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문밖에서 마이크와 두 아이가 문짝에 달라붙어 방 안의 소리를 엿듣고 있었다.이들은 방금 전 진아연의 큰 소리에 이끌려 온 것이다.그러던 차에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문에 기대어 있던 마이크는 진아연이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그대로 진아연 품에 안길 뻔했다.진아연은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야?""엄마, 누구랑 싸우세요?" 라엘은 호기심 가득한 큰 눈으로 고개를 들어 엄마를 쳐다보았다. "쓰레기 아빠랑 싸운 거예요?"마이크: "너희 엄마 이런 모습은 적을 상대할 때와 박시준 앞에서만 나타나거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완전히 여성스러운 숙녀지.""아, 그럼 쓰레기 아빠는 엄마의 적인 거 맞네요." 라엘은 뛰어난 이해력을 뽐냈다.진아연은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아연, 부엌에 저녁 남겨 놨어." 마이크는 진아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았어.""내가 먼저 애들 목욕 시킬게. 넌 밥부터 먹어, 먹고 나서 얘기하자."진아연은 계단 난간을 잡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너랑 얘기해? 뭘? 할 말 있으면 그냥 지금 해."마이크: "그게, 너 점심에 나한테 한 말 기억 안 나? 암튼 가서 밥이나 먹어, 그리고 다시 얘기해."진아연은 애써 점심에 무슨 말을 했는지를 떠올리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너무 혼란스러운 이틀을 보낸 것이다.게다가 밤낮이 뒤바뀌어 정신이 하나도 없고, 기억도 엉망진창이었다.그녀는 밥을 대충 몇 입 먹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올라온 모습을 본 마이크는 무척 놀라며 말했다. "벌써 다 먹었어?"진아연는 아이들 방 문에 기대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이리저리 돌리지 말고 그냥 얘기해."한이가 마이크를 문 쪽으로 밀었다. "라엘은 제가 볼게요."마이크는 "그래." 라고 하고는 진아연의 팔을 잡고 1층으로 내려갔다."그게, 네가 쉬고 있는데, 괜히 방해할까 봐 그랬지." 마이크는 말했다. "회사 일
국산 윈드 시리즈의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은 해외 산과 비슷하지만 렌즈가 너무 떨어져 전문적인 사진 촬영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했다.그럼에도 전문 드론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영상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모든 사람들을 우롱하고 있다! 진아연은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다 잊었는가? 어떻게 이렇게 자국민을 조롱하고 있는가! 더러운 짓이다!——진명그룹은 파산이 답이다!——여기에서 ST그룹을 태그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대표인 박시준은 진명그룹의 가장 큰 고객이니까!...진아연은 유유히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마이크는 "아연아, 내가 이미 니카 컴퍼니에 연락을 취했어, 그쪽에서는 모든 손해를 배상해 주겠대. 하지만 니카 컴퍼니 쪽에서 그러는데, 고급형 렌즈 제품을 우리한테 판매할 수는 없대.""왜?" 진아연은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의아한 표정으로 "가격 때문이래?" 라고 물었다.마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때문에 국내 다른 회사 드론 브랜드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고 우리 제품이 드론 시장을 완전히 점유해 버릴까 봐 많은 회사들이 힘을 모아 우리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아."진아연은 이 이유가 참으로 우스웠다. "니카 컴퍼니가 우리한테 렌즈를 안 팔면 우리 회사가 망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진짜 웃긴다."마이크: "걔네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회사들도 우리랑 거래를 안 할 것 같아."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린 해외 브랜드를 찾아보자.""아연아, 그러면 비용이 너무 올라가." 마이크는 진아연에게 말했다. "게다가 세계 유명한 카메라 브랜드가 몇 개 안돼는 데다가 그 회사들 대부분이 한 회사랑 독점 계약을 해서 다른 회사에 제품 공급을 해주질 않아.""알았어." 진아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우리 앤 테크놀로지의 경우 폴 주식회사랑 독점 계약을 했어, 비록 진명그룹도 우리꺼 맞지만 어쨌든 진명그룹일 뿐이지 앤 테크놀로지랑은 다른 사업자잖아,
다음날, 이른 아침.박시준은 병원 특별 병실에 와 있었다.어젯밤에 시은이가 홍 아줌마가 끓여 준 국을 먹고 갑자기 의식을 잃어 잠자고 있었다.밤새 잔 시은은 잠에서 깨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넋이 나간 듯한 눈빛이었다.박시준이 도착하기 전까지 같은 상태였다."시은아, 오늘 좀 어때? 아직도 머리가 많이 아파?" 박시준의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서야 시은의 얼굴에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오빠, 왜 아연이 언니가 날 보러 안 와?" 시은은 조금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박시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러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이는 오지 않을 거야. 시은아, 이젠 아연이랑 아이들 생각은 그만하자."시은은 더욱 슬펐다. "왜 나를 안 믿어 줘?... 내가 말했잖아, 아연이 언니가 나랑 말을 했고, 나한테 계속 질문을 했다고..."박시준은 창백한 동생의 얼굴을 보며 무지 마음이 아팠다. "너를 안 믿는 게 아니야, 그래 진아연이 너랑 얘기했다고 해, 하지만 그건 꿈에서일 거야.""그래?" 시은은 오빠를 쳐다보며 약간 어리둥절했다.정말 꿈에서 일어난 일인가?박시준은 "오빠도 어릴 때 꿈을 자주 꿨어, 마치 꿈속에서 본 모습과 들은 소리가 진짜처럼 엄청 생생할 때도 많았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꿈은 꿈일 뿐이야, 현실이 아니야." 라고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시은은 조금씩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아침 10시, 박시준은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이동했다.시은의 옆에는 홍 아줌마와 경호원이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박시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시은은 오늘 기분이 약간 다운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제 몹시 흥분된 상태에 비하면 현재 상태가 그녀의 건강이 회복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홍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심윤이 처방한 진정제를 먹었다고 했는데, 혹시 그 약이 효과를 보인 건가?심윤...어젯밤 진아연이 박시준한테 심윤이랑 잘 살아라고 한 말에 박시준은 밤새 화가 가라앉지가 않았다.하지만 차분해지고
그러나 지금은 자리에 없었다. 휴대폰만 책상에 놓고 나갔다.이때다 싶은 마이크는 재빨리 그녀의 휴대폰에서 차단 명단을 찾았다."엥?"차단 명단에 박시준의 번호가 없었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서둘러 그녀의 전화를 내려놓았다.마침 이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진아연이 들어왔다."ST그룹에서 답장 왔어?"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가 데스크위에서 물컵을 집어들고 물 한 모금 마셨다."응, 반품 안한대." 마이크가 말했다. "너 혹시 무조건 반품하라고 할 거 아니지?"진아연은 물컵을 내려놓고 마이크를 쳐다보며 말했다. "점점 날 잘 알아가네. 하지만 내가 무조건 반품하라고 해도 그쪽에서는 안할 거야. 그러니까 그쪽이랑 얽매일 것도 없어."마이크는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진아연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쪽 회사에 100억 입금 해줘!"마이크: "???""아니야, 하지마." 진아연는 또 다시 마음을 바꾸고 침착하게 분석을 했다. "지금 돈을 환불해주면 박시준이 그냥 받진 않을 거야. 무지 화를 내겠지, 그러면 나 또 그 사람이랑 싸워야 돼."마이크: "맞아!""너 먼저 나가 봐! 나 혼자 조용히 좀 있고 싶어.""그래... 우리 회사 관련 기사는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댓글도 웬만하면 보지마." 마이크는 나가기 전에 아연에게 부탁했다.이번 진명그룹 사건에 국내 다른 드론 생산 업체들은 힘을 모아 언론에 돈을 있는 껏 쏟은 듯했다.인터넷은 진명그룹과 진아연을 겨냥한 게시물들로 도배가 되었다.마이크가 나간 후 진아연은 노트북을 열었다.페이스북 실시간 검색어에는 떡하니 '진명그룹 사과', '진명그룹 파산', '진아연 사기꾼', '진아연 A국에서 꺼져' 등이 보였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아연이 무슨 하늘도 용서 못할 큰 죄라도 진 것처럼 보였다.윈드 시리즈 드론의 총 판매량은 약 7,000 대였다. 그 중에서도 박시준이 5,000 대를 사 갔다.그 말은 실제로 개인 고객에게 팔린 드론은 많아야 2,000대 정도라는 뜻이다.그럼에도
저녁 식사 후 박시준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는 병원에 시은이 보러 가야 했다.박가네 일가족도 한 명씩 떠났다.박 부인도 방에 들어갔다. 박우진은 심윤의 방으로 들어갔다.심윤이 임신 된 것을 공개하고부터 그는 본가로 들어와 생활하고 있었다."심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우진은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 "삼촌이 어떤 사람인데요, 그런 우리 삼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다니요. 이젠 선생님을 작은 엄마라고 불러야 되는건가요?"심윤은 얼굴에 우아하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박시준 씨랑 약혼을 하고 나면 제가 박시준의 약혼녀 아니겠어요, 약혼녀랑 부인이 뭐 다를 거 있나요?""축하합니다! 그런데요..." 박우진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삼촌이 선생님 뱃속의 아이를 의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중에라도 삼촌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는 그 아이에 달려있잖아요."심윤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 아이 난 절대 살아서 태어나게 안할 거예요."박우진은 깜짝 놀랐다."아이가 태어나면 박시준 씨가 분명히 친자 확인을 할 거예요." 심윤의 목소리는 여느때보다 차가웠다. "그때 가서 자기 아이가 아닌 것을 알게 되면 무조건 저랑은 헤어지자고 할 거고 우진 씨도 끝이에요."박우진은 입술까지 떨렸다. "그래서 물어 보는 거잖아요, 혹시라도 친자 확인 감정 결과를 조작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그런 방법이 어디 있어요? 박시준씨가 저보고 직접 건드리라고 하겠어요? 지금도 몰래 시은 씨를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전문가를 찾고 있거든요... 만약에 시준 씨가 시은 씨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으면 그 자리로 저를 쫓아낼 수도 있어요."박우진은 심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 심 선생님, 역시 훌륭하십니다, 두 번의 수술이 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되다니. 그러니까 저희 삼촌이 마음을 바꿔 선생님과 약혼까지 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근데 저라면 약혼이 뭡니까, 당장 결혼식을 올렸을 겁니다."
"가사도우미 아줌마랑 경호원이 있잖아, 우리 같이 술자리 가진지도 꽤 오래됐어." 성빈은 살짝 박시준 가까이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아연이 오늘 출국했어."박시준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갑자기 술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성빈은 미리 옥상 레스토랑을 예약을 해 놨다.두 사람은 손에 술 한 병씩 들고 옥상 난간 옆에 나란히 서서 드넓은 밤하늘과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술잔을 기울였다.초봄의 저녁은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두 사람은 이 쌀쌀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한 병을 다 마신 후 성빈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너 혹시 심윤이가 시은이 수술을 해 줬다고 고마운 마음에 걔랑 약혼을 하기로 한 거야?""우리 엄마도, 진아연도 하나같이 심윤이랑 잘 살래. 시은이 이유도 있긴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야." 박시준은 고개를 살짝 들고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옆에서 보이는 그의 목라인은 무지 섹시하면서 멋있었다. "진아연이 하루 빨리 나랑 관계를 깨긋이 정리하고 싶어하거든, 그래서 그렇게 해 주려고."이제 박시준이 심윤이랑 약혼까지 할 생각이니 진아연도 만족스러워 할것이다."그런 표정 안하면 안 돼? 그냥 약혼이잖아, 결혼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을 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이혼 할 수 있잖아." 성빈은 박시준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자, 좀더 마시자."...일주일 후.스타팰리스 유치원.시은이가 갑자기 한이와 라엘의 교실 문앞에 나타났다.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없었다.예전에는 볼 때마다 그녀의 얼굴엔 다정한 미소를 보였었다.한이와 라엘은 교실에서 나왔다."한이야, 라엘아, 나 너희들한테 마지막 인사 하러 왔어..." 시은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왠 마지막 인사? 혹시 그 쓰레기 아빠가... 아니 박시준 그 나쁜 사람이 이제 다시 우리 찾아오지 말래?" 라엘은 하마터면 사실을 말해 버릴 뻔했다.시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눈
스타팰리스 별장.침실.아침 6시에 집에 들어온 진아연은 시차 때문에 피곤한지 바로 방에 들어가 잤다.라엘은 조급히 엄마 옆에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고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일어나봐요! 할 말이 있어요, 아주 중요한 말이에요! 어서 일어나봐요!"깊은 잠에 빠진 진아연은 어렴풋하게 딸의 목소리가 들려와 애써 눈을 떠 봤다."엄마, 시은이가 곧 죽는데요! 시은이 좀 살려 주세요!" 엄마가 눈을 뜬 것을 본 라엘은 바로 울음을 터뜨리면 말했다.딸의 말에 진아연도 바로 정신이 들었다.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자 라엘의 옆에 서 있는 시은이가 보였다.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또 마음이 바뀌었다. "시은 씨, 왜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말해 줄 수 있어요?"이때 홍 아줌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은 아가씨가 이번에 수술을 하고 나서는 계속 정신 상태가 좋지 않아요. 늘 졸리다고 하고 자고 나도 정신이 없고 그래요, 그것도 매일 그런 상태예요.""병원에서 관련 검사를 해 봤나요?" 진아연이 물었다.홍 아줌마는 고개를 저었다. "심 선생님이 이건 수술 후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했어요, 그냥 휴식을 많이 취하면 괜찮을 거라고요."진아연: "하지만 아줌마도 그렇고 시은이 본인도 이게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는 거죠?"홍 아줌마는 머뭇거렸다. "제가 뭘 알겠어요, 그저 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따를 뿐이죠. 그런데 시은 아가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받아 보세요!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병원이라고 못 가나요?"홍 아줌마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결정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건 좀 그래요, 심 선생님이 뭐라 할까 걱정도 되고요.""그렇다고 지금 시은을 저한테 데리고 오면 어떡해요, 심윤 씨가 알면 더 안 좋아할텐데요."홍 아줌마: "제가 데리고 온 게 아니라, 시은 아가씨가 여기에 오자해서 왔어요. 진 아가씨, 죄송하지만 시은 씨 데리고 병원에 가서 한번
이제 일주일 뒤면 박시준과 심윤은 약혼을 한다.박시준의 전처로서 진아연은 박시준과 이제는 어떠한 관련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오후 3시.시은의 검사는 드디어 끝났다. 홍 아줌마는 시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귀가를 했다.진아연도 운전하여 회사로 향했다.그가 출국한 지난 한 주 동안, 진명그룹은 모든 반품 제품에 대한 보상을 모두 마쳤다.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설날 전후로 예약되었던 모든 주문은 취소 처리를 했다.따라서 진명그룹이 이번에 본 손해 금액은 보상금 전체를 넘어, 손해가 어마어마했다.한 기업에 있어서 이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자본이 넉넉치 않은 회사였으면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파산이 되었을 것이다.지금 회사 내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걱정에 빠져 있었다. 회사가 이런 처지니 일자리를 언제 잃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회사에 도착한 진아연은 경영진들을 사무실로 불렀다."진 대표님, 이제 저희 어떻게 해야 합니까?""현재 주문이 끊긴 상태고, 생산 라인도 멈춘 상태입니다. 생산 쪽 직원들의 불만이 대단합니다.""다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꼼꼼히 체크를 잘 했다면 이렇게 큰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겁니다." 품질 부서 팀장은 자책했다.진아연은 그들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부서로 돌아가 직원들한테 전하세요. 지금 할 일이 없는 경우 집에 가서 쉬라고. 대신 급여는 그대로 다 드린다고 하세요. 이번 건은 품질 부서 책임이 큽니다. 잘못은 했죠, 하지만 이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하세요. 다음에 또 똑같은 실수를 할 경우, 그때는 알아서 그만두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업계는 우리를 웃음거리로 보고 있습니다!" 라고 부회장이 말했다.진아연은 물 한 모금 마셨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비서가 들어와 보고했다. "진 대표님, 골든 테크 조 부회장님이 지금 대표님을 만나려고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진아연은 지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