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요?" 마이크가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위 질병이 있지 않아요? 먹지 않으면 이따가 병이 나고, 그러면 와이프 마음이 아플 텐데."마이크가 말하자 라엘이가 그들을 바라보았다."식사해요!" 라엘이는 자신이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따라 먹지 않을까봐 말했다.그녀는 아직 젊으니 배가 고파도 괜찮지만, 아빠는 위병을 앓고 있고 김세연의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셨다.그들은 대충 점심을 먹은 후 수술실 문밖에서 계속 기다렸다."다들 긴장하지 말아요. 수술이 별문제 없을 거예요." 마이크는 창가에 기대어, 분위기가 억눌려 있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했다. "여긴 B국 최고의 사립병원이고 담당 의사는 B국에서 가장 대단한 심장외과 의사예요. 이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다면..."그 말을 들은 라엘이는 말을 잘랐다. "마이크 아저씨, 엄마가 그러는데 아저씨는 재수없는 말만 잘한대요."마이크: "???"라엘:"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아저씨가 말할수록 더 긴장돼니까요."마이크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알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런데 네 엄마가 나한테 재수없는 말만 한다고 한 게 오래전 일인데 아직 기억하고 있어?"라엘: "내가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잖아요. 5세 이전 일은 잘 모르는데 조금 더 큰 후의 일은 기억이 있어요. 예전에 아저씨가 늘 재수 없는 말을 해서 엄마한테 혼났어요.마이크: "지금은 재수 없는 말을 안 해."라엘: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꼭 말하고 싶다면 다른 말을 해요."마이크는 한 손으로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하다가 물었다. "수술 후에 A국에서 치료할 거야, B국에 머물 거야?""지금 A국에 갈 수없어요. 수술 후 먼저 여기서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재활 상황에 따라 언제 귀국할지 결정해야 해요." 라엘이 곧장 대답했다."넌 그동안 출근 안 할 거야?" 마이크가 물었다."재택 근무 하면 돼요. 난 지금 진명 그룹의 대표라구요. 굳이 안 알려줘도 돼요." 라엘이는 요
그녀는 아침에 아주 적게 먹는다.그녀의 개인적인 습관 때문에 많이 먹으면 어지럽고 졸음이 오기 쉬운데 적당히 배고픔을 유지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다."다들 식사했어요?" 진아연이 물었다."먹었어. 지금 오후 1시가 넘었어." 박시준이 대답했다. "라엘아, 세연 씨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쉬고 있어! 깨어나면 병원에서 통지할 거야."부모님은 병원에서 기다리려 했다. 의사가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깨어날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여기서 기다리기가 불편해요. 여기는 들락날락하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많으니 그냥 집에 가서 기다려요." 라엘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서 낮잠을 좀 자고 나면 우리가 일어날 때 세연 씨도 깰지도 몰라요."두 분은 라엘이의 말에 잘 따랐다.라엘이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김세연이 빨리 깨어나기를 바랐다.게다가, 김세연이 깨어나면 몸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고, 김세연의 부모님은 앞으로 아들 곁을 돌볼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데리고 병원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박시준은 한 시간 전에 배불리 먹지 못해서 지금 진아연과 함께 먹었다."올해 돌아가 설을 보낼 수 있을까?" 박시준이 물었다."글쎄요. 세연 씨 회복 상황을 봐야 해요. 회복이 잘 되면 귀국할 수 있을 거예요." 진아연은 밥을 조금 먹고 나서 배고픔을 억눌렀다.그녀는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며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집에 가고 싶어요?""지성이가 현이를 데리고 우리 회사에 갔어." 박시준이 이 일을 말했다.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진아연이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몰래 갔어요?""응. 하지만 그들이 가자마자 들켰어. 우리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지성이를 알고 있거든." 박시준은 컵을 손에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어.""그들은 단순히 당신 회사를 지나치다가 들어가 본 것일 수도 있어요. 현이가 감히 가지 못해서 지성이가 데리고 들어간 것이 틀림없
진아연이 야유를 부렸다. "손자 보고 싶어요?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지금 바로 복지관에 가보든가요. 원하는 나이대의 아이들이 다 있어요. 원하는 만큼 데려가세요."박시준의 잘생긴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난 우리집 애만 키우고 싶어.""그럼 하나 가질까요?"박시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애를 괴롭혀요?" 진아연이 소리내 웃었다."여보, 그냥 해본 말이야, 우린 아이를 그만 갖자." 박시준은 일찍이 아이를 낳을 생각을 접었다."당신이 방금 나에게 말한 걸 절대로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아요. 그런 말들은 재미없어요. 당신이 손자를 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돼요!" 진아연은 그를 흘겨보았다."그냥 당신한테 얘기해 본 거야, 그런 얘기를 애들에게 절대 안 해." 박시준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라엘이는 김세연에게 흔들림이 없어. 김세연은 앞으로 약을 많이 먹어야 하니 틀림없이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거야. 한이는, 내가 감히 그 아이에게 결혼을 재촉할 수 있다고 생각해?""지성이는 재촉할 수 있어요?" 진아연이 눈썹을 씰룩거렸다. "지성이는 당신이 직접 키웠고, 당신의 말을 잘 듣는 편이잖아요.""여자친구를 사귀느냐에 달렸지. 여자친구를 찾고 나서 여자친구가 믿음직하다고 판단되면 재촉할 수도 있어. 지금은 여자친구도 없는데 억지로 찾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만약 당신이 정말 할일이 없으면 우리 함께 고양이나 개를 길러도 돼요." 진아연은 타협점을 생각해 냈다.박시준은 아무 생각 없이 거절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만 참을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안돼."진아연: "알았어요. 그럼 말고요."두 사람은 잠시 강변을 걷다가 누군가 강가에서 낚시하는 것을 보았다.박시준은 뜻밖이라 낚시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이 강은 낚시가 불가능하지 않아요?"낚시꾼이 대답했다. "이 시간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박시준: "왜요?""너무 춥잖아요." 낚시꾼이 말을 이었다. "저를 신경 쓰지
"집에 돌아갈까, 병원에 갈까?" 박시준이 물었다."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진아연이 되물었다.그녀는 병원에 가려 했다.그녀는 김세연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싶었다.김세연이 성공적으로 깨어나야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있다."같이 병원에 가자." 박시준은 진아연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이젠 나한테 묻지 않아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네요." 진아연은 저도 몰래 웃으며 말했다."오랫동안 함께 했는데도 당신의 생각을 알아채지 못하면 우리가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이겠지." 박시준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말머리를 돌렸다. "당신도 나를 잘 알고 있을 거야!""연애할 때는 당신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있을 때마다 미친 듯이 당신과 싸웠어요. 나중에는 제가 당신을 이해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진아연은 일부러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면 됐지, 이해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박시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낼 수 있어? 나를 잘 안다고 대답해.""강요하는 거예요?"박시준: "일부러 그러는 거지?"진아연: "하하! 왜 이렇게 유치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꼬집었다.그의 얼굴에 빨간 자국이 생겼지만, 곧 사라졌다."도대체 누가 유치하다는 거야?" 박시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우리 둘 다 유치해요, 됐죠? 세연 씨가 깨어나면 귀국하고 싶어요." 진아연이 정색해서 말했다. "돌아가서 지성이와 현이를 보고 싶어요.""비행기 타기가 힘들지 않아?""당신이 나랑 함께 가줘요. 당신이 함께 있으면 피곤하지 않아요.""말을 참 잘해. 방금까지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지 않았어?" 박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가 고개를 드는 순간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점점 부끄러움을 모르는군요!" 진아연이 주위를 둘러보았다.병원 근처에는 차량과 행인이 많았다."뭐 어때서, 거리에서 입을 맞추는 것이 법을 어기는 행동도 아닌데."진아연:
엄마, 세연 삼촌이 말을 했어요?" 라엘이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의식이 분명해. 몇 가지 문제를 물어봤는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엄마의 말을 들은 라엘이는 너무 흥분한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엄마, 병실에 남아서 세연 삼촌을 돌봐드리면 안 돼요?" 라엘이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지금 있는 특수 간호 병실에는 24시간 간호사가 간병하니 옆을 지켜줄 필요 없어." 진아연은 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네가 옆에 있어 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지금은 몸이 허약하고 잠을 자는 시간이 좀 많을 거야. 몸이 좀 좋아져서 일반 병실로 옮기면 다시 얘기하자?"라엘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았어요."잠시 후 그들은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본 간호사는 곧 밖으로 나갔다.병원 침대에서 김세연은 발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방금 진아연이 들어와 그의 부모님이 밖에 계시고 그를 매우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진아연은 지금 그들을 보고 싶은지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눈을 뜬 후 기억이 빠르게 머릿속에 나타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깨워 줬다.처음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환각이라고 생각했다.진아연이 다가와 그가 전에 심장 이식 수술을 했다고 말해서야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했다.죽지 않았다는 건 물론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몸이 허약하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웃는 것도 할 수 없었다.죽음에서 벗어난 그는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부모님이었다.그가 사고가 난 동안 부모님이 가장 힘들었을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라엘이도 거기에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다.라엘이와 부모님이 함께 서 있는 걸 본 그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방금 진아연은 라엘이도 함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라엘이가 무사히 서있는 모습을 본 그는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다."세연아." 김세연의 어머니가 침대
그래서 두 어르신은 병실을 떠났다.두 사람이 나간 후, 진아연도 박시준을 끌고 나갔다.라엘이는 병실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 병실에는 그녀와 김세연만 남았다.그녀는 심호흡하고 김세연을 바라보았다."오늘 입은 코트 봐요." 라엘이가 입을 열었다. "이것은 당신이 그날 산 코트예요. 퇴원할 때 돌려줄게요."김세연은 그녀의 몸에 걸친 외투를 보면서, 눈에는 생기가 별로 없었다.그는 조금 피곤했고무기력했다.만약 지금 병실에 아무도 없다면, 그는 아마 눈을 감았을 것이다.방금 부모님이 하신 말씀을 소화하느라 이미 그의 모든 정력이 소모했다.비록 매우 피곤했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뜨고 라엘이를 바라보았다."부모님께도 말씀드렸고, 당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어요. 당신이 퇴원한 후에 혼인신고 하러 갈 거예요." 라엘이는 그가 지금 허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계속 그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다.그녀의 이 말이 끝나자, 김세연은 감전된 듯했고, 영혼이 모두 몸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매우 놀랐다."당신과 상의하는 것이 아니라, 알려주는 거예요." 라엘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의아하고 충격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그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라엘이는 절대 흔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몸조리 잘하세요. 좀 나아지면 다시 찾아올게요."라엘이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라엘이가 병실을 떠난 후, 간호사가 곧 병실로 들어갔다...."돌아가서 쉬세요." 진아연은 딸이 나오는 것을 보고 김세연의 부모님에게 입을 열었다. "오늘 밤 푹 주무시고 내일 다시 보러 오세요."김세연의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연 씨, 수고하세요. 수술을 아연 씨가 한 것이 아니지만, 그동안 병원에서 우리 세연이를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안심하지 못했을 거예요.""세연 씨가 아니었다면 제 딸도 무사히 여기 서 있을 수 없었을 거예요." 진아연이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한 가족일 텐
"라엘이는 내 딸이에요. 라엘이가 어렸을 때 그 아이를 교육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지만,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칠 사람이 필요 없게 되었어요." 진아연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라엘이는 세연 씨를 좋아하고 세연 씨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세연 씨 남은 생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에 대해서도 이미 잘 생각했을 거예요."진아연이 분명히 말했고, 김세연도 분명히 들었다.잠시 생각한 후, 그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세연 씨, 세연 씨가 라엘을 위해 그런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세연 씨가 라엘이를 거절하면 라엘이도 매우 슬퍼할 거예요." 진아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그녀는 김세연을 난감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딸이 슬퍼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그 두 사람은 그런 재난을 겪은 후, 앞으로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랐다."박시준 씨는요?" 김세연은 진아연과 말이 통하지 않자 박시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만나려고요?" 진아연이 물었다.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불러올게요." 진아연은 휴대폰을 꺼내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마친 진아연이 김세연에게 말했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이에요. 세연 씨가 그 사람에게 말해도 소용없어요. 라엘이가 스스로 포기하게 하면 모를까.""제가 그녀를 포기시킬 수 있다면, 당신들에게 말하지 않을 거예요." 김세연은 라엘에게 상대가 안 된다.말을 잘 듣고 철이 든 것 같지만 성격도 유난히 고집이 셌다.평소에 다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서 별로 느끼지 못했다."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비관적일 수 있어요." 진아연이 위로했다. "일주일만 지나면 건강이 많이 좋아질 거예요. 퇴원 후 몇 달만 더 요양하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앞으로 격렬한 운동도, 중체력 활동도 할 수 없다고 의사가 말했어요." 김세연은 이미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물어봤고, 그래서 라엘이를 더 완강히 거절했다.그는 예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데, 어떻게 라
딸이 좋아하는 건 다 딸에게 주고 싶었다.어릴 때부터 박시준은 그렇게 딸을 아꼈다."내 상황을 잘 알고 있죠?" 김세연은 고민 끝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라엘이와 함께한 후 얼마 안 돼 과부가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으실 텐데요. 그렇게 되면 라엘이는 아주 고통스러울 거예요. 오랫동안 아파하느니 잠깐 아프다 마는 게 낫겠죠. 그러니 건강한 남자를 만나라고 설득해 줘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김세연은 박시준에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박시준은 김세연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어떻게 해도 라엘이는 고통받을 것이다.그렇다면 일찍 포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옆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든 큰소리칠 수 있었지만박시준은 이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나중에 일어날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는 이제 딸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제 아내가 입장을 밝혔을 텐데요." 박시준은 김세연의 눈을 바라보았다. "우린 라엘이에게 포기하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를 포기하게 하고 싶으면 라엘이에게 직접 말해요. 라엘이는 25살이지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에요. 라엘이의 인생은 라엘이 스스로 결정하는 거니까요."김세연은 박시준이 태도를 바꿀 줄은 몰랐다"그런 눈빛으로 보지 말아요." 박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당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빠노릇 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전 평생 아빠가 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요.""하지만 당신도 아이였던 적이 있잖아요. 아이는 독립적인 매개체이지 부모님 손에 들린 인형이 아니에요. 김세연 씨도 부모님의 말씀에 다 따르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왜 우리가 라엘이를 설득해야 하는 거죠?" 말을 마친 박시준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라엘이랑 얘기 나눠 볼래요? 내가 불러올게요.""됐어요." 김세연이 거절했다. "생각 좀 할게요."박시준은 성큼성큼 병실을 나섰다.A국.현이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 도우미가 곧 저녁 식사를 식탁으로 가져왔다.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