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까지 신생아과에서 마이크한테 비아냥을 듣고 있던 박시준은 지금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다.마이크와 만난 조지운은 바로 그의 옷깃을 잡고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방금 무슨 말을 한 거예요?! 대표님도 지성이가 아픈 후로 괴로워하고 있단 말이요. 그런데 왜 강진 얘기를 꺼내서 더 심란하게 하는 겁니까!" 조지운은 아침 내내 혈액 창고와 연락해 바빴었다."강진 씨가 아니었다면 아연이도 조산하지 않았을 겁니다! 조산하지 않았다면 지성이도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거고요!" 여전히 흥분한 상태에 처해 있는 마이크는 말하면서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대표님은 이대로 강진을 놓아줄 생각 없었어요. 그녀의 오빠가 먼저 연락해 생각이 바뀐 겁니다. 제 생각이지만, 강주승 씨가 대표님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대표님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을 겁니다!" 조지운은 이를 악물고 답했다."그럼 강진 씨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강주승 씨의 말에 박시준 씨가 마음이 바뀌었다는 거잖아요!""아니에요! 강진이 정신병이 아닌 불치병에 걸렸어도 대표님은 절대 마음이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대표님을 믿지 않아도 제 말 정도는 믿을 수 있지 않나요?" 조지운은 바로 반박했다.이에 마이크는 이를 악물고 말을 잇지 않았다.잠시 후,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물었다. "그러면 왜 남한테 약점이 잡힌 거죠? 혹시 나쁜 짓이라도 했나요?""그럼 세상에서 감히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몇이 될까요? 저와 마이크 씨도 어릴 적 나쁜 짓을 많이 했었지만 진아연 씨를 만나고 변한 거잖아요.""그렇죠..." 마이크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코를 만지면서 계속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연이도 참, 남자 보는 눈이 없어. 왜 하필이면 당신의 대표님을 만난 거죠!""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적합한 혈액 공급자를 찾는 겁니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B국의 혈액 창고로 연락해 적합한 혈액이 있는지 알아보세요...""알았어요! 지금 바
같은 시각, 박시준은 병원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조지운은 한참을 찾아 마침내 그를 찾았다.어두운 밤하늘과 차가운 칼바람 속에서 그의 외로운 뒷모습에 조지운은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대표님, 왜 혼자 여기 계세요? 식사하셔야죠." 조지운은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밥 먹을 기분 아니야."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완전히 갈라졌고 차갑게 느껴졌다.현재 지성이는 혈액 교환이 시급한 상황이었고, 특별한 혈액형 때문에 적합한 혈액 공급자를 찾기 힘들었다.이는 첫 번째로 그를 괴롭게 하는 원인이었다.두 번째는 시은이의 혈액형이 지성이의 수혈 조건에 적합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것이었다..그는 시은이가 지성이에게 헌혈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박시준은 20년을 공들여 시은이를 지적장애인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일반인으로 치료하고 보살폈고지금은 시은이가 정상적인 생활을 쭉 살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그리고 시은이에게 지성이를 위해 헌혈해달라는 말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만약에 헌혈 도중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쩐단 말인가?하지만 지성이가 이대로 빈혈로 죽는 것을 지켜보자니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그한테는 고통을 스스로 버텨내는 방법밖에 없었고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밥을 드시지 않더라도 계속 밖에 계시면 안 돼요. 요즘 날씨도 쌀쌀한데 그러다 감기 걸려요. 진아연 씨도 산후조리 중이잖아요. 지금 그녀와 아이는 대표님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조지운은 이런 박시준이 걱정이었다.조지운의 말에 정신을 차린 박시준은바로 신생아과로 돌아갔고 조지운도 뒤따라 갔다.의사는 진아연의 잿빛이 된 낯빛에 먼저 집에 가서 쉬라고 조언했다."진 아가씨, 당신은 아직 환자입니다. 계속 퇴원하겠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는데, 아직은 병원에 입원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제대로 된 조리를 진행하지 않으시면 지병을 앓을 수 있습니다. 박 대표님이 초청한 전문가들이 24시간 내내 지성이를 지켜보고 있고 혹여라도 혈
그녀는 바로 시동을 걸고 병원으로 향했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진아연의 눈앞을 가렸고 더는 참을 수 없는 그녀는 결국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통곡하기 전, 그녀는 차를 길가에 세워 이런 생각을 했다.만약 조산 때문에 지성이가 이런 질병을 걸릴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감정을 억제하고 슬픔에 잠겨있지 않았을 것이었다.그녀는 어린 지성이가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아이를 대신해 고통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었다!...유럽식 고급 저택, 왕은지는 와인잔을 들고 부드럽게 흔들면서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강진 씨, 당신이 이겼어요. 진아연의 아들이 곧 죽게 생겼네요. 만약 조산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건강하게 태어났을 겁니다."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입을 열었다.강진도 강주승한테서 들었지만강주승은 아이가 위독한 상태라고 했지, 죽는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진짜 죽는 겁니까?" 강진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조금 흥분했다."네. 우리나라에는 그 아이의 혈액형과 적합한 혈액이 많지 않아요. 그야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느님도 이제 두고 볼 수 없으니 이런 벌을 내린 겁니다! 하하!" 왕은지는 후련한 마음에 말을 이었다."좋아요! 그녀의 이런 꼴을 보니 제가 겪었던 괴로움이 사라지는 듯하네요!" 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진 씨는 요즘 어때요? 외국으로 떠났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시는 거죠?" 왕은지는 그녀에게 물었다."그냥 기분 전환한다는 생각으로 온 겁니다. 이제 시준 오빠와도 사이가 틀어졌으니까요. 아마 저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겠죠. 아쉽지만, 저를 절대 죽일 수는 없죠." 강진은 조롱했다."왜요? 설마 평생 숨어서 살 생각입니까?""저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시준 오빠의 곁을 떠나도 저한테는 신화 투자가 있고, 제 오빠가 곁을 지켜주고 있어요. 전보다 훨씬 잘 살고 있습니다!" 강진은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왕은
이모님은 진아연이 아직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다가가 물었다. "제가 방으로 옮겨드릴까요?"이에 진아연은 소포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산 물건이 아니에요. 안에 뭐가 있는지 저도 몰라요. 저 대신 열어주세요!""네. 그럼 가위 가지러 갈게요."이모님이 가위를 가지러 간 사이, 한이와 라엘이 내려왔다.진아연은 복부의 통증 때문에 소파에 주저앉아있었다."엄마, 소포 안에 뭐가 들어 있어요?" 라엘은 진아연의 곁에 앉으며 물었다."엄마도 뭔지 모르겠어. 요즘 아무것도 산적이 없는데." 진아연은 부드럽게 말했다.이에 한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추측했다. "설마 전처럼 끔찍한 물건이 들어있지는 않겠죠?"진아연은 한이의 말에 바로 경계심을 품었다.이모님이 택배가 무거웠다고 했으니 설마 벽돌이나 시멘트 같은 물건이 아닐까?"한이야, 일단 동생과 함께 방으로 돌아가." 진아연은 소포 안에 웬 무서운 물건이 들어있어 아이들이 놀랄까 봐 걱정이었다.한이는 그녀의 말에 소포를 힐끗 보더니 바로 라엘을 데리고 계단 쪽으로 향했다.이에 라엘은 뽀로통한 얼굴로 흥얼거렸다. "오빠, 뭐가 있는지 궁금하단 말이야!"한이: "혹시 이상한 물건이 들어있으면 밤에 악몽을 꿀 걸."라엘: "그래도 보고 싶어!"한이: "일단 엄마가 열어보시고 괜찮으면 보자."라엘: "알았어! 마이크 삼촌은 왜 아직도 집에 오지 않는 거야? 전에 집에서 우리를 돌봐준다고 하지 않았어? 엄마를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셨잖아!"한이도 마이크가 왜 안 돌아오는지 몰랐고 엄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동생이 태어나면서 자기와 라엘 외의 모든 사람이 기뻐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정반대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한 달 후면 동생이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다들 기분이 다운돼있는 거지?"일단 마이크 삼촌한테 연락해볼게." 한이는 라엘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가 휴대폰으로 마이크한테 연락했다.마이크는 전화를 받자 그에게 물었다. "한이야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검은 묘비로 걸어갔다..."아연 씨! 보지 마요!" 정신을 차린 이모님은 그제야 묘비 앞에 서서 진아연을 막았다.진아연은 재빨리 이모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옆으로 밀어냈다. "볼래요... 보여주세요!"진아연은 이모님이 묘비를 가리기 전 묘비에 적힌 희미한 흰색 글자를 봤다!박지성의 묘라고 적혀 있었다!지성이가 죽지도 않았는데 누가 감히 이런 묘비를 보내 그녀를 괴롭히는 거지?!"아연 씨... 이건 누군가가 아연 씨에게 악의를 품고 보낸 게 틀림없어요! 경찰에 신고합시다! 만약 진짜 이 때문에 쓰러지시면 그거야말로 상대가 바라는 거예요! 아연 씨,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지성 도련님은 아직 죽지 않았어요. 누가 뭐라 한들 지성 도련님은 아직 온전히 살아 계세요!" 이모님은 비틀거리면 쓰러질 듯한 진아연을 부여잡고 위로해 줬다.진아연은 겨우겨우 정신줄을 잡았지만, 이모님의 말에 다시 멘탈이 무너졌다!그녀는 이모님을 껴안고 쉰 목소리로 통곡했다. "지성이는 지금 위독한 상태이에요... 저는 지성이를 구할 수 없어요... 구할 수 없다고요... 우리 지성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만약 지성이가 죽게 된다면 저는 평생 스스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요..."진아연의 말에 이모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연 씨, 삶과 죽음에는 모두 각자의 뜻이 있는 겁니다. 만약 지성 도련님이 진짜 돌아가셨다면 그것 또한 천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절대 스스로 자책하면 안 돼요. 절대 아연 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연 씨보다 지성 도련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어요."병원.중환아실로 들어간 박시준은 아이를 보자 멘탈이 무너졌다.그는 새빨간 두 눈으로 눈물을 꾹 참고 의사를 찾아갔다."왜 제 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쌍둥이의 혈액형이 왜 다른 거죠? 혈액형이 다르다고 진짜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까요" 그는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봤다."박 대표님, 쌍둥이도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로 나뉩니다. 이란성 쌍둥이의
박시준은 진아연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아마 진짜 자녀를 키울 자격도 없고 아버지가 될 자격도 없는 듯했다.엉망으로 살아가는 그가 무슨 수로 아이를 키운단 말인가?위정이 도착했을 때, 마이크와 조지운은 신생아과에서 지성이를 지키고 있었다."위정 씨, 뭘 들고 오신 거예요?" 마이크는 위정이 들고 온 상자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상자에는 혈액 수송함이라고 적혀있었다."피요." 위정은 간단하게 말을 마치고 주치의 진료실로 들어갔다.이에 마이크와 조지운도 급히 뒤따라 가면서 물었다. "설마 지성이한테 줄 수 있는 피인가요? 그 RH 마이너스라는 피인가요?"위정: "네. 다만 양이 많지 않아요."마이크와 조지운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위정 씨, 어디에서 피를 구하신 거예요?"위정은 무거운 마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시은이한테 지성이에게 수혈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시은이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시은이를 데리고 기본적인 검진을 진행해 헌혈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물론 결과는 시은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나왔다.위정은 시은이한테 이런 생각을 알렸다는 것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시은이는 자기의 피로 지성이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바로 헌혈하겠다고 말했다.이에 위정도 어쩔 수 없이 일단 150 ml를 먼저 뽑았지만피를 뽑자 시은이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위정은 허약한 그녀를 집으로 보내주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위정이 피를 의사한테 전해주자 마이크와 조지운은 그를 둘러싸고 물었다. "위정 씨, 도대체 어디에서 구한 거예요? 혈액 공급자에 대한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는데요!"이에 위정은 전에 생각해둔 말을 했다. "저희 아빠 병원에서 적합한 혈액을 찾았어요.""그래요? 그럼 보상에 대해 말하지도 않았나요?" 마이크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듯했다."아무리 돈을 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냥 이대로 받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보상도 많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바로 1층의 침실로 걸어가서문을 열었다. 침대 옆의 램프가 켜져 있었고, 풀린 눈을 하며 멍하니 누워있는 진아연의 모습은 마치 영혼이라도 잃은 듯 초라해 보였다."아연아, 혈액을 찾았어."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다.이 소식은 그 어떤 위로보다 나았고진아연은 듣자마자 바로 몸을 일으켰다.이에 박시준은 바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줬다."아연아, 집에서 쉬고 있어. 내가 바로 병원에 가서 상황을 지켜볼게. 지성이도 이제 좋아질 거야." 박시준은 생기를 찾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위로했다."지성이한테 수혈 중이에요?" 그녀는 기대 가득한 두 눈으로 그의 팔을 잡고 물었다."의사가 지금 분석하고 있어. 위정 씨가 보낸 피인데 문제없을 거야. " 그는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낯빛이 너무 안 좋아. 일단 집에서 쉬고 병원의 연락을 받는 즉시 너한테 알려줄게."진아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마치 가슴속에 쌓인 걱정이 천천히 풀려지는 듯했다."그럼 병원으로 가보세요!""그래." 박시준은 그녀를 다시 눕혀주고 진아연이 눈을 감자 밖으로 나왔다.거실로 내려온 박시준은 갑자기 차가운 눈빛으로 이모님을 보며 물었다. "묘비는 어디에 있습니까?""제가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묘비를 보낸 사람도 참, 너무 사악하네요." 이모님은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이에 박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문밖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검은 묘비를 꺼냈다.묘비에 적힌 하얀 글씨는 가로등 아래에서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고 마치 누군가 비수로 그의 마음을 찌르는 듯 했다!이때 경호원은 쓰레기통에서 묘비를 꺼내는 박시준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대표님, 이런 불운한 물건을 어디로 가져가시려고요?" 경호원은 말하면서 묘비를 받아 갈 생각이었지만박시준은 그에게 건네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트렁크좀 열어줘."이에 경호원은 바로 트렁크를 열어줬다.그는 묘비를 차에 넣고바로 경찰서로 향했다.경찰서에 묘비를 가져놓은 박시준은 단 한 가지 요
그는 이런 생각에 인상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연락했다.잠시 후, 위정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성이 상태는 어때요?""위정 씨, 피는 어디에서 구한 겁니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박시준은 조용한 구석으로 가서 대뜸 그에게 물었다.시은이는 요즘 계속 위정과 함께 있어위정이 가져온 피는 시은이가 헌혈한 피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이에 위정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바로 그에게 사실을 알리기 싫었다."박시준 씨, 저희한테 믿음이라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네요. 제가 한 말을 믿으시나요? 전처럼 아연이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줬는데 믿은 적이 있나요?" 위정은 침착하게 대응했다.박시준: "그건 이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오늘 너무 피곤하네요. 정 궁금하시면 시은 씨한테 물어보면 되겠네요. 아마 알려드릴 겁니다." 위정은 더는 그와 말하고 싶지 않았다."제가 물어보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까? 시간이 너무 늦어 휴식에 방해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박시준은 바로 말을 이었다."네,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저도 이제 쉬어야죠." 위정은 전화를 끊기 전에 계속 그에게 부담을 안겨줬다. "오늘 밤 병원에 보낸 피로는 아마 부족할 겁니다. 최대한 더 많은 혈액 공급자를 찾아야 합니다. 지성이의 치료를 너무 오래 지연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제가 아들을 이대로 죽게 놔둘까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박시준은 말을 잇고 싶었지만 마치 벙어리가 된 듯 입을 뗄 수 없었다.사실 그도 알고 있다. 위정도 혈액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니 그한테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잠깐의 침묵 후, 위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박시준 씨, 아연이도 상처 때문에 이곳저곳 다니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무조건 곁에서 지켜보셔야 합니다.""알았어요.""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위정은 한숨을 내쉬면서 전화를 끊었다.위정도 박시준의 힘든 상황을 이해했다. 아버지의 책임을 짊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