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박시준의 얼굴을 만졌다.박시준의 피부는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다.집 내부는 항온 시스템이지만 외부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밤에는 여전히 얇은 이불을 덮어야 했다.진아연은 자기의 이불로 박시준을 덮어 주고 살짝 박시준 옆으로 몸을 옮겼다.과일 와인을 마신 박시준은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잠이 들까 말까 하던 차에 박시준이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연아... 나 좋은 아빠가 될게... 정말..."아주 낮은 소리였다, 꿈을 꾸며 하는 잠꼬대인 듯했다.진아연은 가만히 박시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희미한 빛 때문에 진아연은 그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없었지만 박시준이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박시준은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하는 것이었다. 꿈에서 그는 진아연한테 좋을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었다.비록 잠꼬대였지만 박시준의 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감동에 젖어 눈물을 참지 못했다.평소 생각이 꿈에 나타난다고 한다. 박시준 역시 진아연의 말들을 가슴속에 새겨들었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꾸는 것이었다.진아연은 박시준이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믿음이 생겼다.의사 선생님이 매일 박시준에게 사진을 보내온다. 사진을 받자마자 박시준은 바로 진아연에게 보여주곤했다.박시준은 아이의 소소한 변화까지 진아연에게 말해 주었다.사실 2~3일 만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눈으로 알아보기는 힘들었다.하지만 박시준은 분명히 변화가 있다고 하는 건 그가 너무 열심히 보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진을 이 정도로 보고 또 보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조지운은 옆에서 깊이 잠든 마이크를 보았다.그는 마이크가 분명히 Lilo의 정체를 알아냈을 거라고 생각했다.조지운은 바로 일어나 컴퓨터 쪽으로 이동해 전원을 켰다.컴퓨터 화면에는 바로 Lilo의 자세한 정보가 떴다!조지운은 빠르게 정보를 훑어 봤다. 가슴이 갑자기 막 뛰기 시작했다!강진! 강진이 맞았다!진아연의 예
박시준은 진아연을 부추기고 소파에 앉혔다."아연아, 너는 집에 있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강진을 찾아낼게." 박시준은 진아연의 눈을 바라보며 약속을 했다. "대가를 혹독히 치르게 할 거야."진아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박시준은 조지운과 함께 떠났다.차 안에서 박시준은 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을 걸어 겨우 전화가 통했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받았을 것이었다.강진은 전화를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진도 박시준이 전화를 했다는 건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너 지금 어디야?" 박시준은 톤을 낮춰 물었다.강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 일이라도 있어?""응.""무슨 일인데? 전화로 말해! 난 널 만나는 게 무서워." 강진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박시준은 강진의 꿍꿍이를 알아챘다. "지난번에 너한테 손을 댄 거 생각해 보니 너무한 것 같더라고, 그래서 만나서 사과하려고 그래."강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나쳤다고 생각해서 직접 사과하러 온다고? 난 널 너무 잘 알아, 넌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나를 너무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매번 진아연 앞에서 잘못을 하면 바로 사과해.""오해 같은 거 없어. 내가 방금 나한테 사과 안 한다고 했지 진아연에게 안 한다고는 안 했어." 강진은 놀라면서 말했다. "시준아, 나 며칠 고민해 봤어, 너랑 나랑 만난 건 처음부터 잘못된 거야. 네가 이제 나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다 나 때문이야. 우리 오빠가 그러더라, 당해도 싸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박시준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박시준은 강진의 추억 팔이를 듣고 싶지 않았다."강진, 너 지금 국내에 있어? 해외로 나갔어?" 박시준은 물었다."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강진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맞춰 볼까? 네가 이렇게 급하게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사과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설마...""내 기억으로는 네가 이렇게 질질 끄는 성격이 아니었는데.""설마
강진과 연락이 끊기자 박시준은 강주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주승은 전화를 받고 강진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알고 나서 몇 초 동안 침묵했다."박시준 씨, 내 동생이 이렇게 된 게 당신도 반은 책임이 있어요. 제가 당신이라면 처음부터 절대 진이를 ST그룹에 두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희망도 주지 않았어야 했어요!"박시준: "제가 강진을 회사에 둔 건 업무 능력 때문이에요.""알아요. 하지만 진이가 매일 당신을 보고 하는데 어떻게 당신에 대해 환상이 생기지 않겠어요? 일이 이렇게 됐는데 이제 와서 이런 얘기 해 봤자 뭔 소용이 있겠어요." 강주승은 한숨을 쉬었다. "진이는 지금 해외에서 쉬고 있어요. 말해 봐요, 진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죽여 버릴 거예요.""박시준! 우리 진이가 당신을 몇 년이나 따랐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요?" 강주승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동창인 저를 봐서 한 번만 봐줄 수는 없어요?""내가 한번 봐줘서 살려 주면? 다시 와서 진아연을 해치게 놔두라고요?""진이가 절대 다시는 그쪽한테 아무것도 안 하게 할게요, 제가 약속해요!" 강주승은 흥분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이제 사랑하는 여자를 옆에 두고, 아들까지 생기고 당신의 인생은 원만하잖아요! 용서할 수 있으면 용서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전에 당신이 정신병에 걸렸을 때, 하늘도 당신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듯이 우리 진이에게도 기회 한 번 줄 수 없나요? 제가 의사한테 진이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진단서를 끊으라고 할게요!"박시준: "!!!"강주승의 말은 마치 커다란 망치같이 박시준을 때렸다.정신병 진단서?!강주승은 어떻게 알았지?박시준이 침묵하자 강주승은 자신감이 생겨 한숨을 돌렸다. "박시준 씨, 누구나 다 자기 컨트롤이 안될 때가 있기 마련이에요. 저도 박시준 씨 옛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꼭 내 동생을 안 놔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진아연도 이 일은 모르죠?
두 눈에 증오가 잔뜩 뿜어나고 있는 진아연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마이크와 두 아이는 모두 박시준과 진아연을 쳐다보았다.박시준은 바로 진아연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뭔 일이지? 두 사람이 왜 또 싸우는 거야?" 마이크는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조지운에게 문자를 했다.조지운: 아이들만 잘 챙기고 있어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마이크: 왠지 오늘 저녁에 안 따라왔다 했어요. 박 대표님이 강진을 봐주기로 한거죠?조지운: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어떤 결정을 하든 대표님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마이크: 젠장! 증거를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어!조지운: 강진이 지금 해외에 있어요, 어떻게 찾아내요? 그렇게 대단하면 본인이 직접 찾아보든가.마이크: 아, 그렇다면 아연이도 화를 안 낼 거예요.1층 안방.박시준은 문을 닫고 진아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연아, 너 혹시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 만나 본 적이 있어?"박시준의 말에 진아연은 인상을 찡그렸다. "강진이 정신병이 있다는 거예요?""아니, 그냥 그런 사람 만나 본 적이 있냐고." 진아연이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본 박시준은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진아연은 잠깐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 적이 있어요, 근데 왜요?""그럼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 사람을 죽였어, 법을 떠나서 너는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 박시준은 진아연에 앞에 서서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진아연의 표정을 한 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그건 누굴 죽였는지에 따라 다르죠. 만약에 나쁜 놈을 죽였다면 저도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죽인 사람이...""만약에 죽인 사람이 가족이었다면?" 박시준은 진아연의 말을 끊었다.진아연은 순간 호흡이 멈추고 눈썹이 꿈틀거렸다: "박시준 씨, 질문이 이상하잖아요. 그 사람이 정말 정신병에 걸렸다면 본인의 의지로 행동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정신병 환자의 행동을 일반인 기준으로 평가하라고 하면 어떡해요? 저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박시준이 없어도 진아연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었다.박시준이 없어도 진아연의 생활과 사업은 모두 순조로울 것이었다."당신이 없었으면 강진도 이렇게 계속 저를 괴롭히려고 애쓰지 않았을 거고, 소정이도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저도 조산하지 않았고요! 박시준 씨, 당신이 나한테 가져다준 거 상처 빼고 뭐가 더 있어요?!"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그대로 폭발해 버리는 순간이었다.진아연의 비난에 박시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아연아...""절 부르지 마요!" 진아연은 박시준의 말을 막았다. "지금 당장 제 집에서 나가요! 이제부터 제 모든 일에서 손을 떼세요! 우리 아이는... 퇴원하면 다시 얘기하고요!"감정이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인 진아연을 보며 박시준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그의 이성은 그에게 지금 당장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알려줬다! 계속 있어봤자 진아연을 더 흥분시킬 것 밖에 없었다.박시준이 결정을 한 이상 바꿀 일은 없었다.적어도 진아연은 지금 박시준을 미워하는 거지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다!박시준이 떠나고 마이크와 두 아이는 바로 진아연의 방에 들어갔다.진아연은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얼른 감정을 추슬렀다.이제 세 아이의 엄마로서 진아연은 더욱 강해져야 했다."아연아, 너희 싸웠어? 강진 일 때문이야? 방금 조지운한테 물어봤는데..."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다.강진은 지금 해외로 도망을 가서 못 찾은 것도 정상이었다. 그렇다고 강진이 평생 안 돌아오겠어? 언젠가 이 나라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박시준의 인맥과 수단으로 강진 하나쯤을 못 잡을까 봐?"나 좀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을 끊었다.마이크가 알고 있는 정보는 조지운을 통해 얻은 거였다. 하지만 조지운도 박시준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모를 수도 있었다.진아연과 박시준 두 사람 사이의 모든 건 엉망진창이었다. 진아연은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주위 사람들을 걱정시키기 싫어서였다."그래, 인상 좀 풀어, 너
의사는 진아연에게 알리고 나서 바로 박시준에게도 전화를 했다.두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신생아과에 도착하자 의사는 다시 자세히 아이의 상태를 얘기해 줬다."저희가 기존 치료법과 매뉴얼에 따라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잠들어 있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호흡도 점점 약해졌습니다... 아이의 이런 상태를 봐서는 일반적인 조산 후유증이 아니라고 판단이 됩니다."의사는 말하면서 체크리스트를 건네주었다.진아연은 리스트를 받아 자세히 보았다."아이의 면역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빈혈도 좀 심합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수혈입니다. 저희 병원 혈액은행에 물어봤는데 아이의 혈액형과 맞는 혈액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가 조금 특별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어서요."의사의 말을 듣고 있던 박시준은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혈액형이 특별해요?"의사: "네. 그렇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아이에게 맞는 혈액형을 찾아 수혈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 지금 몸 상태를 봐서는 며칠 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박시준은 생각도 안 하고 말했다. "제 피를 뽑으세요, 혈액형이 맞는지 빨리 봐주세요."의사는 간호사에게 바로 박시준을 데리고 가서 채혈을 해보라고 지시했다.진아연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저랑 박시준 씨 모두 안 돼요."의사: "아니면 박 대표님이 다른 병원 혈액은행에 한번 알아보는 건 어때요? 혹시라도 다른 병원에 아이에게 맞는 혈액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진아연은 가장 먼저 위정이 생각났다.진아연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전화를 해 아이의 상황을 알려줬다."아연아, 일단 너무 조급해하지마, 내가 지금 바로 병원 혈액은행에 가 볼게." 위정은 진아연을 위로했다. "아이가 생리적 빈혈이래, 병적 빈혈이래?"진아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쉰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아직은 지성이가 왜 빈혈인지 잘 몰라요, 더 자세히 검
위정은 시은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의 기억대로라면 시은이의 혈액형도 RH 마이너스인데...이는 2년 전 진아연이 그녀의 수술을 집행할 때 위정이 그녀의 수술 전 검사를 도맡아 알 수 있었다.위정은 시은이를 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위정 씨, 왜 나를 빤히 보고만 있어? 말이라도 해봐! 어떻게 된 거야?" 시은이는 눈을 깜박이며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위정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만약 시은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위정은 남김없이 알려줬을 테고시은이도 지성이에게 수혈해 줬겠지만시은이는 아직 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몇 차례의 큰 수술을 받고 섬세한 보호와 조리 끝에 겨우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만약 수혈을 강행한다면 몸에 부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는 위정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지성은 박시준에게 중요한 사람이지만 시은이도 마찬가지였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도 지성이가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일단 혈액 창고로 가서 맞는 혈액이 있는지 확인해 보죠." 위정은 눈길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시은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위정 씨, 혹시 제가 지성이에게 수혈하면 안 되나요? 저도 지성이를 돕고 싶어요... 고모로써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슬퍼요."위정은 그녀의 말에 눈가가 축축해졌다.진아연이 아이를 낳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직접 요리까지 해주면서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아프다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던 그녀가지성이가 위독한 상태에 처해있는 지금, 그녀의 본능적으로 지성이에게 수혈을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했다."시은 씨,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일단 혈액 창고에 가서 맞는 혈액형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위정은 말하면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시은 씨, 혹시 제가 시은 씨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나요?"이에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말은 하지 않아도 난 알고 있어. 나한테 엄청 잘해주는데 오빠의 돈을 받지 않았잖아. 위정 씨
병원.박시준의 혈액형은 지성이의 혈액형과 일치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박시준은 인맥을 동원해 RH 마이너스 혈액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여러 병원에 알렸고소식을 받은 병원들도 바로 RH 마이너스 혈액에 대한 수요와 상금을 사회에 공지했다.이때 병원에 도착한 마이크는 박시준을 보자 바로 달려가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지성이는 어떻게 된 거죠? 왜 갑자기 수혈이 필요하다는 겁니까?"곁에서 듣고 있던 의사는 이내 대신 답해줬다. "보통 아기들은 조산으로 인해 합병증을 유발하는데...""그러니까 조산이 문제라는 거죠! 강진 씨가 아니었다면 아연이도 조산하지 않았을 거야! 빌어먹을 강진!" 마이크는 이를 악물고 의사의 말을 끊었다.의사는 그가 누구를 욕하는지 모르지만, 전문적인 관점에서 계속 분석해 줬다. "지성이의 질병은 다른 조생아들과 다릅니다. 조산이 아니었어도 같은 질병에 걸렸을 겁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아연이는 매달 산전검사를 받았고 산전검사를 받을 때만 해도 문제없었어요. 조산하지 않았다면 지성이는 문제없었을 겁니다!" 마이크는 이성을 잃은 듯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의사는 그런 마이크의 모습에 박시준 곁으로 살짝 물러섰다. "선생님, 산전검사를 진행했어도 희소병을 무조건 발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그럼... 지성이가 희소병에 걸렸다는 겁니까?!""네. 아직 병인을 모르는 상황이고 진 아가씨는 현재 병인을 찾기 위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보통 희귀한 혈액형 환자는 희소한 질병을 앓기 쉽습니다. 그리고 의료계는 이런 희귀 혈액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치료하기 어렵습니다." 의사는 현재 처한 상황을 상세하게 알렸다.마이크: "젠장! 라엘이와 한이는 아무 일도 없는데 왜 지성이만 아픈 거지?""진 아가씨께서 혹시 다른 아이들이 있나요?"마이크는 손을 허리에 걸치고 말을 이었다. "아연이한테 건강한 자녀가 두 명 있는데 혹시 지성이에게 수혈할 수 있나요?"의사: "아이들이 지금 몇 살인가요?""여섯 살이에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