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으면 왜 다크 웹이라고 하겠어요? 거기엔 온통 범죄로 가득 차 있으니까 그러죠... 지운 씨 비위가 좀 약하네요!" 마이크는 장난스레 말했다.조지운의 비위는 마이크와는 비교가 안됐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박시준의 옆에서 일하며 겪어 본 것도 꽤 있는데 그렇게 쉽게 놀랄 리가 없었다."한번 봐봐요."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조지운은 마이크를 컴퓨터 앞에 앉혔다.마이크는 화면에 나오는 정보를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화면에 나타난 사진 한 장을 보고 바로 소름이 끼쳤다.컴퓨터 화면에는 장희원의 사진이었다.장희원은 진아연의 어머니다. 하지만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어째서 다크 웹에 사진이 떡하니 있는 거지?설마...마이크는 마우스를 쥐고 있는 손가락에 힘을 꽉 주고 있었고 눈동자에서는 차가운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모든 정보를 다 확인한 마이크는 이를 악물었다."제 말이 맞죠? 여기 Lilo라는 애 장희원이랑 똑같은 중년 여성을 사려고 해요. 이러는 목적이 뭘까요? 당연히 진아연한테 뭔 짓을 하려고 하는 게 틀림없어요!" 조지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계속 말했다. "마이크 씨, 빨리 이 Lilo라는 애 조사해 봐요, 도대체 누구지?!"마이크는 조지운을 쳐다보며 물었다. "지운 씨가 이걸 어떻게 찾았어요?""방금 머릿속에 번뜩 생각이 떠올랐어요! 강진 그 여자가 진아연이랑 똑같이 생긴 여자를 찾아와 이 여자로 진아연을 대신하려고 했잖아요. 계획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그것 때문에 대표님과 진아연 씨가 엄청 싸웠잖아요.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만약에 진아연 씨 어머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찾아오면 진아연 씨를 잡는 것쯤은 누워서 떡먹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조지운은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말했다.조지운도 무심코 떠올린 생각이 사실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중년 여성을 키워드로 검색을 해 봤는데 장희원의 사진이 이렇게 나왔어요!"마이크는 Lilo라는 사용자의 계정을 클릭해 봤다, 하지만 아무런 정
진아연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박시준의 얼굴을 만졌다.박시준의 피부는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다.집 내부는 항온 시스템이지만 외부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밤에는 여전히 얇은 이불을 덮어야 했다.진아연은 자기의 이불로 박시준을 덮어 주고 살짝 박시준 옆으로 몸을 옮겼다.과일 와인을 마신 박시준은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잠이 들까 말까 하던 차에 박시준이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연아... 나 좋은 아빠가 될게... 정말..."아주 낮은 소리였다, 꿈을 꾸며 하는 잠꼬대인 듯했다.진아연은 가만히 박시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희미한 빛 때문에 진아연은 그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없었지만 박시준이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박시준은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하는 것이었다. 꿈에서 그는 진아연한테 좋을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었다.비록 잠꼬대였지만 박시준의 이 말을 들은 진아연은 감동에 젖어 눈물을 참지 못했다.평소 생각이 꿈에 나타난다고 한다. 박시준 역시 진아연의 말들을 가슴속에 새겨들었기 때문에 이런 꿈을 꾸는 것이었다.진아연은 박시준이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믿음이 생겼다.의사 선생님이 매일 박시준에게 사진을 보내온다. 사진을 받자마자 박시준은 바로 진아연에게 보여주곤했다.박시준은 아이의 소소한 변화까지 진아연에게 말해 주었다.사실 2~3일 만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눈으로 알아보기는 힘들었다.하지만 박시준은 분명히 변화가 있다고 하는 건 그가 너무 열심히 보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진을 이 정도로 보고 또 보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조지운은 옆에서 깊이 잠든 마이크를 보았다.그는 마이크가 분명히 Lilo의 정체를 알아냈을 거라고 생각했다.조지운은 바로 일어나 컴퓨터 쪽으로 이동해 전원을 켰다.컴퓨터 화면에는 바로 Lilo의 자세한 정보가 떴다!조지운은 빠르게 정보를 훑어 봤다. 가슴이 갑자기 막 뛰기 시작했다!강진! 강진이 맞았다!진아연의 예
박시준은 진아연을 부추기고 소파에 앉혔다."아연아, 너는 집에 있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강진을 찾아낼게." 박시준은 진아연의 눈을 바라보며 약속을 했다. "대가를 혹독히 치르게 할 거야."진아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박시준은 조지운과 함께 떠났다.차 안에서 박시준은 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을 걸어 겨우 전화가 통했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받았을 것이었다.강진은 전화를 받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진도 박시준이 전화를 했다는 건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너 지금 어디야?" 박시준은 톤을 낮춰 물었다.강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 일이라도 있어?""응.""무슨 일인데? 전화로 말해! 난 널 만나는 게 무서워." 강진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박시준은 강진의 꿍꿍이를 알아챘다. "지난번에 너한테 손을 댄 거 생각해 보니 너무한 것 같더라고, 그래서 만나서 사과하려고 그래."강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나쳤다고 생각해서 직접 사과하러 온다고? 난 널 너무 잘 알아, 넌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나를 너무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매번 진아연 앞에서 잘못을 하면 바로 사과해.""오해 같은 거 없어. 내가 방금 나한테 사과 안 한다고 했지 진아연에게 안 한다고는 안 했어." 강진은 놀라면서 말했다. "시준아, 나 며칠 고민해 봤어, 너랑 나랑 만난 건 처음부터 잘못된 거야. 네가 이제 나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다 나 때문이야. 우리 오빠가 그러더라, 당해도 싸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박시준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박시준은 강진의 추억 팔이를 듣고 싶지 않았다."강진, 너 지금 국내에 있어? 해외로 나갔어?" 박시준은 물었다."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강진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내가 맞춰 볼까? 네가 이렇게 급하게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사과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설마...""내 기억으로는 네가 이렇게 질질 끄는 성격이 아니었는데.""설마
강진과 연락이 끊기자 박시준은 강주승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주승은 전화를 받고 강진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알고 나서 몇 초 동안 침묵했다."박시준 씨, 내 동생이 이렇게 된 게 당신도 반은 책임이 있어요. 제가 당신이라면 처음부터 절대 진이를 ST그룹에 두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희망도 주지 않았어야 했어요!"박시준: "제가 강진을 회사에 둔 건 업무 능력 때문이에요.""알아요. 하지만 진이가 매일 당신을 보고 하는데 어떻게 당신에 대해 환상이 생기지 않겠어요? 일이 이렇게 됐는데 이제 와서 이런 얘기 해 봤자 뭔 소용이 있겠어요." 강주승은 한숨을 쉬었다. "진이는 지금 해외에서 쉬고 있어요. 말해 봐요, 진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죽여 버릴 거예요.""박시준! 우리 진이가 당신을 몇 년이나 따랐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요?" 강주승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동창인 저를 봐서 한 번만 봐줄 수는 없어요?""내가 한번 봐줘서 살려 주면? 다시 와서 진아연을 해치게 놔두라고요?""진이가 절대 다시는 그쪽한테 아무것도 안 하게 할게요, 제가 약속해요!" 강주승은 흥분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이제 사랑하는 여자를 옆에 두고, 아들까지 생기고 당신의 인생은 원만하잖아요! 용서할 수 있으면 용서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전에 당신이 정신병에 걸렸을 때, 하늘도 당신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듯이 우리 진이에게도 기회 한 번 줄 수 없나요? 제가 의사한테 진이가 정신병에 걸렸다는 진단서를 끊으라고 할게요!"박시준: "!!!"강주승의 말은 마치 커다란 망치같이 박시준을 때렸다.정신병 진단서?!강주승은 어떻게 알았지?박시준이 침묵하자 강주승은 자신감이 생겨 한숨을 돌렸다. "박시준 씨, 누구나 다 자기 컨트롤이 안될 때가 있기 마련이에요. 저도 박시준 씨 옛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꼭 내 동생을 안 놔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진아연도 이 일은 모르죠?
두 눈에 증오가 잔뜩 뿜어나고 있는 진아연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마이크와 두 아이는 모두 박시준과 진아연을 쳐다보았다.박시준은 바로 진아연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뭔 일이지? 두 사람이 왜 또 싸우는 거야?" 마이크는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내 조지운에게 문자를 했다.조지운: 아이들만 잘 챙기고 있어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아요.마이크: 왠지 오늘 저녁에 안 따라왔다 했어요. 박 대표님이 강진을 봐주기로 한거죠?조지운: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어떤 결정을 하든 대표님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마이크: 젠장! 증거를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어!조지운: 강진이 지금 해외에 있어요, 어떻게 찾아내요? 그렇게 대단하면 본인이 직접 찾아보든가.마이크: 아, 그렇다면 아연이도 화를 안 낼 거예요.1층 안방.박시준은 문을 닫고 진아연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연아, 너 혹시 정신 질환이 있는 환자 만나 본 적이 있어?"박시준의 말에 진아연은 인상을 찡그렸다. "강진이 정신병이 있다는 거예요?""아니, 그냥 그런 사람 만나 본 적이 있냐고." 진아연이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본 박시준은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진아연은 잠깐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 적이 있어요, 근데 왜요?""그럼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 사람을 죽였어, 법을 떠나서 너는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 박시준은 진아연에 앞에 서서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진아연의 표정을 한 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그건 누굴 죽였는지에 따라 다르죠. 만약에 나쁜 놈을 죽였다면 저도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죽인 사람이...""만약에 죽인 사람이 가족이었다면?" 박시준은 진아연의 말을 끊었다.진아연은 순간 호흡이 멈추고 눈썹이 꿈틀거렸다: "박시준 씨, 질문이 이상하잖아요. 그 사람이 정말 정신병에 걸렸다면 본인의 의지로 행동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 정신병 환자의 행동을 일반인 기준으로 평가하라고 하면 어떡해요? 저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박시준이 없어도 진아연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었다.박시준이 없어도 진아연의 생활과 사업은 모두 순조로울 것이었다."당신이 없었으면 강진도 이렇게 계속 저를 괴롭히려고 애쓰지 않았을 거고, 소정이도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저도 조산하지 않았고요! 박시준 씨, 당신이 나한테 가져다준 거 상처 빼고 뭐가 더 있어요?!"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이 그대로 폭발해 버리는 순간이었다.진아연의 비난에 박시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아연아...""절 부르지 마요!" 진아연은 박시준의 말을 막았다. "지금 당장 제 집에서 나가요! 이제부터 제 모든 일에서 손을 떼세요! 우리 아이는... 퇴원하면 다시 얘기하고요!"감정이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인 진아연을 보며 박시준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그의 이성은 그에게 지금 당장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알려줬다! 계속 있어봤자 진아연을 더 흥분시킬 것 밖에 없었다.박시준이 결정을 한 이상 바꿀 일은 없었다.적어도 진아연은 지금 박시준을 미워하는 거지 무서워하는 건 아니었다!박시준이 떠나고 마이크와 두 아이는 바로 진아연의 방에 들어갔다.진아연은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얼른 감정을 추슬렀다.이제 세 아이의 엄마로서 진아연은 더욱 강해져야 했다."아연아, 너희 싸웠어? 강진 일 때문이야? 방금 조지운한테 물어봤는데..."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다.강진은 지금 해외로 도망을 가서 못 찾은 것도 정상이었다. 그렇다고 강진이 평생 안 돌아오겠어? 언젠가 이 나라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박시준의 인맥과 수단으로 강진 하나쯤을 못 잡을까 봐?"나 좀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을 끊었다.마이크가 알고 있는 정보는 조지운을 통해 얻은 거였다. 하지만 조지운도 박시준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모를 수도 있었다.진아연과 박시준 두 사람 사이의 모든 건 엉망진창이었다. 진아연은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주위 사람들을 걱정시키기 싫어서였다."그래, 인상 좀 풀어, 너
의사는 진아연에게 알리고 나서 바로 박시준에게도 전화를 했다.두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신생아과에 도착하자 의사는 다시 자세히 아이의 상태를 얘기해 줬다."저희가 기존 치료법과 매뉴얼에 따라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잠들어 있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호흡도 점점 약해졌습니다... 아이의 이런 상태를 봐서는 일반적인 조산 후유증이 아니라고 판단이 됩니다."의사는 말하면서 체크리스트를 건네주었다.진아연은 리스트를 받아 자세히 보았다."아이의 면역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빈혈도 좀 심합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수혈입니다. 저희 병원 혈액은행에 물어봤는데 아이의 혈액형과 맞는 혈액이 없다고 합니다. 아이가 조금 특별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어서요."의사의 말을 듣고 있던 박시준은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았다."혈액형이 특별해요?"의사: "네. 그렇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아이에게 맞는 혈액형을 찾아 수혈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 지금 몸 상태를 봐서는 며칠 더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박시준은 생각도 안 하고 말했다. "제 피를 뽑으세요, 혈액형이 맞는지 빨리 봐주세요."의사는 간호사에게 바로 박시준을 데리고 가서 채혈을 해보라고 지시했다.진아연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저랑 박시준 씨 모두 안 돼요."의사: "아니면 박 대표님이 다른 병원 혈액은행에 한번 알아보는 건 어때요? 혹시라도 다른 병원에 아이에게 맞는 혈액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진아연은 가장 먼저 위정이 생각났다.진아연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위정에게 전화를 해 아이의 상황을 알려줬다."아연아, 일단 너무 조급해하지마, 내가 지금 바로 병원 혈액은행에 가 볼게." 위정은 진아연을 위로했다. "아이가 생리적 빈혈이래, 병적 빈혈이래?"진아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쉰 목소리로 답했다. "저도 아직은 지성이가 왜 빈혈인지 잘 몰라요, 더 자세히 검
위정은 시은이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의 기억대로라면 시은이의 혈액형도 RH 마이너스인데...이는 2년 전 진아연이 그녀의 수술을 집행할 때 위정이 그녀의 수술 전 검사를 도맡아 알 수 있었다.위정은 시은이를 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위정 씨, 왜 나를 빤히 보고만 있어? 말이라도 해봐! 어떻게 된 거야?" 시은이는 눈을 깜박이며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위정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만약 시은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위정은 남김없이 알려줬을 테고시은이도 지성이에게 수혈해 줬겠지만시은이는 아직 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몇 차례의 큰 수술을 받고 섬세한 보호와 조리 끝에 겨우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만약 수혈을 강행한다면 몸에 부작용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는 위정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지성은 박시준에게 중요한 사람이지만 시은이도 마찬가지였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도 지성이가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일단 혈액 창고로 가서 맞는 혈액이 있는지 확인해 보죠." 위정은 눈길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시은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위정 씨, 혹시 제가 지성이에게 수혈하면 안 되나요? 저도 지성이를 돕고 싶어요... 고모로써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 슬퍼요."위정은 그녀의 말에 눈가가 축축해졌다.진아연이 아이를 낳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직접 요리까지 해주면서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아프다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던 그녀가지성이가 위독한 상태에 처해있는 지금, 그녀의 본능적으로 지성이에게 수혈을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했다."시은 씨,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일단 혈액 창고에 가서 맞는 혈액형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위정은 말하면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시은 씨, 혹시 제가 시은 씨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나요?"이에 시은이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말은 하지 않아도 난 알고 있어. 나한테 엄청 잘해주는데 오빠의 돈을 받지 않았잖아. 위정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