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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장

하지만 박시준의 말만 떠올리면 마음속에 불이 지펴진 듯 한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경찰서.

박한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경찰서로 향했고

로비에서 박시준과 마주치자 고개를 푹 숙였다.

"박 대표님, 실은 대표님의 기사분이 오늘 밤 박 씨 본가에 불을 질렀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나요?" 곁에 있던 경찰이 박한에게 물었다.

박한은 그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며칠 전에 해고 수당을 챙겨준 후 계속 연락하지 않았어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제가 동생에게 설명하겠습니다!"

경찰은 박시준의 눈치를 보더니 그가 아무 말 하지 않자 바로 자리를 비워줬다.

박한은 박시준에게 다가가 설명했다. "시준아, 주씨를 용서해 줘! 반평생을 내 기사로 살아왔는데 일시적인 감정 때문에 이런 짓을 했을 거야. 내가 미리 알게 되었다면 무조건 말렸을 거야."

박시준은 그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단 본가의 수리 비용은 내가 낼게. 그리고 이번 일은 진짜 내가 지시한 게 아니야. 혹여라도 내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본가가 아닌 네가 사는 집에 불을 질렀겠지."

박시준은 박한의 초췌한 모습에 입을 열었다. "일단 믿을게. 본가를 원래대로 돌려놔. 그렇지 않다면 주씨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알았어." 박한은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일 없으면 나 먼저 가볼게."

친형제인 두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었다.

박시준은 떠나려는 박한의 뒷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 "형, 집 팔아서 받은 돈은 형이 갖고 있어. 절대 형의 바보 같은 아들한테 주지 마!"

박한은 붉어진 눈동자로 울먹거렸다. "우진이 그 자식이 아무리 바보 같은 녀석이라도 결국은 내 아들이야. 어찌 그냥 방관할 수 있겠어! 너도 이제 아버지가 됐잖아? 그럼 내 마음도 이해하겠지."

전과 같았다면 박시준은 절대 박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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