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외삼촌 좀 보세요... 언니 휴대폰에 외삼촌을 어린아이로 만든 사진이 있어요... 어서 눌러 보세요... 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소소가 휴대폰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어서 눌러보라며 재촉했다.지성이는 그 장면을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그러다가 새 장난감을 내려놓고 고모의 손에서 누나의 휴대폰을 가져와서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사진첩을 열어 아빠의 사진을 찾아냈다.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아빠의 사진을 보자, 지성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아빠 너무 귀엽다! 하하하!"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성이가 갑자기 휴대폰 화면에 뽀뽀를 퍼부었다."박지성, 이 멍청이야! 징그러워 죽겠어! 내 휴대폰 화면이 더러워지잖아!"라엘이가 쏜살같이 달려가 지성이를 옆으로 밀치며 지성이의 손에서 전화기를 낚아챘다.지성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누난 나랑 놀아주지도 않았으면서, 나를 밀치기까지 하고... 돌아가면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엄마한테 이르면, 앞으로 다시는 너랑 안 놀아줄 줄 알아!" 라엘이가 차분하게 지성이를 협박했다.남동생이라면 라엘이는 꽉 붙잡을 자신이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지성이는 누나의 말을 듣자마자 다가가 안아달라고 조르며 말했다: "농담이야 누나, 엄마한테 이르지 않을게. 난 누나가 제일 좋아! 나랑 놀아줘, 누나." "난 손이 두 개뿐이야. 한 손에 소소 손을, 다른 한 손에 수현이의 손을 잡으면, 네 손을 잡을 손이 없어! 우리랑 같이 놀고 싶으면, 그렇게 성질부리면 안 돼. 알아들었어?" 라엘이가 지성이를 타일렀다.아까 라엘이가 지성이는 밖에 두고 두 여동생만 방으로 데리고 갔던 건, 지성이가 성질을 부렸기 때문이었다.라엘이가 지성이의 손을 잡아주지 않자, 지성이가 질투심에 성질을 부린 것이다."누나, 내가 잘못했어. 이제 성질부리지 않을게." 지성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잘못을 인정했다."이래야 착한 내 동생이지!" 남동생과 화해한 라엘이는, 다시 두 여동생을 데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는 수수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그럼, 우선 밥부터 먹으렴. 다 먹고 나면 아파트 단지라도 나가서 걷고 오자꾸나. 수수야, 이곳 생활이 산에서보다 백배, 천배는 더 나아. 너도 분명 도시 생활이 마음에 들 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수현이 좀 보렴, 얼마나 운이 좋니! 수현이는 진아연 씨가 데려갔으니, 앞으로 다시는 먹고 자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야.""할머니, 진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진 아줌마는 나쁜 사람인데, 수현이가 왜 운이 좋아요?""나쁜 사람도 모두에게 나쁜 것은 아니란다. 아마 수현이에게는 잘해줄 거야.""그 아줌마가 수현이에게 잘해줄지 어떻게 알아요? 수현이를 괴롭힐지도 모르잖아요!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라면 또 모르지만요." 수수가 똑부러지게 말했다.산에서 내려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수수는 내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수수가 본 진아연은, 분명 굉장히 다정한 사람이었다. 절대로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것만큼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과 말투는 누군가를 속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물론, 수수는 아직 어려서 지금 느끼는 감정을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 여자가 수현이를 괴롭힌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수수야, 넌 네 앞가림만 잘하면 돼." 할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채소를 한 젓가락 집어 수수에게 주었다."할머니, 수현이한테 전화하고 싶어요. 저도 제가 다른 사람 일에 관여할 수 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수현이는 제 제일 친한 친구인걸요. 수현이가 산에서 내려간 이후로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수수가 애절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진 아줌마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요. 할머니, 진 아줌마한테 전화해 수현이 소식을 물어봐 주시면 안 돼요?""수수야, 너 할머니가 한 말을 모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거야?" 할머니는 진아연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진아연에게 전화
"잠이 오지 않아서 백색증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어요. 이건 보나 마나 스팸 전화일 거예요." 진아연이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박시준에게 다가왔다. "다시 자러 가요! 아직 시간이 일러요. 방까지 데려다줄게요.""잠이 다 깨버렸어. 그런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은퇴 후의 생활을 상상해 봤는데, 조금 걱정될 지경이야." 박시준은 등 떠밀려 쉬고 있는 이 기간에, 그의 흥미를 끌 만한 일들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일 외에 다른 것에는 딱히 관심 가는 것이 없었다."낚시를 해보면 어때요?" 진아연이 그에게 귀띔했다. "오늘 오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한 남자가 낚시하려고 한밤중에 담을 넘어 나갔대요... 아무래도 부인이 낚시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나 봐요. 그러니 낚시하려고 몰래 빠져나간 거겠죠.""그가 한밤중에 담을 넘은 게, 정말 낚시 때문이야? 다른 것 때문은 아니고?" 박시준이 뉴스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밤중에 어떻게 낚시를 한다는 거야? 뭐가 보이기나 해?"진아연: "..."박시준이 확신하며 말했다: "분명 나가서 바람을 피운 걸 거야."진아연: "하지만 뉴스에 사진도 나온걸요! 낚시 장비도 가지고 나갔어요! 바람을 피우러 나간 거면, 낚시 장비는 왜 가지고 나갔겠어요?"박시준이 도무지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서 다시 누워요! 낚시와 관련된 영상이나 찾아보던지요. 난 다른 사람이 하는 낚시를 보는 데 푹 빠졌어요." 진아연이 여기까지 말하자,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가 박시준을 떼어낸 다음, 책상으로 걸어가, 아까와 같은 지역 번호에서 온 전화임을 확인했다.스팸 전화라면, 이미 한 번 받지 않은 번호에 또다시 전화를 거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까 그 번호야?" 박시준이 자리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맞아요. 받아볼게요." 진아연이 그에게 대답하며 전화를 받았다.박시준은 서재 문 앞에 서 있었다.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
놀란 진아연의 얼굴을 본 박시준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수현이 할머니야?""맞아요. 수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시대요. 그런데 내가 만나자고 했더니, 거절하셨어요." 진아연은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곧 수수와 함께 멀리 떠날 계획이래요. 어쩌면 앞으로 수현이와 수수는 서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요.""어디로 가는지 물어봤어?""물어볼 틈이 없었어요. 나더러 자기들을 찾지 말라는 말씀만 하셨어요." 진아연이 휴대폰 화면에 찍힌 지역 번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건 인근 도시의 지역 번호예요. 별로 멀지 않은 곳이죠. 수수를 더 먼 곳으로 데려갈 생각인 건지 모르겠어요.""어쩐지 도망치는 것 같다는 생각 안 들어?" 박시준이 의문을 제기했다. "당신이 수현이를 산에서 데리고 오자마자, 그 할머니는 곧바로 수수를 데리고 떠났어. 그것도 굉장히 서둘러서. 따지고 보면, 수수를 데리고 계속 산속에서 생활한 걸 보면, 산 아래에는 가족들이 없었던 것 같아. 가족이 있었으면, 그렇게 어린아이를 데리고 왜 굳이 산속에서 지냈겠어?""시준 씨, 우린 그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잖아요.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모두 당신 추측일 뿐이에요. 내 생각엔 할머니가 굳이 우리에게서 도망칠 이유가 없어요. 그럴 이유가 뭐 있어요? 우리가 그 할머니한테 뭘 어떻게 할 것도 아니잖아요.""내 말의 요지는, 그 할머니가 아니라 그 아이를 말하는 거야." 박시준이 계속해서 그의 추측을 늘어놓았다. "어젯밤에 꾼 꿈을 생각하면,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하하하!" 그의 진지한 모습과 말투에 진아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런 의심이 든 김에 수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가보지 그래요!""나도 그러고 싶어. 그래서 당신한테 말하는 거야." 박시준은 진아연의 반응을 보고싶었다."시준 씨, 이 정도는 사람을 보내 확인하게 하면 그만이에요. 사실 수수 사진만 봐도, 그 아이가 우리 딸인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알겠어. 아까
진아연이 박시준의 어린 시절 사진을 꺼내 딸에게 보여주었다."마침 어젯밤에 너희 아빠랑 아빠의 어린 시절 사진을 꺼내 봤었거든. 너희 아빤 어렸을 때 정말 귀여웠어. 지금 분위기랑은 전혀 딴판이야."라엘이는 아빠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잠시 후, 라엘이가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을 열었다: "엄마, 휴대폰에 어른의 사진을 넣으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바꿔주는 기능이 있어요... 보세요, 제 휴대폰이 아빠를 어린아이로 만든 사진이에요. 휴대폰이 만든 사진과, 실제로 아빠가 어렸을 때의 모습이 비슷한지 보고 싶었어요.""당연히 다르지." 진아연이 두 사진을 슬쩍 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휴대폰이 만든 사진은 사용자가 넣은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거잖아. 실제로 아빠가 어렸을 때의 모습보다 귀여울 수가 없지."라엘이는 두 사진을 비교해 보더니, 엄마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수현이가 제 휴대폰이 만든 아빠의 사진을 보더니, 아빠가 자기 친구 수수랑 닮았대요." 라엘이가 엄마에게 휴대폰 속의 박시준을 어린아이로 만든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금 아빠의 모습과 수수는 닮지 않았대요. 지금 아빠가 어렸을 때 사진을 보니, 전...""수현이가 정말로 그렇게 말했어?" 진아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네! 오늘 제 휴대폰을 가지고 놀게 해줬었는데, 이 사진을 보더니, 사진 속 아빠가 자기 절친과 닮았다고 했어요."진아연이 딸의 휴대폰을 가져와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더니 중얼거렸다: "라엘아, 너 아빠가 어젯밤에 무슨 꿈을 꾸셨는지 알아?""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라엘이는 당연히 그걸 알 턱이 없었다."너희 아빠가 현이가 귀영사에 있는 꿈을 꾸셨대. 너희 아빤 수수가 현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계셔." 박시준이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진아연은 그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놀란 얼굴의 라엘이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한편.할머니가 오늘 수수를 데리고 외출한 것도 모자라, 전화를 빌려 진아연에게 전화했다는
"이 사람이 너희 엄마야." 아가씨가 말했다. "정말 예쁘지?"수수는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이 사람이 정말 우리 엄마예요? 너무 예뻐요!""맞아. 정말 미인이지.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 남자들이 줄을 섰었지." 이 말을 하는 아가씨의 목소리에서 질투가 묻어났다. "더 부러운 건, 집에 돈도 많았다는 거야."수수: "우리 엄마는 죽었어요?"수수는 엄마의 가족들이 모두 죽고 없다고 했던 할머니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맞아. 죽었어. 너희 집에서 살아남은 건 너 한 사람뿐이야." 아가씨가 휴대폰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수수야, 네 가족을 모두 죽인 사람이 분명 너도 노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도망치지 않으면 죽음뿐이야.""그게 바로 진 아줌마라고 할머니께서 그러셨어요..." 수수는 진아연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는 걸 믿기 어려웠다."확실하진 않아. 내가 지금 알아보고 있어. 하지만 내 생각에도 그 여자가 맞을 가능성이 높긴 해." 아가씨가 말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어. 지금 너한테 말을 해줘도 넌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네가 크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거야.”"네... 우리 엄만 이름이 뭐예요?" 수수가 물었다."김영아라고 해.""김영아." 수수가 엄마의 이름을 마음속에 확실히 새기고는 물었다. "아빠는요? 우리 아빠는 이름이 뭐예요?""하하, 너희 아빠라... 너희 아빠는 무책임한 사람이야! 그 사람 이름을 알아서 너한테 좋을 것 없어!" 그 말을 하는 아가씨의 눈빛이 증오로 가득했다.당시 박시준이 김영아와 함께였다면, 이 모든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김씨 가문이 몰살당하는 일도, 봉민이 그 일에 연루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아가씨의 감정이 격해지는 걸 보자, 수수는 질문을 이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아가씨,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예요? 할머니는 언제 만날 수 있어요? 할머니와 같이 있고 싶어요." 수수가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그건 며칠 후에 다시 얘기하자. 우선
두 아이가 잠이 든 후, 진아연과 박시준은 침실로 돌아왔다."처음 당신이 수수가 현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사실 난 아무런 감흥도 없었어요. 고작 꿈일 뿐인데, 어떻게 그게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어요. 당신 꿈이 그렇게 정확하면 로또 번호나 알려주지, 싶었죠. 그런데 오늘 수현이가 당신이 어렸을 때의 모습이 수수와 닮았다고 했다는 걸 들으니... 당신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까지 말하자, 진아연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당장 수수를 만나, 그 아이가 자기 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아연아, 난 고작 꿈 하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야. 그 사람들 반응이 정말 이상했어.""그래요, 여보, 당신은 정말 타고난 탐정인 것 같아요. 우리가 현이를 찾아내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들였어요. 그런데도 아무도 현이의 행방을 찾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당신은 단번에 실마리를 찾아냈네요." 진아연이 박시준을 추어올렸다."정말로 수수가 현이가 맞는다면, 가장 큰 공신은 바로 당신이야. 당신이 그 산에 기도하러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현이를 찾아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겠어?" 박시준이 진아연에게 공을 돌렸다."원래 내가 가려던 절은 그곳이 아니었어요. 나를 귀영사로 데리고 간 건 당신이었죠. 이번 일은 모두 당신의 공이에요." 진아연이 다시 박시준에게 공을 돌렸다. "여보, 어쩌면 하늘이 우리를 현이에게 인도해 주는 걸지도 몰라요. 이렇게나 오래 현이를 찾아다녔으니, 이제는 서로 만날 때도 되었다고요.""맞아. 당신이 산에서 한 기도를 부처님께서 듣고 현이를 만나게 해주시려나 봐."말을 하며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이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잠시 후, 진아연이 박시준을 끌어안던 손을 풀어 내리며 말했다."우리 둘, 아직 현이를 찾아내지도 못했는데, 너무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우선 샤워부터 해요! 샤워하고 잠자리에 든 후에 다시 얘기해요.""알았어, 당신 먼저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박시준은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그는 휴대폰을 침대 협탁 위에 내려놓은 다음,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와 양치를 했다.그가 살금살금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던 찰나, 진아연이 몸을 뒤척이더니 눈을 떴다."여보, 어디 가요? 지금 몇 시예요?" 막 잠에서 깬 진아연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이른 시간이야, 겨우 5시밖에 안 됐어. 계속 자. 난 화장실에 가던 길이야.""여보,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 잠결에 당신이 내내 몸을 뒤척이는 것 같았어요." 진아연이 눈을 비비며, 희미한 불빛 속에서 말했다. "불 좀 켜 봐요. 나도 잠이 깼어요."그녀의 말에 박시준이 방안의 불을 켰다.평소 같았다면, 그는 분명 그녀가 계속 자도록 내버려 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감정이 벅차올랐고, 아연도 그와 비슷한 감정일 것으로 믿었다."아연아, 내가 보낸 사람들이 그 할머니의 집을 찾았대."순식간에 진아연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눈빛이 반짝였다: "이렇게 빨리요? 잠깐 잠들었던 것 같은데...""응. 그 지역 번호를 통해 그 전화번호의 주인을 찾아냈어. 그 전화번호는 슈퍼마켓의 번호였어. 마침 그 슈퍼마켓의 입구에 CCTV가 있었고. 그 할머니가 당신한테 전화했던 시간을 통해 그 할머니의 꼬리를 잡았지. 그 할머니의 사진을 가지고 몇 군데 알아봤더니, 순식간에 그 할머니가 지내는 동네를 찾을 수 있었어." 박시준이 대답했다.진아연이 곧바로 이불을 걷어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너무 잘됐네요! 오늘 바로 수수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아연아, 아직은 너무 기대하지 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 이렇게 말하면서도, 박시준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진아연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내심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우리가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는 거,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실마리가 있는 한, 희망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희망적인 느낌, 정말 좋아요." 진아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