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원아와 소남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크루즈 꼭대기층 룸으로 향했다.원아는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무슨 룸이야? 작은 궁전이잖아!’안에는 작은 와인 바와 디너 룸 그리고 노래방 등이 있었는데, 불빛이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웠다.이렇게 넓은 공간에는 송현욱과 이연 두 사람밖에 없었다.이연은 마이크를 잡고 영어 노래 한 곡을 부르고 있었는데, 옆에는 빈 술병 몇 개가 놓여있었다.송현욱은 소파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며 묘한 기운을 뿜어냈다.원아는 두 사람 사이
송현욱은 원아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이연을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는 직원을 불러 따뜻한 음료를 가져오게 했다.직원이 따뜻한 음료들 들고 들어오자 그는 턱으로 이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분에게 드려.”원아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현욱이라는 남자는 조금도 자상하지 않으며 냉정했다. 이연이 그의 곁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룸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날이 저물었고, 원아와 소남은 자신들의 방으로 되돌아갔다.샤워 후, 소남은 원아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말려주면
원아는 민영 아주머니의 물음에 처음에는 멍하다가 곧 웃음이 터졌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아주머니를 바라봤다.“아주머니, 이제 막 생리가 시작됐는데 어떻게 임신이겠어요?”그녀는 매번 생리가 오기 전에 아랫배가 유난히 아팠다.게다가 그녀는 소남과 매번 주의하며 하기 때문에 임신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민영 아주머니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사모님, 이번에는 생리가 아닐 수도 있어요. 임신초기 유산 전조 증상이 아닐까요? 몸을 잘 살펴야 해요. 전에 우리 며느리가 이런 적이 있었거든요.”민영 아주머니가 이렇게 걱정하
손을 든 사람은 구해진이었다.원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회사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감염된 일은 심각한 것으로 특히, 설계 자료가 사라졌다면 이전에 세웠던 계획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혹시라도 표절로 고소를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구해진에게 물었다. “어제 회사를 떠날 때 무슨 이상이 있었나요?” 구해진은 겁에 질려 말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어젯밤에 고객에게서 문서를 받았는데 미처 열어 보기도 전에 건물 경비원이 나가라고 재촉했어요.”회사 건물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임대할 때 계약조건에 야근
원아는 황급히 찾아온 동준을 보자 그제야 상황이 파악됐다. ‘어쩐지 소은 언니 목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더니 그가 와서 그랬던 거구나.’소은은 동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혐오스러워할 정도였다.“동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 원아는 그가 소은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남의 사람이기에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동준은 주소은을 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저보고 사모님을 도와 달라고 하셨습니다.”“컴퓨터 잘 하세요?” 원아는 소남 대신 그가 오자 당황했
원아는 눈을 비비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아직 멀었어요. 이 고객의 요구가 좀 까다로워요.”소남은 그녀의 곁에 앉아 우유가 담긴 컵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저녁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잖아. 우유 좀 마셔.”원아가 우유를 한 모금 마시자 붉은 입술이 우유에 젖었고 그녀는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핥았다.소남은 이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원아는 깜짝 놀랬고, 하마터면 우유가 담긴 컵을 놓칠 뻔했다. 하지만 이내 그에게 몸을 기대었다.소남과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에서 우유의 달콤한 맛이
원아가 출근했을 때, 직원들은 풀이 죽어 있었다. 간단한 회의 뒤, 그녀는 사무실에 앉아 두 번째 설계를 준비했다.주소은은 완성된 설계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원 사장님, 너무 완벽한데?”“소남 씨가 도와줬어요.”원아는 소남의 공을 가로채기가 쑥스러워 사실대로 말했다. 그리고는 문자로 고객에게 연락해 오후에 설계도를 보러 오라고 했다.소은은 다크서클이 뚜렷한 얼굴로 턱을 괴고 앉아 한숨을 쉬었다.“너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행복하겠다. 나 좀 봐! 난 어제 밤새 쌍둥이에게 들볶였어. 가까스로 시간을 내서 설계도를
원아는 주소은의 부러움 섞인 조롱의 말에 눈빛이 반짝였다.소은은 부러운 마음은 뒤로 하고 잔을 들고 그녀와 부딪쳤다.“원 사장님, 다행이 이번 우리 회사의, 큰 위기를 잘 넘겼네요. 그런 의미로 다 같이 축하해요. 자, 건배!”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소은을 선두로, 다른 직원들도 원아에게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원 사장님은 취하면 안 돼! 우리 사장님은 가정이 있어서, 술에 취해 들어가면 안되니까 술은 나랑 마셔요.”소은은 원아 앞을 막고 더는 술을 권하지 못하게 했다.원아는 그녀에게도 돌봐야 할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