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임영은의 칼이 떨어지는 순간, 설도엽은 그녀의 팔을 비틀었고, 날카로운 칼은 그렇게 그녀의 왼손을 뚫었다.이어 설도엽은 그녀를 난폭하게 대하면서 비웃었다. "임영은. 그렇게도 많은 테러리스트랑, 심지어 용병들도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결국은 모두 내가 해치웠어. 너 이 순진한 놈, 너의 이 연약한 몸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좋은 말로 할 때 얌전히 있어. 아니면 내가 너의 인생을 망가뜨릴거야. 임 서기라도 절대 널 구할 수 없게.” 왼손의 심한 통증과 하체의 통증으로 인해 임영은은 정말이지 고통스러웠다.임영
임영은은 지저분한 모습의 노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비록 온몸이 더럽고 늙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했다.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탁하고 능청스러운 노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임영은의 손이 떨려왔다.불현듯, 먼지 쌓인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온종일 술에 취한 채 도박하다가, 그마저도 잘 안 풀리면 어머니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던 그 남자, 바로 친아버지인 소창민이었다.어머니는 오랜 가정폭력으로 한쪽 눈이 멀고 한쪽 팔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임영은의 작고 여린 등에도 일 년 내내 끔찍한 매 자국이 낙인
임영은은 경비실 벽에 기대어 소리 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아저씨들! 저 사람 좀 보세요, 제가 자기 딸이라니요.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녜요? 빨리 저 사람을 쫓아내 주세요. 너무 무서워요.”미인, 특히 눈물을 머금은 미인은 남자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임영은 씨, 겁내지 마세요. 우리가 이 미친놈을 당장 쫓아낼게요!”두 경비원은 전기 막대기로 노숙자를 때리기 시작했다.“으악!”전류가 흐르는 막대기에 맞은 노숙자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며 천천히 쓰러졌다.임영은은 이런 상황을 보고서도 마
부드럽고 따뜻한 밤의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옆방은 한참 동안 격렬한 시간을 보낸 뒤 잠잠해졌다.문소남은 옆방의 사람들 때문에 이미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다. 소남이 부드럽게 원아의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성적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손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원아의 몸에서는 만개한 제비꽃 같은 은은한 향이 났다. 소남은 욕조 안의 수온과 함께 자신의 신체 온도도 상승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소남의 커다란 손이 원아의 몸 구석구석을 헤엄치듯 어루만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어젯밤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운 영은은 밤새 뒤척이다 채 세 시간도 자지 못했다. 시선이 붕대가 감긴 왼손을 향했다. 영은의 머릿속은 원망과 다른 여러 가지 감정으로 복잡했다.어제는 정월 대보름으로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었다. 양부모는 고택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느라 바빠 영은이라는 딸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영은은 서운함과 함께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부모님도 실은 나를 예뻐하는 게 아니야!’‘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날에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을 수 있겠어?’무엇보다 영은을 가장 많이 화가
‘문소남이 뇌물을 줬다고?’그렇게 오만한 남자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줄 수 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영은에게 이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영은은 숨을 죽이고 서서 양아버지와 비서의 대화를 엿들었다.“지난달, 시 당 위원회의 사 위원장이 특대 횡령 혐의로 사건의 설명을 요구받았습니다. 자신의 죄를 줄이기 위해 그는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밝혔습니다. 몇 년 전에 그가 뇌물을 받고 또, 뇌물을 준 내막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 문소남이 있었습니다. A 시 상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권력자인 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영은은 임문정의 서재를 쓱 훑어보았다.임문정과 유 비서의 대화를 들은 후, 아직 영은의 마음에는 사나운 파도가 가시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대담하고 놀라운 생각이 떠올랐다.영은은 아침을 먹는 내내 정신이 딴 곳에 있었다. 식사를 마친 영은은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원의 고객은 대부분 귀부인이나 재벌 집안의 아가씨 또는, 유명 연예인이었다. 보안이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류층이나 유명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영은이 이 병원을 고집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영은은 곧바로 담당의사 진료실로 향했다.흰
용봉 마을.아침 7시가 넘은 시각, 문소남과 원아는 숙소에서 나와 A 시로 돌아갔다.옆방을 지나던 원아는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심코 안을 들여다보았다.흰색 가운을 걸친 긴 머리 여자가 분홍색 쿠션 위에 멍하니 기대어 앉아 있었다.천장에 매달린 풍경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낭랑한 소리를 냈다.예쁘장한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여자의 얼굴을 본 원아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익숙한 얼굴의 그녀는 블루캐슬에서 만났던 직원인 진보라를 닮은 듯했다.원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