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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장

진아연은 팩이 담긴 봉투를 강제로 그에게 쥐여주며 말했다. "박시준 씨, 방금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였는데 지금 하는 말들을 듣고 있을지도 몰라요."

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멍하니 그녀의 배만 바라봤다.

"배를 잠깐 만져봐도 될까?" 그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아요. 아직 너무 어려서 자꾸 움직이지 않네요."

두 번째 임신을 맞이한 진아연은 처음과 전혀 다른 느낌을 느꼈다.

처음 임신했을 때 혹시라도 그가 알게 될까 봐 그 어떤 불편함도 그저 묵묵히 견뎌냈고

엄마가 되는 기쁨보다 그가 알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더욱 컸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신의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부풀어 오른 배에 댔고 진아연은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도에 순간 긴장했다.

배 속의 아기도 엄마의 초조함을 느꼈는지 갑자기 작은 발로 배를 차기 시작했다!

"방금 또 움직였어요!" 진아연은 아기의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놀라 소리를 높였다.

"나도 느꼈어!" 지금의 박시준은 처음 겪는 기분에 어찌할 바를 몰랐고 이는 마치 어두움이 사라지고 한 줄기의 빛에 비친 듯 따뜻했다. "아파?"

"아프지 않아요. 아직은 힘이 그렇게 세지 않아요."

"그래. 배고프지?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아기로 인해 점점 뜨거워지는 마음 때문에 그녀와의 모든 갈등을 제쳐버릴 수 있었고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그녀한테 잘 대해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전 배고프지 않아요. 배고프면 호텔로 돌아가죠!" 진아연은 부끄러운 듯 말을 이었다.

"그래." 박시준은 그녀를 부축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진아연은 생각도 못 했다. 두 사람이 아이의 태동 때문에 다툼을 멈출 줄이야.

마치 이들의 다툼은 항상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박씨 본가.

심윤은 박우진을 방으로 부르고 문을 닫았다.

"박우진, 진아연과의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하면서, 설마 저를 바보로 생각하는 거예요? 삼촌이 그렇게 두렵다면서 진짜 그 여자와 만날 생각이에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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