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엘: "아빠가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빠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진아연은 딸의 곁에 앉아 차분하게 얘기했다. "네 아빠가 동의하지 않으면 엄마가 동의해도 소용없지 않을까?""엄마, 아빠가 엄마 말만 제일 잘 들어주는 거 다들 알고 있어요. 저를 도와 아빠를 설득해 주시면 안 될까요?" 라엘이는 말하면서 바로 진아연에게 애교 부렸다. "엄마, 저를 제일 이뻐하시잖아요. 도와주실 거죠?"진아연은 딸의 손을 떼어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라엘아, 아빠가 모든 일에 엄마의 말을 듣는 건 아니야. 작은 일은 엄마의 말을 듣겠지만, 큰 일이라면 서로 함께 상의해야 해. 네 아빠도 자기만의 원칙이 있어. 자식인 딸의 결혼은 부모 각자의 생각이 있고 이런 부분은 쉽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드리지 않을 거야."라엘이는 엄마의 말에 순간 절망 가득한 표정을 보였다."은서 이모와 성빈 삼촌도 열몇 살 차이 나잖아요? 그런데 아빠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이모와 삼촌의 결혼에 엄청 기뻐하셨는데요!" 라엘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래도 가능성 있음을 엄마에게 알렸지만진아연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네 은서 이모는 아빠의 친 동생이지만, 두 사람이 알고 지내게 된 건, 은서 이모가 성인이 되고서야. 그리고 딸을 대하는 방식으로 동생에게 요구할 수는 없잖아. 더군다나 네 성빈 삼촌은 아빠와 사이좋은 친구고 은서 이모가 스스로 원한다는 상황에서 굳이 갈라놓을 이유가 있을까?""그러면 아빠와 성빈 삼촌이 절친이어서 괜찮다는 거죠? 만약 김세연 씨와 아빠가 절친이라면 관여하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시죠?""그런 건 아니야. 방금 말했다시피 네 아빠가 은서 이모와 너를 대하는 요구는 달라. 아빠가 김세연 씨와 절친이어도 절대 두 사람의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 거야." 진아연은 모든 가능성을 전부 분석해 라엘이에게 물었다. "라엘아, 은서 이모의 결혼을 얘기해서 말인데, 두 사람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행복하
"어... 요즘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가 조금 늦어져서 말이에요..."박시준은 딸의 말에 얼굴이 바로 빨개졌다. "그럼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봐.""병원 가기 무서워서 엄마와 먼저 얘기했죠. 아빠, 저 배고파요. 저희 밥부터 먹어요!" 라엘이는 엄마와 아빠의 팔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라엘아, 혹시 고민이 있는 거야?" 박시준은 딸의 상태에 계속해 추측했다. "혹시 일 때문이야?""아니에요! 아빠, 저는 괜찮아요. 가끔 쓸데없는 생각할 뿐이에요. 만약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으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요."이에 곁에 있던 진아연은 딸을 위해 설명했다. "이제 학교에서 사회에 들어서는데,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그래. 김세연 씨가 콘서트 티켓 6장 줬어. 성빈이와 은서한테 3장 주고 우리 셋이 가는 건 어때?" 박시준은 진아연에게 물었다."소정이도 김세연 씨를 좋아해요." 진아연은 절대 절친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여소정 씨는 이미 김세연 씨한테 부탁해 티켓을 받았어. 단톡방에서 물어봤는데, 성빈이와 은서가 티켓이 없다고 해서 말이야." 박시준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콘서트가 끝나면 지성이도 돌아오라고 하면 돼.""아이가 힘든 과정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알지만, 아이 스스로도 힘들다고 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왜 먼저 안절부절못하는 거죠?" 그의 생각을 바로 알아챈 진아연은 박시준을 비웃었다."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굳이 한이한테 갈 필요 있어? 그냥 집에서 배워도 되잖아. 내가 선생님을 찾아줄 수 있고 집에 자동차도 많은데 말이야. 원하는 자동차를 수리하면 되잖아." 박시준은 아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지금 바로 가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었다."제 자동차를 망가뜨리면 제가 혼낼 거예요." 라엘이는 박시준을 힐끗 보더니 입을 열었다."아빠가 말을 잘못했네. 네 자동차는 당연히 안되지." 박시준은 딸의 말에 바로 정정했다. "그리고 엄마 차도 안돼. 아
서 어르신은 전화를 끊자 뭔가를 고뇌했고생각을 마치자 바로 소리 질렀다. "집사!"집사는 그의 부름에 바로 달려와 물었다."어르신, 뭘 도와드릴까요?""빨리! 오늘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주방장에게 전해. 지금 빨리 준비해. 나씨 가문 아가씨가 무슨 음식을 좋아할지 모르니 빨리 가서 사모님께 물어봐.""네! 나씨 가문 아가씨가 오시는 건가요?" 집사는 믿기지 않는 듯 다시 한번 확인했다."그래! 나씨 가문 아가씨도 참 보는 눈이 있단 말이야! 은준이가 싸우는 영상을 보고 반한 모양이야! 요즘 젊은이들은 말이야. 알 수가 없다니까! 그래도 기분이 좋네! 하하! 은준이는 방에 있지?" 어르신은 말을 마치자 바로 별관으로 향했고별관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은 어르신이 다가오자 바로 가서 문을 열어줬다.장 아주머니는 어르신을 보자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다가갔다. "어르신, 은준 도련님께서 이틀째 밥을 먹지 않고 있어요. 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이대로는 안돼요! 문도 잠근 상태여서 제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어요. 아무리 건강한 몸이라도 단식하면 몸에 무리가 갈 거예요!" 서 어르신은 가정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고 여분의 열쇠를 찾았고잠시 후, 열쇠를 들고 문을 열었다.서은준은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고 잠들었는지 배고파서 기절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서 어르신은 스스로 내린 벌이기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한참 꾸물거렸다."은준아,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들었다. 죽을 끓였으니 일어나서 먹어!" 서 어르신은 말하면서 은준의 팔을 툭툭 건드렸고서은준은 그의 손을 쳐내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면 얘기하세요."서 어르신은 무엇보다 아들이 살아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가 며칠 전에 홧김에 세게 때린 건 알아. 그건 사과할게. 아빠는 네가 방에 있지 않으면 혹시 길을 잃을까 봐 그래. T시는 네 엄마가 살고 있는 도시와 달리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서 어르신은 아들이 이런 걸 요구할 줄 몰랐다."은준아, 그 아이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게 혹시 그 아이를 좋아해서니?" 서 어르신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 애가 지금 고아라는 건 그렇다쳐도 얼굴이 저런데 너...""왜 그녀를 모욕하는 거예요?" 서은준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 어르신은 밖에서 여자를 계속 갈아치우며 사생활도 지저분하면서 제가 누굴 좋아하든 무슨 상관이에요?""너-" 서 어르신은 나씨 가문 아가씨의 얼굴을 봐주지 않았더라면 채찍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널 가만히 놔둘 수 있어. 하지만 조금 있다 나씨 가문 아가씨를 화나게 하지 마. 지금 수수를 데려올게. 그럼 된거지?""말만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서은준은 말을 뱉고 나서 침대에서 일어났다.서 어르신은 아들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핏자국으로 얼룩진 그의 옷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등에 난 상처엔 약을 발랐어? 내가 발라줄까?""여기서 위선 떨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못 알아들었어요? 제 요구를 들어주면 나씨 가문 아가씨를 만나준다니까요.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서은준은 캐리어에서 셔츠 한 벌을 꺼내 들고 샤워하러 갔다.서 어르신: "알았디! 내가 나가마! 죽 먹는 거 잊지말고."...40분 후 수수는 서씨 가문에 돌아왔다.그녀를 데려온 경호원은 그녀가 서씨 가문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고만 했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그래서 서씨 가문에 온 그녀는 별관에 있는 서은준을 찾아갔다."도련님, 왜 제 문자에 답장 안 해요? 세 통이나 보냈는데 하나도 답장하지 않았어요." 수수는 서은준을 만난 후 물었다. "그 번호가 내 번호라는 걸 모르세요?"서은준은 그녀의 옆에 있는 장 아주머니를 힐끗 보고 말했다. "앞으로 안 와도 돼요."장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도련님, 어떻게 절 다시 건져낸 거예요?" 수수가 서은준의 앞에 앉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님이랑은 화해하셨어요?""어떤 부잣집 딸이 내가 마음에 든대.
저녁 여섯 시 반.나씨 가문의 차가 서씨 가문의 마당에 멈춰 섰다.수수는 별관 마당에 서서 본관의 상황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은색 고급 차가 정차하더니 키가 크고 잘 차려입은 젊은 여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멀지 않은 거리에서 수수는 나씨 가문의 딸의 정교한 메이크업을 보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하얀 가죽옷에 드리워졌다.그 여자는 나이가 많지 않았고 매우 패셔너블하고 성숙했다.그녀의 하얀 가죽옷 아래에는 타이트한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다.그녀의 발에는 무릎 높이의 검은색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고어깨에 멘 가방은 불빛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수수는 코가 갑자기 시큼해졌다.그녀는 너무 부러웠다!그녀는 나페페가 입고 있는 아름다운 옷이 부러웠고, 나페페가 들고 있는 비싼 가방도 부러웠으며, 나페페가 들고 있는 휴대폰도 부러웠다.나페페의 휴대폰 케이스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반짝였다.사실 가장 부러운 건 나페페가 좋아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집안 조건으로 상대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서 어르신은 아내와 함께 나와 나페페를 안으로 안내했다.본관 별장의 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던 수수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하늘에는 눈이 흩날렸지만 수수는 눈 속에 서서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서은준은 그녀에게 돌아와서 일하라고 했다. 그녀는 월급을 두 배로 받을 수 있었고, 그리된다면 얼마 뒤에 그녀는 곧 빚을 청산할 수 있을 것이었다.빚을 다 갚고 나면 앞으로 학비와 생활비만 벌어가면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었다.누군가는 평생 노력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끝점이 또 다른 누구에겐 출발점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다른 사람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그녀에게 자기 삶을 잘 살며 무사하고 건강하기만 하면 그게 가장 큰 축복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매우 낙관적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조금 우울했다.며칠 전 서 어르신과 사모님에게 쫓겨났다
"오... 은준 씨, 어느 대학에 가고 싶어요? T 대학은 어때요? 그러면 우리 동문이 되는 건데." 나페페가 열정적으로 말했다.서은준 : "시험치고 입학했어요?"수수의 말에 의하면 T 대학은 점수선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서은준의 질문에 나페페의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가 경직됐다.서 어르신은 화가 나 심장이 아파왔다.서은준은 그냥 벙어리인 게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아니요, 공부를 잘 못해서 아빠가 T대학에 도서관을 기증하고 입학했어요." 나페페는 말하고 나서 와인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은준 씨는요? 공부 잘해요?"서은준: "나페페 씨와 같아요. 난 T대학에 못 가요. 집이 가난해서 도서관을 기증할 수 없거든요." 나페페가 크게 웃었다. "은준 씨 집이 가난하다고요? 그럴 리가요?"서 어르신: "하하하! 은준이가 서씨 가문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아직 정황을 잘 몰라서 그렇단다.""우리 집이 가난하지 않다면 구씨 가문과 나씨 가문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겠죠?" 서은준은 아버지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이번에는 서 어르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페페가 먼저 소리내 웃었다. "성격이 참 화끈하네요. 전 이런 성격을 좋아해요. 하하하. 밥 먹고 둘이 얘기 좀 하죠? 우리 둘, 서로 얘기가 잘 통할 것 같은데.""여기서 얘기하죠. 저 사람들은 공기 취급하면 돼요." 서은준은 식사를 마칠 때까지만 자리를 지키면 됐다.그는 이 부잣집 따님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 싫었다."그래요! 겨울방학이니 매일 집에 있죠? 우리 서로 연락처 교환해요. 나중에 같이 자주 놀러 다니게요." 나페페는 말을 하며 휴대폰을 꺼냈다."에헴!" 서 어르신은 아들이 무관심해 보이자 마른기침하며 주의를 줬다.서은준은 고개를 들고 아빠를 힐끗 본 후 나페페의 휴대폰을 가져와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카카오톡 친구 추가할까요?" 나페페는 그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후 계속 물었다."전 카카오톡이 없어요." 서은준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한 시간 후 서은준이 나페페와 함께 나갔다.나페페가 차에 타자 은색 고급 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서은준은 걸어서 별관으로 돌아갔다.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는 수수를 본 서은준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수수의 머리와 어깨 위에 눈이 한 층 쌓였다."뭐 하는 거야!" 서은준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 위에 쌓인 눈을 털어냈다. "밖에 서 있으면 안 추워?"수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도련님, 나씨 집안 아가씨를 봤어요. 너무 예쁘던데요.""그녀를 보려고 이렇게 밖에 서 있었던 거야?" 서은준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꼭 그런 건 아니고... 오늘 밤에 본관에서 식사하셨으니 전 저녁을 안 해도 되잖아요. 그래서 심심해서 나온 거예요." 그녀의 얼굴과 코가 추위에 빨갛게 되었다.방에 들어와 히터를 틀자 피부가 갑자기 빨갛게 되더니 가려웠다."넌 정말 바보야." 서은준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핀잔을 주었다. 핀잔하고 난 그는 곧 후회했다. "감기라도 걸리면 누가 날 돌봐주겠어?"수수가 곧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입었으니 감기에는 걸리지 않을 거예요. 밖에 눈이 오긴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괜찮아요. 바람이 불어야 춥죠. 바람이 불면 나도 밖에서 구경하지도 않을 거예요.""본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데, 도대체 뭘 구경한다는 거야?" 서은준이 야유를 부렸다. "너 돈 많이 모으고 싶지 않아?"수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요?""앞으로는 여기서 지내. 장 아주머니도 하숙 도우미 아니야? 그러면 월세와 생활비를 다 절약할 수 있어." 서은준은 그녀가 오해할세라 황급히 설명했다. "밤에 내가 야식을 먹고 싶을 때 아무 때든 널 부를 수도 있고.""그렇구나" 수수는 머뭇거렸다.그녀는 하숙 도우미를 거부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조금 번거로웠다."뭘 망설이는 거야? 싫어?" 서은준은 그녀가 주저할 것이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한참 고민하고 난 수수
수수가 떠나자마자 서 어르신이 찾아왔다.서은준은 아빠를 보자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은준아, 방금 수수랑 하는 말을 다 들었다. 내가 속이 좁았다." 서 어르신이 말했다. "네 새어머니가 개를 독살해서 개에 대한 감정을 수수에게로 돌린 거라면 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앞으로 수수를 내쫓지 않을 거야.""그럼 과외 선생님은요?" 서은준이 물었다."과외 선생님을 다시 초대하면 돼. 하지만 페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페페는 널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만약 너희들이 함께할 수 있다면...""걘 그저 저와 놀고 싶은 거지 결혼하자는 게 아니에요.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서은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거든요.""상관없어! 네가 그녀와 잘 지낸다면 다른 사람들이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그러면 나도 구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해서 사과하러 가지 않아도 되고." 서 어르신은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공부를 못하니 강요하진 않겠지만 너의 장점을 이용해 좋은 아내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어?""제 장점이요?""네 그 얼굴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왜 페페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서 어르신은 아들이 또 화를 낼 것 같아서 황급히 화제를 바꿨다. "네 둘째 형이 며칠 후에 돌아올 거야. 그 애도 나중에 내가 찾아낸 아이인데 네 큰형과 여동생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 네가 둘째 형이랑 얘기 좀 나눠보렴. 성격이 괜찮은 아이니 말이야."...A국.A시의 가장 큰 체육관에서 김세연의 마지막 콘서트가 열린다.여소정은 점심에 가족들과 함께 박시준의 집에 찾아왔다."아연아. 새로 코트를 샀는데 예뻐?" 여소정이 말하며 진아연의 앞에서 빙글 돌았다."잘 어울려, 넌 뭘 입어도 예뻐." 진아연이 칭찬했다. "지민이랑 세트야?""맞아! 준기 씨에게도 한 벌 맞춰주려 했는데 죽어도 안 입는대. 칫!" 여소정은 말하며 몸에 걸친 코트를 벗었다."아연 씨가 말해봐요. 가죽옷을 입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