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발레 무대가 끝난 후, 뛰어난 외모의 남녀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국제초등학교의 시상식에 참석하신 것을 환영합니다!”곧 시상식이 시작되었다.사회자는 먼저 은상과 금상 수상자를 호명했다.상장과 트로피는 각각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수여했다.이름이 불린 학생들은 매우 흥분했다.국제초등학교는 A시에서 가장 유명한 귀족학교로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부잣집 자제들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정치인의 아이들이었다. 누구 하나 대단한 배경을 가지지 않은
문훈아와 문원원 쌍둥이 남매가 모두 대상을 휩쓸었다. 특히 오빠인 문훈아는 혼자만 여섯 개의 대상을 받았다.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던 사회자는 특별히 쌍둥이의 부모를 무대에 초대하기로 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그 노하우를 현장에 있는 학부모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었다.원아가 부른 배를 안고 무대에 올랐다.사람들은 원아를 보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아무리 봐도 갓 대학을 졸업한 아가씨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쌍둥이 아니, 세 아이의 엄마라니! 여자 사회자는 원아가 무대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생모?’원아는 갑작스러운 소남의 말에 당황했다. “내 친어머니가 A시에 살고 있다는 말이에요? 당신이…… 그분을 찾았어요?”원아는 장인숙이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서 그 후 DNA 검사를 통해 소남과 친남매 관계가 아닌 것을 알았다. 혹시나 그와 혈연관계에 있지는 않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보낸 하루하루는 정말 괴로웠다. 지금은 모든 것이 확실해졌고, 더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원아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고 싶었고 그분의 사랑을 받고 싶었다. 다만 참고 표현하지 않았을
“이 안에는 당신이 알고 싶은 진실이 들어 있어. 이것을 보면, 그동안의 일들을 다 알게 될 거야.”원아는 얇은 종이 몇 장을 받았다. 분명히 가벼운 종이였지만 그녀에게는 돌덩이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원아는 자료를 자세히 살펴봤다. 점점 읽어 내려갈수록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종이에 구겨진 자국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아는 자료를 끝까지 다 읽고 나서, 평온한 얼굴로 그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소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내 친어머니가 주희진이라는 말이죠? 내 어머니가 나를 낳았을 때, 당신
장인숙은 아들이 자신과 문 노인을 속이고 원아와 혼인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나 문 노인의 힘과 영향력을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파혼 사건 이후로, 문 노인은 원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손자와 원아의 혼인신고를 절대 반대했었다.소남은 원아와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아 문 노인을 바라봤다. “할아버지.”“응.”문 노인은 원아의 부른 배를 쳐다보며 굳어 있던 얼굴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배가 이렇게 많이 불렀는데, 병원에선 출산예정일이 언제라고 하더냐?”소남은 원아의 손을 잡으며 대
“지나간 과거는 이제 그만 들추거라. 아이들도 이만큼 컸고, 이제 예성이도 결혼해야 할 것 아니냐? 너도 할머니가 될 나이에 좀 더 넓은 마음을 지니도록 해. 지나간 일은 말 그대로 지나간 일이야. 우리 아들도 이미 떠나고 없는 마당에 그 일들을 다시 꺼낸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냐?"채은서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아버님, 따지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저는 장인숙을 보자마자, 그녀가 진호 씨와 저질렀던 창피한 일들이 생각났어요! 그녀의 아이가 우리 예성이 보다 두 살이나 더 많다니, 저는 정말 마음이 괴로웠어요. 당시 문씨
문씨 고택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문 노인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무리 자기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손자는 끝까지 원아와 혼인신고를 할 거라는 것을 그는 잘 알았다. 그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문 노인은 전에 아들 문진호를 통제했던 것처럼 소남 역시 결혼을 이용하여 문씨 가문의 이익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남은 아들 문진호와는 달랐다. 강한 주관을 가진 그를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손자는 날개를 펴고 새로운 세대의 비즈니스 리더가 되었지만, 자신은 이제 늙어서 나날이 건강이 나
“전에 너의 시어머니 장인숙이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적이 있었어. 그때 그녀도 이렇게 말했지. 그녀는 너의 시아버지의 여자가 되기를 바랄 뿐 내게 있는 것은 아무것도 노리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어!”채은서는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런데 그 여자는 아들을 앞세워 내 남편과 내 지위를 빼앗았어. 그녀의 아들도 내 아들의 재산을 빼앗았지. 지금 네 배 속의 아기도 내 손자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나? 과연, 이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구나!"그녀의 말은 마치 비수처럼 원아의 심장에 상처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