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이 명함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휴대폰에 서아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다음, 명함을 조그만 서랍 안에 넣었다.라엘이가 아침 식사를 모두 토해냈다는 서아의 말이 떠오른 김세연은, 곧바로 주방으로 가 아까 사 온 과일을 꺼냈다.의사 말로는, 지금 라엘이는 찬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김세연은 과일을 깨끗이 씻은 다음 냄비에 넣고 찌기 시작했다.위가 좋지 않은 라엘이를 위해 김세연은 사과를 사 왔다. 사과는 비교적 부드러운 과일이기 때문이다.뜨거운 김이 오르자, 김세연이 사과를 꺼냈다.사과 껍질을 벗기고 조각내어 접시에 담은 다음, 그가 접시를 들고 침실로 향했다.라엘이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과일 좀 사 왔는데, 먹을래?" 김세연이 접시를 침대 머리맡 협탁에 내려두었다. "약은 먹었어?"라엘이가 곧바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접시를 집어 들었다.아침을 모두 토해내고 났더니 그녀는 속이 텅 비어있었고, 지금 몹시 배가 고팠다."약은 먹었어요. 공복에 먹어야 했나요? 아침에는 공복에 먹는다는 걸 깜빡했어요." 라엘이가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뜨겁네요?""지금은 찬 음식을 먹으면 안 되잖아." 김세연이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나도 아침에 약부터 먹으라고 한다는 걸 깜빡했네.""괜찮아요. 뭐 사 왔어요? 점심에도 요리해 줄 거예요? 전 그냥 배달시켜 먹어도 괜찮아요." 라엘이는 과일을 먹고 난 뒤 컨디션이 조금 좋아졌다."점심엔 국수 끓여줄게!" 김세연이 대답했다. "오늘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마. 다 되면 내가 가져다줄게."라엘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서아가 무슨 말을 했나 보네요."그가 침대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하는 걸 보면, 그녀가 오늘 아침을 모조리 토해냈다는 걸 아는 것이 분명했다."지금은 조심하는 게 좋아. 음식을 먹고도 토하지 않으면, 그때 내려와서 움직여." 김세연은 그녀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점심도 모두 토해내면, 의사에게 다시 와서 주사 놔달라고
"곧 괜찮아질 거란 뜻이죠. 어젯밤 같았으면, 이런 걸 물어볼 기운도 없었을 거예요!" 라엘이가 세수를 마친 뒤 침대 머리에 기대며 말했다. "스킨 케어 제품은 안 가져다줘요?"김세연이 대야를 들고 화장실로 가, 스킨 케어 제품을 가져왔다.그녀는 막 이사 온 터라 물건이 많지 않았다.그래서 김세연은 순식간에 각종 용기를 가져다가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스킨로션만 바르면 돼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라엘이는 많은 걸 바를 기운이 없었다. 지금은 뭘 하든 힘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여기 남아서 절 돌봐주겠다고요? 그런데 여기 손님방은 정리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지내려고요? 계속 소파에서 잘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아저씨 물건도 없고요...""이따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면 돼. 내 걱정은 하지 마.""아저씨의 자립 능력은 저랑 비슷할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시중을 받으며 살았잖아요. 다른 사람의 시중 들어본 적은 없죠?" 라엘이는 그가 아무렇게나 다른 사람을 그녀의 집에 들이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따가 그는 손님 방을 직접 정리해야 할 것이고, 앞으로 삼시 세끼 모두 그가 직접 요리해야 할 것이다.그가 그것들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낫지 않을까?" 김세연은 그녀를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금세 상처를 주었다. "앞으로 넌 주방에 들어가지 마.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다른 사람 시켜. 아니면 배달시켜 먹던가."라엘이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는, 찰싹찰싹 소리를 내며 스킨로션을 바른 얼굴을 두드렸다. "얼굴 안 아파?" 김세연이 그녀의 각종 용기를 든 채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만 두들겨. 지난 며칠 동안 살이 많이 빠졌는데, 계속 그렇게 두드리다간 살이 더 빠질 거야. 그럼, 가족들에게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을걸."라엘이가 놀라 곧바로 손을 멈췄다.김세연은 그녀를 다루는 방법을 정말 잘 알고 있었다.김세연은 스킨 케어 제품을 모두 정리한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메시지를 확인한 진아연에게서 온 전화였다.현이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저 도착했어요. 저흰 지금 호텔에 있어요. 이제 식사하려고요."진아연이 물었다: "E국은 국내와 시차가 나는데, 좀 어떠니?"현이: "비행기에서 좀 자서 그런지 괜찮아요."진아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반드시 담백하고 익힌 음식들만 먹으렴. 물은 생수만 먹는 편이 좋아. 그곳에서 끓인 물이나 다른 음료는 먹으면 안 돼. 너희 언니도 예전에 한 번 그곳에 갔었는데, 음식을 먹는 족족 배탈이 나 열까지 났다고 하더구나!"사실 이건 진아연이 마이크와 조지운에게 이미 한 말이었다.하지만 진아연은 딸에게 한 번 더 말해주고 싶었다.현이: "알겠어요. 조심할게요."진아연: "그래, 외출할 때도 조심하고! 엄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현이: "네. 이따가 오로라를 보게 되면 사진 보내드릴게요.""그러렴, 기다리고 있을게."전화 통화를 마친 후, 종업원이 음식을 내왔다.마이크가 음식을 현이 앞에 두며 말했다: "너희 엄마가 편식하면 안 된다고 했어. 뭐든 잘 먹어야 한대."현이가 얼굴을 붉혔다: "맞아요! 전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그런데 날것은 잘 못먹겠어요... 회나, 덜 익힌 스테이크 같은 건 제 입에 맞지 않더라고요.""익힌 음식을 먹는 게 좋지. 안전하기도 하고." 마이크가 생수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A국산 물이야. 너희 엄마가 꼭 네게 생수를 주라고 신신당부했어."현이가 미소를 지으며 건네받은 물을 따고는 작게 한 모금 마셨다."이따가 식사 후에 별로 쉬고 싶지 않으면, 내가데리고 나가줄게. 난 이곳에 몇 번 와 봐서 꽤 익숙하거든." 마이크가 그녀에게 말했다.현이가 국수를 한 입 먹은 다음,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전 이따가 방에서 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그녀 본인은 졸리지 않았지만, 마이크와 조지운이 졸릴까 걱정스러웠다."내가 귀찮아할까 봐 그러는 거지?" 마이크는 그녀의 마
"맞아! 너희 엄마가 20살 남짓이었을 때 처음 만났어. 그때 너희 엄만 아직 젖살도 안 빠졌어! 지금처럼 날씬하지 않았지. 하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너희 엄만 항상 예뻤다는 거야." 마이크가 진아연을 추어올리며 말했다.현이: "저희 아빠도 정말 잘생기셨잖아요.""하하! 너희 아빠가 그렇게 좋아?"현이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한테 정말 잘해주시거든요.""그래. 너희 아빤 정말 괜찮은 사람이지. 너희 엄마와 다투지 않은 이후로, 나도 너희 아빠가 점점 마음에 들거든." 이제 마이크는 박시준에게 어떤 감정도 남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 죽었을 거야. 네 엄마가 내 목숨을 구해줬어." 마이크가 현이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네 엄마가 날 치료해 준 이후, 난 네 엄마 곁에 눌러앉기로 결심했어. 그때 그렇게 현명한 결정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난 지금 어디서 빈둥거리기만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현이: "마이크 아저씨,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마이크: "해커였어."현이가 온 얼굴 가득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컴퓨터 전문가셨어요?"마이크가 약간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맞아! 난 네 큰오빠의 스승이기도 해! 내가 네 큰오빠를 가르쳤거든. 물론, 나중에는 실력이 나보다 더 대단해졌지만."현이는 그가 더 멋있어 보였다."우리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들이, 사실은 인터넷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거 아니?" 마이크는 말이 나온 김에 그녀에게 더 깊이 있는 주제를 던졌다.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몰랐어요.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몰라도 괜찮아. 많이 알아봤자 소용없어. 다 쓸데없는 정보거든. 넌 그저 네 인생을 즐기며 살면 돼." 마이크가 자상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려. 지금이 너의 진짜 인생이니까.
현이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마이크에게 이야기한 것일 뿐, 마이크가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나설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더 의외였던 것은, 마이크가 서은준을 찾아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그녀는 서은준이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그의 학교를 방문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기왕 이곳까지 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서은준을 만나러 가지 못할 것이다.더구나 서은준은 그녀를 본다 해도 그녀가 수수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마이크 아저씨, 정말로 그 사람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정말로 찾을 수 있어요?" 현이가 조금 두근거리며 물었다."당연히 찾을 수 있지. 이름이랑 성별만 알려 줘...""이름은 서은준이고, 남자예요.""오... 남자였어? 그런데도 네 흉터를 개의치 않아 했다고?" 마이크는 조금 놀랐다.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언젠가 제게 화를 냈는데, 전 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할머니 외에 제게 가장 잘해준 사람이죠."마이크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 바보야. 사람이 뒤에서 화를 내고서 그 이유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은 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데도 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다니.하지만 마이크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현이의 예전 생활 환경은 분명 몹시 형편없었을 것이다.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사람은, 마치 칠흑 같은 그녀의 세상을 잠시나마 비춰주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에 대한 감정도 그녀의 당연히 달랐을 것이다."마이크 아저씨는 모르실 거예요. 예전에는 할머니 외에는 저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하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사람은 할머니 외에 저와 한 식탁에서 식사해 준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는 단 한 번도 저를 불쾌해하지 않았어요." 현이는 이 일을 꺼내자, 코가 시큰거렸다. "전 정말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해요.""그래. 정말
"저녁이라 낮보다 더 떠들썩할 거야." 마이크가 현이에게 말했다. "관광객들이 보통 낮에는 쉬다가 저녁이 되면 그제야 나와서 활동하거든."그들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밖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낮보다 확실히 더 많이 보였다."오늘 밤에 오로라가 뜰까요?" 현이는 조금 기대되었다."그렇다고 들었어. 하지만 가끔 예보도 정확하지 않아. 이런 자연현상은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잖아." 마이크가 말했다. "천천히 먹자. 서두를 것 없어. 오늘 밤에 오로라가 뜬다면, 우린 뜨자마자 바로 볼 수 있을 거야." 현이가 바깥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마이크 아저씨, 이곳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면, E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어요?""하하! E국은 엄청나게 큰 곳이야. 이곳 근처의 도시에서는 볼 수 있겠지만,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는 볼 수 없을 거야.""그렇군요.""그렇지 않았으면 왜 다들 오로라를 보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오겠어. 여긴 E국의 최북단 지역이야. 그래서 이곳은 기후와 환경이 모두 어려운 편이지.""그래도 조금 추운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요!""여긴 놀만한 게 없어. 이따가 수도로 나가면, 너도 뭐가 다른지 느껴질 거야."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가 산책하며 호숫가를 향해 걸었다.낮에 갔던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하자, 마이크가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좀 사 올게요. 지운 씨, 아이스크림 먹을 거예요?"조지운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가서 사 와요! 난 현이랑 계속 가고 있을게요. 이따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와요."지금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아이스크림 가게는 장사가 잘되었다. 마이크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고, 조지운과 현이는 계속 앞을 향해 걸었다.그들이 앞을 향해 걸은 지 3분도 되지 않아, 갑자기 하늘에 청록색 빛 한 줄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빛은 순식간에 어두운 밤을 밝게 비췄다!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연
현이는 마이크가 이렇게나 빨리 서은준이 다니는 대학교를 찾아낼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마이크는 정말 굉장했다!현이는 조지운에게 ‘감사합니다, 지운 아저씨’라고 답한 후, 서둘러 마이크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마이크가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내일 이 대학교에 같이 산책하러 갈래? 지운 씨 없이. 어때?마이크에게서 온 메시지를 본 현이는 잠시 망설였다.마이크가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이 학교는 엄청나게 커서 우리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그 친구와 마주치는 일은 없을 거야.현이가 그제야 걱정을 거두고 대답했다: "좋아요, 마이크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현이가 추어올리자, 마이크는 곧장 득의양양해졌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앞으로 또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얘기 해. 비밀을 지켜주는 건 물론이고, 작은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현이는 온몸으로 사랑받고 있음이 느껴졌다: 역시 언니가 아저씨는 우리의 두 번째 아빠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렇게 저희에게 잘해주시니 말이에요.마이크: [수줍] 오늘은 일찍 자. 내일 아침에 깨워줄게. 아니면 네가 일어났을 때 전화해. 귀찮게 할까 봐 걱정하지 말고. 나는 잠이 없거든.현이: 알았어요.마이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현이는 가족 채팅방에 있는 99+ 표시를 발견했다.그녀는 곧바로 채팅방을 열었다. 그러자 언니가 둘째 오빠에게 성질을 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라엘: 박지성, 너 당분간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눈에 띄면 내가 널 때려죽일 거야. 두고 봐!박지성: 잘못했어, 누나! [털썩]릴라: 사람 성질 긁어놓고 잘못했다고 하면 다야?불같이 화를 내는 언니를 보며, 현이는 언니가 둘째 오빠에게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생각했다.그녀가 손가락으로 재빨리 지난 메시지들을 훑어보았다. 아까 둘째 오빠가 오로라를 본 그녀에게 운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언니는 화장실에서 울다가 기절할 뻔했다고
이틀 동안 약을 먹으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했다."아니요... 저 방금 동생과 다퉜어요... 진짜 동생 때문에 속상하고 스트레스 받아 생리가 미리 오는 것 같아요..."김세연은 라엘의 말에 깜짝 놀랐고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위장염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생리까지 올 것 같다고... 그럼 위장약은 계속 먹어도 괜찮나? 생리 때 뭘 주의해야 한다고 했지?김세연은 경험이 없어서 자세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따뜻한 물을 마시면 생리통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라엘의 컵을 들고 따뜻한 물을 따라줬다."내가 의사한테 연락해서 물어볼게." 김세연은 침대 옆 탁자에 물컵을 놓고 휴대폰을 꺼내 의사에게 연락할 생각이었지만라엘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생리뿐인데, 의사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생리대나 사주세요..."아무래도 김세연 외에 부탁할 사람도 없으니 라엘은 그한테 말할 수밖에 없었고김세연은 그녀의 말에 빨개진 얼굴로 휴대폰을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가서 사줄게. 또 필요한 게 있어?"라엘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필요한 물건이 떠오르지 않아 그에게 답했다. “일단 생리대만 있으면 돼요.”"그래. 잠깐 참고 있어. 지금 바로 가서 살게." 김세연은 계속 여기에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바로 떠났고집에서 나오자마자 의사에게 연락해 지금 라엘 같은 상황에 위장약을 계속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의사: "계속 드셔도 괜찮아요. 처방해 드린 약은 월경에 영향 미치지 않아요."김세연: "네. 그런데 생리가 오면 뭘 주의해야 하나요?"의사: "많이 쉬셔야 합니다. 항상 몸을 따뜻한 상태로 유지하고 일보다는 휴식을 많이 취하면 조금 괜찮을 겁니다. 집에서 누워 휴식하면 됩니다."김세연: "음식은요?"의사: "담백한 음식을 드시면 됩니다. 영양 보충은 위장염이 조금 나아지면 하면 될 것 같아요! 여성분한테 월경은 그리 큰일이 아닐 테니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