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두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애들 먼저 학교에 데려다줘! 무슨 일이 있어서 왔겠지."장희원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박시준의 앞을 지나갈 때박시준은 라엘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라엘은 정말 진아연을 많이 닮아 있었다.그의 옆을 지나갈 때 라엘은 커다란 두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는데 약간 사나워 보였다.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이렇게 그를 미워하는지 몰랐다.곧 진아연이 그에게 다가갔다."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에요?"박시준은 그녀의 차갑고 맑은 얼굴을 보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진아연, 딸은 니가 낳은 거지? 너랑 엄청 닮았어.""일부러 내 딸을 만나러 온 거예요?""애 아빠가 누구야?" 박시준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미 유치원에 다니는 걸 보니 세 살은 넘었을 거잖아."입양했다는 거짓말은 더는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진아연의 어렸을 적의 모습과 라엘은 너무 똑닮아 있었는데 아주 판 박이었다."그래요, 내 친 딸 맞아요. 하지만 아빠는 당신이 아니에요." 진아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외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엄마가 됐어요."엄마가 됐다니!이 한 마디에 박시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것 때문에 온 거라면 이젠 돌아가요." 진아연이 차갑게 말했다.박시준의 표정도 한층 어두워졌다. "당신 집에 살고 있는 남자는 게이더라고."진아연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얼어붙었다. "어떻게 알았어요?"인터넷에서 마이크에 관한 정보는 찾을려야 찾을 방법이 없었다.마이크는 세계 최고의 해커로서 스스로 자신이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이상 그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박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너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데.""박시준 씨, 그렇게 한가해요? 여자 친구 다친 건 나아졌어요? 시은 씨는 어떻고요?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대체 왜 당신의 시간을 저한테 낭비하는 거예요? 혹시 우리 사이에 뭐가 더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진아연은 힘
전화를 받은 진아연은 다급히 기술부로 달려갔다."박 대표님, 오늘 저희 CTO께서 회사에 안 나오셨어요." 기술부 부장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박시준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이크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 판단했다. "그럼 대표님에게 안내해 드릴게요."부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아연이 성큼성큼 들어왔다.그녀는 박시준에게 걸어가 그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사무실에 가서 얘기해요."그가 기술부에 마이크를 찾아갔다는 건 그와 마이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했다.마이크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시준의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심각한 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진아연의 사무실에 도착한 박시준과 성빈은 소파에 앉았고 경호원들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무슨 일이에요?" 진아연은 그들에게 물을 따라줬다.성빈: "진아연 씨, 당신 회사의 CTO가 지운이한테 그런 짓을 했어요."진아연: "..."조지운은 박시준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박시준에게 가장 중요한 비서라 누군가 조지운을 해하는 것을 박시준은 참을 수 없었다.얘기를 들은 후 진아연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이크가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할 줄이야.그녀는 휴대폰을 찾아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고곧 전화가 연결되었다.그녀는 목소리를 깔며 명령조로 말했다. "빨리 회사로 튀어와!"마이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어투로 물었다. " 나 밖에서 밥 먹고 있는 중이야. 무슨 일인데 나한테 소리까지 치는 거야?""박시준의 비서한테 왜 그런 짓을 했어?""무슨 말이야? 나는 박시준의 비서를 알지도 못하는데.""박시준이 지금 사무실에 와 있어. 사실이 아니라면 왜 왔겠어?" 진아연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상대방 이름도 모르고 그 사람이랑 잔 거야?""당연히 이름 정도야 알지! A국에 와서 한 번밖에 안 잤는데...""상대방의 이름이 뭔데?"`"지운이라고 했어. 그날 이후로 연락이 안 돼.
그는 문을 열고 성큼성큼 사무실에 들어섰다."아연아! 지운이 먼저 나한테 신호를 보냈어!" 마이크의 파란 두 눈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술을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다리로 내 다리를 비볐어... 나한테 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내 다리를 왜 비비는 거야? 이건 누가 봐도 성적 암시를 의미하는 거잖아?"진아연의 얼굴이 갑자기 확 붉어졌다.성빈이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지운이는 그저 당신이 게이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마이크는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의도인지 몰랐잖아요. 그리고 그날 밤 그도 즐겼다고요."사무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박시준은 물 잔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고성빈도 물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진아연은 화제를 바꾸어 마이크에게 따져 물었다. "안젤라 학교를 해킹한 적이 있어? 그리고 ST그룹의 해킹 사건 혹시 네가 한 짓이야?"마이크는 두 손을 들고 맹세했다. "내가 한거 아니야! 만약 내가 한 짓이라면 난 바로 내가 했다고 인정할 수 있어, 비록 이 분야에서 내 기술이 정말 뛰어나긴 하지만 나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말을 마친 그는 진아연에게 눈빛을 보냈다.그의 눈빛은 그녀의 아들의 짓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진아연: "...""저기... 저 아직 식사 전인데 다들 드셨어요? 같이 식사나 할까요?" 진아연은 아들을 보호하려고 용기를 내 그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우리 회사 근처에 집 밥을 잘하는 식당이 있어요."성빈은 박시준을 힐끗 보고 그를 대신해 전세를 역전해 보려 했다. "진아연 씨, 저희는 됐...""너 집 밥 좋아하잖아? 맛 좀 보지 뭐." 박시준이 성빈의 말을 가로채고 초대에 응했다.성빈은 자신이 언제 집밥을 좋아한다고 했는지 어리둥절해졌다.본인이 가고 싶지만 쑥스러워서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헐!그러니 진아연에게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지운 씨를 불러 주실래요? 얘기 좀 해봐야겠어요." 마이크는 그들과
진아연은 마음이 조여왔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긴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 무슨 도전장인데요?"박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고 말했다. "나쁜 놈, 와서 꼬집어 봐!"진아연: "..."성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이 해커가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요!"진아연 "꼭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글귀 하나로 판단하긴 조금 서두른 거 같네요."성빈: "대부분의 어른들은 '나쁜 놈'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진 않죠? 물론 오래된 드라마를 제외하고요."진아연은 그들이 미성년자라고 의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성빈에게 말했다. "나쁜 놈", 그러고는 박시준에게도 한마디 했다. "나쁜 놈!"성빈: "..."박시준: "..."진아연: "이것 봐요, 이건 나이와 상관이 없는 단어예요. 성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요."그녀가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떠올랐다.박시준과 성빈은 잠시 눈빛을 교환했고마음속에 판단이 섰다."진아연 씨, 마이크랑 어떻게 만났어요? 이렇게 특별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성빈은 잠시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마이크는 진아연씨의 말을 잘 듣는 것 같네요."진아연은 물 잔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아무렇게나 이유를 지어냈다. "외국에서 학교 다닐 때 모임에서 만났어요. 우리는 친구 사이라 누가 누구의 말을 듣는 건 아니에요.""그렇군요... 마이크가 진아연 씨를 따라 A국에 온 건가요?""그가 오고 싶어서 온 거고 어느 날 다시 돌아가고 싶으면 다시 가는 거죠. 따라왔다고는 할 수 없어요." 진아연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고기 한 점을 그릇에 담았다.ST그룹.마이크는 1층 프론트 데스크에서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죄송합니다. 조 실장님을 만나려면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마이크: "하지만 지금은 퇴근 시간이잖아요.""네 맞아요, 퇴근 시간입니다, 오후 두 시후에 다시 예약 잡
저녁.진아연은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갔다.장희원은 한이를 데려온 후 라엘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한이는 할머니가 여동생을 안고 방에 들어가는 걸 보며 곧 닥칠 일을 예감했다."진지한, 너 책가방을 이리 내." 진아연이 한이에게 손을 내밀었다.한이는 그녀에게 두 손으로 책가방을 공손히 건넸고그녀는 그의 가방을 열고 노트북을 꺼냈다.그녀는 노트북을 켜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마이크 아저씨가 나한테 다 말했어. 네가 아저씨가 가르쳐준 기술로 나쁜 짓을 꽤 많이 했던데, 한아 너 이거 불법인 거 아니? 혹시라도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니?"한이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되물었다. "저 이제 겨우 4살인데 설마 저를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요?"진아연: "..."아무리 박시준이 A국에서 가진 힘이 아무리 크다 한들 4살짜리 아이에게 콩밥을 먹일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중요한 건 한이의 가치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네가 영원히 4살일 순 없잖아. 사람은 계속 나이를 먹게 된단다." 진아연은 한이에게 훈계하는 말투로 말했다. "엄마는 네가 몇 번이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걸 지켜볼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노트북은 잠시 압수할 거야."지한: "마이크 아저씨가 새 노트북을 줄 거예요."진아연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계속 나쁜 짓 할 거야?"한이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는 박시준을 건드리지 않을게요."그가 박시준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은 그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벌로 오늘 저녁은 밥 없어." 진아연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노트북을 들고 침실로 걸어갔다.한이는 엄마가 그를 때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엄마의 화난 모습에 속상했다.그는 단지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혼내고 싶었을 뿐이었다.저녁 일곱시.심윤은 문자 한 통을 받았다.——오늘 밤 10시, 만경 호텔, V809호실, 당신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요. 박시준.박시준이 그녀와 함께
심윤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v809 방의 문을 열었는데안에서 비추는 희미한 불빛에 멍해졌다.그러나 이내 그녀는 방 안에 한들거리는 촛불을 발견했다.촛불이라니!촛대 옆에는 와인과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고.옆에 있는 의자에는 빨간 장미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심윤은 이 로맨틱한 분위기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박시준이 이토록 감성적일 줄 몰랐다.그녀는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됐다!그녀는 장미를 집어 들고, 진한 꽃향기에 흠뻑 젖어들었다.그녀는 장미를 품에 안고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저녁 10시가 다 되었는데 박시준은 왜 아직 오지 않는 거지?길이 막히는 건가??15분이 지났지만 박시준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진 방이 그의 걸작이 아닐 수는 없겠지?아니면 문자를 잘못 보낸 건가?그녀는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고손가락으로 와인잔을 들고 천천히 와인잔에 담긴 빨간 와인을 돌리다 입술을 갖다 대고 한 모금 음미했다.맛이 좋았다.와인향이 짙었고 맛이 감미로웠다.밤 열한시.살며시 닫힌 방문이 열리더니훤칠한 그림자가 심윤의 앞에 나타났다.심윤은 격동되어 눈빛이 반짝였다.그녀는 다급히 그림자를 향해 걸어가... 두 손으로 그의 몸을 꼭 껴안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시준 씨, 꼭 올 줄 알았어요... 많이 기다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 됐어요..."남자의 몸이 갑자기 굳어졌고조금 놀란 것 같았다.하지만 심윤은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그를 꼭 안고 있었다.그녀는 와인을 두 잔 마신 탓에 살짝 몽롱한 상태였고지금 이 순간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다음날 아침 일곱시.심윤은 심한 두통으로 잠에서 깨어났다.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어젯밤에 그녀는 박시준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었다.그녀는 그들 사이의 진전이
심윤의 몸은 얼어붙었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박우진은 몸을 돌려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심 선생님,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네요..."심윤은 상대방이 박우진임을 확인했다.심윤은 오늘 박우진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손이 화상을 입은 후, 박 부인이 그녀의 병문안을 왔었는데그때 박우진이 운전하여 박 부인을 모시고 왔었다.심윤은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또한 방안에 불이 꺼져있어 박시준이 아닌 것 을 눈치채지 못했었다.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어젯밤 박시준이 그녀를 여기에 초대했었는데왜 박우진이 온 거지?"왜 당신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심윤은 베개를 들어 박우진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던졌다.박우진은 머리를 감싸고 소리쳤다. "심 선생님,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해요!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 어젯밤에 진아연한테서 809호로 와 달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심 선생님이 저를 안았고... 몇 번이나 팔을 풀려 했지만 심 선생님이 절 놔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몸을 문지르고 있어서... 그걸 어떤 남자가 견딜 수 있겠어요!"심윤은 갑자기 베개를 땅에 던지며 펑펑 울어버렸다."심 선생님, 울지 말아요, 제가 하는 말이 조금 어이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예요! 문자 한번 봐보세요! 어젯밤 일부러 심 선생님한테 어떻게 해볼려고 해서 그런건 아니에요. 우리 어젯밤 일은... 꿈이라고 생각해요! 삼촌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만약 삼촌이 이 사실을 알면 절대 저를 살려두지 않을 거예요!"박우진은 심윤에게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그녀는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손을 내밀었다. "문자 보여주세요!"그녀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었다.박우진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찾아 그녀에게 보여주려 했다.하지만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젯밤의 문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어? 문자가 어디 갔지?! 어젯밤 그 문자가 왜 없어진 거지?! 지
한이는 듣는 둥 마는 둥 그를 무시했다.한이의 태도를 지켜 본 선생님은 깜짝 놀라 마음을 졸이며 다가갔다."박 대표님, 한이의 가방이 왜 필요하세요?"그는 두 사람 중 그 어느 한 사람의 심기라도 건드릴 수 없었지만그래도 박시준의 심기를 덜 건드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고그래서 책상에서 한이의 책가방을 꺼냈다."한아, 걱정 마, 박 대표님은 나쁜 분이 아니야. 지금 아저씨가 너한테 관심이 생겨서 이러는 거 같아." 선생님은 한이를 달래며 박시준에게 책가방을 건넸다. "학교에 들어올 때 이미 안전검사까지 다 했어요. 가방 안에 위험한 물건은 없을 거예요.""노트북 하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박시준이 책가방을 넘겨받으며 말했다.책가방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자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가방을 열어보니 안에는 갈아입을 옷만 한 벌 있었고 노트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아... 한이한테 조그마한 노트북이 있긴 했어요. 평소에 혼자 있을 때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선생님이 말했다.박시준은 책가방을 한이의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늘 왜 노트북을 안 가져온 거야?"한이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잠자는 척하기 시작했다선생님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께 전화해 여쭤볼까요?"한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보석 같은 까만 눈동자로 선생님을 노려보고는 책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선생님은 서둘러 그를 뒤쫓았다. "한아, 돌아와! 어머니에게 전화 안 할게!"한이는 전혀 듣지 않고 계속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시은은 문 앞에서 한이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한이야."한이는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박시준은 한이를 뒤쫓아 나오다가 여동생이 그애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 그녀를 붙잡았다. "시은아, 어디 가는 거야?""한아!" 시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이를 가리켰다."선생님이 잘 돌봐주실 거야. 교실로 다시 돌아가자. 데려다줄게." 박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