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너희 엄마가 20살 남짓이었을 때 처음 만났어. 그때 너희 엄만 아직 젖살도 안 빠졌어! 지금처럼 날씬하지 않았지. 하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너희 엄만 항상 예뻤다는 거야." 마이크가 진아연을 추어올리며 말했다.현이: "저희 아빠도 정말 잘생기셨잖아요.""하하! 너희 아빠가 그렇게 좋아?"현이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한테 정말 잘해주시거든요.""그래. 너희 아빤 정말 괜찮은 사람이지. 너희 엄마와 다투지 않은 이후로, 나도 너희 아빠가 점점 마음에 들거든." 이제 마이크는 박시준에게 어떤 감정도 남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 죽었을 거야. 네 엄마가 내 목숨을 구해줬어." 마이크가 현이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네 엄마가 날 치료해 준 이후, 난 네 엄마 곁에 눌러앉기로 결심했어. 그때 그렇게 현명한 결정을 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난 지금 어디서 빈둥거리기만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현이: "마이크 아저씨,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마이크: "해커였어."현이가 온 얼굴 가득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컴퓨터 전문가셨어요?"마이크가 약간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맞아! 난 네 큰오빠의 스승이기도 해! 내가 네 큰오빠를 가르쳤거든. 물론, 나중에는 실력이 나보다 더 대단해졌지만."현이는 그가 더 멋있어 보였다."우리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내용들이, 사실은 인터넷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거 아니?" 마이크는 말이 나온 김에 그녀에게 더 깊이 있는 주제를 던졌다.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몰랐어요.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몰라도 괜찮아. 많이 알아봤자 소용없어. 다 쓸데없는 정보거든. 넌 그저 네 인생을 즐기며 살면 돼." 마이크가 자상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려. 지금이 너의 진짜 인생이니까.
현이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마이크에게 이야기한 것일 뿐, 마이크가 그녀를 도와주겠다고 나설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더 의외였던 것은, 마이크가 서은준을 찾아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그녀는 서은준이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정말 알고 싶었다.그의 학교를 방문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기왕 이곳까지 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서은준을 만나러 가지 못할 것이다.더구나 서은준은 그녀를 본다 해도 그녀가 수수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마이크 아저씨, 정말로 그 사람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정말로 찾을 수 있어요?" 현이가 조금 두근거리며 물었다."당연히 찾을 수 있지. 이름이랑 성별만 알려 줘...""이름은 서은준이고, 남자예요.""오... 남자였어? 그런데도 네 흉터를 개의치 않아 했다고?" 마이크는 조금 놀랐다.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언젠가 제게 화를 냈는데, 전 제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 사람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할머니 외에 제게 가장 잘해준 사람이죠."마이크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 바보야. 사람이 뒤에서 화를 내고서 그 이유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은 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데도 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다니.하지만 마이크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현이의 예전 생활 환경은 분명 몹시 형편없었을 것이다.그런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사람은, 마치 칠흑 같은 그녀의 세상을 잠시나마 비춰주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에 대한 감정도 그녀의 당연히 달랐을 것이다."마이크 아저씨는 모르실 거예요. 예전에는 할머니 외에는 저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하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사람은 할머니 외에 저와 한 식탁에서 식사해 준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는 단 한 번도 저를 불쾌해하지 않았어요." 현이는 이 일을 꺼내자, 코가 시큰거렸다. "전 정말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해요.""그래. 정말
"저녁이라 낮보다 더 떠들썩할 거야." 마이크가 현이에게 말했다. "관광객들이 보통 낮에는 쉬다가 저녁이 되면 그제야 나와서 활동하거든."그들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밖에 걸어 다니는 사람이 낮보다 확실히 더 많이 보였다."오늘 밤에 오로라가 뜰까요?" 현이는 조금 기대되었다."그렇다고 들었어. 하지만 가끔 예보도 정확하지 않아. 이런 자연현상은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잖아." 마이크가 말했다. "천천히 먹자. 서두를 것 없어. 오늘 밤에 오로라가 뜬다면, 우린 뜨자마자 바로 볼 수 있을 거야." 현이가 바깥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마이크 아저씨, 이곳 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면, E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어요?""하하! E국은 엄청나게 큰 곳이야. 이곳 근처의 도시에서는 볼 수 있겠지만,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는 볼 수 없을 거야.""그렇군요.""그렇지 않았으면 왜 다들 오로라를 보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오겠어. 여긴 E국의 최북단 지역이야. 그래서 이곳은 기후와 환경이 모두 어려운 편이지.""그래도 조금 추운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요!""여긴 놀만한 게 없어. 이따가 수도로 나가면, 너도 뭐가 다른지 느껴질 거야."저녁 식사를 마친 후,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가 산책하며 호숫가를 향해 걸었다.낮에 갔던 아이스크림 가게에 도착하자, 마이크가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좀 사 올게요. 지운 씨, 아이스크림 먹을 거예요?"조지운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가서 사 와요! 난 현이랑 계속 가고 있을게요. 이따가 우리가 있는 쪽으로 와요."지금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사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아이스크림 가게는 장사가 잘되었다. 마이크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고, 조지운과 현이는 계속 앞을 향해 걸었다.그들이 앞을 향해 걸은 지 3분도 되지 않아, 갑자기 하늘에 청록색 빛 한 줄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빛은 순식간에 어두운 밤을 밝게 비췄다!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연
현이는 마이크가 이렇게나 빨리 서은준이 다니는 대학교를 찾아낼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마이크는 정말 굉장했다!현이는 조지운에게 ‘감사합니다, 지운 아저씨’라고 답한 후, 서둘러 마이크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마이크가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내일 이 대학교에 같이 산책하러 갈래? 지운 씨 없이. 어때?마이크에게서 온 메시지를 본 현이는 잠시 망설였다.마이크가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봤는데, 이 학교는 엄청나게 커서 우리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그 친구와 마주치는 일은 없을 거야.현이가 그제야 걱정을 거두고 대답했다: "좋아요, 마이크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현이가 추어올리자, 마이크는 곧장 득의양양해졌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앞으로 또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게 얘기 해. 비밀을 지켜주는 건 물론이고, 작은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현이는 온몸으로 사랑받고 있음이 느껴졌다: 역시 언니가 아저씨는 우리의 두 번째 아빠라고 말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렇게 저희에게 잘해주시니 말이에요.마이크: [수줍] 오늘은 일찍 자. 내일 아침에 깨워줄게. 아니면 네가 일어났을 때 전화해. 귀찮게 할까 봐 걱정하지 말고. 나는 잠이 없거든.현이: 알았어요.마이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현이는 가족 채팅방에 있는 99+ 표시를 발견했다.그녀는 곧바로 채팅방을 열었다. 그러자 언니가 둘째 오빠에게 성질을 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라엘: 박지성, 너 당분간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눈에 띄면 내가 널 때려죽일 거야. 두고 봐!박지성: 잘못했어, 누나! [털썩]릴라: 사람 성질 긁어놓고 잘못했다고 하면 다야?불같이 화를 내는 언니를 보며, 현이는 언니가 둘째 오빠에게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생각했다.그녀가 손가락으로 재빨리 지난 메시지들을 훑어보았다. 아까 둘째 오빠가 오로라를 본 그녀에게 운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언니는 화장실에서 울다가 기절할 뻔했다고
이틀 동안 약을 먹으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했다."아니요... 저 방금 동생과 다퉜어요... 진짜 동생 때문에 속상하고 스트레스 받아 생리가 미리 오는 것 같아요..."김세연은 라엘의 말에 깜짝 놀랐고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위장염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생리까지 올 것 같다고... 그럼 위장약은 계속 먹어도 괜찮나? 생리 때 뭘 주의해야 한다고 했지?김세연은 경험이 없어서 자세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따뜻한 물을 마시면 생리통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라엘의 컵을 들고 따뜻한 물을 따라줬다."내가 의사한테 연락해서 물어볼게." 김세연은 침대 옆 탁자에 물컵을 놓고 휴대폰을 꺼내 의사에게 연락할 생각이었지만라엘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생리뿐인데, 의사한테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생리대나 사주세요..."아무래도 김세연 외에 부탁할 사람도 없으니 라엘은 그한테 말할 수밖에 없었고김세연은 그녀의 말에 빨개진 얼굴로 휴대폰을 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가서 사줄게. 또 필요한 게 있어?"라엘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필요한 물건이 떠오르지 않아 그에게 답했다. “일단 생리대만 있으면 돼요.”"그래. 잠깐 참고 있어. 지금 바로 가서 살게." 김세연은 계속 여기에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바로 떠났고집에서 나오자마자 의사에게 연락해 지금 라엘 같은 상황에 위장약을 계속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의사: "계속 드셔도 괜찮아요. 처방해 드린 약은 월경에 영향 미치지 않아요."김세연: "네. 그런데 생리가 오면 뭘 주의해야 하나요?"의사: "많이 쉬셔야 합니다. 항상 몸을 따뜻한 상태로 유지하고 일보다는 휴식을 많이 취하면 조금 괜찮을 겁니다. 집에서 누워 휴식하면 됩니다."김세연: "음식은요?"의사: "담백한 음식을 드시면 됩니다. 영양 보충은 위장염이 조금 나아지면 하면 될 것 같아요! 여성분한테 월경은 그리 큰일이 아닐 테니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성이는 전화를 끊자마자 엄마한테 누나가 생리 왔다고 알려줬다.지성이는 누나가 월경이 오지 않았다면 절대 그리 화내지 않을 거라고 설명하고 싶었던 거다.왜냐면 평소 누나한테 농담 삼아 얘기해도 화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아연은 아들의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딸이 이사한 지 며칠 됐는데 생리까지 오면 챙겨줄 사람도 없잖아!진아연은 바로 박시준에게 이런 상황을 알렸고 이에 박시준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일단 주방장한테 라엘이 즐겨 먹는 요리를 준비하고 이따 같이 찾아가자.”진아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럼 몸에 괜찮은 국이라도 끓이라고 할게요."진아연은 말을 마치자 바로 가정부한테 부탁했다.아파트 단지 안.라엘은 김세연이 사준 생리대를 하나하나 확인했고김세연은 그녀의 요구대로 각각 두 개씩 사 왔다."진통제도 샀어. 의사가 아프면 먹어도 괜찮다고 했어." 김세연은 말하면서 바로 진통제를 꺼냈다. "지금 먹을래?"라엘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전보다는 괜찮아요. 엄마가 참을 수 있으면 먹지 말라고 했어요.”라엘은 말을 마치자 생리대와 깨끗한 옷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고침대 시트에는 이미 새빨간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이불은 제가 나중에 갈게요." 라엘은 화장실 문 앞에서 김세연이 시트를 보며 멍하니 있는 모습에 입을 열었다.라엘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김세연은 옷장에서 깨끗한 시트를 꺼냈다.김세연은 은퇴하기 전에 집안일을 한 적이 없었고이 때문에 라엘은 김세연이 다른에게 집안일을 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이제 은퇴했으니 그 또한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고혼자 살면서 가끔 청소부를 부르기 때문에 현재까지 생활은 큰 어려움은 없었다.라엘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침대 시트는 아미 바꾼 상태였고더럽혀진 시트는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었다.라엘은 혼란스러운지 거실로 내려갔다."김세연 씨, 제가 침대 시트를 갈아도 괜찮다고 말했잖아요."김세연은 거실에서 침대 시트를 씻고 있었고그의 가늘고 하얀
침실 화장실.김세연은 쓰레기통에서 라엘이 버린 더러워진 속옷을 발견했지만잠옷은 버리지 않았다.김세연은 그녀의 잠옷에도 피가 묻어있어잠옷까지 씻어주고 화장실의 쓰레기봉투를 들고나왔다.침대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던 라엘은 김세연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먼저 입을 열었다. “세연 아저씨, 혹시 집에 가정부 있어요? 있으면 가정부한테 잠깐 부탁하고 먼저 돌아가요.”라엘은 김세연이 도와줘서 고맙지만 그가 이리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의 손은 라엘의 손보다 더욱 부르럽다고 봐도 이상할 것 없었고라엘은 이런 그한테 계속 일감을 주기 어려울 정도였다."집에 가정부가 없어." 김세연은 그녀의 질문에 바로 답했다. "전문적인 가정부를 고용하고 싶으면 알아봐 줄게."이에 라엘은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답했다. "괜찮아요!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예요. 앞으로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을 거예요.""그래. 일단 누워서 쉬고 있어. 내가 빨래 널고 밥해줄게." 김세연은 말하면서 속으로 무슨 요리를 할지 생각했다.그래도 오늘은 식욕이 있는 듯해 저녁에 고기를 조금 넣어 요리할까 고민 중이었다.이틀 연속 죽과 면만 먹다 보니 얼핏 봐도 전보다 야윈 듯했다.약 한 시간 후, 라엘의 휴대폰이 울렸고그녀는 어머니가 연락한 걸 확인하자 바로 전화를 받았다."라엘아, 엄마가 아빠와 함께 지금 너 보러 가고 있어! 저녁도 준비했으니까 도착하면 문 열어줘."라엘: "...엄마! 지금 어디예요? 출발했어요?!"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던 김세연은 동작을 멈췄고통화하는 라엘의 목소리에 무슨 일인지 궁금해 찾아갔다."지금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있어." 진아연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생리 때문에 힘들지? 네가 밥을 챙겨 먹지 않을까 봐 주방장한테 부탁해 맛있는 음식 준비했어.”라엘은 어머니의 말에 순간 너무 행복했다!어머니의 말에 감동받은 건 사실이지만지금 그녀의 집에 김세연이 있다!만약 부모님께서 김세연이 집에서 그녀를 챙겨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뭐라고 설명해
"엄마! 제가 청소부를 불러서 치웠어요! 엄마가 굳이 정리해 주지 않아도 돼요." 라엘은 다시 진아연을 소파에 앉히고 말을 이었다. “저녁 드셨어요? 아니며 저희 함께 먹을까요?”"우리는 이미 먹었어." 진아연은 딸의 야윈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라엘아, 살이 빠진 것 같은데, 이틀 동안 보지 않은 사이, 왜 이리 초췌해진 거야?"박시준은 그녀의 말에 딸을 자세히 바라봤고딸의 상태가 너무 걱정인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라엘아, 밥 제때에 챙겨 먹지 못했어? 아니면 잠을 잘 자지 못했어?"라엘은 이들의 걱정에 순간 당황했다.걱정 가득한 이들의 눈빛에 죄책감이 느껴졌지만아프다는 사실을 숨기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실을 알려주면 더 마음 아파할 거라 생각했다."저... 그냥 생리 중이어서... 입맛이 없어요." 라엘은 잠시 고민하고 결국 이들에게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위장염도 곧 나을 텐데 말이야."그럼 앞으로 며칠 동안은 집에서 지내! 아픈데 혼자서 밥도 해야 하잖아! 정 힘들면 배달을 시키지 그래!" 진아연은 말하면서 딸이 두르고 있는 앞치마를 벗어줬다.그녀는 딸의 이런 모습에 마음이 아파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주방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데 아픈 몸으로 요리도 해야 한다니. 너무 힘들지 않을까?"엄마, 그냥 생리에요. 어디 아픈 건 아니에요! 그냥 힘이 없을 뿐이지 괜찮아요!" 라엘은 부모님이 믿지 않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보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지?" 진아연은 딸이 말을 돌리자 마음은 아프지만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저 그냥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을 뿐이에요." 라엘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을 이었다. “며칠 지나면 식욕도 돌아오고 괜찮을 거예요.”"알았어. 그럼 일단 밥부터 먹어!" 진아연은 챙겨온 요리를 식탁에 꺼냈고라엘은 맛있는 냄새에 배에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지난 이틀 동안 양을 줄인 이유 때문인지 배가 자주 고프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