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는 진아연을 힐끗 쳐다보면서 물었다. "가서 얘기해 볼 거야?"진아연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멍하니 창밖에 있는 남자한테 홀려 넋을 잃었다.이때 마이크는 차를 멈추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연아, 내려가서 얘기해 봐."진아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차 안의 에어컨 때문에 날씨의 무더움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는차에서 내리자마자 덮쳐오는 열기에 금세 식은땀을 흘렸다.그녀는 햇빛에 붉어진 박시준의 얼굴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셔츠는 이미 땀으로 젖어 달라붙어 있었다.이 무더운 날씨에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진 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이대로 계속 기다렸다면 대표님도 더는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저희 아침 8시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박시준의 경호원은 불만 가득한 말투로 원망했다.이에 진아연은 벙어리라도 된 듯 아무 말 없이 몸만 떨고 있었다!이 무더위 속에서 바보처럼 온종일 기다린 것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졌다. "박시준 씨, 제가 집에 없다는 걸 몰랐어요?!""그럼 내 연락받지 않는 건 보지 못해서였어? 혹시라도 집에 있는데 날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일 수도 있잖아?!" 종일 물도 마시지 않고 기다려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이미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쉬었다.진아연은 그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전날 밤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어도 오늘 다시 연락하면 받았을 수도 있었잖는가?"무슨 일로 저를 찾아온 거예요? 라엘의 촬영 스케줄 때문에 찾아온 거예요? 그럼 아이도 돌아왔으니 가서 물어보세요!" 그녀는 눈물을 꾹 참고 울먹이며 말했다.말이 쉽지. 진아연의 아이들이 언제 자기 말을 들었던가?"라엘이는 아직 어린데 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거지? 혹시 네가 나한테 빚진 걸 알고 있어? 왜 아이한테 괜한 부담을 주는 건대? 그러고도 엄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 박시준은 차가운 말투로 밀어붙였다.진아연은 순간 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확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녔더니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태였다.마이크는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라엘을 안고 은행으로 향했다.마이크는 라엘과 함께 ATM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카드를 꽂았다.비밀번호는 카드 뒷면에 적혀있었고 진아연의 생일이므로 기억하기 매우 쉬웠다.마이크는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확인 버튼을 클릭했다.화면에는 갑자기 수많은 0이 나타났고마이크는 화면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곁에 있던 라엘도 따라 외쳤다. "마이크 삼촌! 이게 얼마예요?! 0이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어요! 우와!"이는 아마 라엘의 지식 범위를 벗어났을 것이다.마이크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더니 화면의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때 라엘이 갑자기 화면의 첫 번째 숫자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건 7이에요."마이크: "라엘아, 갑자기 소리 지르면 삼촌이 까먹어! 내가 어디까지 셌지? 어디지!""마이크 삼촌, 바보! 사진을 찍어서 엄마한테 물어봐요! 엄마라면 단번에 얼마인지 알 수 있을걸요! 삼촌처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아니면 남자친구분한테 물어봐요! 삼촌보다 똑똑해 보이던데요!" 라엘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라엘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마이크는 바로 말했다. "라엘아, 삼촌도 얼마인지 알고 있어. 세지 않아도 알거든. 카드 안에 총 14,000억 있어."진아연이 박시준한테 빚진 돈이 마침 14,000억이었다.어리둥절한 라엘은 동그란 두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마이크 삼촌, 14,000억이면 얼마예요? 장난감과 아름다운 옷을 얼마나 살 수 있어요?"마이크는 어떻게 말해야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지 몰랐다."예를 들자면 이번에 나흘 동안 촬영하면서 1,400만 원을 벌었잖아. 그럼 하루에 350만 원을 번 건데. 매일 이렇게 번다면 127억쯤 벌 수 있단 말이지. 그리고 매년 이 정도 번다면 지금부터 약 110년 정도 일해야 하는데... 지금 5살이면 115세까지 살아야 14,000억을 벌 수 있어." 마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휴대폰 화면을 몇 초 동안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받았다.전화가 통하자 영상 화면이 보이면서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진아연은 한이의 모습에 흥분했는지 바로 물었다. "한이야! 너 왜 갑자기 엄마한테 영상통화로 연락한 거야?""엄마, 저 캠프의 네트워크를 공략해 가상 계좌로 연락드린 거예요. 엄마, 라엘은요?" 한이는 환한 얼굴로 그녀한테 물었다."집에 돌아왔는데 방금 네 마이크 삼촌과 함께 나가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한이야,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선생님이 며칠 전에 연락 왔는데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면서?" 진아연은 자상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엄마, 저 이제 다 컸어요. 더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어린 한이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엄마가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니? 네가 아무리 컸어도 엄마는 항상 너를 걱정해. 이제 열흘만 지나면 면회 갈 수 있네!" 진아연은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리움이 가득했다."엄마, 그럼 저 밤마다 영상 통화로 연락드릴까요?""규정을 위반하면 어떡해? 혹시 선생님께 발견되면 혼날걸?" 진아연은 못내 걱정이었다."괜찮아요. 선생님도 제가 엄마한테 연락하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제 실력으로 연락하는 건데 뭐라 할 수 없어요." 한이는 자랑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런 아들을 본 진아연도 내심 한이가 자랑스러웠다. "맞다. 한이야, 나중에 마이크 삼촌한테 연락해 라엘이한테 연예계에 발을 딛지 말라고 말려줘. 이제 엄마도 돈이 있고 박시준 씨한테 진 빚도 엄마 스스로 갚을 수 있으니 너희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지금 너희한테 제일 중요한 건 공부와 건강히 커가는 거야."한이: "네. 그럼 나중에 라엘이한테 말할게요."진아연: "그래. 엄마도 라엘이랑 말해보겠지만 그래도 오빠인 네 말을 더 잘 들어줄 것 같아서 말한 거야."한이: "알겠어요. 그럼 지금 마이크 삼촌한테 연락할게요."한이는 진아연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마이크한테 연락해 볼 참이었다.진
한이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곁에서 듣고 있던 마이크는 웃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라엘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웃음을 꾹 참았다.집에 돌아온 후, 진아연은 라엘이의 손을 꼭 잡고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라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저 귀엽게 생기지 않았어요?""당연히 귀엽지! 우리 라엘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그럼 저 나중에 스타 될래요. 그리고 번 돈을 모두 엄마한테 드릴게요! 오빠한테 절반 주겠다고 했는데 오빠가 싫대요." 라엘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아연은 딸의 말에 머릿속이 하얘졌다.아무래도 딸과 대화가 통하지 않을 듯해 김세연과 연락해 얘기하려 했다.그녀는 바로 김세연에게 라엘이의 연예계 진출 반대 의사를 알렸다.30분 후, 김세연은 그녀에게 답장했다. 라엘은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예계는 아연 씨가 생각한 것처럼 무서운 세계가 아니에요. 제가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게 잘 지켜줄게요. 저를 믿어주세요.진아연은 협상 실패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라엘의 선택을 존중하고 계속 연예계에 발을 딛게 한다면 박시준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고진아연은 더는 그와 다투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 때문에 딸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슬슬 잠을 이루었다.일주일 후.진명그룹의 고급 드론은 A국의 드론 영역에서 대체 불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여러 서장의 시찰을 받게 되었다.진아연은 3일 전에 시찰 통지를 받았고배 속의 아이 때문에 움직이기 불편해 부대표에게 시찰의 동반을 부탁했다. 하지만 부대표가 너무 긴장한 탓인지 고열이 나어쩔 수 없이 그녀가 직접 나서야 했다.그녀는 간단하게 화장을 마치고 긴 머리를 틀어 올린 후 하늘색의 롱 스커트를 갖춰 입었다. 심플하면서도 절대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아침 10시에 서장이 오기 때문에 9시 30분에 1층으로 내려와 대기하고 있었다.10분 후, 웬 빨간색 BMW가 회사 앞에 멈춰 서더니
심윤이 박우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진아연은 그의 존재마저 잊고 있었을 거다!6년 전, 두 사람이 헤어진 후, 그녀는 박우진에게 완전히 실망했고박시준을 사랑하게 되면서 더는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런데 심윤이 갑자기 그녀가 박우진을 뺏으려고 했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던 경호원들도 심윤의 행동에 바로 달려가 그녀의 허리를 걷어찼다!심윤은 너무 아픈 나머지 진아연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뒤로 넘어졌다."나 임신했어! 감히 나를 발로 차!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너도 죽여버릴 거야!" 심윤은 바닥에 쓰러져 통곡했다.주위의 경비원들과 비서도 바로 달려왔고비서는 지저분해진 진아연의 머리를 보더니 바로 부축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서 정리해 드릴게요."진아연은 점점 빨개진 눈동자로 바닥에 쓰러진 심윤을 노려봤다."대표님, 이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때 경비원이 물었다.이에 진아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일단 이 사람과 그녀의 차를 옮겨주세요. 그리고 어디 가지 못하게 지켜보시고요. 제가 일을 마치고 얘기해 볼게요!"경비원은 그녀의 말에 심윤을 일으켜 세웠고 다른 한 명은 그녀의 가방에서 차 키를 찾아냈다.곧 빨간 BMW와 심윤은 함께 눈앞에서 사라졌다.비서는 진아연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빗어줬지만 두피가 따가워 너무 아픈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졌다.심윤이 얼마나 화났으면 이렇게 달려든 걸까?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는 사고는 절대 없는 법이다. 심윤도 그녀가 박우진과 함께 있는 걸 봤기 때문에 그녀를 찾아 소란을 떨었겠지만그녀는 진짜 박우진과 만난 적이 없었다.진아연은 심윤이 뭔가 오해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대표님, 두피를 다치셨는데 머리를 빗지 말고 차라리 푸세요!" 비서는 너무 아파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를 보고 급히 말렸다."제가 직접 빗을게요. 그리고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은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그녀는 말하면서 비서의 손에서 빗을 받고 포니
"심윤 아가씨, 제가 박우진을 유혹했다고 하시는데 제가 그와 함께 있는 걸 보셨어요? 그럼 지금 박우진을 이곳에 불러 확인하면 되겠네요!" 진아연은 차 옆에 서서 그녀에게 물었다."안돼! 너를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되면 무조건 헤어지자고 할 거야! 난 너희들이 클럽에서 찍은 사진을 봤어! 그리고 박우진도 인정했는데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거야?!" 심윤은 매우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클럽이요? 전 그런 곳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럼 박우진이 거짓말을 했거나, 사람을 잘못 봤겠죠! 저와 엄청 비슷하게 생긴 나나라는 여자가 있거든요. 믿기지 않으시면 그날 클럽에서 같이 사진 찍은 여자가 나나인지 조사해 보면 되겠네요!" 진아연은 진지하게 분석해 줬다."박우진이 너라고 말했단 말이야!" 진아연의 예상대로 심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아무래도 두 사람은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그럼 계속 저를 미워하시든지요! 다만 아가씨와 박우진의 일 때문에 저를 찾아오지 말았으면 하네요.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는 경호원에게 내쫓으라고 할 겁니다." 진아연은 냉랭하게 답했다.심윤은 점점 아파지는 허리를 붙잡고 쉰 목소리로 외쳤다. "혹시 배 속의 아이가 문제라도 생기면 네 아이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진아연: "그건 아가씨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부터 먼저 생각하셔야죠."진아연은 더는 말하기 귀찮아 바로 자리를 떠났다.ST그룹. 회장실.컴퓨터 화면에는 모 서장이 진명그룹을 시찰했다는 주제의 뉴스가 떠올랐다.박시준은 제목 아래 작은 사진의 하늘색 옷차림의 모습에 시선이 끌려뉴스를 클릭해 사진을 확대했다.진아연은 하늘색 롱 스커트를 입고 우아한 미소를 보였고 배가 부풀어 올라왔지만 투박한 느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때 성빈이 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점심 식사를 함게 하자고 불렀다."저녁에 약속 있어?" 성빈은 대답없는 박시준을 보며 그의 책상을 두드렸다. "뭘 그렇게 집중해서 보는 거야!"이에 박시준은 페이지를 닫고 의자에서 일어났
진아연은 여소정과 담소를 나누고 있어 박시준이 다가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아연아, 이제 곧 출산하는데 긴장되지 않아?" 여소정은 빨대로 주스를 저으면서 물었다."긴장은 무슨. 그냥 빨리 낳고 싶어. 배가 너무 커서 좀 힘들어. 넌 어때?" 진아연은 케이크를 한 조각 입에 넣고 물었다."난 시부모님한테 내년에 생각해 보자고 말했어. 일단 내년까지 미루려고! 아직 더 놀고 싶어!""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네가 놀지 않을 사람은 아니잖아.""그래도 영향이 있을걸. 아이가 좋긴 좋은데 혹시 낳으면 아이를 버리고 놀 수도 없는 일이잖아.""그럼 아이들과 함께 놀아. 아이가 있으면 즐거운 일도 많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글쎄! 널 보면서 용기를 많이 얻긴 했어. 아이를 낳든 일을 하든 두려운 거 하나 없이 척척 잘 해내잖아. 내가 남자라도 너에게 빠져버릴걸." 여소정은 부러운 듯 그녀에게 말했다.이에 진아연은 웃었다. "네가 남자라면 난 너 같은 남자한테 시집 갈래! 하하!"여소정은 그녀와 희희낙락거리면서 다가오는 박시준을 보게 되었다.순간 얼굴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진아연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온 거지?"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렸고 눈앞에 나타난 박시준에 미소가 사라졌다."설마 네가 초대한 거 아니지?" 여소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초대하지 않았어." 진아연도 목소리를 낮춰 답했다."그래? 그럼 내가 자리를 피해줘?" 여소정은 불안한지 속삭이며 물었다.진아연: "괜찮아."이때, 그녀들의 곁으로 다가간 박시준은 이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그는 아무 말 없이 냉랭하고 그윽한 눈길로 진아연의 머리를 바라봤다.무엇 때문인지 짐작이 간 진아연은 바로 일어나 그를 끌고 나갔다."오늘 아침에 널 괴롭힌 사람 누구야? 내가 얼떨결에 듣지 않았다면 나한테 알려 줄 생각도 없었지?" 그는 연회장에서 나온 후 담담하게 물었다."괜찮아요. 사소한 일일뿐이에요." 진아연은 그를 바라보며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
진아연은 팩이 담긴 봉투를 강제로 그에게 쥐여주며 말했다. "박시준 씨, 방금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였는데 지금 하는 말들을 듣고 있을지도 몰라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멍하니 그녀의 배만 바라봤다."배를 잠깐 만져봐도 될까?" 그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은 움직이지 않아요. 아직 너무 어려서 자꾸 움직이지 않네요."두 번째 임신을 맞이한 진아연은 처음과 전혀 다른 느낌을 느꼈다.처음 임신했을 때 혹시라도 그가 알게 될까 봐 그 어떤 불편함도 그저 묵묵히 견뎌냈고엄마가 되는 기쁨보다 그가 알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더욱 컸었다.그러나 지금은 임신의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부풀어 오른 배에 댔고 진아연은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도에 순간 긴장했다.배 속의 아기도 엄마의 초조함을 느꼈는지 갑자기 작은 발로 배를 차기 시작했다!"방금 또 움직였어요!" 진아연은 아기의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놀라 소리를 높였다."나도 느꼈어!" 지금의 박시준은 처음 겪는 기분에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이는 마치 어두움이 사라지고 한 줄기의 빛에 비친 듯 따뜻했다. "아파?""아프지 않아요. 아직은 힘이 그렇게 세지 않아요.""그래. 배고프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아기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는 마음 때문에 그녀와의 모든 갈등을 제쳐버릴 수 있었고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그녀한테 잘 대해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전 배고프지 않아요. 배고프면 호텔로 돌아가죠!" 진아연은 부끄러운 듯 말을 이었다."그래." 박시준은 그녀를 부축하고 호텔로 돌아갔다.진아연은 생각도 못 했다. 두 사람이 아이의 태동 때문에 다툼을 멈출 줄이야.마치 이들의 다툼은 항상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한편.박씨 본가.심윤은 박우진을 방으로 부르고 문을 닫았다."박우진, 진아연과의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하면서, 설마 저를 바보로 생각하는 거예요? 삼촌이 그렇게 두렵다면서 진짜 그 여자와 만날 생각이에요?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