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의 몸은 얼어붙었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박우진은 몸을 돌려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심 선생님,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네요..."심윤은 상대방이 박우진임을 확인했다.심윤은 오늘 박우진을 처음 보는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손이 화상을 입은 후, 박 부인이 그녀의 병문안을 왔었는데그때 박우진이 운전하여 박 부인을 모시고 왔었다.심윤은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또한 방안에 불이 꺼져있어 박시준이 아닌 것 을 눈치채지 못했었다.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어젯밤 박시준이 그녀를 여기에 초대했었는데왜 박우진이 온 거지?"왜 당신이에요?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심윤은 베개를 들어 박우진의 얼굴을 향해 미친 듯이 던졌다.박우진은 머리를 감싸고 소리쳤다. "심 선생님, 사람을 때리면 어떻게 해요!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요. 어젯밤에 진아연한테서 809호로 와 달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심 선생님이 저를 안았고... 몇 번이나 팔을 풀려 했지만 심 선생님이 절 놔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몸을 문지르고 있어서... 그걸 어떤 남자가 견딜 수 있겠어요!"심윤은 갑자기 베개를 땅에 던지며 펑펑 울어버렸다."심 선생님, 울지 말아요, 제가 하는 말이 조금 어이없이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예요! 문자 한번 봐보세요! 어젯밤 일부러 심 선생님한테 어떻게 해볼려고 해서 그런건 아니에요. 우리 어젯밤 일은... 꿈이라고 생각해요! 삼촌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만약 삼촌이 이 사실을 알면 절대 저를 살려두지 않을 거예요!"박우진은 심윤에게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그녀는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손을 내밀었다. "문자 보여주세요!"그녀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고 싶었다.박우진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찾아 그녀에게 보여주려 했다.하지만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젯밤의 문자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어? 문자가 어디 갔지?! 어젯밤 그 문자가 왜 없어진 거지?! 지
한이는 듣는 둥 마는 둥 그를 무시했다.한이의 태도를 지켜 본 선생님은 깜짝 놀라 마음을 졸이며 다가갔다."박 대표님, 한이의 가방이 왜 필요하세요?"그는 두 사람 중 그 어느 한 사람의 심기라도 건드릴 수 없었지만그래도 박시준의 심기를 덜 건드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고그래서 책상에서 한이의 책가방을 꺼냈다."한아, 걱정 마, 박 대표님은 나쁜 분이 아니야. 지금 아저씨가 너한테 관심이 생겨서 이러는 거 같아." 선생님은 한이를 달래며 박시준에게 책가방을 건넸다. "학교에 들어올 때 이미 안전검사까지 다 했어요. 가방 안에 위험한 물건은 없을 거예요.""노트북 하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박시준이 책가방을 넘겨받으며 말했다.책가방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자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가방을 열어보니 안에는 갈아입을 옷만 한 벌 있었고 노트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아... 한이한테 조그마한 노트북이 있긴 했어요. 평소에 혼자 있을 때 애니메이션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선생님이 말했다.박시준은 책가방을 한이의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늘 왜 노트북을 안 가져온 거야?"한이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잠자는 척하기 시작했다선생님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께 전화해 여쭤볼까요?"한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보석 같은 까만 눈동자로 선생님을 노려보고는 책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선생님은 서둘러 그를 뒤쫓았다. "한아, 돌아와! 어머니에게 전화 안 할게!"한이는 전혀 듣지 않고 계속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시은은 문 앞에서 한이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한이야."한이는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박시준은 한이를 뒤쫓아 나오다가 여동생이 그애를 따라가는 것을 보고 그녀를 붙잡았다. "시은아, 어디 가는 거야?""한아!" 시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이를 가리켰다."선생님이 잘 돌봐주실 거야. 교실로 다시 돌아가자. 데려다줄게." 박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시
시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그의 집에 가본적 없는것도 아니고...그녀는 그의 집이 좋았다.또 다시 가고 싶었다.박시준은 여동생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기분이 착잡했다.진지한이 오늘 노트북을 학교에 가져오지 않은건 진아연이 가져간 것이 틀림없었다.그리하여 지난번에 그 해커는 지금 박시준 앞에 모자를 쓰고 있는 어린 꼬마라는 걸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었다.비록 그가 진아연의 입양아라고는 하지만 박시준은 한이를 살짝 혼 내려 했다.하지만 그를 대하는 시은의 태도에 박시준은 아주 난감해졌다.갑자기 옆에서 '쾅'하는 굉음이 들려왔고곧 귀청이 떨어질 듯한 욕설이 이어졌다.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두 사람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박시은은 눈앞에서 펼쳐진 폭력적인 장면에 한순간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고 두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꺄아!" 그녀는 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를 질러댔고박시준은 통제할 수 없는 그녀를 바라보며 심장이 조여왔다.그녀는 어렸을 때 겪었던 안 좋은 일들이 떠올라 괴로운 듯 보였다!그는 잽싸게 그녀를 안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한이는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서는 박시은의 비명소리가 맴돌았다.왜 저러는 거지?겁먹은 건가?다른 사람들끼리 싸우는데 왜 무서워하는 거지?"한아, 여긴 너무 위험해! 어서 나랑 같이 학교에 가자!" 선생님이 한이의 팔을 잡고 데려갔다....점심.진아연은 경찰서에 다녀왔다.5년 전 왕은지의 동생 왕기춘이 진명그룹에서 거의 4,000억이 되는 거금을 들고 해외로 도피했다.증거는 확실했지만 국내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왕기춘이 도망친 나라는 A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A국의 경찰이 해외로 도망간 사람을 체포하는 건 불가능했다.게다가 왕기춘은 해외로 도피한 후 신분을 바꿨으며수년 동안 진아연은 그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얼마 전 해외에서 찾은 사설탐정이 왕기춘의 최근 사진과 주소를 보냈고진아연은 경찰에 이 단서를 제출했다.그리고 오늘
진아연: "그녀가 왜 오빠한테 연락한 거죠?"위정은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조수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추천해 줬어." 그리고 위정은 살짝 웃으며 다시 말했다. "근데 조수를 뽑는 조건이 뭔지 알아? 반드시 노경민 교수님의 학생이어야 하고, 그녀만큼 실력이 좋기를 원하고 있어... 이 말은 그냥 시은이 치료를 맡아줄 사람을 찾겠다는 말이잖아. 솔직히 실력 좋은 사람들이 단순히 조수로 있고 싶겠어? 참.. 뻔뻔한건지, 아니면 생각이 짧은 건지."진아연 역시 그녀가 우스웠다."욕심이 과하면 언젠가는 화를 당한다는 말이 있어요. 박시준이 바보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되겠죠." 위정은 말했다. "아연아, 넌 너무 착해서 문제야. 자신의 적을 치료해 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진아연은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은이를 보면 이런 말 못 할 거예요."위정: "너만 괜찮다면 된 거야.""이런 일로 자책만 하고 있을 수 없어요. 꾸물거릴 시간 없어요." 진아연은 화제를 바꿔 말했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회사 상황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앞으로 잘 될 일만 남았다고요."위정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다행이다! 한이는 어때?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어?"한이의 얘기가 나오자 진아연은 순식간에 미소를 거두었다."마이크한테 해킹 기술을 배웠어요... 실력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예요. 문제는... 박시준이 한이의 존재를 알아차렸어요." 진아연은 머리가 아파졌다. "앞으로 계속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모든걸 알아차리게 될까 봐 너무 걱정돼요."위정: "아연아, 평생 숨길 수 있는 진실은 없어. 그리고 넌 4년 전의 진아연이 아니야. 박시준이 이 아이들이 자신의 자식이라는 걸 안다 해도 쉽사리 움직일 수는 없을 거야.""... 돈을 더 많이 벌고 강해져서 아이들을 지켜낼 거예요." 진아연은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최대한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길 거예요! 박시준의 사생활이 얼마나 방탕한지... 차라리 아이들에게는 없는 존재
그녀는 이제 박시준을 통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좋은 의사가 되는 것보다 부자가 되는 것이 낫다.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절대 노경민 교수보다 뛰어난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여전히 의학계에서 활동한다면 그녀가 더이상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하지만 박시준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그렇게 된다면 모두가 그녀를 부러워할 것이다.서재.박시준이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성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시준아 오늘 학교 가서 알아봤어?""가방에 노트북이 없더라. 진아연이 이미 정리했겠지."성빈은 흥분한 듯 소리쳤다. "진짜 진아연의 아들이 했다는 거야?! 근데 지금 4살 밖에 안 됐다고 하지 않았어? 완전 천재 아니야?"박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시준아, 그래서 아이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성빈은 이 드라마가 아주 재밌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해커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루했을 것이다.근데 ST그룹 네트워크를 한순간에 마비시켜버린 주인공이... 귀여운 꼬맹이었다니?"근데 왜 너한테 그렇게까지 한 걸까?" 성빈은 계속해서 물었다.박시준: "그렇게 재밌으면 직접 가서 물어보지 그래? 나와는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하던데.""하하하하! 꽤나 재밌는 성격이네!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박시준: "꿈에서 만나거든 물어보던지!"비록 진지한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는 그저 '조금 특별한' 꼬맹이에 불과했다.박시준은 아무 짓도 할 생각이 없었고 성빈이 지한을 만나게 할 생각도 없었다."얼마 뒤면 진아연 씨 생일이잖아. 만약 그 아이가 우리를 생일파티에 초대한다면? 그럼 그녀의 아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성빈은 흥분하며 말했다. "시준아, 지금 이럴 게 아니라 빨리 선물 부터 사야 하지 않겠어? 너희들이 이혼한건 맞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더군다나 네게는 진아연이 잊지 못할 사람이잖아. 그 정도는 해줘도 되지 않겠어?"박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
스타팰리스.저녁."아연아, 오후에 위정이가 찾아왔어." 장희원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국내에서 지낸다고 하더라..."진아연은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짐작이 갔다."엄마, 내가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거 알아. 하지만 제발...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러지 마. 누가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결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거라고 생각하겠어!" 그리고 이어 말했다. "나 아직 20대야. 어려! 우선 회사가 안정된 다음, 성공만 하면 누구든 만날 수 있지 않겠어?"장희원의 미소가 사라졌다. "난 네게 결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야... 그저 위정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네가 혼자 타국에 있을 때, 위정이가 널 돌봐줬으니깐! 넌 왜...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니?"진아연: "잘 해준다고 해서 다 허락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따지고 보면 노 교수님이 가장 잘 챙겨주셨어!"장희원: "... 알았다! 그럼 계속 그렇게 모른 척해! 엄마가 봤을 때도 위정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놓치면 앞으로... 이렇게 좋은 남자 못 만날 수도 있어.""알았어. 엄마, 근데 엄마 딸을 좀 믿어봐. 응? 걱정 그만 좀 하고." 진아연은 어머니를 위로하며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도 물어봤어? 아이들은 새아빠를 원하지 않아."진아연은 두 아이에게 눈짓을 보냈다.라엘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새아빠는 싫지만 엄마가 좋다면... 난 괜찮아."아마 그녀의 눈빛을 이해하지 못한 거 같았다.마지막으로 진아연은 아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지한: "외할머니, 밥 먹어요."장희원: "아휴, 알았다. 할머니는 엄마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런 거야. 네 엄마가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그렇게 사람 이어주고 싶으면 가서 마이크 좀 도와줘. 매일 술집에 있는 거 보니. 외로운 거 같아."장희원: "..."다음날.진명그룹.위정이 보이자 진아연은 놀랐다."위정 오빠, 시차 적응 때문에 집
점심.성빈은 박시준에게 위정과 진아연이 찍힌 사진을 보여줬다."진아연의 새 남자친구."박시준은 사진을 흘끗 보더니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노 교수님의 조교 아니야?"그는 성빈의 휴대폰을 가져오더니 사진을 확대했다."아는 사람이야?" 성빈은 흥미진진해졌다. "진아연이랑 여기 이 사람이랑 아침 내내 웃으면서 진명그룹을 돌아다녔다던데. 농담도 주고받고, 아주 친해 보였데!"박시준은 성빈에게 휴대폰을 다시 돌려줬다. "아는 사람이야.""이야, 이렇게 보니깐 둘이 잘 어울리네." 성빈은 시준이 관심 없다는 표정을 보고 일부러 더 자극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이 분위기... 한 명은 지적이고, 한 명은 우아해..."박시준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넌 사람 자극하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거야?""억울해! 난 그냥 네가 진아연에게 줄 선물을 보고 네가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거 같아서 그래." 성빈은 이어서 말했다.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선물은 연인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해서 특별히 브로치를 보내는 거잖아. 근데... 이렇게 엄청 큰 다이아몬드가 박힌 브로치라니... 그거 알아? 주얼리 디자이너가 심장 위치에 달면 총알도 막을 거라고 했어."박시준은 더욱더 침울해졌다."생일 선물 맞지? 이혼 위자료가 아니라?" 성빈은 또 말했다. "설마 진아연이 이 선물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그럼... 버리지 뭐." 박시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입맛이 없어진 듯했다."아니, 내 말은... 저번에 심윤씨 생일에 명품 가방을 줬다고 들었어." 성빈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근데 그 명품 가방을 받은 사람이...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를 진아연한테 준 걸 알게 되면. 기분이 매우 안 좋아지지 않을까?"박시준: "선물은 지운이가 직접 고른 거야. 가격은 몰랐어."성빈: "영수증 보고 서명하지 않았어?"박시준: "자세히 보지 않았어."성빈은 완전히 말문이 막혀버렸다."야... 네가 심 선생님한테 관심이 없으면 그냥
심윤의 말에 진아연은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 아이들은 모두 박시준의 아이야. 맞지?" 심윤의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진아연은 긴장감에 몸이 떨려왔다."하, 입양 정보를 제3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게 당연한 거예요!" 그녀는 떨리는 두 손을 진정하며 심윤의 말에 반박했다."그렇지! 일반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지.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알아내지 못할 정보따윈 없어." 심윤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B국에 있는 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네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어! 진아연, 내가 알기로는 박시준이 아이를 엄청 싫어해서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들었어. 근데... 이 두 아이가 모두 자신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지 않아?!""심윤 씨, 그만...! 너무 억지가 심하시네요!" 진아연은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내가 심하다고? 네가 심한 거 아니야?! 박시준은 이제 내 남자친구야! 넌 그저 이혼한 전처일 뿐이야! 근데 왜 아직도 너희 둘 사이에는 뭐가 있는 거 같이 굴어?!" 심윤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날카로웠다. "네 비밀을 지키고 싶다면... 다시는 시준 씨와 만나지 마!"심윤은 그녀를 협박했다.여자의 직감으로 봤을 떄 진아연은 반드시 그녀의 말을 들을 것 같았다.두 아이는 진아연의 유일한 약점이다.진아연은 심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긴 했다. 솔직히 박시준을 만나지 않더라도 그녀의 생활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굴복당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이런 강요를 당해야 하는 건가?!"심윤 씨, 우리 만나죠!"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말했다. "저번에 만났던 식당에서 보죠.""좋아!"...30분 후, 두 사람은 지난번 만났던 식당의 같은 자리에 앉았다.진아연은 앉아서 비꼬듯이 말했다. "심 아가씨, 오늘은 뜨거운 물이 없네요."심윤은 당혹스러웠다.진아연은 휴대폰 녹음기를 켰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