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동생이 그룹 채팅방에 보낸 영상 봤니?" 진아연이 물었다."못 봤어요. 조금 전까지 회의 중이었거든요!" 라엘이는 대답과 동시에 통화 화면을 최소화한 다음 가족 그룹 채팅방을 클릭했다."현이가 오늘 방송국에서 시험 방송을 하고 왔는데, 제법 그럴싸해, 정말 잘하더라." 진아연이 현이를 칭찬했다."전 현이가 잘 해낼 줄 알고 있었어요." 여동생의 모습에 라엘이도 기분이 좋았다. "이따가 퇴근하고 잠깐 들를게요.""좋지!" 진아연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평소에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일과 휴식에 균형 맞추는 것 꼭 기억하렴.""알았어요! 이따 집에서 다시 이야기해요. 전 이만 식사하러 가야겠어요." 이 말을 끝으로 라엘이는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그룹 채팅방에 동생이 보낸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영상을 다 본 후, 곧바로 그룹 채팅방에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런 다음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이렇게 대단한 우리 막냇동생한테 큰오빠는 봉투 하나 보내지 않고 뭐 해? @진지한 이 시각, B국은 깊은 밤이었다.하지만 진지한은 아직 깨어있었다.라엘이는 오빠라면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진지한이 그룹 채팅방에 봉투를 보냈다.진아연이 물었다: 한이야, 아직 안 자고 뭐 하니?진지한: 이제 자려고요. 동생이 보낸 영상을 다 본 후에 자려고 했어요.박지성이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차를 세운 뒤, 두 남매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딸을 맞이했다."현이야, 오늘 시험 방송할 때 떨리지는 않았어? 정말 잘하더라!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 같던데!""조금 떨렸어요. 조 선생님도 다음번에는 조금 더 긴장을 푸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요." 현이가 웃으면서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엄마에게 건넸다: "엄마, 보세요. 제 계약서예요."진아연이 건네받은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안 그래도 해영 씨가 아빠께 사본을 보냈더라.""계약
클렌징 오일로 화장을 지운 다음, 그녀는 기분 좋게 서랍에서 팩을 꺼내 얼굴에 발랐다.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그런 다음, 방 한편의 작은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휴대폰을 하기 시작했다.가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시험 방송이 어땠는지 물어보는 메시지였다.현이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괜찮았어. 이미 계약서 작성도 끝났고.가은: 현이야, 넌 정말 대단해. 네 프로그램은 언제 시작해? 네 방송, 내가 꼭 챙겨볼게.현이: 모레 새벽 3시에 시작해.가은: 알았어. 그때 꼭 본방 사수할게.현이: 모든 프로그램이 재방송되지는 않는다는 거, 나 오늘에서야 알았어. 우리 같은 인턴들의 프로그램은 재방송을 편성하지 않는대.가은: 하하하, 괜찮아. 신입이라면 모두 거치는 과정이야. 나중에 직원에게 네 프로그램을 복사해 달라고 부탁해 봐. 기념으로 남겨둬야지.현이: 응, 그럴게.가은: 참, 오늘 그 2학년 선배도 봤어?현이: 봤어. 그 선배가 내 앞 순서였거든. 내가 방송국에 도착했을 때, 그 선배가 마침 시험 방송을 하고 있었어.가은: 그 선배 방송은 어땠어?현이: 잘하더라. 예쁘기도 하고.가은: 현이야, 난 지금까지 네가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는 걸 한 번도 듣지 못했어. 넌 항상 다른 사람들의 칭찬만 하지. 넌 정말 착한 사람이야.현이가 얼굴을 붉혔다: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이야. 선배는 정말 예뻤어.가은: 나도 그 선배의 사진을 봤는데, 예쁘긴 예쁘더라. 그런데 그 선배가 뒤에서 널 안 좋게 말하고 다닌대.현이: 뒤에서 하는 말은 상관없어. 우리 프로그램이 연이어 있긴 하지만, 마주치는 일은 없을 거야.현이는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른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가은: 그럼 다행이고. 학교에 네 욕을 하는 사람이 그 선배 한 사람만이 아니야. 네 방송이 시작되고, 모두 네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게 되겠지
동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박지성이 서류를 동생에게 건넸다."아빠가 보라고 하셨어.""아..." 현이는 서류명을 보자마자 흥미가 뚝 떨어졌다. "보던 거 마저 봐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박지성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서류를 돌려받고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이따가 누나가 올 수 있을까?""언니가 오기로 했어요?" 현이가 놀라 물었다."아까 누나가 엄마께 저녁에 밥 먹으러 오겠다고 했대." 박지성이 대답했다. "너한테 직접 칭찬해 주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현이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그녀는 바깥의 험한 날씨를 보자 조금 걱정되었다: "이런 날씨에 운전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나처럼 숙련된 운전자라면 문제없어. 누나는 나만큼 운전을 오래 하지 않았지만." 박지성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동생, 나중에 네가 시간이 있을 때, 이 오빠가 네게 운전 가르쳐줄게.""네!" 현이가 단숨에 대답했다.대략 30분이 지난 후, 라엘이가 돌아왔다.오후에 날씨가 갑자기 바뀐 탓에, 라엘이는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무리했다.그녀는 이런 날씨에 빠른 속도로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일찍 퇴근하지 않으면, 김세연에게 돌아가는 길이 너무 늦어질 것이다."언니가 너 주려고 선물 사 왔어." 라엘이의 손에 선물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현이는 곧바로 언니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언니. 비는 안 맞았어요?""우산이 있었어." 라엘이는 신발을 갈아신은 뒤, 동생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 "오늘, 네 시험 방송을 봤어. 순식간에 네가 어른이 된 것 같더라.""성숙해 보이는 옷을 입어서 그런가 봐요. 직원이 제게 양복 재킷을 빌려주었거든요." 현이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언니, 갑자기 웬 선물이에요?""한번 열어 봐." 정장을 입은 동생을 보자, 손목시계가 하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 라엘이는, 점심을 먹은 후 손목
"그냥 꽃병일 뿐이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진아연이 가볍게 말했다. "아무리 네가 세연 씨 집으로 이사했어도, 넌 영원한 엄마 딸이야!""엄마, 지금까지는 별생각 없었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가기 싫어지잖아요.""그럼, 안 가면 돼지." 박시준이 옆에서 말했다.라엘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지성이를 겨울 방학 동안 아빠 회사에 출근시킬 계획이세요? 지성이는 부대표님께 맡기세요. 그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잖아요."박시준: "부대표가 지성이에게 마음이 약해질까 봐 그러지. 사실 난 지성이에게 지금 회사에 와서 인턴을 하라고 한 적 없어. 지성이가 먼저 말을 꺼낸 거야."아빠의 말에 라엘이가 곧바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이렇게 철이 들었을 줄 몰랐다."왜 그렇게 봐, 누나? 아빠의 업무 스트레스를 덜어드리라고 한 건 누나잖아!" 누나의 눈빛에 박지성은 소름이 돋았다."잘했어! 기왕 출근하기로 한 거, 잘 해봐." 라엘이가 신신당부했다."나도 알아. 벌써 마음의 준비도 끝났어."박지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엘이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지성이에게 무슨 직책을 맡기실 거예요?"박지성 역시 궁금한 눈빛으로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박지성은 아빠라면 그에게 회장 비서 자리를 맡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박시준이 말했다: "가장 낮은 직책부터 시작해야지!"라엘이가 장난쳤다: "사무원이요? 아니면 청소부?"박지성: "..."남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당신 회사 사람들이 지성이를 알지 않아요?""물론 지성이를 본사로 보내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지난 이틀 내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오늘에야 비로소 해답을 찾았다. "지성이를 아래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야."박지성: "... 어째 변방으로 유배 보내지는 듯한 기분인데요?"박시준: "네 여동생은 어려움도 불사하지 않았어. 넌 아니야?"박지성
"아빠, 아빠 회사의 경쟁사는 여전히 예전의 그 회사예요?" 라엘이는 아빠가 걱정되는 마음에, 자리에 앉은 다음 물었다.박시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어느 회사인지 너도 아니?""알죠! 아빠가 제게 직접 말씀해 주신 적은 없지만, 예전에, 서재에서 화상 회의와 전화 회의를 하실 때 들었어요!" 예전에 라엘이는 박시준 곁에 찰싹 붙어 지냈고, 라엘이를 그저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던 박시준은 가끔 일을 하는 중에도 딸을 내보내지 않았다."GW 회사, 맞죠? 아빠가 말씀해 주지 않으셔도 어딘지 알 것 같아요." 라엘이가 재빨리 말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사고방식이 조금 특이한 것 같아요. 예전에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또 정신은 또렷한 것 같다고요. 아빠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게 무엇이건 그 대표는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어 그 프로젝트를 베껴간다고 하셨죠."라엘이의 말이 끝나자, 박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아빠가 제게 GW 회사의 자료를 보여주셨을 때, 전 아빠가 저를 GW 회사에 스파이로 보내실 계획이신 줄 알았어요."라엘이가 남동생을 노려보았다: "네 상상력이면 작가를 하는 게 딱 맞겠다."박지성: "나도 GW 회사가 아빠 회사의 경쟁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아직 난 능력도 부족해서 중요한 결정을 도울 수는 없지만, 그곳에 스파이로 갈 수는 있잖아."라엘: "너 평소에 스파이 영화 자주 보나 봐?"박지성: "하하하, 자주 보면 뭘 해. 아빤 나를 말단 사원으로 보내신다잖아."라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 성급하게 굴 생각 하지 말고. 물 한 컵을 채우려면, 우선 컵 안의 물부터 비워야 하는 법이야.""알았어."저녁 식사가 끝난 후, 라엘이는 집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았고,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천천히 운전해서 가렴." 진아연이 꽃병을 넣은 가방을 들고, 딸의 차까지 가져다줄 채비를 했다."엄마, 밖에 비 와요! 나오지 마세요." 라엘이가 엄마의 손에서
그래서 그녀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음 신호에 출발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뒤차는 그녀를 따라 멈추지 않았다.'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뒤차가 라엘이의 자동차 뒤를 들이박은 것이다.라엘이는 자신의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때, 에어백이 튀어나왔다.그녀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금방이라도 심장이 몸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에어백이 튀어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녀의 차창을 두드렸다.그녀는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차 문을 열었다.그녀가 차 문을 열자, 누군가가 곧바로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해요! 저희 남편이 일부러 박은 건 아니에요. 저희 남편도 앞에서 갑자기 차를 멈추실 줄 몰랐거든요... 빨간불이 끝나면, 3초 동안 노란불이잖아요! 차를 멈추지 않으셨으면,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을 거예요." 그 여자는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사실 차를 멈추지 말았어야 한다며 라엘이를 탓하고 있었다.라엘이는 가만히 땅 위에 서 있었다. 빗물이 곧장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에 떨어진 물방울을 닦았다.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그녀는, 여자의 손을 밀어내고 조수석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는 조수석에서 우산을 꺼내 우산을 펼친 뒤, 휴대폰을 켜고 경찰에 전화했다.상황을 설명한 다음, 그녀는 뒤이어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그냥 개인적으로 처리하시죠! 보아하니 다친 곳도 없으신 것 같고, 차만 조금 긁힌 것 같은데요. 수리비는 제가 드릴게요." 여자의 남편은 라엘이의 차가 고급 승용차인 걸 보더니, 친절한 태도로 일관했다.라엘이는 서둘러 차로 돌아가 잠시 고민한 다음, 개인적으로 처리하자는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30분 후, 택시 한 대가 김세연의 집 앞에 멈춰 섰다.꽃병이 든 가방을 들고 라엘이가 택시에서 내렸다.라엘이가 대문을 연 순간, 거실에 있던 아주머니와 김세연은 라엘이가 도착한 것을 알아챘다."응? 라엘 아가씨가 어째서 차를
"이미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어요. 수리비는 그쪽에서 내기로 했고요." 라엘이는 별일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이 꽃 좀 봐요. 우리 집 뒷마당에서 자란 꽃인데, 엄마가 꽃병에 꽂은 거예요. 너무 예쁜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지 않고 덜컥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김세연은 라엘이의 말 돌리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얼른 돌아오려고 그냥 개인적으로 처리하기로 한 거 아니야?""난 정말 괜찮아요! 문제가 있었으면, 내가 먼저 병원에 갔겠죠. 그냥 조금 부딪힌 것뿐이에요. 에어백도 터졌고요." 라엘이가 꽃병을 안고 사실대로 말했다. "에어백이 터졌을 때 좀 놀란 게 전부예요...""에어백도 터졌다면서 무슨 조금 부딪힌 것뿐이라는 거야." 김세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가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자.""무슨 검사를 해요! 뇌진탕인지 보려고요?" 라엘이가 그의 팔을 밀어냈다.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지,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요?" 라엘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꽃병을 안고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가 꽃병을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김세연은 그녀의 고함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다투는 두 사람을 본 아주머니가 곧바로 라엘이에게 다가가, 라엘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화내지 말라고 했다."전 지금 전혀 어지럽지 않아요. 절대 뇌진탕일 리 없어요. 게다가 밖에 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실랑이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오늘 밤에 일단 상태를 지켜보고, 내일 불편한 곳이 있으면 그때 병원에 가볼게요." 라엘이는 몰래 한숨을 쉬고는 김세연에게 말했다. "저 그렇게 나약한 사람 아니에요."라엘이의 기세가 누그러진 것을 본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김세연에게 다가갔다."제가 보기에 지금 라엘 아가씨는 괜찮은 것으로 보여요. 어쩌면 정말로 별문제 없을지도 몰라요! 무슨 일 생기더라도, 여기서 병원까지 가기에도 수월하잖아요. 우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가 웃
하지만 라엘이가 한발 빨랐다: "밤사이에 갑자기 두통이라도 생기면, 세연 씨를 불러야 하잖아요."라엘이의 말에 김세연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네가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게." 김세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라엘이가 베개를 껴안고 성큼성큼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동시에 방문을 닫았다."누가 볼까 봐 그래요? 우리 부모님은 이미 우리 관계를 묵인하셨어요... 아니지, 내 주변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이미 우리 사이를 알고 있어요. 어차피 언젠가는 한 침대를 쓰게 되지 않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세연 씨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게요. 세연 씨는 아직 몸이 약한 상태이니 조심하는 게 좋죠."라엘이가 베개를 그의 베개 옆에 놓았다.나란히 놓인 두 베개를 바라보며, 김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얇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그의 몸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의 마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이었다.사실, 라엘이의 말이 맞았다.그가 라엘이를 집에 들인 순간부터,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라엘이와 함께하기로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솔직하게 말할게요!" 라엘이가 이불을 걷고 침대 위로 올라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난 사실 잠자리를 좀 가리는데, 이야기를 나눌 사람 없이 혼자서 잠이 들려고 하면 좀 심심하단 말이에요. 밤사이에 나랑 이야기 좀 해 줘요."김세연은 그녀와 정반대였다. 몸이 약한 그는 매일 밤 깊이 잠들었다."아니면, 너희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게 어때?" 김세연이 침대 가로 걸어가 멈춰 서서는, 라엘이에게 협상을 시도했다."집에는 안 갈 거예요." 라엘이가 이불을 끌어당겨 다리에 덮었다. "여기서 며칠 지내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지 않겠어요? 게다가 오늘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집으로 돌아가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라엘이의 볼멘소리에 김세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네가 잠을 설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밖에서는 잠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