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 고택.이번 식사는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원아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이번에는 장인숙이 전처럼 자신의 결점을 들추어내며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다만, 소남과 닮은 눈으로 가끔 노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원아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식사를 마치고 소남과 원아는 쌍둥이를 개인교습 받는 곳으로 보냈다.아이들을 데려다준 후, 소남은 차를 돌려 익숙한 길로 향했다.그곳은 번화한 금용 중심지로, 넓지만 매우 혼잡한 도로였다.특히 오늘은 주말이라 차가 많이 막혔다.원아는 소남과 함께 참을성 있게 신호를
원아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혼인관계증명서를 손에 들고 정신이 몽롱해졌다.‘우리 둘, 정말 부부가 됐다!’ ‘이제 정말 합법적인 부부가 된 것이다.’소남은 고개를 돌려 원아를 바라보았다.정오였지만 날씨가 흐리지도 그리 뜨겁지도 않아 적당했다. 바람이 불어와 원아의 머리카락이 얼굴로 흩날렸다. 그는 손을 뻗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그녀의 귀 뒤로 넘겨주었다.소남의 길쭉한 손가락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가볍게 그녀의 눈썹과 눈을 만졌다.그녀의 얼굴에 감미로운 보조개가 꽃을 피웠다.소남은 전
임영은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거리며 서 교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얼른 문을 닫았다. 서 교수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영은은 그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선글라스를 벗었다.“임영은 씨, 더 궁금한 게 있습니까?” 서 교수는 몸을 곧게 펴고 안경을 썼다.영은은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분홍색 가방에서 2억짜리 수표를 꺼냈다.그리고 수표를 그의 앞에 내밀었다.“교수님,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말씀하세요.” 서 교수는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서 교수는 딸보다 더 어린 계집애에게 이렇게 협박을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람들 모두 임 지사의 딸인 임영은이 교양 있고 도리에 밝으며 얌전한 데다 순진하기까지 하다고 칭찬하더니, 전부 다 가짜였다!그녀는 정말 악마 같은 여자였다!서 교수는 얼굴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날과 곧 출국할 딸 그리고 얼마 전에 산 전원주택을 생각하니…….결국, 그는 이성을 누른 채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의 수표를 집어 들었다.“좋아, 당신이 원하는 걸 들어주기로 약속하지요. 하지만 당신도 비밀을 꼭
안수지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곧바로 이성을 찾았다. 자신이 이렇게 좋은 일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원아 덕분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지원 즉시 탈락하고 말았을 것이었다. 설령 자신이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말이었다. 안수지는 자기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T그룹의 인재 선발 제도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지원자의 학력은 최소 석사 이상은 되어야 했기 때문에 아마 자신은 첫 번째 단계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행운을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원아가 열심히
안수지는 고개를 들어 팀장인 김훈과 주소은 그리고 이연이 앉은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일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안수지의 불안한 눈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안수지는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그녀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원아를 바라보며 문소남이 그녀와 결혼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온유하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 청순하고 우아하며 마치, 말을 알아듣는 활짝 핀 꽃 같은 여자, 이런 여자를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그러나 자신도 그리 별 볼 일 없지
소남은 원아에게 퇴근하면 우선 대표실로 오라고 하며 자신도 일을 마친 후 함께 퇴근할 것을 제안했다. 원아는 그에게 가기 위해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수지는 이연, 소은 등 직원들과 함께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안수지는 원아가 자신들과는 다른 큰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는 것을 봤다.엘리베이터 맨 위에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대표 전용’ 글자를 본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T 그룹은 층마다 여러 대의 고속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었지만 직원이 너무 많은 탓에 혼잡했다. 오직 원아만이 대표 전용 엘
그때, 주희진과 임문정이 다가왔다.주희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손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액세서리 상자를 들고 있었다. DNA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부터 그녀는 계속 울었다. 하늘이 자신을 도와 살아있는 동안 친딸을 찾을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했다. 안수지는 다정하게 주희진의 팔짱을 끼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그리고 다시 임문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말을 들은 주희진은 감동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래, 우리 착한 딸…….”평소에 늘 엄숙한 표정이었던 임문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