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색 실크 커튼과 예쁜 벽지 그리고 큰 창문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피규어와 인형이 가득 쌓여 있었다.안수지는 푹신한 침대에 뛰어들어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임씨 집안의 친딸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안수지는 주희진이 들어왔다고 생각하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라도 어머니가 자신의 우아하지 못한 모습을 볼까 봐 걱정돼서였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임영은이었다. 그제야 안수지는 마음 놓고 다리를 꼬고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경멸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영은을
영은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들은 안수지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방금까지도 놀라움과 기쁨 속에 빠져 있었다. 이제야 겨우 고생이 끝나고 좋은 날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맞게 된 진실 앞에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안수지는 정신을 차리고 뻣뻣해진 고개를 영은에게로 돌렸다.“너는 내가 임씨 집안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검사 결과를 조작했지? 임영은, 너 대체 무슨 속셈이야?”영은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너도 봤듯이, 엄마는 친딸을 오랫동안 찾았지만 찾지 못했어. 그래서 많이 쇠약해지셨
오프닝 발레 무대가 끝난 후, 뛰어난 외모의 남녀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국제초등학교의 시상식에 참석하신 것을 환영합니다!”곧 시상식이 시작되었다.사회자는 먼저 은상과 금상 수상자를 호명했다.상장과 트로피는 각각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수여했다.이름이 불린 학생들은 매우 흥분했다.국제초등학교는 A시에서 가장 유명한 귀족학교로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부잣집 자제들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정치인의 아이들이었다. 누구 하나 대단한 배경을 가지지 않은
문훈아와 문원원 쌍둥이 남매가 모두 대상을 휩쓸었다. 특히 오빠인 문훈아는 혼자만 여섯 개의 대상을 받았다.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던 사회자는 특별히 쌍둥이의 부모를 무대에 초대하기로 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그 노하우를 현장에 있는 학부모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었다.원아가 부른 배를 안고 무대에 올랐다.사람들은 원아를 보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아무리 봐도 갓 대학을 졸업한 아가씨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쌍둥이 아니, 세 아이의 엄마라니! 여자 사회자는 원아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생모?’원아는 갑작스러운 소남의 말에 당황했다. “내 친어머니가 A시에 살고 있다는 말이에요? 당신이…… 그분을 찾았어요?”원아는 장인숙이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서 그 후 DNA 검사를 통해 소남과 친남매 관계가 아닌 것을 알았다. 혹시나 그와 혈연관계에 있지는 않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보낸 하루하루는 정말 괴로웠다. 지금은 모든 것이 확실해졌고, 더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원아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고 싶었고 그분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다만 참고 표현하지 않았을
“이 안에는 당신이 알고 싶은 진실이 들어 있어. 이것을 보면, 그동안의 일들을 다 알게 될 거야.”원아는 얇은 종이 몇 장을 받았다. 분명히 가벼운 종이였지만 그녀에게는 돌덩이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원아는 자료를 자세히 살펴봤다. 점점 읽어 내려갈수록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종이에 구겨진 자국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아는 자료를 끝까지 다 읽고 나서, 평온한 얼굴로 그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소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내 친어머니가 주희진이라는 말이죠? 내 어머니가 나를 낳았을 때, 당신
장인숙은 아들이 자신과 문 노인을 속이고 원아와 혼인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문 노인의 힘과 영향력을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파혼 사건 이후로, 문 노인은 원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손자와 원아의 혼인신고를 절대 반대했었다.소남은 원아와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문 노인을 바라봤다. “할아버지.”“응.”문 노인은 원아의 부른 배를 쳐다보며 굳어 있던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배가 이렇게 많이 불렀는데, 병원에선 출산예정일이 언제라고 하더냐?”소남은 원아의 손을 잡으며 대
“지나간 과거는 이제 그만 들추거라. 아이들도 이만큼 컸고, 이제 예성이도 결혼해야 할 것 아니냐? 너도 할머니가 될 나이에 좀 더 넓은 마음을 지니도록 해. 지나간 일은 말 그대로 지나간 일이야. 우리 아들도 이미 떠나고 없는 마당에 그 일들을 다시 꺼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냐?"채은서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아버님, 따지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저는 장인숙을 보자마자, 그녀가 진호 씨와 저질렀던 창피한 일들이 생각났어요! 그녀의 아이가 우리 예성이 보다 두 살이나 더 많다니, 저는 정말 마음이 괴로웠어요. 당시 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