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새벽 5시.박시준의 휴대폰 화면이 켜지더니새로운 문자가 왔다.두 시간 후, 박시준이 잠에서 깨어 휴대폰을 켜 보니 조지운에게서 문자가 와있었다.——대표님, 마이크의 말에 따르면 그는 아주 대단한 해커라고 합니다-대표님 그리고 마이크는 게이입니다..- 휴가 좀 내겠습니다.세 통의 문자를 보고 난 박시준은 이마살을 찌푸렸다.지운이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낸 거지?마이크가 결코 쉬운 사람은 아닐 텐데,그가 아무 이유 없이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박시준은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운, 어떻게 마이크한테서 이런 정보를 얻어냈어?"조지운은 2초 정도 침묵을 하다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에 같이 술을 마셨는데 취해서 말을 다 하더라고요.""그렇게 간단해?""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오늘 하루 휴가 낼 가 해요.""알았어. 쉬고 있어."...통화를 마친 조지운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어젯밤 그에게 일어난 일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그는 너무 창피해 어차피 지난밤의 일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스타팰리스.아침 8시.진아연은 두 아이의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엄마, 마이크 아저씨가 어젯밤에 안 들어왔어요? 방에 가봤더니 없던데요?" 라엘은 책가방을 메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진아연은 어젯밤 11시에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다.그리고 12시에 다시 걸었을 땐 전화를 받지 않았다."술을 너무 많이 마셔 호텔에서 잘 거야." 진아연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별일 없을거야."마이크가 밤새 돌아오지 않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그는 밤 문화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다."그렇구나, 엄마, 엄마는 마이크 아저씨와 결혼하실 거예요?" 라엘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가 마이크 삼촌과 결혼한다고 해도 저는 괜찮아요."진아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엄마는 마이크 아저씨와 결혼할 마음이 없으니 이상한 생각하지 마
진아연은 두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애들 먼저 학교에 데려다줘! 무슨 일이 있어서 왔겠지."장희원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박시준의 앞을 지나갈 때박시준은 라엘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라엘은 정말 진아연을 많이 닮아 있었다.그의 옆을 지나갈 때 라엘은 커다란 두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는데 약간 사나워 보였다.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그를 미워하는지 몰랐다.곧 진아연이 그에게 다가갔다."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에요?"박시준은 그녀의 차갑고 맑은 얼굴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아연, 딸은 니가 낳은 거지? 너랑 엄청 닮았어.""일부러 내 딸을 만나러 온 거예요?""애 아빠가 누구야?" 박시준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미 유치원에 다니는 걸 보니 세 살은 넘었을 거잖아."입양했다는 거짓말은 더는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진아연의 어렸을 적의 모습과 라엘은 너무 똑닮아 있었는데 아주 판 박이었다."그래요, 내 친 딸 맞아요. 하지만 아빠는 당신이 아니에요." 진아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외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엄마가 됐어요."엄마가 됐다니!이 한 마디에 박시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것 때문에 온 거라면 이젠 돌아가요." 진아연이 차갑게 말했다.박시준의 표정도 한층 어두워졌다. "당신 집에 살고 있는 남자는 게이더라고."진아연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얼어붙었다. "어떻게 알았어요?"인터넷에서 마이크에 관한 정보는 찾을려야 찾을 방법이 없었다.마이크는 세계 최고의 해커로서 스스로 자신이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이상 그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박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박시준 씨, 그렇게 한가해요? 여자 친구 다친 건 나아졌어요? 시은 씨는 어떻고요?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대체 왜 당신의 시간을 저한테 낭비하는 거예요? 혹시 우리 사이에 뭐가 더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진아연은 힘
전화를 받은 진아연은 다급히 기술부로 달려갔다."박 대표님, 오늘 저희 CTO께서 회사에 안 나오셨어요." 기술부 부장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박시준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이크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 판단했다. "그럼 대표님에게 안내해 드릴게요."부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아연이 성큼성큼 들어왔다.그녀는 박시준에게 걸어가 그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사무실에 가서 얘기해요."그가 기술부에 마이크를 찾아갔다는 건 그와 마이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했다.마이크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시준의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심각한 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진아연의 사무실에 도착한 박시준과 성빈은 소파에 앉았고 경호원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무슨 일이에요?" 진아연은 그들에게 물을 따라줬다.성빈: "진아연 씨, 당신 회사의 CTO가 지운이한테 그런 짓을 했어요."진아연: "..."조지운은 박시준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박시준에게 가장 중요한 비서라 누군가 조지운을 해하는 것을 박시준은 참을 수 없었다.얘기를 들은 후 진아연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이크가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할 줄이야.그녀는 휴대폰을 찾아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고곧 전화가 연결되었다.그녀는 목소리를 깔며 명령조로 말했다. "빨리 회사로 튀어와!"마이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어투로 물었다. " 나 밖에서 밥 먹고 있는 중이야. 무슨 일인데 나한테 소리까지 치는 거야?""박시준의 비서한테 왜 그런 짓을 했어?""무슨 말이야? 나는 박시준의 비서를 알지도 못하는데.""박시준이 지금 사무실에 와 있어. 사실이 아니라면 왜 왔겠어?" 진아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상대방 이름도 모르고 그 사람이랑 잔 거야?""당연히 이름 정도야 알지! A국에 와서 한 번밖에 안 잤는데...""상대방의 이름이 뭔데?"`"지운이라고 했어. 그날 이후로 연락이 안 돼.
그는 문을 열고 성큼성큼 사무실에 들어섰다."아연아! 지운이 먼저 나한테 신호를 보냈어!" 마이크의 파란 두 눈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다리로 내 다리를 비볐어... 나한테 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내 다리를 왜 비비는 거야? 이건 누가 봐도 성적 암시를 의미하는 거잖아?"진아연의 얼굴이 갑자기 확 붉어졌다.성빈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지운이는 그저 당신이 게이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마이크는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의도인지 몰랐잖아요. 그리고 그날 밤 그도 즐겼다고요."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박시준은 물 잔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고성빈도 물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진아연은 화제를 바꾸어 마이크에게 따져 물었다. "안젤라 학교를 해킹한 적이 있어? 그리고 ST그룹의 해킹 사건 혹시 네가 한 짓이야?"마이크는 두 손을 들고 맹세했다. "내가 한거 아니야! 만약 내가 한 짓이라면 난 바로 내가 했다고 인정할 수 있어, 비록 이 분야에서 내 기술이 정말 뛰어나긴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말을 마친 그는 진아연에게 눈빛을 보냈다.그의 눈빛은 그녀의 아들의 짓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진아연: "...""저기... 저 아직 식사 전인데 다들 드셨어요? 같이 식사나 할까요?" 진아연은 아들을 보호하려고 용기를 내 그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우리 회사 근처에 집 밥을 잘하는 식당이 있어요."성빈은 박시준을 힐끗 보고 그를 대신해 전세를 역전해 보려 했다. "진아연 씨, 저희는 됐...""너 집 밥 좋아하잖아? 맛 좀 보지 뭐." 박시준이 성빈의 말을 가로채고 초대에 응했다.성빈은 자신이 언제 집밥을 좋아한다고 했는지 어리둥절해졌다.본인이 가고 싶지만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헐!그러니 진아연에게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지운 씨를 불러 주실래요? 얘기 좀 해봐야겠어요." 마이크는 그들과
진아연은 마음이 조여왔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긴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 무슨 도전장인데요?"박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나쁜 놈, 와서 꼬집어 봐!"진아연: "..."성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이 해커가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요!"진아연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글귀 하나로 판단하긴 조금 서두른 거 같네요."성빈: "대부분의 어른들은 '나쁜 놈'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진 않죠? 물론 오래된 드라마를 제외하고요."진아연은 그들이 미성년자라고 의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성빈에게 말했다. "나쁜 놈", 그러고는 박시준에게도 한마디 했다. "나쁜 놈!"성빈: "..."박시준: "..."진아연: "이것 봐요, 이건 나이와 상관이 없는 단어예요. 성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요."그녀가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떠올랐다.박시준과 성빈은 잠시 눈빛을 교환했고마음속에 판단이 섰다."진아연 씨, 마이크랑 어떻게 만났어요? 이렇게 특별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성빈은 잠시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마이크는 진아연씨의 말을 잘 듣는 것 같네요."진아연은 물 잔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아무렇게나 이유를 지어냈다. "외국에서 학교 다닐 때 모임에서 만났어요. 우리는 친구 사이라 누가 누구의 말을 듣는 건 아니에요.""그렇군요... 마이크가 진아연 씨를 따라 A국에 온 건가요?""그가 오고 싶어서 온 거고 어느 날 다시 돌아가고 싶으면 다시 가는 거죠. 따라왔다고는 할 수 없어요." 진아연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고기 한 점을 그릇에 담았다.ST그룹.마이크는 1층 프론트 데스크에서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죄송합니다. 조 실장님을 만나려면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마이크: "하지만 지금은 퇴근 시간이잖아요.""네 맞아요, 퇴근 시간입니다, 오후 두 시후에 다시 예약 잡
저녁.진아연은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갔다.장희원은 한이를 데려온 후 라엘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한이는 할머니가 여동생을 안고 방에 들어가는 걸 보며 곧 닥칠 일을 예감했다."진지한, 너 책가방을 이리 내." 진아연이 한이에게 손을 내밀었다.한이는 그녀에게 두 손으로 책가방을 공손히 건넸고그녀는 그의 가방을 열고 노트북을 꺼냈다.그녀는 노트북을 켜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마이크 아저씨가 나한테 다 말했어. 네가 아저씨가 가르쳐준 기술로 나쁜 짓을 꽤 많이 했던데, 한아 너 이거 불법인 거 아니? 혹시라도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니?"한이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되물었다. "저 이제 겨우 4살인데 설마 저를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요?"진아연: "..."아무리 박시준이 A국에서 가진 힘이 아무리 크다 한들 4살짜리 아이에게 콩밥을 먹일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중요한 건 한이의 가치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네가 영원히 4살일 순 없잖아. 사람은 계속 나이를 먹게 된단다." 진아연은 한이에게 훈계하는 말투로 말했다. "엄마는 네가 몇 번이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걸 지켜볼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노트북은 잠시 압수할 거야."지한: "마이크 아저씨가 새 노트북을 줄 거예요."진아연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계속 나쁜 짓 할 거야?"한이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박시준을 건드리지 않을게요."그가 박시준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은 그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벌로 오늘 저녁은 밥 없어." 진아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노트북을 들고 침실로 걸어갔다.한이는 엄마가 그를 때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엄마의 화난 모습에 속상했다.그는 단지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혼내고 싶었을 뿐이었다.저녁 일곱시.심윤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오늘 밤 10시, 만경 호텔, V809호실,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요. 박시준.박시준이 그녀와 함께
심윤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v809 방의 문을 열었는데안에서 비추는 희미한 불빛에 멍해졌다.그러나 이내 그녀는 방 안에 한들거리는 촛불을 발견했다.촛불이라니!촛대 옆에는 와인과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고.옆에 있는 의자에는 빨간 장미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심윤은 이 로맨틱한 분위기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박시준이 이토록 감성적일 줄 몰랐다.그녀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됐다!그녀는 장미를 집어 들고, 진한 꽃향기에 흠뻑 젖어들었다.그녀는 장미를 품에 안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저녁 10시가 다 되었는데 박시준은 왜 아직 오지 않는 거지?길이 막히는 건가??15분이 지났지만 박시준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진 방이 그의 걸작이 아닐 수는 없겠지?아니면 문자를 잘못 보낸 건가?그녀는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고손가락으로 와인잔을 들고 천천히 와인잔에 담긴 빨간 와인을 돌리다 입술을 갖다 대고 한 모금 음미했다.맛이 좋았다.와인향이 짙었고 맛이 감미로웠다.밤 열한시.살며시 닫힌 방문이 열리더니훤칠한 그림자가 심윤의 앞에 나타났다.심윤은 격동되어 눈빛이 반짝였다.그녀는 다급히 그림자를 향해 걸어가... 두 손으로 그의 몸을 꼭 껴안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시준 씨, 꼭 올 줄 알았어요... 많이 기다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 됐어요..."남자의 몸이 갑자기 굳어졌고조금 놀란 것 같았다.하지만 심윤은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그를 꼭 안고 있었다.그녀는 와인을 두 잔 마신 탓에 살짝 몽롱한 상태였고지금 이 순간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다음날 아침 일곱시.심윤은 심한 두통으로 잠에서 깨어났다.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어젯밤에 그녀는 박시준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었다.그녀는 그들 사이의 진전이
심윤의 몸은 얼어붙었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박우진은 몸을 돌려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심 선생님,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네요..."심윤은 상대방이 박우진임을 확인했다.심윤은 오늘 박우진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손이 화상을 입은 후, 박 부인이 그녀의 병문안을 왔었는데그때 박우진이 운전하여 박 부인을 모시고 왔었다.심윤은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또한 방안에 불이 꺼져있어 박시준이 아닌 것 을 눈치채지 못했었다.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어젯밤 박시준이 그녀를 여기에 초대했었는데왜 박우진이 온 거지?"왜 당신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심윤은 베개를 들어 박우진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던졌다.박우진은 머리를 감싸고 소리쳤다. "심 선생님,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해요!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 어젯밤에 진아연한테서 809호로 와 달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심 선생님이 저를 안았고... 몇 번이나 팔을 풀려 했지만 심 선생님이 절 놔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몸을 문지르고 있어서... 그걸 어떤 남자가 견딜 수 있겠어요!"심윤은 갑자기 베개를 땅에 던지며 펑펑 울어버렸다."심 선생님, 울지 말아요, 제가 하는 말이 조금 어이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예요! 문자 한번 봐보세요! 어젯밤 일부러 심 선생님한테 어떻게 해볼려고 해서 그런건 아니에요. 우리 어젯밤 일은... 꿈이라고 생각해요! 삼촌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만약 삼촌이 이 사실을 알면 절대 저를 살려두지 않을 거예요!"박우진은 심윤에게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그녀는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손을 내밀었다. "문자 보여주세요!"그녀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었다.박우진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찾아 그녀에게 보여주려 했다.하지만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젯밤의 문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어? 문자가 어디 갔지?! 어젯밤 그 문자가 왜 없어진 거지?! 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