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준: "농담 그만 해! 이제 곧 떠날 거야."조난: "본국으로 돌아가는 거야?"서은준: "그래."조난: "정말 놀러온 거구나! 근데 왜 하필 너래? 하하하하!"서은준: "이 문제에 대해 나도 아직 파악 중이야."조난: "현이 씨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야?"서은준: "너도 봤었잖아. 뭘 물어도 대답은 다 하는데 때로는 그 대답들이 날 혼란스럽게 해. 마치 그녀와 내가 살던 곳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예를 들어 현이는 서씨 집안 하인들과 친하다고 했었다, 비록 서은준도 서씨 집안에서 살았었지만 하인들과 전혀 친하지 않았다.그러므로 현이가 말한 것인 사실인지 아닌지 정말 알 수 없었다."난 현이 씨가 거짓말한 거라고 생각 안해. 그건 네 문제겠지. 넌 항상 주변 사람들한테 별로 관심이란 게 없었잖아." 조난이 말했다. "근데 정말 아쉽다, 이렇게 예쁜 여동생이 떠나려고 하다니. 난 또 너 진짜로 좋아하는 줄 알았지! 그냥 놀러온 거구나."서은준은 그가 하는 말이 듣기 싫어 자리에서 일어나 밥을 먹으로 집으로 갔다.집에 돌아온 서은준은 식탁 위에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보았다, 하지만 현이의 그림자는 온데간데 없었다.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서은준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연락처가 없었다.서은준은 식탁으로 가서 먼저 밥을 먹었다.현이의 요리 실력은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후, 서은준은 갑자기 두 사람이 이미 카카오톡을 추가한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간 거야?이 시각, 현이는 서화그룹 안내 데스크에서 서준빈을 만나기 위해 도움을 청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현이에게 물었다: 아가씨, 뭐라고 전해드리면 될까요?현이: 수수요. 수수라고 둘째 도련님께 전해주세요, 그럼 알 거예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둘째 도련님 사무실로 연락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전화기를 들고 말했다: 수수라는 여자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지금 1층 로비에서 기다리
현이: "당연히 의미가 있죠. 지금 팔찌를 꺼내지 못하는 건, 처음부터 당신에게 팔찌가 없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면, 3년 전 수수에게 왜 테이블을 주지 않은 거죠?"서준빈: "당신 도대체 뭐가 문제야?"현이가 요점을 말했다: "당신은 수수의 빚을 갚기는커녕 수수를 속이기까지 했잖아요!"서준빈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내가 정말로 수수를 속였다 해도 그게 뭐가 어때서! 수수는 이미 죽고 없잖아!"현이: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네요!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말아요!"이 말을 끝으로, 현이가 돌아서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녀는 서준빈이 이렇게나 빨리 이번 일을 인정할 줄은 몰랐다.이번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아챈 서준빈이 현이를 쫓아와 현이의 팔을 붙잡았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수수에게 절친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당신 사기꾼 아니야?"현이가 서준빈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사기꾼은 바로 당신이겠죠! 내가 당신에게 무슨 사기를 쳤죠?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수수를 속인 건 바로 당신이잖아요!"서준빈이 넋을 잃고 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 너... 너 설마 수수야?"현이가 아까 서준빈이 한 대답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서은준은 현이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침실로 돌아왔다.침실 문을 연 순간, 서은준이 놀라 얼어붙었다.그의 방은 마치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침대 커버 세트도 모두 벗겨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그의 옷장도 활짝 열려 있었다. 하지만 옷장 안의 물건들은 그나마 덜 엉망이었다.서은준이 침대 협탁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어보았다. 서랍 안의 물건은 그대로였다.컴퓨터 책상의 컴퓨터도 그대로 있었다.귀중품들이 모두 그대로 있다는 건, 도둑이 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그렇다면 바로... 현이의 짓일 것이다.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서은준이 거실로 돌아와, 커버 없이 헐벗은 소파를 바라
서은준의 집으로 돌아온 현이는, 활짝 열린 문을 발견했다.현이가 집으로 들어가자, 서은준은 식탁 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현이는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3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그때 그녀는 아직 서은준의 가정부였다. 두 사람은 매일 마주쳤다.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무슨 말이건 상대방에게 하지 못할 말이 없었다.현이는 집 안으로 들어와, 그런 서은준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침대 커버 세트를 교체한 다음 빠른 속도로 방을 정리했다.방 정리를 마치자, 배가 고파진 현이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현이는 점심으로 2인분만큼의 요리를 해두었다. 서은준이 그녀의 몫을 남겨두었을지 알 수 없었다.서은준의 곁으로 다가가자마자, 그녀는 식탁에 차려진 요리들을 발견했다.그녀가 한 음식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거의 먹지 않은 것 같았다.현이가 놀라 물었다: "대표님, 왜 식사를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침실에 들어간 것 때문에, 화가나 제가 한 음식도 먹기 싫으셨던 거예요?"서은준은 게임에 몰두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요리를 이렇게나 많이 한 걸 보면, 나 혼자 먹으라고 한 건 아니잖아. 그러니 당연히 네 몫을 남겨 뒀지."현이가 밥그릇 가득 밥을 푸고는, 발그레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정말 친절하시네요, 대표님! 이렇게 많이 남겨두실 줄은 몰랐어요! 제가 아직 식사 전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게임이 끝나자, 서은준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꼭 그렇게 유치한 질문을 해야겠어?" 서은준이 그녀의 몫을 남긴 건, 그녀가 한 요리는 한눈에 보아도 2인분이었기 때문이었다."뭐가 유치하다고 그러세요! 대표님이 좋은 분이란 뜻이었어요! 제가 오늘 정오에 어디에 갔을 지 맞혀보세요." 현이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대표님, 사용하신 그릇이랑 젓가락은 어디 있어요? 싱크대에도 안 보이던데, 대표님이 직접 설거지하신 거예요?"서은준: "난 설거지도 하면
그의 추궁에 현이가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수수가 제게 얘기해 줬어요."서은준: "수수가 또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현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대표님, 지금 수수를 걱정하시는 거예요? 그런 게 아니라면, 수수가 제게 무슨 말을 했는지 왜 궁금해하시는 거예요?"서은준의 뺨이 ‘확’하고 붉어졌다. 그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말 안 해줄 거면 말아! 난 이만 자러 갈게."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서 주무세요! 이따가 제가 깨워드릴까요?"서은준: "됐어."서은준이 침실로 돌아간 뒤, 현이는 수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현이는 금세 부엌 정리를 끝낸 뒤, 베란다로 걸어가 소파 커버를 만져보았다.소파 커버가 다 말라 있었다.현이는 소파 커버를 가져와 소파에 씌운 다음,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그녀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그건 바로 당분간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다.물론 오빠의 결혼식이 있는 날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결혼식이 끝나면 그녀는 다시 T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서은준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아주 확실했다.당시 서은준은 그녀를 대신해 할머니의 팔찌를 되찾아 왔으면서도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서은준이 그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건, 당시 그녀가 서준빈의 편이라고 오해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서은준은 화가 나, 그녀를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심지어는 E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한 순간에도, 서은준은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았다.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 두 사람은 참 바보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그 시기는 살면서 다시 마주하기 힘든 소중한 순간이었다.서은준은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설령 그것이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그녀는 상관없었다.그녀는 T국에 남아 서은준도 그녀를 좋아하게 될지 확인하고 싶었다.현이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저 당분간 집에 돌아
현이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네, 그럼, 그때 제게 미리 말씀해 주실 거죠?"진아연: "물론이지. 그곳에서도 항상 몸조심하렴."현이: "알았어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진아연: "그래."전화를 끊은 뒤, 진아연이 화장실에서 나왔다.지금 A국은 한밤중이었다.진아연은 방금 일부러 화장실에 가서 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아연이 무거운 마음으로 잠든 박시준에게 다가가 박시준을 두드려 깨웠다."여보, 일어나 봐요." 진아연이 침대 스탠드를 켰다. "현이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래요."그 말에, 박시준이 눈을 번쩍 뜨고는 자리에 앉았다. "현이가 돌아오지 않겠데?""그게 아니라... 당분간은 돌아오지 않을 거래요. 한이 결혼식 일정에 맞춰 돌아오겠다고 했어요. 서은준이라는 사람에 대한 자기 마음을 깨달았다면서요."그 순간, 박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설마 그 자식이 우리 딸을..."진아연: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절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닐 거예요! 현이 말로는, 3년 전에 서은준이 자기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걸 알게 되었다고 했어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대요."박시준: "큰 도움이라니, 무슨 큰 도움?""나도 자세히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여보, 아무래도 사람을 보내 살펴봐야겠어요."박시준: "내가 직접 갈게!""당신이 가면 현이의 정체만 탄로 날 거에요." 진아연이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 같은 박시준을 제지하며 말했다. "게다가 지금 우린 한이의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잖아요. 한이의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현이가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면, 그땐 우리가 T국으로 가요.""여보, 현이가 T국으로 시집가는 거, 난 절대 용납 못 해. 현이가 기어코 그 자식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부리면, 그 자식이 A국으로 와야 해.""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이에요." 진아연이 대답했다. "현이는 우리 마음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요."T국.현이와 서은준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이것이 현이와의 마지막
서은준: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뭐야?"현이: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바로 제가 마음을 바꾼 이유예요. 전 이제 막 졸업해서, 앞으로 당장 급한 일이 없거든요."서은준: "A국과 T국이 얼마나 먼데, 부모님은 여기 남아 일해도 괜찮다고 하셔?"현이: "이미 말씀드렸어요. 별로 내켜 하시진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저를 말리지도 않으실 거예요."서은준: "부모님께서 내켜 하지 않으실 걸 알면서도 이곳에 남겠다니... 부모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데."현이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맞아요. 전 부모님과 다툰 적도 없죠. 그렇지만 제가 이곳에 영원히 남을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제가 지금 잠깐 이곳에 남는다 해서 부모님께서도 크게 화를 내진 않으실 거예요."아무리 숙맥인 서은준이라도, 지금 현이가 기어코 T국에 남겠다고 고집하는 이유 정도는 알 수 있었다."나 때문이군." 서은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우리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게 했더니, 우리 집에서 요리와 집안일을 하겠다고 했지. 귀국할때가 되니, 이제 와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고. 설마... 나 좋아해?"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그녀가 아주 티 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대표님을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현이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여자친구 없으시잖아요? 여자친구만 없으면, 제가 좋아해도 문제없는 거 아니에요?"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서은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그녀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아까 그랬잖아. 언젠가는 A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그럼 우린 어차피 이루어지기 힘든 사이인데, 뭐 하러 시간 낭비해?" 서은준이 정중하게 거절했다.현이: "제가 돌아가는 건 나중 일이에요!"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 서은준이 얼굴이 붉혔다: "참 앞서가네. 우린 어울리지 않아. 난 너에게 시간 낭비할 생각도 없고.""대표님께 제게 시간 낭비하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니 대표님도 제가
현이는 두 뺨이 화끈거렸다: "그럴 리가요. 은준 씨가 정말로 절 좋아하게 된다면, 전 은준 씨와 함께 돌아갈 거예요."그 순간, 조난이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 그럼, 난 앞으로 널 경계해야겠는데? 네 야심이 이렇게 클 줄이야. 우리 회사의 대표를 빼돌릴 생각까지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현이: "그 사람을 좀 믿어 줘요. 오빤 그 사람이 연애에 빠져 사리 분별도 못 하는 그런 사람 같아요?"조난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은준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도 사리 분별은 할 사람이야. 그러니, 힘내! 은준이가 너와 함께 떠나게 만드는 데 성공하면, 그땐 나도 인정하고 받아들일게!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이 나도 같이 데리고 가!"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난 오빠, 오빤 집에 돈도 많으면서, 왜 굳이 서은준 씨와 함께하려고 해요?"조난: "우리 집에 돈이 많다고 누가 그래?"현이: "오빠가 그랬잖아요! 오빠가 이 회사에 투자했다면서요."조난: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가 돈이 많다는 뜻은 아니야! 내 투자금은 우리 아버지의 사망보상금이었거든."현이: "..."조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도 돌아가셨어. 혼자 지내기 허해서 은준이와 파트너가 되기로 한 거야."현이: "조난 오빠,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겪었어요?"조난: "그래! 정말 힘들었지."현이가 재빨리 감정을 조절한 뒤 말했다: "사실, 오빠도 그렇게까지 비참할 건 없어요. 오빠보다 더 비참한 상황을 겪은 사람과 만난 적 있거든요."조난: "그렇게 말하자면, 난 당연히 가장 비참한 사람은 아니지. 이 세상에 부모님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려서부터 부모님 없이 자란 사람도 참 많고. 적어도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후에 돌아가셨어. 게다가 내게 막대한 사망보상금까지 남겨 주셨고... 어쨌거나 난 은준이에 비하면 조금 나은 것 같아. 은준이의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시지만, 은준이는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지 않고, 어머니
조난의 따뜻한 말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현이가 물었다: "회사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나 봐요? 정말 잘됐네요! 투자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죠!"조난: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은준 씨는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에게 휘둘리게 될까 봐 걱정스러운가 봐..."현이: "그러니 더욱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죠! 상대방이 경영권을 요구하면,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되잖아요."조난이 서은준을 바라보았다: "내가 투자자들과 일정을 잡을 테니, 우리 회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때?"서은준: "그러면 그렇게 하자!"조난이 손으로 OK 사인을 보낸 뒤, 자리를 떠났다.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현이가 서은준에게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 "대표님, 정말 대단하세요! 회사 규모가 작은데도, 투자자가 이렇게 직접 문 앞까지 찾아왔잖아요! 그만큼 대표님 회사의 제품이 훌륭하다는 뜻이에요!"서은준: "우리 회사 제품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현이: "..."서은준: "내가 대학생 때, 게임 몇 개를 만들어 다른 회사에 팔곤 했어."현이는 문득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대표님의 재능을 알아본 거죠! 대표님, 정말 대단하세요! 대학생 때부터 벌써 돈을 벌기 시작하셨다니, 아버지께서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쏟아지는 현이의 칭찬에 서은준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현이가 곧바로 사과했다: "죄송해요, 대표님. 제 말은, 어머니께서 아주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는 뜻이었어요!"서은준: "내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현이: "딱히 비밀도 아닌 것 같던데요! 대표님은 서씨 가문의 혼외 자식이시잖아요. 성인이 된 뒤에야 아버지의 손에 서씨 가문으로 돌아가셨죠. 대표님의 아버지가 대표님을 홀대하신 건 아니지만, 대표님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대표님을 돌보지 않으셨으니, 훌륭한 아버지라고 할 수는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