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조해영도 도착했다.조해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현이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OK 사인을 보냈다.조해영은 작게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이가 인이어를 착용하자, 인이어에서 감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안녕하세요, 현이 씨. 제 카운트에 맞춰 시작하면 돼요. 오, 사, 삼, 이, 일, 시작..."탁자 위 원고의 내용이 전면의 프롬프터에 나타났다. 그리고 프롬프터 옆에는 카메라가 함께 있었다.현이는 앞쪽의 카메라를 바라보며, 프롬프터 속의 대본을 정확하게 읽어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1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지금부터 을 시작하겠습니다..."시험 방송은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두 사람이 작업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이번 시험 방송의 주목적이었던 만큼, 시험 방송의 원고는 간단한 편이었다.현이에게 이번 시험 방송의 의미는 수진에게 의미하는 것보다 더 컸다.수진은 이미 2학년이고, 학교 안에는 학생들이 훈련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기 때문이다.10분 후, 현이의 귓가에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끝났어요. 제법인데요, 현이 씨!"현이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인이어를 빼서 직원에게 돌려주었다.수진이 조해영에게 물었다: "조 선생님, 방금 현이가 한 방송은 어떻게 보셨어요?"아까 조해영이 수진의 방송에 대해 평가하며,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 일로, 수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수진은 자신이 꽤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아직 전문 아나운서도 아니고, 겨우 인턴 아나운서일 뿐 아닌가. 조해영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수진 씨와 같은 문제예요. 조금 긴장한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목소리를 온전하게 내지 못했죠."조해영의 말을 듣은 수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녀는 방금 현이의 방송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해영의 평가는 그녀를 약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조해영을 만족시킬
조해영은 현이를 회의실로 데려갔다.현이의 계약서가 회의실 책상에 놓여있었다."조 선생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미 계약서를 작성했나요?"조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미 일을 시작했어요."현이가 계약서를 들고 읽어 내려갔다."현이 씨 아버지께도 보내드렸어요." 조해영이 그녀에게 펜을 건넸다. "현이 씨는 사인만 하면 돼요."현이가 펜을 받아 들었다. 하지만 계약서의 내용을 끝까지 확인했다: "이건 제가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작성하는 계약서거든요. 너무 신나요. 무슨 내용들이 적혀있는지 보고 싶어요."과거 현이는 서씨 가문에서 가정부로 일했고, 급여도 받았지만, 당시 근로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었다.조해영: "현이 씨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요? 이 업계에서 장기간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현이가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한 후 대답했다: "조 선생님,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사실 전 그렇게 먼 미래의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어요. 전 지금 제가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것 정도만 알아요. 졸업 후에도 이 마음이 그대로일지는, 지금으로선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조해영이 가볍게 웃었다: "이해해요. 현이 씨네 집에선 분명 현이 씨의 인생에 아나운서라는 한 가지 길만 있기를 원하지 않겠죠!"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가족들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현이가 잠시 망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전혀 상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족들은 제 의견을 존중해 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제가 선택하게 해주었죠.""현이 씨는 정말 행복하겠어요." 조해영이 말했다. "이따가 방금 현이 씨가 했던 시험 방송 영상을 보내줄게요. 부모님께도 보여드리세요.""감사합니다, 조 선생님.""천만에요. 참, 그리고 아까 그 선배는 너무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해영이 코를 문지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학생, 실력은 참 좋은데..."조해영이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어
"아빠 회사의 구내식당과 비교하면 어디가 더 맛있어?""둘 다 맛있어요. 맛있기만 한 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해요." 현이가 오늘 점심에 먹은 음식은 2000원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그마저도 조해영이 계산했지만."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구내식당에 보조금을 지급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누가 이런 손해 보는 장사를 하려고 하겠어. 직원을 위한 복지인 셈이지! 매번 밖에서 사 먹으면 비싸잖아." 박지성이 말했다. "오늘 시험 방송은 어땠어?""괜찮았어요. 생각보다 간단했어요." 현이가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벌써 계약서도 작성했어요. 오늘부터 전 어엿한 인턴 아나운서에요! 둘째 오빠, 아직 밥 안 먹었죠? 제가 밥 살게요!""하하하, 그래! 하지만 밥은 이따 저녁에 사! 지금은 너랑 같이 식사하려고 집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 박지성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빤 오늘, 네 시험 방송 때문에 긴장되셔서 출근도 하지 않고 내내 집에서 너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어. 아무리 기다려도 네가 오지 않으니까, 너를 마중 가라고 나를 보내신 거야.""아빠가 오빠한테 마중 가라고 하셨어요?" 현이는 조금 놀랐습니다."그렇다니까!""조 선생님께서 아빠께 내 시험 방송 영상을 보내지 않으셨어요?" 현이가 휴대폰을 열어 조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영상을 찾았다."안 보내셨어! 적어도 내가 나오기 전까지 난 네 시험 방송 영상을 보지 못했어!" 동생의 시험 방송 영상을 보기 위해 박지성이 갓길에 차를 세웠다.현이는 영상을 가족 그룹 채팅방에 보낸 다음 휴대폰을 오빠에게 건넸다.박지성은 동생의 휴대폰을 들고 영상을 클릭한 다음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10분 후, 박지성이 동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동생, 너 정말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정말 잘했는데? 이 미모에, 방송 실력까지... 넌 정말 대단해!"둘째 오빠의 과장된 칭찬에 현이가 얼굴을 붉혔다: "둘째 오빠, 아까 우리 선배가 한 시험 방송도 봤는데, 그 선배도 정말 잘하더라고요.
"아까 동생이 그룹 채팅방에 보낸 영상 봤니?" 진아연이 물었다."못 봤어요. 조금 전까지 회의 중이었거든요!" 라엘이는 대답과 동시에 통화 화면을 최소화한 다음 가족 그룹 채팅방을 클릭했다."현이가 오늘 방송국에서 시험 방송을 하고 왔는데, 제법 그럴싸해, 정말 잘하더라." 진아연이 현이를 칭찬했다."전 현이가 잘 해낼 줄 알고 있었어요." 여동생의 모습에 라엘이도 기분이 좋았다. "이따가 퇴근하고 잠깐 들를게요.""좋지!" 진아연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평소에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일과 휴식에 균형 맞추는 것 꼭 기억하렴.""알았어요! 이따 집에서 다시 이야기해요. 전 이만 식사하러 가야겠어요." 이 말을 끝으로 라엘이는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그룹 채팅방에 동생이 보낸 영상을 클릭했다. 그리고 영상을 다 본 후, 곧바로 그룹 채팅방에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런 다음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이렇게 대단한 우리 막냇동생한테 큰오빠는 봉투 하나 보내지 않고 뭐 해? @진지한 이 시각, B국은 깊은 밤이었다.하지만 진지한은 아직 깨어있었다.라엘이는 오빠라면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진지한이 그룹 채팅방에 봉투를 보냈다.진아연이 물었다: 한이야, 아직 안 자고 뭐 하니?진지한: 이제 자려고요. 동생이 보낸 영상을 다 본 후에 자려고 했어요.박지성이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차를 세운 뒤, 두 남매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딸을 맞이했다."현이야, 오늘 시험 방송할 때 떨리지는 않았어? 정말 잘하더라!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 같던데!""조금 떨렸어요. 조 선생님도 다음번에는 조금 더 긴장을 푸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요." 현이가 웃으면서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엄마에게 건넸다: "엄마, 보세요. 제 계약서예요."진아연이 건네받은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안 그래도 해영 씨가 아빠께 사본을 보냈더라.""계약
클렌징 오일로 화장을 지운 다음, 그녀는 기분 좋게 서랍에서 팩을 꺼내 얼굴에 발랐다.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그런 다음, 방 한편의 작은 소파에 나른하게 앉아 휴대폰을 하기 시작했다.가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시험 방송이 어땠는지 물어보는 메시지였다.현이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괜찮았어. 이미 계약서 작성도 끝났고.가은: 현이야, 넌 정말 대단해. 네 프로그램은 언제 시작해? 네 방송, 내가 꼭 챙겨볼게.현이: 모레 새벽 3시에 시작해.가은: 알았어. 그때 꼭 본방 사수할게.현이: 모든 프로그램이 재방송되지는 않는다는 거, 나 오늘에서야 알았어. 우리 같은 인턴들의 프로그램은 재방송을 편성하지 않는대.가은: 하하하, 괜찮아. 신입이라면 모두 거치는 과정이야. 나중에 직원에게 네 프로그램을 복사해 달라고 부탁해 봐. 기념으로 남겨둬야지.현이: 응, 그럴게.가은: 참, 오늘 그 2학년 선배도 봤어?현이: 봤어. 그 선배가 내 앞 순서였거든. 내가 방송국에 도착했을 때, 그 선배가 마침 시험 방송을 하고 있었어.가은: 그 선배 방송은 어땠어?현이: 잘하더라. 예쁘기도 하고.가은: 현이야, 난 지금까지 네가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는 걸 한 번도 듣지 못했어. 넌 항상 다른 사람들의 칭찬만 하지. 넌 정말 착한 사람이야.현이가 얼굴을 붉혔다: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이야. 선배는 정말 예뻤어.가은: 나도 그 선배의 사진을 봤는데, 예쁘긴 예쁘더라. 그런데 그 선배가 뒤에서 널 안 좋게 말하고 다닌대.현이: 뒤에서 하는 말은 상관없어. 우리 프로그램이 연이어 있긴 하지만, 마주치는 일은 없을 거야.현이는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른 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가은: 그럼 다행이고. 학교에 네 욕을 하는 사람이 그 선배 한 사람만이 아니야. 네 방송이 시작되고, 모두 네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게 되겠지
동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박지성이 서류를 동생에게 건넸다."아빠가 보라고 하셨어.""아..." 현이는 서류명을 보자마자 흥미가 뚝 떨어졌다. "보던 거 마저 봐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박지성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서류를 돌려받고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비가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이따가 누나가 올 수 있을까?""언니가 오기로 했어요?" 현이가 놀라 물었다."아까 누나가 엄마께 저녁에 밥 먹으러 오겠다고 했대." 박지성이 대답했다. "너한테 직접 칭찬해 주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현이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그녀는 바깥의 험한 날씨를 보자 조금 걱정되었다: "이런 날씨에 운전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나처럼 숙련된 운전자라면 문제없어. 누나는 나만큼 운전을 오래 하지 않았지만." 박지성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동생, 나중에 네가 시간이 있을 때, 이 오빠가 네게 운전 가르쳐줄게.""네!" 현이가 단숨에 대답했다.대략 30분이 지난 후, 라엘이가 돌아왔다.오후에 날씨가 갑자기 바뀐 탓에, 라엘이는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무리했다.그녀는 이런 날씨에 빠른 속도로 운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일찍 퇴근하지 않으면, 김세연에게 돌아가는 길이 너무 늦어질 것이다."언니가 너 주려고 선물 사 왔어." 라엘이의 손에 선물 상자가 하나 들려 있었다.현이는 곧바로 언니에게 다가가 선물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언니. 비는 안 맞았어요?""우산이 있었어." 라엘이는 신발을 갈아신은 뒤, 동생의 손을 잡고 거실로 향했다. "오늘, 네 시험 방송을 봤어. 순식간에 네가 어른이 된 것 같더라.""성숙해 보이는 옷을 입어서 그런가 봐요. 직원이 제게 양복 재킷을 빌려주었거든요." 현이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언니, 갑자기 웬 선물이에요?""한번 열어 봐." 정장을 입은 동생을 보자, 손목시계가 하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 라엘이는, 점심을 먹은 후 손목
"그냥 꽃병일 뿐이야,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진아연이 가볍게 말했다. "아무리 네가 세연 씨 집으로 이사했어도, 넌 영원한 엄마 딸이야!""엄마, 지금까지는 별생각 없었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가기 싫어지잖아요.""그럼, 안 가면 돼지." 박시준이 옆에서 말했다.라엘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 지성이를 겨울 방학 동안 아빠 회사에 출근시킬 계획이세요? 지성이는 부대표님께 맡기세요. 그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잖아요."박시준: "부대표가 지성이에게 마음이 약해질까 봐 그러지. 사실 난 지성이에게 지금 회사에 와서 인턴을 하라고 한 적 없어. 지성이가 먼저 말을 꺼낸 거야."아빠의 말에 라엘이가 곧바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이렇게 철이 들었을 줄 몰랐다."왜 그렇게 봐, 누나? 아빠의 업무 스트레스를 덜어드리라고 한 건 누나잖아!" 누나의 눈빛에 박지성은 소름이 돋았다."잘했어! 기왕 출근하기로 한 거, 잘 해봐." 라엘이가 신신당부했다."나도 알아. 벌써 마음의 준비도 끝났어."박지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엘이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지성이에게 무슨 직책을 맡기실 거예요?"박지성 역시 궁금한 눈빛으로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박지성은 아빠라면 그에게 회장 비서 자리를 맡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되면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박시준이 말했다: "가장 낮은 직책부터 시작해야지!"라엘이가 장난쳤다: "사무원이요? 아니면 청소부?"박지성: "..."남편의 말을 들은 진아연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당신 회사 사람들이 지성이를 알지 않아요?""물론 지성이를 본사로 보내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지난 이틀 내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고, 오늘에야 비로소 해답을 찾았다. "지성이를 아래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야."박지성: "... 어째 변방으로 유배 보내지는 듯한 기분인데요?"박시준: "네 여동생은 어려움도 불사하지 않았어. 넌 아니야?"박지성
"아빠, 아빠 회사의 경쟁사는 여전히 예전의 그 회사예요?" 라엘이는 아빠가 걱정되는 마음에, 자리에 앉은 다음 물었다.박시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어느 회사인지 너도 아니?""알죠! 아빠가 제게 직접 말씀해 주신 적은 없지만, 예전에, 서재에서 화상 회의와 전화 회의를 하실 때 들었어요!" 예전에 라엘이는 박시준 곁에 찰싹 붙어 지냈고, 라엘이를 그저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던 박시준은 가끔 일을 하는 중에도 딸을 내보내지 않았다."GW 회사, 맞죠? 아빠가 말씀해 주지 않으셔도 어딘지 알 것 같아요." 라엘이가 재빨리 말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사고방식이 조금 특이한 것 같아요. 예전에 아빠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또 정신은 또렷한 것 같다고요. 아빠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게 무엇이건 그 대표는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어 그 프로젝트를 베껴간다고 하셨죠."라엘이의 말이 끝나자, 박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아빠가 제게 GW 회사의 자료를 보여주셨을 때, 전 아빠가 저를 GW 회사에 스파이로 보내실 계획이신 줄 알았어요."라엘이가 남동생을 노려보았다: "네 상상력이면 작가를 하는 게 딱 맞겠다."박지성: "나도 GW 회사가 아빠 회사의 경쟁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아직 난 능력도 부족해서 중요한 결정을 도울 수는 없지만, 그곳에 스파이로 갈 수는 있잖아."라엘: "너 평소에 스파이 영화 자주 보나 봐?"박지성: "하하하, 자주 보면 뭘 해. 아빤 나를 말단 사원으로 보내신다잖아."라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 성급하게 굴 생각 하지 말고. 물 한 컵을 채우려면, 우선 컵 안의 물부터 비워야 하는 법이야.""알았어."저녁 식사가 끝난 후, 라엘이는 집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았고,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천천히 운전해서 가렴." 진아연이 꽃병을 넣은 가방을 들고, 딸의 차까지 가져다줄 채비를 했다."엄마, 밖에 비 와요! 나오지 마세요." 라엘이가 엄마의 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