자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안드레이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아직은 소남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알겠어요.” 원아의 대답을 들은 안드레이가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통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니 오늘 안드레이는 자신보다 훨씬 더 말이 많았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니 안드레이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가짜 원아의 실종 때문인 것 같았다. 문소남은 공포의 섬에 잠시 있었지만 마트베이가 수십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조직을
주지혜는 굳은 표정의 ‘염초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교수님, 본부인T 그룹에서 근무하는 것이 비록 자유롭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그곳은 도심이고 보안 시스템은 잘 되어 있어서 자세히 생각해 보면 잘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원아는 그곳 환경이 얼마나 좋은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남 덕에 자신의 연구팀 보안이 더 강화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그와 같은 건물에 있을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안드레이가 어젯밤 지시한 임무를 생각하니 더욱 머리가 지끈거렸다. 만약 정말로 본부로 이동하게 된다면 그녀는 더욱
그날 오후 전체 포장 이사 회사 직원들이 연구팀의 데이터 자료와 연구기재가를 모두 차에 실어 T 그룹으로 옮겼다.원아는 차가 없어서 팀원 중 한 명의 차를 타고 T 그룹으로 향했다.차에 타고 있는 연구원 들은 T 그룹으로 이사한다는 사실에 흥분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의 집은 도심에 있었고 HS제약은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그들이 한창 이 일에 대해 떠드는 것을 들으며 원아는 소남이 이런 일을 계획한 목적을 추측했다. “바로 회사 앞입니다.” 운전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말했다. 원아는 차가 천천히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네.” 포장이사 회사 직원이 그녀의 말에 테이블 위에 짐을 내려놓았다.그러자 컴퓨터를 옮기던 직원이 말했다. “고객님, 컴퓨터는 무거우니 제가 옮겨서 설치해 드릴까요?”“아니요, 여기에 두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원아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컴퓨터를 설치하는 일쯤이야 그녀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포장이사 직원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짐을 내려놓고 떠났다.원아는 먼저 중요한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놓고 사무실 입구에 서 있는 동준을 힐끗 보았다. “동 비서님, 또 무슨 할 말이 남았나요?”“아니요, 없습니
원아는 헨리가 작은 손을 내밀어 채소가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잡는 것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헨리 옆에서 같이 기다리고 있던 장민재를 보며 웃었다.장바구니에는 식재료가 가득 들어 있어서 무게가 있었다. 아무래도 아이 혼자 들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아니, 누나가 들게. 다음 번에는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헨리가 앳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말했다.“누나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민재는 그 말을 들으며 감탄했다. “저희 막내 도련님은 염 교수님을 정말 좋
원아는 헨리가 곧 있으면 갈 것이라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이 옆에 앉아 함께 애니메이션을 봤다.“헨리야, 요즘 아빠는 바쁘시니?”원아가 애니메이션을 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아빠는 항상 바빠요.” 헨리 역시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한 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원아가 품에 베개를 안으며 물었다. “그럼 엄마는? 엄마는 헨리가 누나 집에 와서 밥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엄마요?” 헨리는 가짜 원아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았어요. 아빠가 엄마 여행을 갔으니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