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꽃병일 뿐이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진아연이 가볍게 말했다. "아무리 네가 세연 씨 집으로 이사했어도, 넌 영원한 엄마 딸이야!""엄마, 지금까지는 별생각 없었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가기 싫어지잖아요.""그럼, 안 가면 돼지." 박시준이 옆에서 말했다.라엘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지성이를 겨울 방학 동안 아빠 회사에 출근시킬 계획이세요? 지성이는 부대표님께 맡기세요. 그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잖아요."박시준: "부대표가 지성이에게 마음이 약해질까 봐 그러지. 사실 난 지성이에게 지금 회사에 와서 인턴을 하라고 한 적 없어. 지성이가 먼저 말을 꺼낸 거야."아빠의 말에 라엘이가 곧바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이렇게 철이 들었을 줄 몰랐다."왜 그렇게 봐, 누나? 아빠의 업무 스트레스를 덜어드리라고 한 건 누나잖아!" 누나의 눈빛에 박지성은 소름이 돋았다."잘했어! 기왕 출근하기로 한 거, 잘 해봐." 라엘이가 신신당부했다."나도 알아. 벌써 마음의 준비도 끝났어."박지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엘이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지성이에게 무슨 직책을 맡기실 거예요?"박지성 역시 궁금한 눈빛으로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박지성은 아빠라면 그에게 회장 비서 자리를 맡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박시준이 말했다: "가장 낮은 직책부터 시작해야지!"라엘이가 장난쳤다: "사무원이요? 아니면 청소부?"박지성: "..."남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당신 회사 사람들이 지성이를 알지 않아요?""물론 지성이를 본사로 보내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지난 이틀 내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오늘에야 비로소 해답을 찾았다. "지성이를 아래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야."박지성: "... 어째 변방으로 유배 보내지는 듯한 기분인데요?"박시준: "네 여동생은 어려움도 불사하지 않았어. 넌 아니야?"박지성
"아빠, 아빠 회사의 경쟁사는 여전히 예전의 그 회사예요?" 라엘이는 아빠가 걱정되는 마음에, 자리에 앉은 다음 물었다.박시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어느 회사인지 너도 아니?""알죠! 아빠가 제게 직접 말씀해 주신 적은 없지만, 예전에, 서재에서 화상 회의와 전화 회의를 하실 때 들었어요!" 예전에 라엘이는 박시준 곁에 찰싹 붙어 지냈고, 라엘이를 그저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던 박시준은 가끔 일을 하는 중에도 딸을 내보내지 않았다."GW 회사, 맞죠? 아빠가 말씀해 주지 않으셔도 어딘지 알 것 같아요." 라엘이가 재빨리 말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사고방식이 조금 특이한 것 같아요. 예전에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또 정신은 또렷한 것 같다고요. 아빠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게 무엇이건 그 대표는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어 그 프로젝트를 베껴간다고 하셨죠."라엘이의 말이 끝나자, 박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아빠가 제게 GW 회사의 자료를 보여주셨을 때, 전 아빠가 저를 GW 회사에 스파이로 보내실 계획이신 줄 알았어요."라엘이가 남동생을 노려보았다: "네 상상력이면 작가를 하는 게 딱 맞겠다."박지성: "나도 GW 회사가 아빠 회사의 경쟁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아직 난 능력도 부족해서 중요한 결정을 도울 수는 없지만, 그곳에 스파이로 갈 수는 있잖아."라엘: "너 평소에 스파이 영화 자주 보나 봐?"박지성: "하하하, 자주 보면 뭘 해. 아빤 나를 말단 사원으로 보내신다잖아."라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 성급하게 굴 생각 하지 말고. 물 한 컵을 채우려면, 우선 컵 안의 물부터 비워야 하는 법이야.""알았어."저녁 식사가 끝난 후, 라엘이는 집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았고,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천천히 운전해서 가렴." 진아연이 꽃병을 넣은 가방을 들고, 딸의 차까지 가져다줄 채비를 했다."엄마, 밖에 비 와요! 나오지 마세요." 라엘이가 엄마의 손에서
그래서 그녀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음 신호에 출발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뒤차는 그녀를 따라 멈추지 않았다.'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뒤차가 라엘이의 자동차 뒤를 들이박은 것이다.라엘이는 자신의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 에어백이 튀어나왔다.그녀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몸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에어백이 튀어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녀의 차창을 두드렸다.그녀는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차 문을 열었다.그녀가 차 문을 열자, 누군가가 곧바로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해요! 저희 남편이 일부러 박은 건 아니에요. 저희 남편도 앞에서 갑자기 차를 멈추실 줄 몰랐거든요... 빨간불이 끝나면, 3초 동안 노란불이잖아요! 차를 멈추지 않으셨으면,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을 거예요." 그 여자는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사실 차를 멈추지 말았어야 한다며 라엘이를 탓하고 있었다.라엘이는 가만히 땅 위에 서 있었다. 빗물이 곧장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에 떨어진 물방울을 닦았다.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그녀는, 여자의 손을 밀어내고 조수석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는 조수석에서 우산을 꺼내 우산을 펼친 뒤, 휴대폰을 켜고 경찰에 전화했다.상황을 설명한 다음, 그녀는 뒤이어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그냥 개인적으로 처리하시죠! 보아하니 다친 곳도 없으신 것 같고, 차만 조금 긁힌 것 같은데요. 수리비는 제가 드릴게요." 여자의 남편은 라엘이의 차가 고급 승용차인 걸 보더니, 친절한 태도로 일관했다.라엘이는 서둘러 차로 돌아가 잠시 고민한 다음, 개인적으로 처리하자는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30분 후, 택시 한 대가 김세연의 집 앞에 멈춰 섰다.꽃병이 든 가방을 들고 라엘이가 택시에서 내렸다.라엘이가 대문을 연 순간, 거실에 있던 아주머니와 김세연은 라엘이가 도착한 것을 알아챘다."응? 라엘 아가씨가 어째서 차를
"이미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어요. 수리비는 그쪽에서 내기로 했고요." 라엘이는 별일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이 꽃 좀 봐요. 우리 집 뒷마당에서 자란 꽃인데, 엄마가 꽃병에 꽂은 거예요.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지 않고 덜컥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김세연은 라엘이의 말 돌리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얼른 돌아오려고 그냥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로 한 거 아니야?""난 정말 괜찮아요! 문제가 있었으면, 내가 먼저 병원에 갔겠죠. 그냥 조금 부딪힌 것뿐이에요. 에어백도 터졌고요." 라엘이가 꽃병을 안고 사실대로 말했다. "에어백이 터졌을 때 좀 놀란 게 전부예요...""에어백도 터졌다면서 무슨 조금 부딪힌 것뿐이라는 거야." 김세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가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자.""무슨 검사를 해요! 뇌진탕인지 보려고요?" 라엘이가 그의 팔을 밀어냈다.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요?" 라엘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꽃병을 안고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가 꽃병을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김세연은 그녀의 고함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다투는 두 사람을 본 아주머니가 곧바로 라엘이에게 다가가, 라엘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화내지 말라고 했다."전 지금 전혀 어지럽지 않아요. 절대 뇌진탕일 리 없어요. 게다가 밖에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실랑이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오늘 밤에 일단 상태를 지켜보고, 내일 불편한 곳이 있으면 그때 병원에 가볼게요." 라엘이는 몰래 한숨을 쉬고는 김세연에게 말했다. "저 그렇게 나약한 사람 아니에요."라엘이의 기세가 누그러진 것을 본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김세연에게 다가갔다."제가 보기에 지금 라엘 아가씨는 괜찮은 것으로 보여요. 어쩌면 정말로 별문제 없을지도 몰라요! 무슨 일 생기더라도, 여기서 병원까지 가기에도 수월하잖아요. 우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가 웃
하지만 라엘이가 한발 빨랐다: "밤사이에 갑자기 두통이라도 생기면, 세연 씨를 불러야 하잖아요."라엘이의 말에 김세연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네가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 김세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라엘이가 베개를 껴안고 성큼성큼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동시에 방문을 닫았다."누가 볼까 봐 그래요? 우리 부모님은 이미 우리 관계를 묵인하셨어요... 아니지, 내 주변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이미 우리 사이를 알고 있어요. 어차피 언젠가는 한 침대를 쓰게 되지 않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세연 씨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게요. 세연 씨는 아직 몸이 약한 상태이니 조심하는 게 좋죠."라엘이가 베개를 그의 베개 옆에 놓았다.나란히 놓인 두 베개를 바라보며, 김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얇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그의 몸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의 마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이었다.사실, 라엘이의 말이 맞았다.그가 라엘이를 집에 들인 순간부터,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라엘이와 함께하기로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솔직하게 말할게요!" 라엘이가 이불을 걷고 침대 위로 올라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난 사실 잠자리를 좀 가리는데, 이야기를 나눌 사람 없이 혼자서 잠이 들려고 하면 좀 심심하단 말이에요. 밤사이에 나랑 이야기 좀 해 줘요."김세연은 그녀와 정반대였다. 몸이 약한 그는 매일 밤 깊이 잠들었다."아니면, 너희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게 어때?" 김세연이 침대 가로 걸어가 멈춰 서서는, 라엘이에게 협상을 시도했다."집에는 안 갈 거예요." 라엘이가 이불을 끌어당겨 다리에 덮었다. "여기서 며칠 지내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지 않겠어요? 게다가 오늘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집으로 돌아가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라엘이의 볼멘소리에 김세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네가 잠을 설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밖에서는 잠을 잘
현이는 넘치는 언니의 사랑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언니가 정말로 그 말을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언니, 오늘 형부 컨디션이 안 좋아서 형부 곁에 있어 드려야 하는 거예요?" 전화를 끊기 전 든 생각에 현이가 물었다.라엘이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형부는 괜찮아. 그냥 내가 집에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대.""요즘 형부가 언니 바라기가 다 되셨네!" 현이도 함께 웃었다: "언니, 요즘 행복하겠어요!""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너한테만 알려줄게, 부모님께는 말씀드리면 안 돼." 라엘이가 어제 있었던 일을 동생에게 말했다. "어젯밤에, 세연 씨 집으로 오는 길에 접촉 사고가 있었어. 다친 곳은 없는데, 세연 씨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오늘 나더러 같이 집에 있어 달라고 한 거야.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척하면 척이지, 뭐."현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 "언니, 정말 괜찮은 거예요?""가벼운 접촉 사고일 뿐이었어. 차만 조금 수리하면 돼." 라엘이가 동생에게 말했다. "난 정말 괜찮아. 부모님께는 절대 말씀드리지 마.""알았어요. 그럼,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이상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고요.""하하, 내 몸은 내가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마. 세연 씨는 계속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대. 그래서 내가 어젯밤에 그랬어. 내가 반드시 잘 살아남아서 세연 씨 장례를 치러주겠다고. 그랬더니 곧바로 내 걱정을 그만두더라." 그 일을 떠올리자, 라엘이는 우스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수화기 너머 현이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언니와 통화가 끝난 후, 현이는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조해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언니가 방송국으로 정장 몇 벌을 보낸 일을 조해영에게 얘기하자, 조해영이 농담조로 말했다: "마침 방송국의 의상들을 새로 바꾸려고 했어요. 이미 신청서도 제출했죠. 의상이 도착하면 비용은 방송국에서 낼게요.""저희 언니가 산 옷들이니 그냥 받아 주세요! 저도 차마 언니의 성의를 거절하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경호원이 딸과 함께 출근하게 하는 건 어때?" 박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딸이 동의할 것 같아요? 그 애는 지금 일반인처럼 생활하고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을 거예요." 진아연은 딸에게 포장한 케이크와 식욕을 돋우는 과자를 준비했다.박시준도 자신이 딸을 어떻게 해야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가 딸의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겠다고 약속했을 때부터, 그는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 여러 번 직면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컨디션에 도움이 되는 음료수라도 준비해 줄까?" 박시준도 딸을 돕고 싶었다.딸이 이번 인턴쉽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방송 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힘들것 같아요."안 그래도 컨디션에 도움이 되는 음료수를 사주려고 했어요." 진아연도 이 점을 고려했다. "이따가 우리 둘이 함께 가요.""그래. 음료수를 사 가지고 오면 우리 둘도 좀 자자! 오늘 밤을 새워야 할 거야." 박시준은 밤을 새우는 것은 문제없지만, 진아연의 건강이 조금 걱정되었다. "사실 내일 영상을 봐도 돼. 조해영이 내일 현이의 방송 영상을 보내준다고 했어.""그래도 딸과 함께하고 싶어요." 진아연은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딸이 처음 출근하는 날이고, 야근을 하는 날인데, 함께 있고 싶어요. 방송 끝나고 나서 전화로 칭찬도 해줄 거예요."박시준은 진아연의 세심한 행동에 감동했다."당신은 정말 좋은 엄마야.""당신도 좋은 아빠예요!"현이는 약 두 시간 정도 자고 나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평소 점심시간에 30분 정도만 잠을 자고, 학교에 있을 때는 거의 점심에 휴식하지 않았기에 지금 2시간을 자고 나니 허리가 뻐근하고 등이 아프고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세수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현이야? 잘 잤어? 왜 좀 더 자지 않고?" 진아연은 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바로 준비한 가방을 보여주며 말했다. "저녁에 출근할 때 이 가방을 가져가."현이는 소파로 가서 엄마가 자신에게 준비한 커다란 크로스백을
"아니에요, 엄마. 조 선생님이 저와 상의했었어요. 제가 설날에 출근하겠다고 했어요." 현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인턴들 중 막내이니 서열에 맞춰서 제가 설날에 출근해야 해요."설날에 출근하려면 섣달그믐날 밤 10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현이는 방송국에서 해를 넘겨야 한다는 말이다.올해는 현이가 박씨 가문에 돌아온 첫해다. 진아연은 사소한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돌아온 첫번째 설날을 혼자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다."네 큰 오빠가 가장 싫어하는 게 장유유서야." 진아연은 딸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딸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너무 착하면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해. 때로는 조금 강하게 이기적으로 사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단다."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의 말을 들었다."엄마, 제가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현이는 그때 자신이 조 선생님의 인맥으로 이번 인턴십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힘들다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녀가 자기 능력을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을 때 다른 대우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저 혼자 출근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스탭들도 많이 출근할 거예요.""정신 승리가 참 뛰어나구나." 진아연은 항상 딸의 마음이 안정적이고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신 승리가 아니라 전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설날에 낮 동안은 집에 있잖아요, 사실 밤에만 몇 시간 일하고 그 뒤에는 며칠 동안 계속 쉬어요!" 현이가 엄마를 설득했다."알았어, 그때 가서 큰오빠한테 돌아와서 설 쇠라고 하마.""큰오빠가 당연히 돌아와서 설을 보내야죠, 오랫동안 큰오빠를 못 본 것 같아요." 현이는 큰오빠가 조금 그리웠다."보고 싶으면 영상통화를 하면 되지!" 진아연은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빠가 조금 무섭니?"현이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오빠한테 폐를 끼칠까 봐 그래요.""하하하! 네 큰오빠도 네 공부에 방해될까 봐 감히 영상통화도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