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준은 그녀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자두지 않으면, 이따 그녀는 오후에 견디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었다."오늘 아침에 그렇게 일찍 일어났는데, 피곤하지 않아?"박시준은 조금 피곤했다.하객들을 대접할 필요가 없었다면, 그는 지금쯤 분명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우리 두 사람이 결혼하는데 이렇게 많은 하객들이 와 주셨잖아요..." 진아연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객들은 내가 마저 대접할 테니, 당신은 가서 좀 자." 박시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라운지로 데려갔다. "잠이 안 오더라도, 잠시 누워있기라도 해. 당신, 하이힐 신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잖아? 지금 발이 무척 아플 텐데!""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행복한 마음이 더 커요. 오늘은 하루 종일 하이힐을 신고 서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요." 진아연이 웃음 짓자, 그녀의 눈이 별빛이 가득한 것처럼 반짝였다. "우리 같이 쉬어요! 딱 30분만 쉬었다가 나가요, 어때요?""좋아.""평소 같았다면, 지성이가 집에서 우리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었을 텐데, 오늘은 또래 친구들과 노느라 우리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네요." 진아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까 한번은 내가 지성이를 불렀는데, 지성이가 듣고서는 나를 한번 슬쩍 보고 마는 거 있죠?"박시준이 엷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속상했어?""이제 난 더 이상 속상하지 않아요. 지성이가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좋아요." 진아연이 여기까지 말하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다가왔다."진 아가씨, 쉬러 가시려고요? 제가 머리 장신구를 좀 빼 드릴까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세심하게 물었다."네, 고마워요!" 진아연이 라운지에 들어가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진 아가씨, 편하게 대해주세요. 전 오늘 아가씨께 서비스 해드리기 위해 여기 온 걸요. 드레스도 갈아입으시겠어요? 드레스를 입고 주무시면 불편하실지도 몰라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말을 이었다.진아연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마이크는 더 이상 그에게 딴지를 걸지 않았다. 호텔 정문을 걸어 나온 두 사람의 시선이 입구를 지키는 보안 요원을 지나, 멀지 않은 곳에서 카메라를 든 채 숨어 있는 파파라치를 향했다."아까 대표님과 함께 내려왔을 때, 파파라치가 많이 몰렸다고 보안 업체 사람이 그러더군요." 조지운이 말했다. "내가 파파라치라면, 굳이 여기 와서 저렇게 쪼그려 앉아 있지 않을 거예요. 딱 봐도 여기엔 별로 건질만한 화젯거리가 없잖아요.""그럼, 지운 씨라면 어디 가서 쪼그려 앉아있을 거예요?" 마이크가 물었다."아무 데도요. 결혼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건, 사진이 찍히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일 텐데, 한낱 파파라치가 와서 뭘 건질 수 있겠어요.""그러니까 당신은 파파라치가 못 되는 거예요.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파파라치가 될 수 없어요.""하하." 조지운이 냉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러다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때, 상대방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등을 돌렸다.조지운은 어쩐지 그 사람의 얼굴이 조금 낯익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어지럽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요!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최고예요." 마이크가 조지운을 끌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조지운은 그저 그렇게 마이크의 손에 끌려갔다.아이스크림을 산 뒤에도, 조지운은 방금 본 사람이 누구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아까 호텔 문밖에서 한 남자를 봤는데, 조금 낯이 익어요." 조지운이 마이크에게 말했다. "지금 호텔 입구로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요!""지운 씨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녔는데, 한 사람쯤 낯이 익은 게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요?" 마이크는 사소한 일까지 하나하나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라, 그 사람을 본 뒤로 어쩐지 계속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래요. 분명 좋은 사람이 아닐 거예요.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그 사람의 얼굴을 지금까지
두 사람은 호텔 입구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박우진이 다시 나타날까, 사방을 두리번거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한 파파라치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촬영했다.박시준과 진아연의 사진을 건질 수 없다면, 그들 주변의 유명인의 사진을 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적어도 오늘 할 일은 마친 셈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한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올라왔다: 박시준과 진아연... 호텔 입구에서 이런 행각을?!너무도 선정적인 제목이 아닌가?네티즌들은 제목을 보자마자 고민 없이 기사를 클릭했다.기사를 클릭하자, 그들 눈에 들어온 기사의 진짜 제목은 이러했다: 박시준과 진아연 주변의 두 유명인, 호텔 입구에서 이런 행각을?!이어서 마이크와 조지운이 호텔 입구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진이 나타났다.사진은 꽤 고화질이었다.오늘 조지운과 마이크는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마이크는 키가 크고 헌칠한 체격이고, 조지운은 마른 체형이지만,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잘 어울렸다.사진 아래, 기자가 코멘트를 덧붙였다: "오늘은 박시준과 진아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결혼식의 세부 장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료 기자가 보내온 사진은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위 사진은 박시준의 비서와 진아연의 지인이자 외국 유명 인사인 마이크가 호텔 입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장면이다. 결혼식 현장의 열기가 그 정도로 뜨거운 것인지, 결혼식이 이미 마무리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기사를 읽은 네티즌들이 분분히 댓글을 달았다.——기자 양반, 한 대 맞게 이리 좀 나와보시지! 제목만 보고 박시준과 진아연이 호텔 입구에서 뭐라도 한 줄 알았잖아! 두 남자가 뭘 했는지 누가 관심을 가지냐고!——요즘 사람들은 조회수에 미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네요. 정말 악랄하기 짝이 없어요!——기껏 클릭했더니 보여주는 게 고작 이거야? 차라리 예쁜 여자들 사진이나 보여주지, 그랬어!——여러분의 댓글 때문에 웃겨
"맞아요. 이 문제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는 이제 더 이상 대표님께 위협이 되지 않잖아요. 혹시라도 그 사람이 대표님을 찾아가 귀찮게 하는 일이 생길까 봐 말씀드린 거예요.""괜찮아." 박시준은 이 정도 사소한 일 때문에 화를 낼 생각이 없었다.오늘은 그와 진아연의 결혼식 날이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예식은 이미 끝났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이제 누구도 두 사람의 결혼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그가 예전에 준비했던 결혼식에 비하면, 훨씬 순조로웠다."아연이는 잠들었어요?" 마이크가 물었다. "두 사람은 언제 떠날 거예요?""저녁 비행기 표를 샀어. 너랑 지운이는 언제 B국으로 갈 예정이야?" 박시준이 대답했다."당연히 두 사람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에 떠날 생각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아연이가 아이들 걱정에 마음이 놓이겠어요?" 마이크의 대답이 박시준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그럼, 부탁 좀 할게.""이렇게 예의 차리는 모습은 처음 보네요. 오늘 새신랑이 되더니 달라졌어요." 마이크가 농담조로 말했다. "아참, 지운 씨가 B국에 가고 나면, 비서를 새로 채용해야 하죠?"오늘은 정말로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평소 그와 마이크는 두 마디 이상의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웠다. 두 마디면 서로에게 화를 내기 바빴기 때문이다.오늘 그는 조지운이 B국으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래서 마이크는 각별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응.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생각해 보려고.""대표님, 전 B국에는 대표님께서 적임자를 구하신 다음에 가도 괜찮아요!" 조지운이 말했다. "전 급하지 않아요.""마이크가 급하잖아." 박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마이크가 갑자기 성질을 내며 말했다: "내가 급하긴 뭐가 급해요. 그럼 지운 씨에게 B국에 가려거든 비서를 채용해 두고 가라고 하세요!"박시준: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예전에 지운이도 내가 직접 채용했어."조지운이 웃음을 터뜨리며 감탄사를
라운지.정신없이 잠을 자던 진아연의 귓가에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려왔다.전화가 오는 소리가 아니었다.오늘은 박시준과의 결혼식 날이니, 그녀는 오래 잠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몸부림을 친 끝에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박시준이 곁에 없는 것을 발견했다."이 사람 정말... 매번 이렇게 깨우지 않는다니까." 그녀가 작게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그녀가 휴대폰을 찾아 열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다 새로운 메시지를 발견했다.메시지를 클릭하자 한 인증 메시지가 나타났다.당시 그녀는 박우진을 친구 목록에서 완전히 삭제했었다.그녀는 박우진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지 이미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박우진이 뻔뻔스럽게 그녀에게 친구 추가 요청을 보낼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그녀가 박우진의 아이디임을 알아챈 건, 인증 메시지도 있었지만, 그의 프로필 사진과 닉네임이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마음속으로 한동안 고민하던 진아연이, 엉겁결에 수락 버튼을 눌러버렸다.박우진은 마치 그녀가 수락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가 수락하자마자 곧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연아, 오늘 너와 박시준이 결혼한다는 기사 봤어. 정말 축하해!진아연: 이 말을 하려고 나를 추가한 거야?박우진: 아연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가 듣지 않을 거란 거 잘 알아. 하지만 나도 다른 방법이 없었어... 우리 아버지가 편찮으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구할 길이 없어...진아연이 생각한 대로, 그는 역시 안 좋은 일로 자기를 찾은 것이다!진아연: 예전에 고택을 팔아 챙긴 돈은?박우진: 다 써버렸지.진아연: 그렇구나.진아연은 '그렇구나'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수억 원이 넘는 돈을 이렇게 빨리 써 버리다니, 이것이 박우진의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박우진: 나도 내가 무능력하고 욕심 많은 놈이라는 거 잘 알아. 나도 많이 뉘우쳤어! 아연아, 지금 내가 돈
안타깝게도 그는 겁이 많고 고통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음에도 발걸음을 뗄 용기를 내지 못했다.한동안 길가의 벤치에 앉아 있던 그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박시준의 번호를 찾아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예상외로, 박시준은 곧바로 그의 전화를 받았다.박우진은 순간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몰라 잠시 얼어붙었다."우리... 우리 아버지가 편찮으세요..." 행여나 박시준이 전화를 끊어버릴까, 박우진은 재빨리 감정을 조절한 뒤 그에게 간청했다. "반년 전에 폐암 진단을 받으셨는데... 이제 더 이상 치료비를 감당할 돈이 없어요. 박시준 씨, 제발 우리 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두 사람이 나를 끔찍이도 싫어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는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박시준 씨, 제발 우리 할머니를 봐서라도 조금만 도와주세요!""감히 어디서 할머니를 입에 올려?!" 박시준의 눈가에 한기가 서렸다. "네가 네 할머니를 죽이지만 않았어도, 네 할머니는 아직 멀쩡히 살아계셨을 거야!""정말 죄송해요! 저도 제가 할머니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데, 우리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 그럼 전 이 세상에 가족이라곤 아무도 없다고요!" 박우진이 울부짖었다.그가 '어머니도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꺼낸 건, 박시준에게 그의 어머니가 이미 할머니의 원수를 갚았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서였다!"네 아버지 문제는 네 아버지가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해." 박시준은 박우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를 만났다가는, 자신이 그를 죽여버리진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아버지가 싫다고 하셨어요... 부탁할 염치가 없으시다면서요... 당시에 당신을 고소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욕먹게 만든 걸 지금까지 후회하고 계세요. 진심으로 박시준 씨에게 사과하고 싶어 하시죠. 하지만 당신이 받아주지 않을까 두려우신가 봐요..." 박우진이 더 크게
"세연 삼촌, 우리 엄마 아빠는 신혼여행에 가실 거래요.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놀아요!" 라엘이가 동생을 엄마 곁에서 안아 들고 김세연에게 다가가 따뜻한 말투로 그를 초대했다. "설날 이후에나 일을 시작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설날에 3일이나 쉬잖아요! 아저씨도 이틀은 더 놀 수 있겠죠!"한참을 고민한 끝에 김세연이 대답했다: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물어볼 필요 없어요! 엄마 아빠가 집에 안 계실 땐, 제 말이 곧 법이에요!" 라엘이가 득의양양하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아빠는 오늘 밤에 떠나실 거래요. 오늘 밤에 바로 우리 집으로 가요!"독불장군 같은 라엘이의 대답에 김세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지성이가 고개를 들어 누나의 말을 바로잡았다: "누나, 형이 돌아왔잖아. 엄마 아빠가 집에 안 계실 땐, 우린 형 말을 따라야지."지성이는 속으로 누나를 누구보다 많이 아꼈지만, 지성이는 형이 누나보다 조금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오빠도 내 말을 따를 거야!" 라엘이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오빠는 날 좋아해서 내 말은 다 들어주거든. 그러니 너도 뭐든 내 말대로 해야 해."지성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난 당연히 누나 말 대로 할 거야. 난 형보다 누나가 더 좋거든.""요 꼬마 아부쟁이." 라엘이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김세연이 진아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진아연은 곧바로 그를 따라갔다."라엘이가 아연 씨네 집에서 이틀 동안 놀다 가라고 하네요." 김세연은 역시 진아연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그들이 스타팰리스 별장에 있는 진아연의 집에서 지냈다면, 김세연도 이렇게까지 조심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해요! 세연 씨 생각에 우리 집이 너무 시끄럽지만 않으면, 전혀 문제없어요!" 진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지성이가 좀 소란스럽거든요.""제가 보기에 지성이는 귀엽기만 한 걸요.""그건 세연 씨와 아직
한 시간 후, 진아연과 박시준은 호텔을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그들의 목적지는 K국이다. K국은 A국의 인근 국가로, 비행기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K국은 독특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관광 산업이 항상 호황을 이루는 곳이다.진아연이 아는 많은 동창과 친구들이 K국에 놀러 갔었다. 하지만 진아연은 가본 적이 없었다."K국에 가본 적 있어요?" 그녀가 박시준에게 물었다."아니. 거긴 보통 커플들이 휴가를 보내러 가는 곳이잖아.""그런 것 같네요. 사진을 보니, 그곳의 바다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사실 난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계속 기회가 없었어요." 진아연은 이번 여행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차도 얼마 나지 않잖아요. 난 정말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게 싫어요. 매번 시차 적응을 할 때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거든요.""시차 적응이 힘들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K국의 바다는 그렇게 아름다운 편은 아니야." 박시준은 K국의 관광지가 마음에 차지 않아 가본 적이 없었다."분위기 망치지 말아줄래요? 우린 지금 신혼여행을 가는 중이잖아요!""당신과 함께라면 난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든 다 상관없어. 난 경치 감상이나 하려고 가는 게 아니거든." 박시준이 이렇게 말하자, 진아연은 온 몸이 꿀단지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여보, 앞으로는 세연 씨에게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어요?"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의 모습에, 진아연이 기회를 틈타 입을 열었다. "세연 씨가 요 이틀 동안 우리 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어요. 난 지금까지 세연 씨를 동생처럼 대해왔어요...""당신이 세연 씨를 동생처럼 생각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세연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자신을 향한 진아연의 감정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그저 김세연의 불순한 마음을 생각하면, 김세연을 좋게 볼 수 없었다."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 세연 씨는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을 거예요! 우린 요즘 연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