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 교수가 이유를 설명하자, 진아연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시준 씨를 만난 적은 없으시죠?""없어. 조명주 씨가 직접 우리 심사 위원회 단장과 개별적으로 만나서 합의했어. 조명주 씨가 이번 상을 탈 것이 기정 사실로 되었지.""어떻게 해야 시준 씨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진아연이 중얼거렸다."미안하구나. 내가 아는 건 이미 다 말했어. 다른 것은 나도 아는 게 없구나.""괜찮아요... 정말 감사합니다."통화를 마친 진아연은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박시준은 아직 살아있었다.그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었다.그가 여전히 그녀와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더욱 알 수 없었다.드림 메이커 그룹의 사옥에서 계속해서 송출하는 영상 때문에, 인터넷상에서는 순식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정말 흥미진진해! 영상 속 말이 사실이라면 공포 영화가 따로 없어!드림 메이커와 미화 제약은 같은 업계가 아니잖아! 그런데 이 둘이 어떻게 이 둘은 어떻게 갈라서게 된 거지? 아참, 드림 메이커 그룹의 대표는 누구야? 들어본 적이 없는데!드림 메이커의 대표는 아주 소극적인 사람인가 봐. 드림 메이커의 자동차가 큰 반응을 얻은 뒤에도 대표는 인터뷰 조차 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강도평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옥을 직접 이용해 강도평의 과거를 폭로하다니! 강도평도 나와서 드림 메이커 대표의 과거를 폭로했으면 좋겠어!윗사람들은 양심이라는게 없군! 하지만 난 그런 게 마음에 들어!이번에는 강도평이 투옥될까? 그의 전 경호 실장이 실명까지 밝히며 폭로했잖아! 난 이미 그 영상을 열 번도 넘게 봤어! 강도평 이 인간은 정말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완전히 강도평의 잘못인 것 같지는 않아. 그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그의 아이라고 그를 속이지 않았다면, 그도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 않았을까? 그 여자들은 모두 당해도 싸! 물론 아이들은 죄가 없지만.강도평이 수감될지 안 될지나 답변해. 우리 B국의 법에
조명주는 단지 지금 그의 집에서 지낼 뿐이었다.지금 조명주가 그를 돕지 않는다면, 그는 전 여자친구를 죽인 것처럼, 경호원을 시켜 그녀도 죽여버릴까? 생각하고 있었다.조명주는 지금 죽을 수 없었다!그녀는 아직 마치 의학상을 손에 넣지 못했다!"그럼, 제가 지금 진아연 씨한테 전화해 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조명주가 뒤돌아 침대 반대편으로 걸어가서는, 침대 협탁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강도평은 곧바로 조명주의 곁으로 다가가 조명주가 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강도평의 압박에 못 이긴 조명주가 진아연의 번호를 눌렀다.진아연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씨, 박시준 씨는 지금 제 손에 있습니다. 박시준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길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강도평 씨에게 불리한 것은 모두 삭제하는 게 좋을 거예요!" 강도평이 마음을 놓지 못할까 봐, 조명주는 스피커폰을 켠 채 통화를 이어갔다."지금 숨어지내시는 것 아니었나요? 마치 의학상 수상 외에 다른 일은 관여하지 않으시는 줄 알았는데요." 진아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마치 의학상을 받는 게 조명주 씨 당신의 일생에 가장 큰 염원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이 강도평 씨에게 접근한 것도, 다 강도평 씨를 이용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상을 타고 나면 당신은 분명 강도평과 결혼하지 않을 테죠. 오늘 터진 영상, 당신도 봤겠죠? 강도평처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일삼는 늙은이에게, 당신은 전혀 끌리지 않을 텐데요."휴대폰을 쥔 조명주의 손가락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진아연이 한 모든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조명주는 지금 강도평과 끝낼 수 없었다. 그랬다간 강도평이 미쳐 날뛰며 정말로 그녀를 죽여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차마 강도평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한 채, 곧바로 휴대폰에 대고 소리쳤다: "진아연 씨! 나와 도평 씨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약속했어요! 마치 의학상의 수상 여부와 상관 없이 난 도평 씨와 결혼할 거라고요! 다시 한번 그런 말도 안 되는
조명주는 속으로 진아연을 천 번, 만 번 저주했다!방금 진아연이 한 말이 아니었다면, 강도평이 갑자기 그녀를 의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강도평의 집에 숨지도 않았을 것이다.B국은 워낙 넓으니, 그녀는 숨을 만한 곳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의학상을 받는 날까지 몸을 숨긴 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그걸 생각하자, 조명주는 화가 나 관자놀이가 아파졌다."도평 씨, 도평 씨가 날 믿지 못한다니 난 정말 마음이 아파요.""당신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야. 명주 씨, 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지난 몇 년 동안 난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없이 당신 사업을 지원했어. 물론 내 사심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당신도 배은망덕하게 나와서는 곤란하지! 당신은 곧 꿈을 이룰 텐데, 정말로 당신이 그 상을 탄 뒤에 나를 차버리기라도 하면, 지금 난 남 좋은 일만 하는 거 아니겠어?!"강도평은 자신을 깨우치게 해 준 진아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언제나 조명주를 신뢰했다.그가 날마다 먹는 약도 모두 조명주가 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조명주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만약 조명주가 정말로 그를 독살하고 싶었다면,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일전에 조명주가 그에게 보인 친절과 따뜻함은 모두 그가 그녀에게 대는 연구 자금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곧 수상을 앞두고 있었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더구나, 그녀가 상을 받은 다음 정말로 투자를 원한다면, 그녀에게 투자하려는 재벌들이 줄을 설 것이 분명했다."어차피 이렇게 된 거, 도평 씨 말대로 할게요." 조명주는 그의 말에 단숨에 동의하고는, 대화 주제를 바꾸어 말을 이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지 않아도 괜찮겠어요?""됐어. 당신이 알겠다고 해주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강도평이 두 손으로 조명주의 손을 꼭 잡고는,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명주
조명주는 강도평과 함께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명주는 누군가 온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침실 안에서, 커튼 뒤에 몸을 숨긴 채 마당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폈다.십여 대의 검은색 차가 멈춰 선 다음, 차 문이 열리며 검은 옷의 남자들이 하나둘 차에서 내리더니, 강씨 가문의 대문을 에워쌌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명주의 눈에 진아연의 얼굴이 들어왔다.가로등이 진아연의 얼굴을 밝게 비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가득 찬 증오도 밝게 비추었다!조명주는 자신이 달아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오늘 밤 전화 통화를 하던 중, 강도평의 기침 소리 때문에 조명주가 강씨 가문에 숨어있었던 것이 탄로 난 것이다."진아연 씨! 밤이 늦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우리 집에는 어쩐 일입니까?! 경찰이 나를 체포라도 하러 온 줄 알았습니다! 하하!" 강도평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강도평이 그를 부축하던 고용인을 밀어냈다. 자신이 여전히 정정하다는 걸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당신이 저지른 구질구질한 일들은, 경찰 쪽에서도 당연히 알고 당신을 찾아오겠죠." 진아연의 차가운 시선이 강도평의 얼굴에 향했다. "조명주 씨를 넘기세요!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제가 당신 집을 엉망으로 만든 걸 원망할 생각 마세요!"진아연의 말이 끝나자, 그녀 주변의 경호원들이 하나둘 무기를 꺼내 보였다.눈앞의 광경에 강도평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그가 몇 십 년 젊었다면, 그는 분명 진아연과 맞붙었을 것이다!그녀에게는 경호원이 있었지만,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그녀의 경호원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또한 그의 경호원 역시 마찬가지였다!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을 때처럼 마냥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명주 씨는 지금 여기 없습니다! 지금 내 말을 믿지 않는 겁니까?!" 강도평이 큰 소리로 고함쳤다.그 말은 조명주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조명주가 얼른 몸을 숨기길 바랐다.정말로 조명주를 넘겼다가는, 진아연이 조명주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도평 씨, 더
"내가 박시준 씨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요?" 조명주가 진아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박시준 씨는 지금쯤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예요! 난 박시준 씨의 목숨을 구했다고요!""조명주 씨, 정말로 당신이 좋은 마음으로 시준 씨의 목숨을 구한 거면, 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내게 알리지 않은 거죠?!" 진아연은 조명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조명주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침착하게 대답했다. "사람의 몸에 실험을 한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설사 실험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박시준 씨의 후속 상황을 관찰해야 했어요. 당신에게 알렸다면, 당신은 분명 박시준 씨를 곧바로 데리고 갔을 테죠... 난 박시준 씨의 케이스로 마치 의학상을 신청하고 싶었어요."진아연: "지금 그 상은 이미 당신에게 가는 걸로 확정되지 않았나요?""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았죠?" 조명주는 이 이야기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그린스 교수님과 아는 사이거든요.""아, 그 노인네! 예전에 만난 적 있는데, 꽤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더군요. 게다가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았어요... 그 사람에 대해선 무지하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네요." 조명주가 거만하게 말을 이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어요...""죽은 사람들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서, 어째서 성공 사례는 시준 씨 한 사람뿐인 거죠? 이 세상에, 날마다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도 모두 다시 살려 보지 그래요!" 진아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수많은 사망자에게 실험을 해봤지만, 시준 씨 한 사람만 성공한 건 아니고요?""그렇지 않아요. 난 예전에 동물 실험을 했어요. 박시준 씨는 제가 한 첫 번째 인체 실험 대상자죠. 한 사람을 되살리는데 비용이 한두 푼 드는 줄 알아요?""지금 나한테 시준 씨를 되살린 비용을 요구하는 거예요? 그래요, 이따 시준 씨를 만나 시준 씨한테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면 당신이 얼마를 원하던 다 줄
조명주가 붉은 입술을 꼭 다문 채 현관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나머지 사람들도 조명주의 뒤를 따라 함께 파란색 건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를 타자, 진아연은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모든 설렘은 긴장과 불안,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지금까지 그렇게나 박시준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를 만나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그가 자신이 상상한 것과 다른 모습일까 두려웠다. 그를 만난 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웠다.이를테면, 박시준이 조명주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하며, 자신과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지정한 층수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조명주가 앞장서서 걸어 나왔다.그들이 내린 곳은 가정집인 것 같았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다음, 그들은 한 현관문 앞에 다다랐다.조명주가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안에서 문을 열었다.안에서 문을 연 것은 한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조명주를 보자마자 동시에 진아연과 그 일행을 발견했다."엄... 엄마, 괜찮아요?" 여자가 조명주를 '엄마'라고 불렀다.그녀의 말에, 진아연은 이곳은 조명주의 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난 괜찮아. 이 사람들은 박시준 씨를 만나러 왔어. 박시준 씨는 자?" 조명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진아연은 조명주의 뒤를 바짝 따라서 함께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막 잠이 들었어요." 여자가 조명주를 부축하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이 사람들, 박시준 씨를 데리고 가려고 온 거예요? 너무 무서워요.""무서워하지 마. 이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 조명주가 딸을 위로하며 고개를 돌려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박시준 씨는 지금 자고 있어요.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어때요?""그 사람은 어느 방에 있죠? 그 사람을 확인해야겠어요." 진아연은 이대로 떠날 수 없었다.그녀가 이곳을 찾아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 오늘 밤 이렇게 떠났다가
눈 부신 불빛에 박시준이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익숙한 그의 얼굴과 그의 행동을 보자, 진아연의 눈가에 곧바로 눈물이 가득 고였다."시준 씨, 드디어 당신을 찾았네요. 나 기억해요?" 진아연이 침대 옆에 서서 그를 바라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예요, 진아연."박시준이 두 눈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열어 고요하고 차분한 눈으로 진아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에는 더 이상 생명의 빛이 없었다. 그의 눈은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마치 모든 사람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로봇같았다!"박시준 씨! 당신 설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죠?" 그런 박시준을 본 마이크가 결국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욕을 퍼부었다. "당신은 지난 두 달 동안 실종되었어요. 그동안 아연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나 합니까? 아연이는 매일 눈물로 세수하며 당신을 찾아 Y국과 A국 두 나라를 오가다가, 이곳 B국까지 오게 되었어요... 아연이는 눈을 떠도 당신 생각, 눈을 감아도 당신 생각 뿐이었어요. 당신을 찾기 위해 아연이는 거의 미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고요! 그런데 당신은 여기에 편안히 누워 젋은 여자의 시중이나 받고 있었네요. 정말 속 편하고 좋았겠어요!"진아연이 인상을 찌푸린 채, 곁눈질로 마이크의 말을 가로막았다.마이크가 얇은 입술을 오므린 채 식식거렸다.방금 그가 박시준에게 이렇게 많은 말을 퍼부었음에도, 박시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계속해서 박시준에게 소리를 질러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성큼성큼 방에서 걸어 나갔다.방을 나서자마자, 방문 앞에 앉아 소란스러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조명주와 마주쳤다.그는 한 손으로 조명주의 목을 움켜쥐고는 손가락에 약간 힘을 주며 고함쳤다. "어째서 박시준이 기억을 잃은 겁니까?! 당신 도대체 박시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우리 엄마
그녀의 말에 마이크가 곧바로 손을 뗐다. "어서 말해요! 난 아연이처럼 좋게 말로 끝내지 않을 테니!""내가 대뇌 신경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대뇌의 뇌간 부분에 특수 장치를 배치하는 기술이죠... 이 장치를 통해 뇌간을 자극해서,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 기술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나 하나뿐이에요. 박시준 씨 뇌에 설치한 장치를, 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어요. 그 말인즉, 난 언제라도 박시준 씨의 목숨을 끊을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 나한테 예의를 차리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난 언제든지 박시준 씨를 죽일 수 있으니!""그럼, 내가 지금 당장 당신을 죽여버려야겠네요! 그럼 적어도 박시준 머릿속의 장치를 계속 유지할 순 있겠죠..." 마이크가 또다시 살기를 띠며 말했다."만약 그 장치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누가 고칠 거죠? 당신이 나를 죽이면, 박시준 씨를 간접적으로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어쨌든 이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든요! 언제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조명주가 큰 소리로 외쳤다. "박시준 씨는 기억을 잃지 않았어요! 내가 박시준 씨를 되살린 후에 그에게 그의 상황을 얘기해줬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뿐이에요! 이제 진아연 씨가 왔으니, 어쩌면 진아연 씨가 박시준 씨의 인생을 되찾아 줄지도 모르죠!"조명주는 마이크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자기에게 손찌검할까 봐 겁이나 크게 고함쳤다.방안.진아연이 침대 옆에 앉아 박시준의 커다란 손바닥을 꼭 잡았다.그의 손은 따뜻했다.따뜻한 그의 체온을 느끼자, 그녀의 마음은 감사함으로 가득 찼다."시준 씨, 저 여자들 말로는 당신은 기억을 잃지 않았다고 하던데, 그럼 우리가 현이를 찾아 Y국에 갔던 것도 기억하고 있겠죠? 우린 조순현의 계획에 의해 교외의 지하실에 갇혔었잖아요. 그때 당신이 나한테 지하실에서 했던 말 기억해요?" 진아연 두 손으로 커다란 그의 손바닥을 잡아 그녀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