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이 뇌물을 줬다고?’그렇게 오만한 남자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줄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영은에게 이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영은은 숨을 죽이고 서서 양아버지와 비서의 대화를 엿들었다.“지난달, 시 당 위원회의 사 위원장이 특대 횡령 혐의로 사건의 설명을 요구받았습니다. 자신의 죄를 줄이기 위해 그는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밝혔습니다. 몇 년 전에 그가 뇌물을 받고 또, 뇌물을 준 내막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 문소남이 있었습니다. A 시 상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권력자인 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영은은 임문정의 서재를 쓱 훑어보았다.임문정과 유 비서의 대화를 들은 후, 아직 영은의 마음에는 사나운 파도가 가시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대담하고 놀라운 생각이 떠올랐다.영은은 아침을 먹는 내내 정신이 딴 곳에 있었다. 식사를 마친 영은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원의 고객은 대부분 귀부인이나 재벌 집안의 아가씨 또는, 유명 연예인이었다. 보안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류층이나 유명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영은이 이 병원을 고집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영은은 곧바로 담당의사 진료실로 향했다.흰
용봉 마을.아침 7시가 넘은 시각, 문소남과 원아는 숙소에서 나와 A 시로 돌아갔다.옆방을 지나던 원아는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심코 안을 들여다보았다.흰색 가운을 걸친 긴 머리 여자가 분홍색 쿠션 위에 멍하니 기대어 앉아 있었다.천장에 매달린 풍경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낭랑한 소리를 냈다.예쁘장한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여자의 얼굴을 본 원아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익숙한 얼굴의 그녀는 블루캐슬에서 만났던 직원인 진보라를 닮은 듯했다.원아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원아가 천천히 잠에서 깼다.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일어난 원아는 완전히 젖혀진 의자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돌리니 소남은 옆에서 집중한 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원아는 민망한 듯 어색하게 머리를 쓸어넘겼다.“미안해요. 깜박 잠들었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괜찮아. 잘 쉬었어?” 소남이 웃으며 물었다.“진작 좀 깨워주지 그랬어요. 어머! 벌써 아홉 시 삼십 분이에요. 출근 시간이 삼십 분이나 지나버렸어요.” 원아가 휴대전화에 표시된 시각을
오후 3시 반이 되어서야 회의가 모두 끝났다.설계부서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계속했다.원아는 컴퓨터를 켜자마자 고객 임 노인이 자신의 설계도에 관한 피드백을 메일로 보낸 것을 발견했다.이메일에서 임 노인은 원아처럼 재능이 넘치는 건축설계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원아를 임씨 고택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어린아이의 난처한 표정이 잘 드러난 이모티콘까지 사용했다. 원아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그는 트집 잡기 일쑤인 깐깐한 노인이었지만, 원
원아가 자리에 앉자마자 방연주가 매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어보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도시 건설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전력을 다해 자신의 업무를 해내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팀워크 또한 잘 배워야 합니다. 내 눈앞에서 누구도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됩니다. 발견되는 즉시 팀에서 제명하겠습니다.”“네.” 모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방연주는 내일 T그룹과 VIVI그룹의 협력 총회를 열 것을 알렸다. 주제는 건설 개발 프로젝트와 개인의 업무 진행 상황이었다. 내일 회의에는
아먼드는 사랑에 푹 빠진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더 좋았다.아먼드는 전형적인 영국 얼굴의 남자였지만, 유럽 여성의 얼굴에는 도무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앞뒤 따질 것 없이 동양적인 얼굴에만 관심이 갔다.특히 원아처럼 얼굴이 아름답고 섬세하며 기질이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동양 미인을 가장 좋아한다는 점은 그의 아버지를 닮았다.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원아를 보면서도 아먼드는 조급하지 않았다.그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다.아먼드는 가벼운 만남이 아닌 진심으로 원아
밤이 깊었다.소은은 임신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 몸이 피곤해 먼저 자리를 떴다.원아와 이연 역시 졸음이 쏟아졌던 까닭에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돌아갔다. 노래방에 남아 있는 사람 중에 백인희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 직원이었다.한바탕 인사가 오간 후 남은 사람들은 다시 노래에 열중했다.아먼드는 이 지루한 룸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원아를 배웅하러 나가고 싶은 마음에 비틀거리며 취한 척,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다른 직원들은 그런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어쨌든, 남은 자들은 나름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