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라엘은 그릇을 들고 객실로 뛰어 들어갔다.객실.박시준은 침대 앞에서 눈살을 찌푸리며 딸을 바라봤다."왜 그래?”박시준은 그냥 궁금해서 들어온 것뿐이었고객실 침대에 이불이 있어 누군가 자고 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빠, 이 방은 서아가 쉬던 방이에요. 안에 개인 물품있는데 볼 것도 없어요." 라엘은 거짓말을 하면서 주위를 힐끗 둘러봤지만, 김세연을 찾지 못했다!도대체 어디로 숨은 거지!들키지 않아서 다행이지, 만약 아빠가 봤다면 무조건 다투게 될 텐데!"두 사람 절친이잖아. 그런데 왜 남아서 챙겨주지 않았어?" 박시준은 객실에서 나오면서 라엘에게 물었다."서아가 챙겨주려고 했는데 제가 돌아가라고 했어요. 말할 힘도 없고 귀찮아서 혼자 있고 싶었어요. 아빠, 생리통을 겪어보지 않으셔서 그런데 엄마한테 물어보세요." 라엘은 말하면서 박시준을 데리고 주방으로 향했다.진아연: "말할 힘도 없는데, 혼자 밥할 힘은 있나 봐?"라엘: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데 그리 힘쓸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자고 나니 조금 괜찮은 것 같아요."그래도 라엘의 설명은 그나마 일리가 있었다."알았어. 네가 밥을 챙겨 먹고 나면 아빠와 함께 돌아갈 거야. 그럼 너도 빨리 쉴 수 있잖아." 진아연은 조리대 위의 음식들을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채소들은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뒀어. 냉장고 안에 면 종류가 많은데 평소 대충 먹으면 안 돼! 하기 싫으면 배달이라도 시켜! 요즘 세상 많이 편해졌잖아!”"알았어요! 전에 산 면도 있어요. 지금 산 것들도 다 먹지 못할걸요." 라엘은 밥을 한 입 먹고 국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엄마, 남은 음식은 제가 냉장고에 넣고 내일 먹어도 돼요.”박시준과 진아연은 라엘의 말에 답하지 않았고사실 두 사람 지금 모두 마음이 아팠다.전에 집에서 함께 지내면 남은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딸이지만독립하고 이런 생활을 지내게 될 줄 몰랐다.그래도 옆에 가정부라도 있으면 조금 괜찮을 텐데."아빠, 엄마, 그런 눈으로 보지
라엘이는 그의 모습에 참지 못해 함박웃음을 ? 하하! 지금까지 창피한 적이 없었죠?"김세연은 라엘이의 말에 붉어진 얼굴로 답했다. "그래.""제 부모님이 그리 무서워요?" 라엘이는 침대에 앉아 계속 웃었다.다행히도 객실의 옷장에는 아무것도 없어서김세연이 들어가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괜히 불필요한 일로 오해를 살까 봐 그래. 너는 아픈데 가족에게 아프다고 얘기를 하지 않았잖아. 그런데 나를 보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아?" 김세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밥은 먹었어?""네. 엄마가 방금 엄청 많이 가져왔어요. 김세연 씨도 얼른 가서 드세요!" 라엘이는 몸을 일으켜 김세연을 보면서 비웃었다. "김세연 씨, 진짜 하나도 선배라고 느껴지지 않는 거 알아요?""내가 너를 진짜 방임했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아픈 걸 알자마자 바로 네 엄마한테 몰래 알렸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럼 네 엄마는 나를 언급하지도 않고 네가 아프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김세연은 라엘이가 비웃자 바로 정색했고라엘이는 그의 말에 방금까지의 미소가 사라졌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 하지 마요. 진짜 배신했으면 저도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제 곧 나아지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요.""그래.""밥은 탁자 위에 차려졌으니까 빨리 가서 드세요!" 라엘이는 식탁 위에 차려진 반찬과 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지만김세연은 식탁을 힐끗 보고 바로 그녀한테 물었다. "많이 먹지 않았어?""조금 먹었는데 도저히 못 먹겠어요. 이틀 동안 위가 작아졌을지도 모르죠." 라엘이는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완전 고생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진짜 오랜만에 이리 재수 없는 것 같아요."김세연은 주방에서 전에 썼던 수저를 들고 밥을 먹으면서 그녀와 담소를 나누었다. "재수가 없는 것보다 전에 힘든 적이 없어서 그래.""맞네요. 그런데 저는 굳이 힘들고 고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굳이 힘들게 살아야 할까요?""그래! 힘들게 살고 싶지 않으면 왜
김세연은 닫힌 침실 문을 보면서 머리가 아픈지 미간을 찌푸렸다....E국.세 사람은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후, 체크아웃을 했고오로라도 봤으니 더는 이 작은 마을에 머물 필요가 없었다.이들의 다음 목적지는 E국의 수도였다.마이크는 전날 현이와 오로라를 보고 E국 수도에 가서 놀자고 약속했었다.진아연은 현이가 지난 18년 동안 힘든 일들만 겪어 즐겁고 재밌는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마이크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그리고 서은준이 다니고 있는 대학도 E국 수도에 있어 마이크는 일단 머물 곳을 찾은 후, 오후에 현이와 함께 찾아갈 생각이었다.대학은 명문대로 비싼 등록금 때문에 일반 가정은 감당하기 힘들었다.마이크는 이런 사람이 현이를 외대하지 않고 항상 잘 대해줬으니 꽤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물론 현이는 꼭 그와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 학업을 위주로 할 생각이라는 말에 마이크는 서은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조사하지 않았다.약 2시간의 운전 끝에 이들은 수도 시내의 호텔에 도착했고마이크가 미리 방을 예약했기 때문에 바로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객실 카드를 받았다.이들은 짐을 방으로 옮긴 후 발 호텔 식당으로 가서 식사하기 시작했고마이크는 밥 먹으면서 조지운에게 오후에 할 일들을 알렸다."여행 공략에만 집중하면 돼요. 그럼 재밌고 즐거운 여행일 거라 생각해요."조지운: "알겠어요.""저는 오후에 현이와 함께 나가서 둘러볼 테니까 저녁에 돌아오면 완벽한 여행 공략을 기대할게요." 마이크는 계속해 말을 이었지만조지운은 그의 말에 순간 멍했다. "두 사람은 나가서 놀고 저 혼자 호텔에서 여행 공략을 계획하라는 건가요?"곁에서 듣고 있던 현이는 참지 못해 웃었다. 마이크 아저씨가 조지운 아저씨에게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구나.마이크: "네. 안 돼요?"조지운은 웃고 있는 현이의 모습에 화를 꾹 참고 마이크에게 말을 이었다. "좋아요! 문제없죠. 그럼 저녁은 호텔에서 먹지 말고 밖에 식당을 예약할 테니 제
"저희 들어가도 될까요?" 현이는 대학교에 도착하자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마이크는 바로 웃으며 위로했다. "원래 관광객은 들어가면 안 되지만, 우리는 등록만 하면 들어갈 수 있어.""아...마이크 아저씨, 혹시 아는 분이 있어요?""아니." 마이크는 주로 A국과 B국에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경비원도 모르지 않을까? 이따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내 뒤에 있으면 돼. 내가 꼭 들여보낼게."현이는 마이크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마이크는 아이의 모습에 순간 낯부끄러운지 현이한테 물었다. "혹시 내가 목소리를 높이면 무섭니?""그렇지 않아요. 저는 마이크 아저씨가 엄청 대단하고 아빠, 오빠와 다른 대단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이는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알렸다."대단한 것도 종류가 있나?" 마이크는 말을 잇자 바로 아이의 말을 이해했다. "네 말은 내가 쓸데없는 일에 대단하다는 거구나?"현이는 참지 못해 웃었다. "쓸데없는 일이라뇨? 절대 그렇지 않아요.""사실, 네 말이 맞아. 난 네 아빠와 오빠들과 다르지. 아저씨는 평소 이런 일들에 관심이 많아서 말이야...""저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현이는 계속해 마이크를 칭찬했다.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괜찮아요.""네 엄마를 만나기 전에 아저씨는 사실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 네 엄마를 알게 되고 조지운 씨를 알게 되니 두 사람 모두 아저씨를 챙겨주고 혼냈으니 변한 거지. 아저씨는 사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챙겨주는 게 좋아.""그럼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현이는 마이크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현이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너를 챙겨주고 지켜줄 거야.""네!"30분 후, 이들은 대학교 정문에 도착했고마이크와 현이는 차에서 내려 대문 쪽 경비실로 향했다."저 니겐스 교수님과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회의 중이에요. 저희한테 등록만 하고 들어가면 된다고 하셨어요." 마이크는 얼굴색
두 사람은 한참을 걷다가 약 20분 후, 마이크가 먼저 발걸음을 멈췄다."현이야, 저것 봐."마이크가 멀지 않은 곳의 웬 나무를 가리켰고굵은 나무지만 그리 높지 않았다.그리고 나뭇가지에는 아기자기한 팻말이 걸려있었다."하하! 어느 나라든 미신은 존재하구나." 마이크는 현이와 함께 가까이 다가갔고멀지 않은 곳에는 정자가 보였다.정자 위에는 소원정이라 적혀 있었고옆의 나무가 소원 나무로 불렸다.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소원을 팻말에 적어 소원 나뭇가지에 걸어 소원을 빌었다.마이크는 나무 아래에서 다른 사람들의 팻말을 하나하나 확인했다."아... 시험에 떨어지지 않기...""좋아하는 남자와 사귈 수 있기를 바란다...""다이어트 성공!""부자 되고 싶다!"이런저런 소원들을 확인한 마이크는 참지 못해 웃으며 현이한테 물었다. "너도 소원 하나 쓰지 그래? 혹시 진짜 효과 있을지도 모르잖아?""저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빌고 싶은 소원이 없어요. 만약 이런 제가 소원이 있다면 욕심이 지나치다고 생각해요." 현이는 잠시 고민하고 말을 이었다.앞으로 순리대로 살면 돼.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아가 일에 집중하면 돼."꼭 소원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싶은 말 혹은 네 친구한테 하고 싶은 말들을 써도 되잖아. 혹시 나중에 네 친구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이크는 현이가 반대하지 않자 소원정으로 가서팻말 자판기에동전을 넣어 팻말 하나를 샀다.마이크는 팻말과책상 위에 있는 펜도 함께 현이한테 건네줬다."난 보지 않을 테니까 편하게 쓰면 돼!" 마이크는 말하면서 뒤로 물러났고현이는 팻말을 보면서 잠시 고민하고 펜을 들었다.사실 그녀는 서은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지만꼭 서은준이 봤으면 하는 마음까지는 아니었다.그냥 이런 기회로 하고 싶은 얘기를 전부 적어 보자!10분 후, 현이는 팻말을 들고 마이크한테 다가갔고마이크는 웃으면서 그녀한테 물었다. "어디에 걸고 싶어? 높은데? 아니면 낮은데?
"어디에 숨길 거예요?" 현이는 궁금한지 그한테 물었다."우리 행정실로 가자." 마이크는 바로 그녀한테 답했다.현이: "네? 행정실이요? 설마 행정실 문 앞에 걸려고요?""아니. 교장 선생님 건의함에 넣을 생각이야."현이는 마이크의 말을 듣자 바로 알아챘다. "마이크 아저씨, 혹시 제 팻말을 교장 선생님 건의함에 넣을 생각이에요?!"마이크: "맞아! 교장 선생님 건의함은 그냥 장식일 뿐이에요. 누군가가 장난으로 편지를 넣어도 절대 열 일이 없어."현이는 마이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현이는 확실함에 가득 찬 마이크의 표정과 나이와 경험도 본인보다 많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이런 생각에 행정실로 향했고행정실 옆의 교장실 밖에 바로 교장 선생님 건의함이 있었다.마이크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현이가 들고 있는 팻말을 바로 건의함에 넣었고쿵 소리와 함께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지! 이건 그냥 장식일 뿐이야. 안에 건의 편지 같은 건 없어."이에 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 아저씨,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곳을 생각해 냈죠?""하하! 네 엄마도 아저씨의 생각이 남들과 다르다고 했어.""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들이 재밌어요. 아저씨와 함께 있으면 항상 재밌을 것 같아요.""그럼 나중에 방학 때 B국에 와서 아저씨와 놀까?""전 좋아요! 큰오빠도 B국에 있으니까 나중에 방학 때 보러 갈게요.""네 둘째 오빠는 심심하면 B국에 와. 시간 되면 두 사람 같이 와도 괜찮아.""좋아요."일주일 후.현이는 E국의 여행을 마치고 마이크와 함께 귀국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고이와 동시에 서은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확인해 보니 낯선 전화번호지만, E국의 전화번호여서바로 전화를 받았다. "혹시 서은준 학생인가요? 저는 학생부 부장 안나입니다."서은준은 갑작스러운 연락에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한테 물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죠?""지금 학교 학생부로 잠깐 와 주실 수 있을까요? 교장
서명이 없었다."참, 이 소원 카드에 서명이 없는데 어느 친구가 썼는지 가서 물어볼래요?" 안나가 말을 이었다.서은준은 소원 스티커를 손에 꽉 움켜쥐었다.이것은 수수가 쓴 것이었다.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것이 수수가 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수수만이 그를 도련님이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근데 수수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그녀는 언제 여기에 와서 이 소원 글을 썼던 것일까?그녀가 죽기 전에?"이사님, 교장의 건의함을 얼마나 자주 여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서은준이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 물었다.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몰라요. 전화해서 물어볼까요?""수고해 주세요."안나는 휴대폰을 들고 교장 비서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끝난 후 안나는 서은준의 질문에 답했다.상대방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건 고정된 시간이 없어요. 주로 제가 일이 바쁘냐에 달려 있는데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 어떤 때는 두 달에 한 번 열 때도 있죠. 늦어도 3개월을 넘지 않아요."이 대답은 서은준의 마음에 있는 작은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어쩌면 수수가 죽기 전에 그에게 편지를 쓰러 온 것일 수도 있다.그런데 수수는 왜 교장선생님의 건의함에 소원 카드를 전달했을까?그녀는 그것을 교장의 건의함에 넣으면 그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분명 그럴 것이다!그녀가 소원 카드를 소원 나무에 걸면 그는 평생 그녀의 소원 카드를 볼 수 없을 것이다.수수의 좋은 의도를 생각하니 서은준은 눈가가 촉촉해졌다."서은준 씨, 왜 우는 거예요?" 이를 본 안나는 곧 그에게 티슈를 건넸다.그는 평소 말수가 적었는데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외부인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마음속의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그녀는 죽었어요." 이 한마디를 뱉는 그의 눈꼬리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녀가 죽기 전에 이 소원 카드를 쓰려고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그는 멘탈
"이게 뭐가 귀찮아! 나 B국에 자주 가." 라엘이는 웃으며 말했다. "교통이 편해서 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돼. 가서 너희 집도 보고 오빠도 보고 오지 뭐.""아... 그래요! 전 겨울방학 전에는 나다니지 못해요.""설날 연휴가 길지 않아" 라엘이가 말했다. "설날에 놀러 가도 돼! 그때쯤이면 집도 예쁘게 꾸며질 거야.""설날 휴가라 해도 며칠 안 될 거예요.""며칠 더 휴가 내도 되잖아."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겨울 방학에 다시 오빠 만나러 갈게요. 어쨌든 겨울 방학은 설날과 그리 멀지 않잖아요.""그래도 되고. 그럼 내가 영상 찍어줄게." 라엘이가 웃으며 말했다. "내일 정말 부모님이 학교까지 같이 안 가도 돼?"저녁 식사 중에 그들은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현이는 운전기사가 내일 그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면 된다고 했다.그녀는 당분간 학교에서 지내지 않을 거라 학교에 가서 등록만 하고 집에 돌아갈 것이다."엄마 아빠가 갔다가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현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유명인사가 되고 싶지 않아요. A시에서 아빠 얼굴을 못알아보는 사람이 얼마 안 될걸요.""하하하! 엄마가 훨씬 더 조용해,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도 되잖아!" 라엘이 말했다. "아니면 두 사람 마스크를 쓰던가. 그러면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할 거야. 두 사람 다 네가 학교 가는 걸 보고 싶어 해.""언니, 언니가 대학에 등록할 때도 부모님이 학교까지 바래다줬어요?" 현이가 물었다."그래. 난 그때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지 않았어. 학교에서 지내지 않으면 번거로운 일이 줄어... 내가 처음 대학에 갔을 땐 학교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돌아왔어." 라엘이가 웃으며 말했다."학비 같은 거 내야 하지 않아요?" 현이가 물었다."입학통지서를 받았을 때 그 안에 카드가 들어 있어. 미리 입금하면 학교에서 자동으로 등록금을 차감해." 라엘이는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 "그리고 캠퍼스 카드 신청 같은 일은 아빠 비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